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13)
전직용병 재벌서자-213화(213/305)
213화. 살기 가득한 만남 (1)
백승한은 멀어지는 임희연을 보다가 신우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제가 대표님 어머님과 대화 중이시던 걸 방해한 듯싶군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얼마 전에 BF 인터내셔널과의 계약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오큘러스 펀드와의 일이 잘 진행되어서 다행이네요.”
화두를 빠르게 돌렸다.
물론 그 일들은 전부 신우의 계획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별개의 기업끼리 엮인 일이기에 신우와 동료들이 아닌 이상 알지 못했다.
“천운이 따라줬죠. 그래도 MH퓨처시큐리티의 투자가 아니었다면 정말 위험했습니다.”
“이번 중국의 청우에너지 쪽 희토류 낙찰에 참여하신다죠?”
“그 소식을 벌써 들으셨습니까?”
깜짝 놀란 백승한의 반응에 신우는 살짝 미소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맞은편의 백승한과 백진한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빤히 쳐다보았다.
“최근 청우그룹과도 일을 진행하던 터라 이런저런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투자한 입장에서 BF 인터내셔널 쪽의 호재는 저희가 감수할 리스크가 감소한다는 의미이니까요.”
“꼭 낙찰을 성공시켜야겠군요.”
“BF에서 잘하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신우에게 BF 인터내셔널의 안정화는 친부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백승한은 안도가 섞인 탄식을 깊게 내뱉었다.
“기대에 부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물론 부흥해주신 만큼 MH퓨처시큐리티는 계속해서 투자를 진행할 거고요.”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두 사람 쪽으로 또 다른 사람들이 걸어왔다.
MH퓨처시큐리티의 재무이사 주호연과 재무부장 백주선이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주호연의 인사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오신 겁니까?”
“운영2실의 미국 쪽 투자금 지급 검토를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그거라면 다음 주 안으로 끝내도 됐을 텐데요.”
“1차 검토만 끝낸 겁니다. 차주 2차 검토를 진행하면 그렇게 될 겁니다.”
MH퓨처시큐리티 재무이사가 된 주호연은 광호에 있을 때와 똑같이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다. 더불어 자료 증빙이 부족한 계획서는 올린 사람이 누구든 칼같이 쳐냈다.
신우가 바라던 최고의 금고지기가 되어준 것이다.
“주 이사님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죠. 그런데 백주선 부장님도 오셨군요.”
“저희 아버지가 BF 인터내셔널 재무이사시거든요. 원래 어머니가 오셨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이런 자리를 안 좋아하셔서 제가 대신 왔어요.”
“그러셨군요.”
신우의 대답 끝에 백주선은 급히 물음을 던졌다.
“혹시… 아까 이야기 나누시던 분이 대표님 어머님 되시나요?”
임희연도 신우처럼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춘 적이 거의 없다 보니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일단 그렇습니다.”
“아…….”
“왜 그러시죠?”
“어디서 뵈었던 분 같아서요.”
“기업 회계 쪽에 계시니 오고 가다 보셨을 수도 있겠죠.”
백주선은 긴가민가해하며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흐음…….”
“좋은 시간 보내세요. 저는 인사드릴 분들이 많아서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신우는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그사이 백주선은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임희연의 모습을 힐끗 쳐다봤다.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뭘 그렇게까지 고민해?”
주호연의 물음에도 백주선은 머리를 계속해서 굴려댔다.
“아―! 어디서 봤는지 기억났어!”
“어딘데?”
“서울가족공원 평안당! 작년에 거기서 봤어!”
백주선의 외침에 옆에서 듣고 있던 그녀의 아버지, 백진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안당이면… 정훈이가 있는 곳?”
미국에서의 사고로 사망한 백정훈의 납골함을 안치시켜 둔 장소였다.
“맞아요. 정훈 오빠 기일에 거기 화장실에서 봤어요.”
“…그래?”
백주선만 봤던 거라 다른 이들은 의문만 가질 수밖에 없었다.
파티는 이어져갔다. 그러다 초대받은 이들이 웬만큼 들어오자 파티를 주관한 QA그룹의 관계자가 나와 진행을 시작했다.
* * *
밤이 늦어가는 시각.
구로기계공구상가 B동 옥상 주차장 한쪽에서는 국정원 경제안보국장인 민영만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던 중에 차 한 대가 근처까지 와서 세워졌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안덕칠이었다.
안덕칠은 QA그룹 창립 60주년 기념 파티에 참석한 곽치영의 경호에서 빠진 틈을 타서 이곳에 온 것이다.
“빨리 다니지 못하나?”
고개를 돌린 민영만의 재촉에 안덕칠은 표정이 자동으로 구겨졌다.
“거기서 몰래 빠져나오기가 쉬운 줄 아나?”
“곽치영도 없었으니 평소보다는 수월했을 테지.”
“그럼 직접 해보지.”
불만 가득한 그의 반문에 민영만의 표정도 싸늘해졌다.
“됐고. TSF 내부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중인 거지? 갑자기 곽치영의 밑에 새로 등장한 인원들은 뭐고?”
민영만은 동렬비격도와 TSF가 연관된 것까지만 자료로 보고받았다. 그 외 사항은 안덕칠이 쉽게 움직이지 못해서 오늘에서야 만나 들으려던 것이다.
“일단 위험한 녀석들이라는 건 확실해.”
“신상 정보는?”
“얼굴이나 이름은 이미 알 텐데, 국정원에서 그것도 파악하지 못했나?”
얼굴이 더욱 구겨진 민영만은 안덕칠을 노려봤다.
“누가 그걸 몰라서 묻겠나?”
“하아―! 일단 요주의 인물은 셋. 오재성, 로사 테일러, 유진 슈와르츠.”
“그리고?”
“오재성은 오한성의 형이고, 유진 슈와르츠와 같이 BLACK 등급 용병이야.”
이에 민영만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자 한숨을 내쉰 안덕칠이 설명을 이어갔다.
“로사 테일러는 대외적으로 WHITE. 그리고 TSF 프랑스 지사장인 바스티안 마션을 죽인 게 그 여자야.”
“…뭐? 로사 테일러는 바스티안 마션의 비서가 아니었나?”
국정원에서 파악한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이상한 상황이 튀어나오니 민영만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도 자세한 것까지는 몰라. 대신 곽치영도 그 여자를 대할 때 조심스러운 걸 봐서는 결코 낮은 위치가 아닌 건 확실해.”
“곽치영도 신경 쓰는 인물이라… 그 외의 다른 정보는 더 없나? 요즘 바뀐 동향이나, 며칠 전에 TSF 본사에도 다녀왔잖아.”
안덕칠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서는 1층 로비에서 대기만 했수. 이동 중에 중요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없고.”
“TSF 본사 외에 다른 일정은 없었고?”
“그런 건 없었고, 중국 지사장도 참석했다는 정도?”
특별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러다 민영만은 다른 걸 떠올렸다.
“블랙홀에 관한 정보는 없나? TSF에서도 추적 중이잖아.”
이번 물음에 안덕칠은 목을 가다듬었다.
“크음―! 그 정보까지는 맨입으로 드리기 좀 뭣한데.”
대가를 바라는 것이었다.
민영만은 눈썹을 씰룩이면서 안덕칠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런 식으로 해서 너한테 좋을 것이 없지 않나. 지금도 언제든 감옥에 처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 텐데.”
현재 안덕칠은 국내에서만 수차례 폭행과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였다. 그걸 국정원 경제안보국에서 조작해 해결사로 부려 먹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협박에도 안덕칠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직 내가 해줄 일이 많지 않나? 정말 괜찮겠어? 물론 내가 감옥에 간다고 해서 조용히 잡혀줄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다른 곳도 아니고 국정원이었다. 지금까지 안덕칠의 범죄를 숨겨준 것처럼 거꾸로 처리할 능력은 충분히 되었다.
“정말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잡아가 보시든가. 뭐, 그렇게 하면 TSF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틀어질지 궁금하긴 하네.”
안덕칠도 지난번 별장에서 곽치영과 반상원이 만났을 때 같이 있었다. 당시 대화까지는 듣지 못했지만, 그들 사이에 뭔가 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으니 자신만만했다.
“…결국 이딴 식으로 나오겠다는 건가?”
“내가 프랑스에서 살아 돌아왔을 때부터 짐작할 수 있던 거 아닌가?”
순간 민영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말처럼 프랑스에서 문제가 터지자 국정원도 안덕칠이 죽었거나 도망쳤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안덕칠은 살아 돌아와 국정원에 TSF Investment와 666부대의 정보까지 넘겼다.
다른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했지만, 당장 국정원은 정보를 받는 걸 선택했다. 그만큼 안덕칠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결정한 것이다.
“원하는 것이 뭐지?”
“뭐겠어?”
안덕칠은 어둠 속에서 손을 내밀어 엄지와 검지를 비벼 보였다.
민영만은 그가 원하는 것이 돈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말인가?”
“사용에 문제가 없는 해외 차명 계좌로 20억.”
동시에 민영만의 표정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진짜 미쳤나?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듣기 싫으면 말고. 그 정보야 국정원이 아니더라도 사줄 곳이 더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지나간 겨울이 다시 찾아온 것처럼 차가워져만 갔다.
하지만 국정원에게 안덕칠은 그동안 뚫지 못했던 TSF에 꽂힌 유일한 정보 창구였다.
“그 정보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진 모르는 일이니 당장 20억이나 약속할 수는 없어.”
이에 안덕칠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면서 떡밥을 던졌다.
“블랙홀과 연관되었으면서 TSF가 적대 세력으로 정한 곳이 있는데도 말인가?”
“적대 세력?”
지금까지 국정원이 파악한 TSF Investment는 겉으로만 투자전문회사일 뿐, 속은 온갖 기업 비리로 얼룩진 경제계의 기생충이었다.
거기다 동렬비격도를 통해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살인 병기를 만들어온 정황까지 발견되었다.
하지만 TSF의 세력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인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다 내부의 입장은 국민의 혼란을 야기한다며 비밀리에 조사를 진행하는 것뿐이었다.
당장의 이권을 떠나 국정원도 TSF를 압박할 수단이 쉽게 잡히지 않으니 답답했다.
“어떻게, 듣고 싶으면 제대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안덕칠의 손가락이 천박하게 비벼졌다.
그 모습에 민영만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히 말을 꺼냈다.
“절반인 5억. 그 이상은 안 돼. 물론 선금 2억, 나머지는 네가 한국을 뜰 때 지급하지.”
이번에는 안덕칠의 표정이 구겨졌다.
“어허, 이거 왜 이러실까? 국정원에서 삥땅 치는 자금 많잖아. 내가 줄 정보는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
“왜 그렇게나 확신하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않나. 그리고 네 위치를 생각해야지. 돈을 준다고 한들, 그걸 평생 쓸 영치금으로 가져갈 생각은 아니잖아.”
민영만이 예상보다 강수로 나오자 안덕칠은 잠시 고민하고서 말했다.
“쯧! 더러워서 해먹겠나. Ok. 내가 너무 밑지는 거지만, 일단 2억 받지. 언제까지 줄 수 있는데? 정보도 그때 넘겨주지.”
“지금 장난하나? 오늘도 겨우 나온 거라면서, 우리가 뭘 믿고 돈을 주지?”
“여태까지 믿었으면 계속 믿어야지. 뭘 어쩌겠어?”
“…기다려봐.”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진 민영만은 한숨을 내쉬고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메시지 하나가 안덕칠의 핸드폰에 도착했다.
“차명으로 된 홍콩퍼스널뱅크 스텔스 계좌다. 조회해봐.”
“오호∼!”
신난 안덕칠은 핸드폰으로 메시지에 적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확인해봤다.
【HONGKONG Personal Bank】
【잔액 : 1,200,000 (HKD)】
“2억이 조금 넘는 돈이다. 그러니 숨기는 없이 제대로 뱉어내야 할 거야.”
민영만의 살기 어린 말투에도 안덕칠은 계속 실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