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18)
전직용병 재벌서자-218화(218/305)
218화. 뒤통수가 그것뿐일까? (3)
신우는 차경수의 모습 그대로 TSF Investment 한국 지사 건물을 나와 인근 강남역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리자 자연스럽게 받았다.
[아까 대화대로면 곽치영 쪽에서도 애가 타는 중인가 보네.]수화기 너머에 있는 건 장만수였다.
신우의 손목시계로 위장된 도청기로 아까 전 상황을 전부 듣고 있던 것이다.
“Ja. (맞아.)”
이에 신우는 독일어로 대답하면서 옆으로 지나친 가게 통창 유리를 힐끗 보았다.
[놈들은?]“Er ist wieder zuruckgeblieben. (역시 뒤에 따라붙었어.)”
유리창에 희미한 인영으로 수상한 그림자들이 살짝 비쳤다.
이미 수상한 시선을 느끼고 있던 신우는 미행을 눈치챈 상태였다.
[징한 녀석들이네. 일단 붙이고 다닐 거지?]“그래야지. 그리고…….”
[곽치영이 말한 20조 원대 사업 아이템이라면 이미 찾았어.]역시 척하면 척이었다. 게다가 장만수는 과거 국정원 경제안보국에 있으면서 경제·정치 쪽으로 빠삭해졌으니 누구보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잘 이해했다.
“어떤 거야?”
[당장 20조 원까지는 아닌데, 그 정도까지 확장될 규모의 일이라면 가상화폐 쪽밖에 없어.]“자세히 설명해봐.”
[가상화폐 거래서에서 고객 자금을 빼돌렸던 WIXCOIN 사건이라고 있어. 비슷하게 3년 전에 터졌던 RETX 사건도 있지만, 그때보다 규모는 2배가 넘어서 피해액만 2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었고.]“RETX 사건 때도 손실이 상당했지?”
신우도 경제 공부를 하면서 과거에 발생한 관련 사건들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손실 금액만 95억 달러. 한화로 12조 원가량 되었지. 그때 자금 중 14% 정도만 환수됐어. 나머지는 대표였던 버나드 헌터가 빼돌렸다고 확신하는데, 여전히 찾지 못했고. 물론 그 일로 버나드 헌터는 30년 형을 선고받고서 수감 중이지만.]고개를 끄덕인 신우는 지하철역으로 통한 계단을 밟으며 내려갔다.
“떼먹은 금액에 비해서 30년은 너무 짧네.”
[사라진 자금의 행적을 관할 수사국에서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그렇지. 나름 수사국에서 당시 제3자가 개입되었다는 흔적을 찾아내긴 해서 공동 정범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지. 버나트 헌터는 자신도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지만.]승강장까지 내려간 신우는 전철을 기다리며 의구심이 생겼다.
“만약… 진짜로 기업 사기를 당한 거라면?
[레이셩그룹 비자금 사건처럼 말이야?]“맞아. 패턴은 다르지만 그림이 좀 비슷한 느낌인 거 같아서.”
[한번 알아볼게.]“난 전철 타야 해서 이만 끊는다. 나머지는 메시지로 던져줘.”
[Roger∼!]통화를 마친 신우는 자연스럽게 전철에 올라탔다. 그사이 문 2개 너머에서 미행으로 붙은 이들도 똑같이 걸음을 옮겼다.
‘오재성, 안덕칠에… 3명 더인가?’
나름 거리를 벌리고 있었지만, 신우는 그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 * *
며칠 후.
밤이 늦은 시각, 곽치영은 로사 테일러와 함께 경기도 모처의 별장에서 반상원과 만났다.
“오늘은 왜 보자고 한 거지?”
물음을 던진 반상원의 시선은 매우 날카로웠다.
이에 곽치영은 한숨을 내쉬면서 로사와 함께 앉으며 말했다.
“얼굴 보자마자 날 세울 필요가 있나?”
“자네 존재부터가 그렇게 만들지 않나. 그보다 왜 만나자고 한 건지 본론부터 꺼내지.”
현재 반상원은 경제안보국 서버가 뒤집힌 것 때문에 수습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인한 자료들은 전부 엉망인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서 자료들을 복구하지 못한다면 경제안보국의 존재와 이후 계획들이 전부 엎어질 수도 있었다.
“요즘 국정원이 난리라지?”
“내 심기를 건드리려고 보자고 했던 건가?”
“그럴 리가. 나도 자네 얼굴을 이렇게 보고 싶지는 않아.”
“…….”
반상원은 아무 말 없이 곽치영을 맹렬하게 노려보았다.
이에 곽치영은 목을 한번 가다듬고서 말을 이어갔다.
“경제안보국 서버가 엉망이 되었다지?”
그 순간 반상원은 표정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결국 내 밑에 프락치를 심어뒀나? 전부 걸러내고서 들였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변심하는 사람이야 조건만 맞으면 어디든 있지. 바타보에서 자네도 그러지 않았나.”
“내가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정말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군.”
발끈한 반상원이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어 겨누려 했다.
그때 로사가 빠르게 일어나더니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으로 그의 권총을 위로 쳐냈다.
이에 반상원의 옆에 있던 국정원 요원이 그런 로사의 손을 잡아채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되려 그의 손목을 낚아채서는 잡아당겨 유리 테이블 위로 내리꽂았다.
쾅, 촤악―
그사이 허공에서 떨어진 권총을 낚아채 고쳐 잡더니 다른 쪽에서 움직이려던 요원을 향해 겨누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반상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지어졌다.
“너는 뭐지?”
방금 당한 사내는 반상원 휘하 요원 중 육탄전에서 상당한 실력을 가진 경험자였기 때문이다.
“저희 쪽에서 반 차장님의 기분을 너무 긁은 건 사과드리죠. 하지만 다짜고짜 권총부터 뽑으시면 자칫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고작 비서 따위가 우리 대화에 끼어드는 건가?”
“이제부터 진짜 이야기를 해야 하니, 사람들 좀 치우시면 어떨까요?”
“나에게 총을 겨누고서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나?”
대답 없이 물음만 계속 이어졌다.
이에 로사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시 권했다.
“경고는 마지막이에요.”
철컥―
총구는 요원을 벗어나 반상원에게 겨눠졌다. 급격히 무거워진 분위기에 반상원도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너… 진짜 뭐냐? 곽치영. 이대로 놔둘 건가?”
“미안하네만, 이분한테는 내가 지시를 내릴 수 없어.”
“…이분?”
“좋게 말할 때 내보내지 그러나. 아까 말한 대로 정말로 죽을 수도 있으니.”
어느 때보다 진지해진 곽치영의 말투에 반상원은 크게 콧김을 내뿜고서 말했다.
“다들 나가 있지. 이 친구도 데려가고.”
“하지만…….”
“어서!”
이내 잠시 망설였던 요원은 박살난 테이블 조각 위로 누워 있던 동료를 부축하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로사는 권총을 탄창부터 슬라이드, 공이까지 순식간에 분해하여 밑으로 떨어뜨렸다.
“이제야 이야기할 분위기가 갖춰진 듯하네요.”
“곽치영의 새 비서인 줄 알았더니, 진짜 정체가 뭡니까?”
“저는 본사에서 나왔어요. 실질적으로는 곽 지사장님보다 위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반상원은 곽치영이 로비스트였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당연히 그가 TSF 한국 지사장으로 오기 전부터 배후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명확한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것으로 곽치영의 뒤에 정체를 알기 어려운 거대한 조직이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TSF Investment 본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보다 위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예상한 대답이었지만 반상원은 씁쓸해진 표정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상당히 젊어 보이는데… 용케 그런 자리까지 올라가셨군요.”
“능력에는 나이가 없으니까요.”
“언어 능력도 그렇고, 권총을 다루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던데 말입니다.”
“이런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한 필수 요소죠. 그보다 이제 좀 대화를 나눌 생각이 드셨을까요?”
로사는 그렇게 말하며 소파 위에 다리를 꼬며 앉았다.
“…말씀하시죠.”
근엄해진 반상원의 태도에 로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네요. 일단 러시아와 저희로 인해 UAD 프로젝트 건이 꼬이면서 국정원 내 입지에 문제가 생기신 걸로 알아요.”
“잘 아시는군요.”
“거기다 서버에도 문제가 생겨 상당히 곤란해지셨고요.”
“대체 그건 누굴 통해서 아신 겁니까?”
열심히 인원을 솎아냈음에도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라 진심으로 궁금했다.
“경제안보국에 누가 속했는지 안다면 포섭 자체는 어렵지 않으니까요. 아무튼, 저희는 반 차장님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어요.”
“손을 잡자는 겁니까?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제 상황을 뻔히 아시면서도 말입니까?”
어떤 거래든 각자 속한 곳에서의 입지가 중요했다. 그만큼 서로가 원하는 걸 가져다주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면, 반상원은 국정원 내에서 위치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그 자리까지 올라가신 것은 아니잖아요. 당연히 그간 아껴두신 카드도 가지고 계실 테고요.”
“어째… 손을 잡으려면 제 밑천을 전부 내놓으라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그럴 리가요. 저는 반 차장님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거예요. 한때 해외를 전담하셨던 1차장 출신이시잖아요. 덕분에 러시아 쪽 요원도 꽤나 쉽게 움직이셨고요.”
반상원은 미간이 꿈틀거리며 로사 테일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미 떠난 자리에 무슨 힘이 있다는 겁니까.”
“너무 겸손하지 마세요. 안덕칠을 통해서 우리 쪽 정보도 꾸준히 듣고 계셨잖아요.”
잔잔하면서도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순간 반상원을 비롯하여 곽치영까지 놀란 표정이었다.
“…안덕칠이 국정원으로 정보를 빼돌리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진심으로 몰랐던 것 같았다.
이에 로사는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프랑스에서 곽 지사장님 휘하의 나선휘라는 사람이 누구 손에 죽었는데요.”
“그건…….”
“물론 허미트에서 보낸 이들에게 죽은 걸로 아셨죠. 저희가 정보 공개를 전부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저희 쪽 휘하 부대원이 착용하고 있던 무전기 블랙박스에 안덕칠이 나선휘를 죽인 듯한 대화가 들어 있었어요. 안 그런가요? 반 차장님.”
로사는 그렇게 말하며 반상원과 눈을 마주쳤다.
“…꽤나 많은 걸 알고 계셨군요. 그런데도 안덕칠은 왜 계속 곁에 두고 계셨습니까? 물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말입니다. 설마 이미 처리하신 겁니까?”
현재 안덕칠은 오재성과 함께 오큘러스 펀드의 차경수를 감시 중이었다.
로사는 일부러 그가 자리를 비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럴 리가요. 단지 중요한 일을 하나 맡겼을 뿐이에요.”
“우리에게 정보를 빼주었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 놔두실 줄 몰랐습니다.”
“허용치만큼만 흘러 나간 것뿐이에요. 물론 그걸로 반 차장님이 어디까지 움직이실지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요.”
반상원과 휘하의 경제안보국이 로사 테일러의 계산 속에서 움직였다는 의미였다.
“하면, 지금 상황을 안덕칠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군요.”
“알았다면 이미 도망치려 했겠죠.”
속이 쓰려진 반상원은 탄식을 흘리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제게 원하시는 것이 뭡니까?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하지만, 아시다시피 현재 경제안보국은 마비 상태입니다. 그쪽으로는 어떤 도움도 드리기 어려울 겁니다.”
이에 로사는 생각해둔 계획을 입 밖으로 꺼냈다.
“당장 저희 쪽에서 필요한 것은 반 차장님 라인의 해외 차명계좌와 사람들이에요.”
“죄송하지만 저는 해외 라인에서 손을 뗀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지금은 김원식 차장이 담당하고 있는 일이고 말입니다.”
“그럼 러시아에서 부린 사람들은 흥신소 직원이던가요?”
반상원은 그녀가 이미 전부 파악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