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16)
전직용병 재벌서자-216화(216/305)
216화. 뒤통수가 그것뿐일까? (1)
국정원장 사무실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김원식은 반상원과 정세훈을 번갈아 보고서 계속 설명해 나갔다.
“출처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 하지만 이번 정보로 청와대는 러시아와 UAD 프로젝트 일을 덮으려는 것도 있는 듯합니다.”
동시에 반상원은 사색이 되었다.
“그걸 덮다니요?”
이번에는 국정원장인 정세훈이 말을 받았다.
“조만간 청와대는 이번 일로 러시아 쪽과 만나 문제를 정리할 듯싶습니다.”
정세훈도 김원식이 미리 보낸 보고서 내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반상원은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UAD 프로젝트를 이용한 압박은 반상원이 곽치영과 손을 잡아 청와대와 백신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게 엎어진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테니 꼭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건 관계가 없지 않습니까.”
“누가 그걸 모릅니까? 게다가 이번 일로 국정원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단 말입니다. 그러니 더는 UAD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하지 말길 바랍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결탁해서 우리 국정원도 모르게 벌인 작전들입니다. 이 상황도 그 정보가 새어 나감으로써 러시아와 문제가 생긴 것이지……!”
탁―
정세훈은 소파 팔걸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만―!”
“어떻게 그만합니까! 국방부의 과실로 흘러 나간 UAD 정보가 러시아 건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작전들과 연관된 다른 정부에서 이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금 상황을 반상원은 놓칠 수 없었다.
물론 정세훈도 아깝긴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완전한 자료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저희가 확보한 자료에서나 그런 것이고요. 다른 곳의 자료가……!”
“그만하시라고 했습니다! 이미 러시아 유즈니섬에 관한 정보가 우리 국정원을 통해 새어 나간 것이 공공연하게 퍼지는 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습니까?”
“하지만…….”
정세훈은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반상원을 노려보았다.
“이미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처음부터 완전하지도 않은 자료로 밀어붙이기 어려웠던 사항이니 말입니다. 더 말하기도 입 아프니 이만 나가보시죠.”
그렇게 말을 끝낸 정세훈의 손이 파닥이며 문을 가리켰다.
반상원은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내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잠시 복도에 서서 한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우웅― 우우웅―
주머니에서 울린 진동에 반상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경제안보국장 민영만에게서 온 전화였다.
“말하지.”
[차장님! 큰일났습니다.]다급한 민영만의 목소리에 반상원은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나.”
[안보국 서버가 공격당해서 엉망이 됐습니다.]“…뭐? 그게 무슨 말이야?”
[해킹이 있었습니다. 물론 최대한 방어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반상원은 소리를 지르려다가 국정원장실 복도 앞이란 걸 알아채고서 급히 비상계단으로 들어갔다.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나? 설마, 전부 삭제된 건가?”
[지워진 건 아닙니다.]“그게 아니라면―! 아니야. 지금 당장 갈 테니 기다려.”
반상원은 그렇게 밑으로 내려가 본원 뒷산의 비밀통로를 이용해 경제안보국 위장용 건물에 도착했다.
상황실로 들어서자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거지? 아직도 해킹 시도 중인 건가?”
그런 물음과 함께 한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민영만이 반상원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미 도망쳤고, IP 추적 중입니다. 그리고 상황은…….”
민영만이 말꼬리를 흐리자 반상원은 더욱 답답해졌다.
“빨리 말하지 못하겠나―!”
“파일들이… 전부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서버 내 저장되어 있던 모든 파일의 내용이 뒤섞이고 오염되었습니다.”
이에 반상원은 빠르게 바뀌던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았다.
“어디로, 어떻게 침입한 거지? 누가 접속 락을 해제한 건가?”
경제안보국 서버는 외부에서 절대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온라인 작업은 서버와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컴퓨터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락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접속할 수 없었다.
물론 해당 사항은 경제안보국에서 금지 사항이기 때문에 스파이가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했다.
“…외부 작업자에게 넘어온 위장용 파일에 당했습니다.”
“위장용 파일? 작업자?”
경제안보국의 외부 정보는 예전부터 포섭해둔 해커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번 일도 작업자에게 넘겨받았던 파일 하나로 발생된 것이었다.
“포항의 다크핸더였습니다. 지금은 그쪽 대학에서 기업과 제휴한 기술 연구 감사를 맡고 있는데, 방금 확인해보니 그 자료를 보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다크핸더로 위장해서 보냈다고? 내부에서는 그것도 확인하지 않고서 문을 열어줬나?”
“전부 확인했습니다. 다크핸더의 IP와 코드 일치했기에 직원들이 서버로 자료를 옮겨놨던 겁니다.”
더 믿기지 않는 설명에 반상원은 어이가 없어졌다.
“하면, 누군가 다크핸더의 IP와 코드를 사용했다는 건데. 유출된 경로는 파악됐고?”
“따로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다크핸더의 말로는 유출될 경로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기도 했고 말입니다.”
반상원도 이런 문제가 처음이었기에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서버의 자료가 전부 오염됐다는 건가? 어떤 식으로 당한 거지? 설마 블랙홀인가?”
당장 경제안보국 서버를 뚫을 만한 실력자로 떠올릴 만한 해커 중 유일했다.
하지만 민영만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 요원에게 모니터 하나를 띄우라고 했다. 그러자 가운데 커다란 화면이 바뀌더니 알 하나와 그 주위를 감싼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파악된 소스를 확인해 오피온(Ophion)이라는 코드 네임을 발견했습니다. 그걸 활성화시키니 저 소스가 떠올랐고 말입니다.”
“오피온? 그건 뭐지?”
“그나마 남은 흔적입니다. 순식간에 서버를 장악한 실력만 본다면 최소 위자드급 해커 집단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상원은 막막한 상황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든 최대한 빨리 파악해.”
지금 상황에서 반상원도 UAD 프로젝트에 더 신경 쓰기가 어려웠다.
* * *
쾅―
TSF Investment 한국 지사 사무실에서는 테이블을 강하게 때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곽치영이 주먹으로 친 소리였다.
방금 반상원에게서 국정원이 UAD 프로젝트 사항에 손을 뗀다고 연락받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맞은편에서 지켜보던 로사 테일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곽 지사장님. 이만 진정하시죠.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로사 테일러의 입에서도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솔직히 나쁘지 않던 계획이 이렇게 어긋날 줄은 몰랐네요. 하필 러시아에서 핵미사일 기지를 숨겨놓고 있었을 줄이야…….”
연구소라는 말조차도 위장이었다. 실상은 유즈니섬 자체에 미사일 기지가 건설된 상태였던 것이다.
해당 건은 그들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사항이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구소련 정부 출신과 SVR 현역 간부가 결탁하여 일을 꾸몄다면 정보가 새어 나가기 어려울 만했을 겁니다. 그러니 현 러시아 정부도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거겠죠. 하지만 그 일로 청와대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모자라, 국정원은 되려 발목이 잡혀버렸으니…….”
지금 상황이라면 청와대를 이용해 UAD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백신우를 압박하기 어려워진다.
아니, 이미 어려워진 상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문제는 러시아의 핵미사일 연구소에 대한 정보가 어떻게 국정원 보안용 IP를 타고서 퍼져 나간 건지가 중요하겠죠. 그쪽에서는 여전히 파악이 안 된 건가요?”
“그렇다고 합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오한성이 들어왔다.
“지사장님. 지금 막 확인해보니 반상원 차장에게 다른 문제가 더 생긴 듯합니다.”
“문제?”
아까 통화를 마쳤을 때 반상원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래서 곽치영은 오한성에게 상황 확인을 지시한 후 기다렸다.
“러시아 쪽 일로 국정원장실에서 나온 반상원 차장이 비상계단에서 통화하던 걸 들었답니다. 내용은 전부 파악하지 못했고, 피해 규모와 삭제라는 단어들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단서가 많지 않은 보고였다.
곽치영과 로사 테일러는 그의 말을 듣고서 곰곰이 생각했다.
“다른 말은 더 없었고?”
“없었답니다. 그리고 뒤를 따라붙었지만 비밀 통로에서 놓쳤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봐봐.”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오한성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
로사 테일러는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서 천천히 입을 뗐다.
“지금 반상원 차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서는 경제안보국이겠죠?”
“맞습니다. 그곳을 통해 여러 기업의 정보를 수집 중이죠. 그걸 위해서 사람들을 심어두기도 했을 정도이니까요.”
곽치영은 반상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로사 테일러의 요청으로 만남을 가지기 전부터 국정원과 반상원의 경제안보국 동향을 틈틈이 파악했다.
“방금 말대로면 그곳 서버가 누군가에게 털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거긴 국정원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당신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반상원 차장이 꽤나 공을 들여 숨겨놨으니까요.”
로사 테일러의 해킹 실력은 곽치영도 충분히 인정했다. 그런 그녀조차 손을 쓰지 못한 것이니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블랙홀이 움직인 걸까요?”
“지금으로서는 모르죠. 혹시 반상원 차장에게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상황을 보면 그도 국정원장에게 신뢰를 잃어서 어려움이 많을 테니, 포섭이 가능할지도 모르잖아요.”
그 순간 곽치영의 얼굴이 구겨졌다.
“반상원을 끌어들이실 생각인 겁니까? 그 인간은 제가 잘 압니다. 그래서 어떤 입장이든 믿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 성향을 보면 곽 지사장님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싶고요.”
더욱 불쾌해진 곽치영은 그녀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장난이라도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군요.”
“아무튼 상황 좀 확인해주세요. 지금으로서는 위의 지시대로 프로젝트 파이몬을 가동시킬 블랙홀의 존재 확보가 급선무이니까요.”
“다시 접촉해보죠. 그리고…….”
“왜 그러시죠?”
곽치영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백신우가 제안을 거절하면 어찌해야 할지가 문제입니다. 일단 조건을 던져두긴 했지만, 국정원과 러시아의 상황까지 그에게 들어간다면 압박할 것이 사라지지 않습니까.”
“당장은 그 변수가 작용될 선택지까지 고려해야겠죠.”
“일단 답변에 따라 움직이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서버 암호화 작업은 잘되어가고 있는 겁니까?”
그런 물음에 로사 테일러의 입에서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단 웬만큼 대비는 해놓고 있어요. 하지만 일렉트로닉 크리쳐를 막을 수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어요. 그러니 중요한 자료들은 최대한 기존처럼 관리해주세요.”
로사 테일러도 일렉트로닉 크리쳐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가늠하지 못했다. 이미 회사 서버에 전부 퍼져 있을지도 몰랐다.
당장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일렉트로닉 크리쳐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알아냈기에 관리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곽치영은 침음을 삼키며 한숨을 흘렸다. 그때 품속에서 진동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