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15)
전직용병 재벌서자-215화(215/305)
215화. 살기 가득한 만남 (3)
잠시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곽치영은 신우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러지 않았겠죠. 아시다시피 오큘러스 펀드는 얼마 전까지 전담 매니저나 지부장들을 통해서만 접촉 가능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그쪽으로도 알아보았지만, 담당자가 관계자 외에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습니다.”
“오큘러스 펀드에서 그 정도로 철저할 줄은 몰랐네요.”
살짝 심기를 건드리는 말 때문인지 곽치영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신우는 그런 표정 변화를 보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모른다고 하시기에는 MH퓨처시큐리티와 오큘러스 펀드는 이미 손을 잡지 않았습니까. 그 경유도 궁금한데,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큘러스 펀드에서 먼저 제안해온 일이었어요. 손을 잡아도 나쁠 것이 전혀 없는 조건이었고요.”
“먼저 연락해왔다는 걸까요?”
“맞습니다.”
그동안 곽치영도 모나코에 있는 오큘러스 펀드 본사에 연락을 넣어봤지만 만남이 어렵다는 답변만 받아왔다.
즉, 오큘러스 펀드가 선택한 곳이랑만 일을 진행한다는 의미였다.
“괜찮다면 백 대표님께서 오큘러스 펀드와의 만남을 주선해주실 수 있습니까?”
“저도 거기까지는 어렵고, 아시아 지부장 타일러 차라는 분의 연락처를 드릴 수 있습니다.”
외국식 이름은 타일러 차, 한국에서 쓰였던 이름은 차경수.
그건 곽치영 쪽에서도 BF 인터내셔널과 접촉한 오큘러스 펀드의 담당자라는 걸 파악해뒀다.
하지만 직후 한국에서 나가자마자 추적되지 않아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일단 그것만으로 만족해야겠군요. 하면, 아까 드린 제안은 어떻습니까? MH퓨처시큐리티 측에서도 충분히 만족하실 만한 조건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저희는 에이전시 업무를 도맡았을 뿐, 결정권까지 가진 건 아닙니다. 일단 오큘러스 펀드에 제안서를 넣어봐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대답에 곽치영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가능하다면 백신우 대표님이 힘을 좀 써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곽치영이 아무것도 없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이에 신우는 그를 빤히 쳐다보고서 무거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어렵겠습니다.”
칼 같은 거절에 곽치영은 예상했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요즘 러시아가 시끄럽다는 걸 아십니까?”
“…그런가요?”
“자세히 알아보니 러시아 SVR 쪽으로 대한민국 국방부의 UAD 프로젝트 자료가 들어갔다더군요. 그로 인해 정보조직 간에 마찰이 생겼다고 합니다.”
신우는 반상원이 직접 찾아왔을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습니까?”
“얼마 전 국정원에서 방문이 있었죠. 그걸로 이제부터 뻔한 문답이 오고 갈 듯싶으니 바로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담담한 신우의 대답에 곽치영은 서늘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조사를 통해 UAD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물이 백신우 대표님이라는 것이 암암리 드러났습니다. 그 정보까지 SVR로 넘어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테고요.”
절대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말았어야 할 UAD 프로젝트의 내용은 조각난 상태로도 큰 여파를 몰고 왔다.
그럼에도 신우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은 채 차분히 대답했다.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일까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든 구차하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곽치영의 미소가 짙어졌다.
“UAD 프로젝트가 공론화된다면 문제가 작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 TSF Investment는 그걸 잡음 없이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어떠십니까?”
“얼마 전에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던 것이 떠오르네요.”
“무슨 제안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TSF의 도로시 맥다니엘 중국 지사장께서 MH전자와 관련된 LAOJIA 일을 마무리해주신다고 하더니 애매하게 넘어가버렸거든요.”
신우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자 곽치영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중국 지사장이 무리한 조건을 달았나 보군요.”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장은 크게 신뢰하기가 어렵겠네요.”
“제가 진행하는 건 다를 겁니다.”
“아니요. 저는 지금 TSF 내부 문제를 말하는 겁니다. MH전자 특허 유출 사건에 대해 조사하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거든요.”
그렇게 말한 신우는 책상에서 자신의 태블릿을 가져와 내밀었다.
화면에는 지난 MH전자 사건을 일으킨 기술 연구 책임자인 안동원과 한 남자가 같이 찍힌 사진이 떠 있었다.
그걸 확인한 곽치영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연구 책임자였던 안동원과 같이 있는 남자는 나선휘. 얼마 전까지 곽치영 지사장님 밑에 있던 사람이지 않습니까? 참고로 이 사진은 안동원의 도주 경로였던 스위스 취리히 공항 인근에서 찍힌 겁니다.”
예전에 연구원 안동원과 디자인 팀장 고석주를 추적하며 찾아낸 증거였다. 물론 그 과정에는 장만수의 LEUCO와 추적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일부러 써먹지 않고서 계속 묵혀두었다.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완벽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대신 얼마나 오래 숨길 수 있느냐만 있겠죠.”
“그렇다면 왜 LAOJIA와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시지 않은 겁니까?”
사건과 연결된 배후를 밝히기만 해도 몇 배는 빠르고 수월하게 마무리되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신우는 수개월이 넘도록 숨기고 있다가 지금 꺼낸 것이다.
“시기를 보던 차에 나선휘라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쪽에서 숨기신 거 아닙니까?”
사실은 고작 그 정도의 일로 TSF를 사건과 연결시키기에 규모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 써먹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런 신우의 반문에 곽치영은 잠시 고민했다.
“다행이라고 볼 상황은 아니군요. LAOJIA의 일이 마무리되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신뢰를 말하기 어려운 패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제 입장으로는 뭘 제안한다고 해도 믿기 어렵겠죠.”
“하지만 앞으로 백 대표님의 입장이 곤란해질 건 바뀌지 않을 텐데요.”
결국 곽치영에게 남은 건 협박이었다.
그 모습에 신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서 말했다.
“당장 결정하기에는…….”
똑똑―
말하던 중에 노크 소리가 울리며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한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지사장님. 중요하게 전달드릴 사항이 생겼습니다.”
이에 곽치영은 신우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그를 가까이 불렀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오한성은 귓속말로 조용히 뭔가를 전달했다. 그 말을 듣던 곽치영의 표정이 시베리아 벌판처럼 새하얗게 질려갔다.
“그게 정말이야?”
“방금 연락으로 전달된 내용입니다. 일단 회사로 들어가서 자세한 상황을 확인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겠군. 이만 실례해야 할 듯싶습니다.”
“…그러시든가요.”
신우는 그들이 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곽치영은 계속 조용히 있던 로사 테일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
.
.
같은 시각.
국정원 4차장 반상원은 원장인 정세훈의 호출을 받아 본원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침묵이 흐르다가 정세훈은 맞은편에 착석한 반상원을 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대체 반 차장은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겁니까?”
반상원도 자신이 왜 호출받아 왔는지 짐작했기에 당장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에 정세훈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금 인터폴과 CIA로 모자라, 러시아 SVR에서도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압니까?!”
“…….”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1차장인 김원식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원장님.”
“잘 왔어요. 일단 앉죠.”
김원식은 반상원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원장인 정세훈이 한숨을 내쉬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나한테 언질은 둘째 치고, 1차장의 승인도 없이 러시아 쪽 요원들을 무단으로 움직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그것 때문에 SVR이 난리를 치는 건 어떻고요.”
반상원은 그 말을 들으며 침음을 삼켰다. 러시아 유즈니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움직인 요원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세훈이 반상원의 뒤를 밀어준다고 해도, 차장들의 권한을 침범한 일까지 덮어주기는 어려웠다.
“…급하게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어서 불가피했습니다.”
그런 설명에 1차장 김원식이 입을 뗐다.
“아무리 급해도 절차는 따라야죠. 제가 그 일로 얼마나 난처해졌는지 아십니까?”
“충분히 압니다.”
“그럼 대체 이유가 뭡니까?”
러시아 유즈니섬에 관한 정보는 아직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 물론 러시아 내부에서도 함부로 말할 정보가 아니었기에 함구한 상태였다.
거기다 해당 정보는 경제안보국 보안용 유동 IP가 걸쳐 있어서 함부로 말할 사항도 못 되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걸 전부 숨긴 채 넘어가기는 어려웠다.
이에 반상원이 설명하려던 찰나, 가운데 앉아 있던 정세훈이 먼저 외쳤다.
“러시아 쪽의 예민한 정보가 우리 국정원을 거쳐서 나갔기 때문이지 않나.”
그 순간 반상원은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내가 언제까지 모를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게다가 정보가 거친 곳이 경제안보국이던데, 그 이유는 설명할 수 있겠지요.”
“…그건 잘못 알고 계십니다. 해당 정보를 뿌린 쪽에서 혼선을 주기 위해 우리 쪽 IP를 사용한 겁니다. 애초에 우리는 그런 정보를 알고 있지도 않았고요.”
정세훈의 표정은 더욱 험악하게 구겨졌다.
“하면, 처음부터 보고를 올리고서 움직여도 되었을 문제 아닙니까. 왜 멋대로 행동해서 이런 일이 생기도록 한 거죠? 제가 이러라고 반 차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
난감해진 반상원이 대답하지 못하자 정세훈은 계속 말을 이었다.
“가뜩이나 UAD 프로젝트 문제로 청와대를 압박하던 중이었는데, 이걸로 국정원이 얼마나 난처해졌는지 압니까?!”
동시에 반상원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국정원은 국방부에서 벌인 UAD 프로젝트를 빌미로 청와대에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 더불어 러시아로 정보가 넘어가 국방부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까지 물리게 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던 상황이다.
최종적인 상황 정리는 반상원이 나서서 러시아와 해결한다고 했으니, 적당히 목줄로서 붙잡고 있으면 될 일이었다.
“…설마, 청와대에서도 이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겁니까?”
“그럼 모를 거라고 생각합니까? UAD 프로젝트 자료가 러시아로 들어가서 난리인 마당에, 이런 일을 벌이면 어쩌자는 겁니까?!”
거기다 경제안보국의 보안용 IP가 러시아 정보 유출 라인에 끼어 있었다.
제대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감당하지 못할 역풍을 맞게 될 것이었다.
“청와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뭘 뭐라고 합니까.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는다고 하지요!”
“하지만 UAD 프로젝트 건으로 청와대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겁니다. 러시아도 당장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요.”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정세훈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그리고 잠시 조용히 듣고 있던 1차장 김원식이 손에 든 자료를 앞에 내려놓았다.
“방금 확인된 보고 사항입니다. 유즈니섬에서 핵미사일 연구를 진행 중이라더군요.”
“…핵이요? 러시아 정부가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겁니까?”
이에 김원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러시아 정부도 모르고 있던 사항이었답니다. 일단 파악된 바로는 과거 소련 정부 출신의 세력과 SVR 몇몇 간부들이 결탁해 일을 벌인 것 같다고 합니다.”
“하면, 그 정보가 지금 어디까지 흘러나온 겁니까?”
그런 반상원의 물음에 김원식의 표정은 더욱 서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