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20)
전직용병 재벌서자-220화(220/305)
220화. Mission 뒷북 (2)
다음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신우는 잠들기 전에 벗어둔 변장 마스크를 머리에 쓰고서 어색한 부분들을 화장 도구로 정리했다.
왼쪽 손목 아래의 눈동자 문신도 특수 실리콘으로 덮은 후 깔끔하게 가렸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마지막으로 보이스 체인저까지 붙이자 완전히 달라진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렇게 차경수로 변장을 마친 신우는 짐을 정리한 후 호텔 방을 나섰다.
1층 로비를 통해 나가면서 시선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재성을 비롯하여 666부대원들이 따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미행 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완벽하진 못하네. 나를 만만하게 보는 건가?’
오큘러스 펀드 지부장이란 위치의 사람이 비서나 경호원도 없이 혼자 다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신우는 일부러 그들을 붙인 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타일러 차.]전화를 받은 건 곽치영이었다.
“지난번 일로 찾아뵙고 싶은데, 언제 일정이 괜찮으실까요?”
[오늘 타일러 차의 일정은 어떻게 되십니까?]“오전 중에 투자 예정인 회사의 재무 감사 결과를 확인하는 것만 있긴 합니다.”
[그럼 오후에 방문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시간은 언제든 괜찮습니다.]나름 차분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곽치영은 오큘러스 펀드와 계약하기 위해 조급해진 상태일 것이었다.
“그럼 14시까지 찾아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통화를 마친 신우는 역으로 걸어가면서 계속 따라오는 이들의 기척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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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곽치영은 책상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고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오한성이 걱정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뭔가 걸리는 것이 있습니까?”
“어제 오재성이 올린 보고 때문에 그렇지.”
“감청이 안 된다던 내용 말이군요.”
곽치영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그 안에는 오큘러스 펀드 이름으로 특허가 된 FBD2의 설명이 서술되어 있었다.
“거기서 특허만 내놓은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기술 구현까지 마쳐뒀다는 말씀입니까?”
“최소 샘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그걸로 오재성의 도청을 방해한 것으로 보이니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오큘러스 펀드의 차경수를 따라다니면서 무슨 말을 하고 다녔는지 벌써 알았어야 했다.
“이미 FBD2 특허를 다른 기업에 공유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군요.”
“자체적으로 생산 공장은 갖춘 것이 아니라면 그럴 확률이 높겠지.”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던 중 소파에 앉아 있던 로사 테일러가 끼어들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우리에게 더한 가치가 있겠죠. FBD2의 기술 응용 가능성이 보다 커진 거니까요.”
“하지만 이미 다른 곳에서 채간 상태라면 어쩝니까?”
“일단 확인부터 해봐야겠죠. 만약에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 쪽으로 돌릴 방안도 마련해봐야겠고요.”
곽치영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로사를 쳐다봤다.
“솔직히 당신이 차 지부장에게 그 일까지 언질을 던질 줄은 몰랐습니다.”
“WIXCOIN 프로젝트 말인가요?”
“정말 상부에서 그 안건에 MH퓨처시큐리티를 끌어들이라고 한 겁니까?”
해당 프로젝트는 한화로 20조 원이 넘게 걸려 있었다. 규모가 엄청난 만큼 민감한 부분도 많았기에 곽치영은 로사가 얼마 전에 말해주기 전까지 그 프로젝트의 존재조차 몰랐다.
“판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에게 이득이지 않겠어요?”
“하지만 오큘러스 펀드의 정확한 규모와 저력은 아직까지 전부 파악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곳에서 쉽게 이 판에 뛰어들겠습니까?”
“이익만 본다면 못 할 것도 없겠죠. 선택은 그쪽에서 할 일이니까요.”
“사실 국정원을 이용해서 자금을 이동하는 일도 우려가 됩니다. 반상원이 얌전히 우리 손을 잡고만 있을 위인도 아니고 말입니다.”
전부 곽치영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벌인 일이었다. 물론 곽치영은 자신보다 상관인 로사 테일러가 내린 결정이니 조용히 지켜만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TSF 한국 지사장으로서 당한 일들이 있다 보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뭔가 꼼수를 부리긴 하겠죠.”
“그걸 아시면서 자금을 던져주겠다는 겁니까?”
“어차피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작업이에요. 그걸 이용해 나라를 흔들 수 있는 패까지 만든다면 그것도 이득이겠죠.”
4조 원이나 되는 검은돈을 이동시키는 일이다. 출처를 알아내기 어렵도록 1차 자금 세탁까지 마친 상태인 만큼, 정부 조직이 관여한다면 그 정황은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자체적인 해명이 어려워지니 계속 곤란해질 것이었다.
“자금은 러시아와 삼국의 페이퍼 컴퍼니로 움직이고, 문제의 책임은 대한민국에 떠넘기겠다는 거군요.”
“안 좋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성공하면 서로에게 좋은 거잖아요. 그러니 긍정적인 가능성부터 봐야죠.”
대화가 이어지던 중에 오한성이 진동을 느끼고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지사장님. 지금 미국 쪽 기사를 확인하셔야 할 듯싶습니다.”
“기사? 뭔가 뜬 건가?”
오한성은 태블릿으로 기사를 띄워서 보여주었다.
그것을 확인한 곽치영은 한 줄씩 읽어 내려가더니 심각한 표정이 지어졌다.
【美, 차세대 칩렛 생산 기술을 개발한 RD일렉트로닉스 기술 제휴와 투자를 위한 대규모 다기업 계약 체결! 이번 계약에는 RD일렉트로닉스와 오큘러스 펀드, MH퓨처시큐리티, 리비오 소프트가 참여하여…….】
【역대급 다기업 기술 제휴 투자 계약! RD일렉트로닉스는 유럽에서 투자기업으로 유명해진 오큘러스 펀드를 비롯하여 MH퓨처시큐티와 리비오 소프트를 포함한 대규모 계약을 진행한 가운데… 향후 반도체 사업은 200조 원 이상의 확산 가치를 지닌바, 이에 따른 응용 사업의 기대 수익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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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있던 로사도 들고 있던 태블릿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곽치영처럼 표정이 굳어지더니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백신우 대표가 직접 미국까지 넘어간 진짜 이유가 이거였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게다가 일부러 리비오 소프트까지 끌어들여 사업 확장 계획까지 선점한 듯싶습니다.”
반도체는 디지털 장치와 떨어뜨려 생각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런 와중에 소프트웨어만 다루던 리비오 소프트가 하드웨어 쪽으로도 관심을 가진다던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결이 다른 분야의 사업을, 자금이 있다고 쉽게 손을 대기는 어려웠다.
“거기다 오큘러스 펀드까지 꼈으니 규모가 엄청나겠어요.”
“내용을 보니 북아메리카 지부장 자격으로 아이린 모레티가 계약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린 모레티.
그 이름의 주인공은 곽치영의 청산 리스트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이후 그녀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계속 알아봤음에도 알아내지 못하다가 방금 기사로 발견한 것이다.
“타일러 차도 그렇고, 아이린 모레티까지… 상대하기가 쉽지 않네요.”
“이것으로 오큘러스 펀드와 MH퓨처시큐리티를 확실히 잡아야 할 이유가 생긴 거군요.”
우우웅― 우우웅―
그때 로사 테일러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을 확인한 그녀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위에서도 난리가 났나 보네요.”
【Chimaera】
키마이라. TSF Investment 본사 회장인 제임스 캐넌이었다.
이에 로사 테일러는 통화 버튼과 함께 스피커폰으로 바꾸어서 받았다.
“예. 회장님.”
[혼자 있나?]“아니요. 옆에서 곽치영 지사장도 같이 듣고 있어요.”
[그런가? 방금 기사는 봤고?]어떤 목적으로 전화한 것인지 두 사람은 알 수밖에 없었다.
“RD일렉트로닉스에 관한 내용이라면 방금 확인했어요.”
[메인은 MH퓨처시큐리티겠지. 곽 지사장은 한국에서 거길 마크하면서 그런 상황이 진행될 때까지 전혀 몰랐나?]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곽치영은 천천히 입을 뗐다.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MH퓨처시큐리티에 사람을 몇몇 심어두긴 했지만, 투자 포트폴리오가 그쪽 내부에서도 철저히 관리되어 확인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알아냈어야지. 미마스도 그렇지 않나? 프랑스에서 거기까지 넘어갔으면 방금의 상황을 기사로 나가기 전에는 알아챘어야지.]그런 제임스 캐넌의 말을 듣고서 로사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그 부분은 좀 더 파고들지 못해 죄송해요. 하지만 저희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라서요.”
[뭔가를 하긴 했다는 건가?]“오늘 오큘러스 펀드 아시아 지부장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요. 이에 하르파스 인더스트리를 끼고서 파트너십 이야기를 진행할 예정이고요.”
그런 설명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살짝 당혹스러운 탄식이 흘렀다.
[어느 정도나 이야기된 거지?]“제안은 던졌고, 그쪽에서 받을지 결정을 내릴 거예요.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오큘러스 펀드에서 FBD2 기술의 기기 샘플을 가지고 있는 정황이 발견되었어요.”
동시에 제임스 캐넌은 깜짝 놀랐다.
[그걸 벌써 말인가? 오큘러스 펀드에서 연구소 같은 걸 보유하지는 않았던 걸로 아는데. 확실한가?]“첫 미팅 이후 감시를 붙였어요. 그 과정에서 근거리나 원거리 감청이 안 됐어요. 원리만 보면 FBD2의 기술인 거죠.”
로사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며칠 동안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기에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어떤 식이든 확인해봤으면 좋겠군.]“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 그리고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고 했어요. 블라디보스토크에 묶어둔 아시아 쪽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의 자금을 움직일 계획이 생겼어요.”
[정말인가?]그 반문에 로사는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국정원의 해외 차명계좌를 이용할 거예요. 담당자도 이미 포섭해두었고요.”
[NIS말인가? 거기라면 러시아 쪽 문제로 시끄럽다고 하지 않았나?]“조금 곤란한 상태죠. 하지만 오히려 그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우리는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자금을 옮길 수 있게 되겠고요.”
반신반의하던 제임스 캐넌이 다시 물음을 던졌다.
[정말 괜찮은 건가? 리스크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잖나.]“그쪽으로 필요한 방안도 마련해둘 거예요.”
[방안이라면?]“그라티온이 여유가 되어서 붙어주기로 했어요.”
이번 대답에 제임스 캐넌과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곽치영도 깜짝 놀랐다.
[그가 직접 말인가? 설마 타르타로스의 지시가 있었나?]“아니요. 각 구역의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 자금 이동은 담당자에게 일임된 사항이잖아요. 거기서 각자 재량껏 안전하고 신속하게 옮겨두면 되는 것이고요.”
물론 반대로 실패할 경우 그만한 대가가 따르게 된다.
그렇게 말은 가볍게 하면서도 내포된 무시무시한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문제만 없다면 상관없겠…….]갑자기 말을 하다만 제임스 캐넌은 통화가 유지된 채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회장님? 무슨 일이죠?”
물음과 함께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수군거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제임스 캐넌이 돌아왔다.
[웨스트버지니아 휠링에서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군.]“일이라뇨? 그보다 휠링이라면……!”
방금 기사로 뜬 RD일렉트로닉스가 위치한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대규모 계약이 진행되면서 제임스 캐넌이 연락한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