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2)
전직용병 재벌서자-22화(22/305)
22화. 지독한 패션 테러리스트
MH그룹 명인철 사장의 비서이자 경호원인 박상규는 아침부터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지.”
사장인 명인철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무슨 일인가?”
“그쪽에 문제가 조금 생겼습니다.”
“문제?”
그런 물음에 박상규는 얕게 숨을 골랐다.
“최근 TSF Investment에서 작업 중이던 종목에서 손해가 크게 발생했습니다.”
TSF Investment는 명인철이 박상규를 연결고리로 손을 잡은 회사였다. 대외적으로는 투자회사였지만, 시끄럽거나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처리해주기도 했었다.
게다가 최근까지 MH전자와 MH건설로 빼돌렸던 자금이 넣음과 동시에 임희연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서 자금을 돌려준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문제가 생긴 것이니 명인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계획이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갔다는 건가?”
“그건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계획에 끼어든 곳이 문제입니다.”
“어딘데 그러지?”
잠시 뜸을 들이던 박상규는 조심히 입을 뗐다.
“이곳입니다.”
“…여기? 우리 MH그룹 말인가?”
“정확히는 전략투자운영실장입니다. 이번 주식 투자에서 TSF Investment의 계획에 끼어들어 이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허어…….”
순간 명인철은 너무 기가 차서 헛웃음까지 흘러나왔다.
박상규가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TSF 쪽에서는 계획에 끼어든 것이 MH그룹이란 것을 알고서 상황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손실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되는 거지?”
“약 300억 정도랍니다.”
“…그렇게나 되나?”
“오세양실업과 해남유통으로 총 두 곳입니다. 백신우가 TSF에서 던지려던 시점 직전에 주식을 전부 매도해버리면서 다른 개미들까지 목표 주식가보다 낮게 털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주식의 기본은 저점 매수, 고점 매도이다. 초기 투입된 자금은 상승 시점에 따라 적게는 수 배, 크게는 수십 배까지 뛰어올라 차익을 남긴다.
또한 그 지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최대 차익보다 더 높게 예상할 수 있다.
TSF Investment는 그런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주가를 조작하여 이익을 보려던 것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겠군. 그래서, MH그룹 내부 자료를 넘겨달라는 말인가?”
나름 신뢰가 있는 관계이지만, 그건 협력을 주는 부분에서만이었다.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MH그룹 내부 자료를 아무렇지 않게 넘겨주기는 어려웠다.
“그쪽에서도 백신우에 관해서는 캐치했습니다. 다만, 정보의 출처가 어떻게 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출처를 알려주면 그쪽에서 뭘 어쩔 수는 있고?”
지난번 임희연의 처리를 실패한 후로 TSF Investment가 뒤에서 부리던 이들을 잠적시켰기 때문이다.
“일단 TSF에서도 상황을 자세히 조사해봐야 할 겁니다.”
“그 후에는?”
“당장은 임희연 본부장의 5팀이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쉽게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대신, 만약 그 출처가 TSF 내부에서 나온 거라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확히 어떤 조치를 말하는 거지? 처리하겠다는 의미인가?”
잠시 생각에 빠진 박상규는 무거워진 표정을 지었다.
“문제가 커질 것을 감안하더라도 출처와 관계된 이들 전부 확실히 해결해야 할 겁니다.”
내부 정보가 빠져나간 것은 TSF Investment가 아니더라도 매우 심각한 일이다.
그런데 TSF Investment는 일반적인 주식 투자가 아닌 내부 거래를 통해 주가 조작까지 했다. 해당 정보가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TSF Investment에서 계획한 모든 일들이 무너질 수 있었다.
물론 그 계획에는 명인철도 함께 가담한 상태였다.
“흐음… 골치가 아파질 일이군. 한데, 주식 정보에 대한 출처는 전략투자감사실에서도 검토했지만 따로 알아낸 것은 없었어.”
최근 명인철은 백신우의 견제를 빌미로 동생 명성철의 아들 명진석을 전략투자감사실 차장 자리에 앉혔다. 당연히 감사실 차장이 된 명진석을 통해서 백신우가 수익을 일으킨 주식 정보의 출처도 확인했다.
하지만 주가 차트에 관한 분석 자료만 있을 뿐이었다.
“그쪽도 납득할 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매우 곤란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장 움직임을 보였다가는 나나 TSF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TSF 측에서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래서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때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갑자기 어디서 그런 놈이 회사에 떨어져서는… 골치 아프게 만드는 건 임희연이나 자식이나 똑같군.”
명인철은 오른손 엄지와 중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눌러댔다.
“현재 백신우의 외부 행적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여전히 자네들을 따돌리고서 사라지나?”
“매번 추적기를 찾아내 파기하고서 미행까지 따돌립니다.”
“대체 뭐 하던 놈이야?”
오너 일가를 담당한 특수경호팀은 기본적인 경호와 근접 격투를 비롯하여 다방면으로 뛰어난 요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이들을 백신우는 하루가 멀다 하고 깔끔하게 따돌리는 것이다.
“차량 미행으로 붙었던 팀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럼 고작 부사관 출신이 우리 특수경호팀보다 실력 좋은 프로라는 말인가?”
지금까지 조사한 백신우의 경력에서는 특이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서 답답할 뿐이었다.
“저번에 휘하 경호원들이 백신우에게 당한 것도 그렇고, 그 외의 의문점도 많습니다.”
“군수과 부사관은 위장이고,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특수부대라도 나왔다는 건가?”
“저희 경호원들도 적지 않은 경력 보유자들입니다. 물론 그들이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백신우가 특수부대 출신이라 해도 둘이나 한순간에 쓰러뜨리긴 어렵습니다.”
“그럼 박 실장의 결론은 뭔가?”
의문만 가득한 문답이었다.
그런 상황에 박상규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분위기만 본다면 불길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동시에 깊어져만 가던 명인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래…? 문제가 될 것 같다면 원래 계획보다 시점을 앞당겨야 할지 모르겠군.”
“초석을 깔아둔 걸 전부 움직이려면 너무 무리수이지 않겠습니까?”
“…잡음이 불가피하겠지. 하지만 내가 MH그룹의 주인이 된다면 전부 해결될 거야. TSF에서도 충분한 도움을 줄 거고 말이야. 안 그런가?”
박상규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욱 심각해져갔다.
“계획을 앞당긴 만큼 저희 쪽에서도 준비할 사항이 많습니다.”
“자네, 회장님께서는 바둑을 좋아하는 걸 아나.”
“…그 이야기는 왜 하십니까?”
“바둑에서 선공인 흑돌을 쥐게 되면 여섯 집 반을 상대에게 넘겨주고 시작하지. 그만큼 선공이 유리하기 때문이야.”
“첫수를 두시겠다고 결정하신 것이군요.”
더 이상 논의가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
이에 박상규는 침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크음…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TSF와 논의하고서 플랜을 짜보겠습니다.”
“부탁하지.”
대답과 함께 명인철의 눈에서 섬뜩한 안광이 번쩍이는 것 같았다.
* * *
신우는 오전에 전략투자운영실 업무를 보다가 KITE의 유형진 운영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 이사님. KITE 직원들의 정보를 확인하던 중인데, 특수경호팀원에 관한 사항이 빠져 있습니다. 누락된 건가 해서 말입니다.”
[특수경호팀은 오너 일가를 담당한 곳인 만큼 팀원들의 신상 정보도 각 팀장이 독립적으로 관리합니다.]“대표 권한으로도 확인 불가능한 건가요?”
KITE 대표 자리를 수락한 이유 중 하나는 명인철을 담당한 특수경호팀원의 신상 정보를 확인해 666부대와 접점을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본사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장 비서를 통해서 보낸 훈련 프로그램은 확인하셨습니까?”
[보던 중입니다. 그런데… 많이 과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MAT와 FRT는 경비·경호에 있어서 필수사항입니다.”
MAT(Multi-person Assult Training), FRT(Firearms Response Training).
다인공격훈련과 화기대응훈련을 의미했다. 물론 유사한 훈련을 KITE에서도 시행 중이긴 했지만, 난이도 부분에 있어서 신우가 만들어준 훈련 프로그램이 몇 배나 어려웠다.
[너무 과도한 훈련은 불필요한 긴장감만 높일 수도 있습니다.]“당연히 긴장해야죠. 그리고 프로로서 이 정도도 못 한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문제가 된다면 임무 중에 그걸 완화시키는 것도 당사자의 몫입니다.”
[…….]“그렇게 실행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실까요?]그때 사무실 문이 두드려지더니 장만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바쁘냐?”
신우는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하고서 통화를 이어갔다.
“현재 진행 중인 EST, FST 경비·경호 업무 리스트와 인원 배정 상황도 부탁드립니다.”
[해당 리스트는 대외비라 사내 컴퓨터 외에는 확인 불가능합니다.]“그럼 준비해주시고 말씀하시면 바로 들어가죠.”
[파일을 장진호 비서에게 맡겨두겠습니다.]통화를 마친 신우는 소파로 걸어가 장만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 완전 대표 티가 팍팍 나는데?”
“시끄럽고. 그보다 너는 그런 옷밖에 없는 거냐?”
“내가 뭐?”
오늘 장만수의 패션은 똥색 재킷에 새빨간 셔츠, 하늘색 바지였다. 게다가 구두와 넥타이는 시그니처 패션인지 블랙, 화이트 버무려진 범고래 무늬로 깔 맞춰져 있었다.
첫 출근 이후부터 남으면 남았지, 절대 부족하지 않은 패션을 열심히 뽐냈다.
“…정말 몰라?”
“왜? 이 정도면 회사에 출근한다는 느낌으로 나름 잘 차려입은 건데.”
“다른 남자 직원들이나 내 옷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없고?”
장만수는 신우의 검은색으로 통일된 재킷과 바지, 구두, 노타이인 하얀 셔츠를 스캔하듯 훑었다.
“뭐… 무난하네.”
“그럼 지금 네 옷차림은?”
“내 옷은 개성이 넘치는 거지. 원래 회사 생활에서 옷차림이라는 게 눈에 띄고 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
물론 어떤 누구보다 눈에 띄었다. 4,000m 밖에서도 심장을 정확히 노릴 수 있을 만큼…….
“근데 너, 지금 작업실에서 살고 있는 거지?”
“일단 그렇지. 그건 왜?”
“거기서 지낼 때 옷장을 못 봤던 거 같아서. 설마 그 옷들… 어디서 렌탈하는 거야?”
“렌탈은 무슨! 내돈내산이거든?!”
“작업실에서 산다면서 어디에 보관을… 너… 거기다가도 비밀의 방 만들어놨냐?”
순간 장만수는 큰 것을 걸렸다는 듯이 깜짝 놀랐다.
“무, 무슨 비밀의 방이야! 옷장 있었거든?! 네가 못 찾은 거지.”
“내가 거기서 며칠을 지냈는데 어떻게 그걸 못 봐.”
작업실은 커다란 원룸으로 화장실을 제외하고서 웬만한 살림살이들이 한눈에 보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장만수의 옷들을 보관해둔 곳을 본 적이 없었다.
“그딴 거 없거든? 그보다! 다음 투자 건은 이야기 안 할 거야?”
말을 돌리는 장만수의 태도에 신우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동시에 작업실 내 비밀의 방을 찾아서 불 질러버릴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