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19)
전직용병 재벌서자-219화(219/305)
219화. Mission 뒷북 (1)
별장 안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반상원은 로사 테일러가 던진 말을 듣고 침음이 흘러나왔다.
“제 영향력이 조금 남아 있던 인원을 움직였을 뿐입니다.”
“그만큼 반 차장님의 저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잖아요. 물론 그들도 반 차장님만 보고 그렇게 움직인 건 아닐 테지만요.”
의미심장한 로사의 반문에 반상원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전대 국정원장 황명우.”
그와 동시에 반상원의 시선은 로사 테일러에서 곽치영으로 넘어갔다.
“대체 TSF 뒤에 뭐가 있길래 거기까지 파악하고 있는 거지?”
“마저 듣지.”
“…….”
로사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계속 말했다.
“일단 아까 말한 것만 들어주시면 좋을 듯싶어요.”
“어느 정도나 되는 자금을, 어디로 옮기시려는 겁니까?”
“승낙부터 하셔야죠. 물론 그걸로 당장 손을 잡자는 건 아니에요. 이건 시험이죠. 반 차장님이 우리와 같이 갈 수 있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시험 말이에요.”
그런 물음에 반상원은 쓴웃음이 지어졌다.
“만약 거기서 움직인 자금을 빼돌리면 처리하겠다는 뜻이군요.”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대신 성공한다면 반상원 차장님의 값어치는 상당히 뛰어오르겠죠. 물론 대가도 충분히 따를 테고요.”
반상원은 황명우의 존재까지 파악한 로사 테일러와 곽치영의 배후에 관심이 생겼다. 게다가 지금 국정원 내에서의 입지도 위험해져가는 상태였다.
“어쩌시겠어요?”
“기간은 얼마나 예정된 겁니까?”
“빠를수록 좋아요. 대신 자금의 안전을 최선으로 생각해야겠죠.”
“만약 일이 틀어질 경우, 저와 국정원이 전부 뒤집어쓸 수도 있겠군요.”
해외 차명계좌가 추적당할 경우, 그 끝에는 국정원이 있을 것이었다.
더불어 국정원은 차명계좌의 사용자를 찾아내 그 책임을 반상원에게 전부 떠넘길 수도 있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공 시 1,000만 달러를 드리죠. 계약금 명목으로도 말이죠. 어떠신가요?”
한화로 약 135억.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반상원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그 정도 자금이 그리 쉽게 가능한 겁니까?”
“일의 규모도 있으니까요.”
잠시 고민한 반상원은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그쪽과 손을 잡도록 하죠. 그러니 이제 알려주시죠.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지금 결정하신 건 필히 지키셔야 할 거예요.”
조곤조곤한 로사의 말투에는 누구든 느낄 만한 살기가 맺혀 있었다.
반상원도 그것을 충분히 느끼며 가볍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빠른 결정 좋네요. 그럼 말씀드리죠. 차명계좌로 이동시킬 자금의 규모는 약 30억 달러예요.”
동시에 반상원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30억 달러면 4조 원이나 되는 금액 아닙니까. 그걸 한 번에 움직인다는 겁니까?”
“그렇죠.”
“그 정도의 자금은 차명계좌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 눈에 띌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가 그것도 모를까봐요? 전부 해외의 페이퍼 컴퍼니로 분산되어 들어가 있어요. 저희는 그걸 러시아 쪽 블라인드 펀드를 거쳐서 반 차장님이 제공해주실 차명계좌로 송금할 거예요.”
자세하지 않은 로사의 설명에 반상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퍼 컴퍼니와 펀드, 차명계좌로 자금을 세탁한 후에 특정 계좌로 집중시키려는 거군요.”
“역시 이해가 빠르시네요.”
“하지만 그런 식이라고 해도 추적당할 수 있지 않습니까.”
“펀드와 차명계좌로 자금을 회전시킨 후 저희가 싱가폴과 쿠바, 앙골라에 따로 마련해둔 다른 페이퍼 컴퍼니로 넣을 거예요. 거기까지가 반 차장님이 해주실 일인 거죠.”
로사 테일러는 국정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동아시아 쪽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의 자금을 움직일 계획이었다.
그런 로사의 설명에 반상원은 얕은 탄식을 흘렸다.
“흐음―! 아까 말씀하신 대로 조용하면서 신속하게 움직여야겠군요.”
“그렇죠. 동시에 계좌의 이동 시 국정원과 조금이라도 연관되지 않은 장비를 사용하셔야 해요.”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어디까지 퍼져 있을지 모르는 일렉트로닉 크리쳐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상원도 블랙홀이란 해커를 찾는 중이었기에 설명해줄 수 없었다.
“안덕칠을 통해서 허미트란 조직에 대해 들으셨겠죠? 거기서 우릴 주시하고 있어요. 그러니 자금의 움직임을 눈치챈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죠.”
“그쪽 조직에서도 처리가 안 될 정도인 겁니까?”
“당장은요. 그만큼 치밀하고 위험한 자들이니 반 차장님께서도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특히 중요한 자료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메모리 방식이나 서면으로 처리를 부탁드리고요.”
진지해진 그녀의 신신당부에 반상원은 1,000만 달러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경제안보국 서버를 뒤집어놨다던 기록을 제가 좀 확인했으면 하는데요.”
“어려운 건 아닙니다. 지금 필요하시다면 안보국에 연락해서 보내달라고 하죠.”
그 순간 로사는 다급히 그를 막았다.
“아니요! 해당 자료는 메모리에 따로 저장해서 보내주시죠.”
“방금 말씀하신 사항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설마, 저희 서버를 공격한 곳이 허미트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반상원은 그 말을 듣고서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허미트에 관해서 저한테도 알려주신다면 국정원을 통해 알아보죠. 저를 믿으신다면 그것까지는 가능하시겠죠?”
“조직에 관해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공유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선별해 넘겨드리도록 할게요.”
“부탁드리죠.”
그렇게 거래가 성사되면서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서로 신뢰한다고 말하면서 뒤로는 무슨 생각 중인지 모를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반상원은 다시 입을 뗐다.
“그러고 보니 안덕칠에게 TSF에서 백신우를 포섭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겁니까?”
반상원도 해커 블랙홀의 소재 때문에 백신우를 노리던 참이다. 이제 경쟁 위치였던 TSF와 손을 잡게 되었으니 대놓고 물어본 것이었다.
이에 로사 테일러로 인해 입을 다물고 있던 곽치영이 설명했다.
“백신우라면 접촉 중이야. 지금은 미국에 넘어가 기다리는 중이고.”
“안 그래도 최근 MH퓨처시큐리티에서 투자한 RD일렉트로닉스란 반도체 개발 회사에서 차세대 칩렛 생산 기술 개발 성공했다고 발표됐던데…….”
“향후 최소 100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사업이지. 그 사업 때문에 시찰을 나갔다고 하더군.”
“흐음… 그걸로도 MH퓨처시큐리티의 이익은 상상을 초월하겠어.”
“종횡무진이 따로 없지.”
이번에는 씁쓸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MH퓨처시큐리티의 성공은 TSF나 국정원 경제안보국으로서 심히 탐나는 성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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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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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신우는 차경수의 모습으로 이태원의 MH호텔 VIP라운지 카페에 앉아 있었다.
앞에 뜨거운 커피가 나와 있었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핸드폰을 든 채였다.
“결국 WIXCOIN도 RETX 사태 때랑 비슷한 패턴이라는 거지?”
독일어를 사용해 조용히 통화 중이었다.
그런 물음에 수화기 너머로 장만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아. 차트는 내가 봤을 때랑 크게 다르지 않아. 지금 상태면 예정대로 일이 벌어질 거고, WIXCOIN 대표인 조셉 본도 동선을 파보니 TSF의 미구엘 존슨과 라인이 겹치는 구간이 있었어.]“TSF 본사 제임스 캐넌 회장의 비서하고?”
[해당 일자의 호텔 복도 CCTV가 조작된 흔적이 있더라고. 그럼 말 다 한 거지 뭐.]“그 외에는?”
[특정 회사에 투자한 기록을 찾았어. 그런데 이게 페이퍼 컴퍼니네. 자금이 돌고 돌아서 뉴질랜드와 에콰도르, 하와이에 부동산을 매입했고.]“차명으로 재산을 빼돌린 거네.”
[그렇쥐―!]이대로 둔다면 제2의 RETX 사태인 WIXCOIN 사건은 예정대로 벌어질 것이다.
물론 신우는 자신과 동료들의 일이 아니라면 그냥 두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예전과 이번 상황은 TSF Investment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세운 계획이었다.
“미국 쪽은 별일 없고?”
현재 미국에는 신우로 변장한 웨이가 RD일렉트로닉스 일로 릴리안과 전담 경호팀을 데리고서 넘어가 있었다.
[안 그래도 그걸로 전할 사항이 있었어. 이번 차세대 칩렛 생산 기술 때문에 여러 회사에서 미팅 요청이 들어왔어.]“기술 제휴 때문에?”
[아무래도 그렇지. 덕분에 RD일렉트로닉스 내부에서 문제가 있기도 했어. 기술을 빼돌리려던 놈들이 몇몇 있었더라고.]“유출된 거야?”
[알잖아. 우리랑 제휴한 기업은 리비오 소프트에서 출시한 서버 보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거. 그걸로 침입이나 유출 시도된 자료들은 전부 폐기됐어. RD일렉트로닉스 쪽에서도 당사자들을 산업 스파이로 수사국에 넘겼고.]신우는 만족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 따로 미팅은 잡지 마.”
차세대 칩렛 기술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탐낼 수밖에 없었다.
기술 유출까지 시도한 정황이 발견된 상황에서 어떤 곳이든 믿고 일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Ok.]“웨이가 나로 변장한 걸 눈치챈 사람은 없는 거지?”
[제대로 연기하는 중이야. 최대한 건방지고 기고만장한 느낌으로다가 말이지.]“내가 그러냐?”
[…쫌!?]애매한 장만수의 대답에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최대한 눈에 띄게 활동해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대장은 여전히 거머리들을 붙인 상태인 거지?]“지겹게 붙어 다니는 중이지. 지금도 5시 방향 30m 뒤에서 내가 무슨 통화 중인지 감청하려고 레이저 도청 장치를 열심히 겨누는 중이고.”
그곳에 앉아 있는 건 오재성이었다.
[내가 준 휴대용 FBD2는 잘 작동하고 있는 거지?]“문제는 없는 거 같아. 슬쩍 보니 꽤나 곤란한 표정인 거 같더라고.”
FBD2는 특정 영역의 주파수 음역대를 교란시킨다. 장만수는 그걸 휴대용 디바이스로 개량하여 주변 2m 반경 내 목소리가 감청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다.
[다행이네. 놈들이 원하는 기술 특허로 만든 거니 테스트로 보이기도 괜찮을 거야.]“기술이 놈들의 손에 넘어가면 우리처럼 사용하겠지.”
[그만큼 충분한 미끼가 될 테고. 아무튼 고생해라.]통화를 마친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한쪽 구석과 주변에서 오재성과 다른 666부대원들도 조금 떨어진 채 따라붙었다.
물론 얼굴을 드러낸 이들이 있었기에 가볍게 따라붙지는 않았다.
그러다 신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그 앞으로 모여든 이들이 잠시 가만히 있었다.
오재성은 커져가는 숫자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방으로 올라갔나 보군.”
“결국 이번에도 감청은 실패한 겁니까?”
옆에 있던 안덕칠의 물음이었다.
“무슨 수를 쓰는 건지, 목소리가 계속 잡히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합니까?”
며칠째 차경수를 따라다니면서 건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숙소로 돌아간다. 혹시 모르니 복도 CCTV 확인과 외부 대기조 교대에도 신경 쓰고.”
“그러겠습니다.”
다른 엘리베이터를 잡고서 움직였다.
그러면서 오재성은 곽치영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