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14)
전직용병 재벌서자-214화(214/305)
214화. 살기 가득한 만남 (2)
잔액 확인을 마친 안덕칠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사이에도 민영만은 눈빛으로 계속 재촉했다.
“급하시긴.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세게 부를 걸 그랬나? 조금 아깝기도 하고.”
“아까도 말했지만, 그걸 영치금으로 쓰고 싶지 않다면 빨리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았다고. 일단 정확한 정체는 몰라. 그래서 TSF에서는 놈들을 허미트라고 부르기로 했다던데.”
“…허미트? 은둔자를 의미하는 건가?”
문장을 줄인 것일지도 몰랐기에 물은 것이다.
“딱히 다른 의미는 없는 걸로 알아. TSF에서도 정체를 몰라서 그런 거겠지.”
“허미트라… 그럼 허미트라는 곳과 블랙홀이 연결되어 있다는 건가?”
“거기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허미트라는 곳이 백신우란 사람이랑 연관되었다고 말하던데.”
갑자기 나온 그 이름에 민영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백신우? MH퓨처시큐리티의 그 백신우를 말하는 건가?”
“맞아. 그리고…….”
안덕칠은 말을 이어가다가 멈췄다.
그런 행동에 짜증이 치솟은 민영만이 그를 노려봤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다음 정보의 유용성을 생각하면 선금 2억으로 부족한 거 같아서 말이야. 듣기 싫으면 말고.”
민영만은 한숨을 흘리면서 아까 보내준 계좌로 1억을 더 넣었다.
“하아… 이제 됐나?”
“나쁘지 않네. 내가 한국 지사 쪽 666부대의 내부 자료에 접근할 기회가 생겨서 찾아보니, 백신우를 노렸다가 몇 차례 실패했어.”
“TSF에서 백신우를 노렸다고? 설마 죽이려고 했다는 건가?”
“맞아.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했던 거 같던데. 실제로 그런 사고가 있지 않았나?”
국정원에서도 백신우를 파악하다가 그 사고를 알게 됐다. 신원 불명의 인물들에게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죽을 뻔했다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배후에 TSF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민영만은 믿기지 않았다.
“거기서 백신우를 왜?”
“나도 그것까지는 모르지. 666부대라는 곳이 까라면 이유 불문하고 까는 곳이잖아.”
“하지만 지금은 TSF에서 백신우에게 접근하는 것 같던데.”
“그것도 맞긴 하지.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네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들 뭘 어쩌겠나. …아무튼 TSF에서 목숨을 노렸던 백신우에게 다시 접촉 중이라니. 나쁘지 않은 정보군. 그런데 거기까지가 끝인가? 정보료에 비해 부족한 듯싶은데.”
민영만의 반문에 안덕칠은 더욱 실실거렸다.
“그럴 리가 있나. 비격도가 왜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았나?”
당시 상황에서 안덕칠이 전했던 것은 동렬비격도가 666부대의 캠프라는 것과 누군가에 의해 괴멸되었다는 내용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됐던 거지?”
“그곳에 침입자가 있었지. 파악된 수는 최소 다섯. 신원은 몰라. 하지만 그 수로 서른이 넘는 캠프 소속 훈련병들과 곽치영, 바스티안 휘하의 666부대원들을 전부 죽였어.”
“…고작 다섯?”
국정원에서 파악한 동렬비격도의 비밀 캠프 상황은 참담했다. 그 안에서 죽은 사람의 수만 수십 명… 총기와 칼로 부족해서 맨손에 죽은 시신도 발견되었다.
폭발까지 있었다 보니 보고서를 확인한 후 전쟁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한 적의 숫자가 다섯이라고 듣자마자 더욱 믿기 어려워졌다.
“나도 마지막에 물러나지 않았다면 거기서 죽었을지도 몰랐을 정도니까. 게다가 바다에서도 추격해왔거든.”
“추격?”
“놈들 중 미친 저격수가 있었어. 총기 모델은 모르겠지만 7.62㎜ 탄환을 사용하는 저격용 소총으로 엔진 샤프트를 박살냈다고 하던데.”
“거리는?”
“대략 100m 정도.”
민영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시 그들의 위치는 육지가 아닌 바다 위였기 때문이다. 기상 상황도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파도가 상당했다. 그런 조건에서 정확히 엔진 샤프트를 맞추기란 기술보다 기예에 가까웠다.
“미쳤군…….”
“거기서 로사 테일러가 포섭해둔 해군 고속정과 해양경찰대 순찰정을 불러놓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잡혀서 죽었겠지.”
“허어…….”
그의 감탄사와 함께 안덕칠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소름이 돋았는지 몸을 떨어댔다.
“진짜 무시무시한 놈들이야. 옷에는 무슨 짓을 했는지 소총으로 갈겨대는데도 멀쩡하더라니까.”
이번 설명에 민영만은 더욱 놀랐다.
“멀쩡했다고? 빗맞은 게 아니고?”
“집중 사격을 당했는걸. 전신에 방탄복을 둘러도 그게 가능한가? 다른 녀석들이 케블라 아머 같은 걸 입었다고 말하던데.”
“케블라 아머? 하지만 그건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닐 텐데… 상용화된 것도 아니고.”
케블라는 강도와 경도 문제 때문에 조끼면 모를까 전투복 자체로 제작되기가 까다로웠다. 그런데 지금 안덕칠의 말을 들어보면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면, 그걸로 추적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누가 그걸 모르나? 그보다 TSF에서는 그것에 대해 말이 없고?”
“거기서도 찾지 못하니 허미트란 이름까지 붙였겠지.”
민영만은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다.
“하긴… 케블라 아머에 666부대를 전멸시킨 전투 요원들이라. 그 외에 다른 특이점은 없었나?”
이번 물음에 안덕칠은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구겼다.
“…스트랭글러.”
“로프나 와이어를 사용하는 놈이 있었나?”
“와이어. 게다가 전투 실력도 상당한 녀석이지. 비격도에서 상황을 봤을 때 놈이 지휘하는 듯했고. 게다가 놈은 배성물산의 일로 날 병원 신세 지도록 만들었지.”
동시에 민영만은 깜짝 놀랐다.
“배성물산? 배성물산 게이트 때 수첩을 가져갔다던 그놈?!”
“맞아.”
계속해서 놀랄 일만 터지자 민명만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면, 그 일도 허미트란 곳이 배후였다는 것이군. 일단 정보는 거기까지인가? 더 있다면 빨리 말하지.”
“더는 없어.”
“그럼 다음에 정보를 더 얻으면 연락하지.”
대화를 마친 민영만은 곧장 뒤쪽에 세워둔 차로 걸어가 올라탔다. 곧장 반상원을 찾아가 방금 들은 사항들을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안덕칠은 주머니에서 꺼내든 담배에 불을 붙이고서 긴 연기를 뿜어냈다.
* * *
다음 날.
어제 진행된 QA그룹 창립 60주년 기념 파티는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신우는 여러 사람에게 치이면서 생긴 피로를 뒤로하고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러다 운영0실 사무실로 들어가서 업무를 준비하던 장만수가 옆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대장! 대장!”
“아침부터 무슨 일 있어?”
“안덕칠 핸드폰을 해킹해놨던 게 건수를 잡았네.”
“워싱턴 공항에서 릴리안이 심어둔 거?”
미국 출장 때 곽치영이 TSF 본사로 간다는 걸 알아챘다. 그와 동시에 릴리안은 헥터와 함께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날아갔고, 변장한 후 안덕칠과 부딪치며 원격 장치로 핸드폰에 악성 코드를 심어두었다.
하지만 안덕칠이 TSF 본사에서 1층 로비를 벗어나지 않아 쓸모가 없었다. 그 외에도 곽치영의 옆에 있을 때는 핸드폰을 꺼두는 것인지 마땅한 것을 잡아내지 못했다.
“맞아. 그거.”
“아직도 안 들켰어?”
“안덕칠이 제대로 숨기고 다니나봐.”
“어떤 내용을 도청한 건데?”
“워딩 프로그램으로 변환했어.”
장만수는 대표 사무실에 들어올 때부터 손에 쥐고 있던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걸 확인한 신우는 어이가 없어졌다.
“민영만에게 TSF에서 알아낸 정보를 팔고 있었네. 길로틴이 이딴 짓거리나 하고 있을 줄이야.”
“간덩이가 부은 거지. 그리고 덕분에 민영만의 핸드폰까지 해킹이 가능했어.”
“LEUCO 바이러스로로?”
“정확히는 마이크로 피싱 기술이란 거지. 해킹된 핸드폰 주위에 다른 핸드폰도 감염시키는 장만수 특제 프로그램.”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의 행동에 신우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뭘 더 알아냈는데?”
“지금까지 못 찾았던 경제안보국 위치.”
장만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태블릿의 화면을 바꿔서 보여주었다. 국정원이 있는 서초구 지도에서 북쪽으로 5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빨간 표시가 되어 있었다.
“여긴 재개발 예정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던 구역이잖아.”
“거기로 신호가 잡혔어. 그래서 오늘 중으로 털어버릴까 하는데. 대장 생각은 어때?”
“러시아 쪽 상황은 어때?”
그런 신우의 물음에 장만수는 징그러운 웃음을 보였다.
“국정원에서 러시아 유즈니섬으로 움직인 요원들의 동향을 SVR에 흘려놨어. 몇 명은 적발된 상태니까 조만간 뒤집힐 거야.”
“그 일로 구석에 몰릴 타이밍에 털자. 그 정도는 돼야 반상원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될 테니까.”
“데미지를 최대치로 말이지? Ok.”
똑똑―
그때 문이 두드려지더니 장진호가 들어왔다.
“대표님. TSF Investment의 곽치영 지사장이 찾아왔습니다.”
어제 봤던 사람이 하루가 지나서 바로 찾아온 것이다.
“연락 좀 하고서 올 것이지.”
“난 먼저 가본다.”
장만수가 옆 사무실로 돌아가자 신우는 장진호를 바라보았다.
“올려보내라고 해.”
얼마 지나지 않아 곽치영은 로사 테일러와 666부대원들을 경호원처럼 이끌고서 대표 사무실 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안에는 곽치영과 로사 테일러만이 들어왔다.
“이렇게 빨리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급한 사람이 먼저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오늘 방문은 어쩐 일이실까요? 이렇게 연락도 없이 오신 만큼 중요한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부러 심기를 건드리는 말투에 곽치영은 살짝 미소 지었다.
“오늘 이 자리는 하르파스 인터스트리를 대신해서 온 겁니다. 노스월 쪽과의 계약에 대해 알아보니 독점은 아니더군요. 이에 오큘러스 펀드의 군사기술 에이전시인 MH퓨처시큐리티를 통해 기술 특허 제휴를 저희가 중개하고 싶습니다.”
“제가 노스월 계약서에 사인한 만년필 잉크가 이제 막 말랐을 것 같은데, 꽤나 신속하게 제안을 던져주시네요.”
상당히 공격적인 제안이기도 했다.
이에 곽치영의 눈짓으로 로사 테일러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 안에는 TSF Investment가 파악한 오큘러스 펀드 소유의 군사기술 특허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기술 특허 제휴에 대한 수수료는 노스월보다 10% 높게 책정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상용화에 따른 기대 수익이 최소 10조 원 이상이 될 테니, MH퓨처시큐리티가 에이전시 수수료를 얼마나 받는지는 몰라도 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익 포트폴리오까지 전부 짜놓고서 말하고 있었다.
신우는 그런 내용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 노스월과의 계약이 흘러나온 시점부터 지금까지 꽤나 빠듯했을 것임에도 탄탄하게 준비한 듯했다.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네요.”
“MH퓨처시큐리티와 오큘러스 펀드가 최대한 만족할 수 있을 방안을 마련해본 겁니다.”
자신만만한 그의 대답에 신우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내용의 기술 특허들은 저희가 보유한 에이전시 포트폴리오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들인데, 용케 확보하셨군요. EPO(유럽특허청) 쪽으로 인맥이 상당하신가 봅니다.”
“저희 TSF가 세계적인 투자 기업인 만큼 영향력도 적지 않으니 그렇습니다.”
“하면, 그쪽에서 직접 오큘러스 펀드와 접촉하는 것도 방법이었지 않습니까?”
곽치영을 떠나 TSF 본사가 직접 움직일 수도 있었다.
물론 그들도 모르지 않을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