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23)
전직용병 재벌서자-223화(223/305)
223화. 적당히는 너희가 거부했다 (1)
【美, 웨스트버지니아 휠링에서 대참사! H호텔에서 무장 괴한들에 의한 습격! 해당 사건은 반도체 기업이 RD일렉트로닉스의 대형 계약 축하 파티가 진행되던 중 완전 무장한 괴한들이 침입해… 이 인근 경찰서와 소방서의 직원 △△명, 호텔 직원 △△명이 전부 사망하였고…….】
【WVU 휠링의 RD일렉트로닉스 계약 축하 파티에서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 암살이 시도되어… 용의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무장단체로… 자세한 사항은 수사국에도 조사 후 발표하기로…….】
【美,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는 웨스트버지니아 휠링 병원에 입원 중이며… 당국에서는 해당 사건이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용병 조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 습격으로 인해 전투가 발생했으며 그 과정에서 조직원들은 전부 사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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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치영은 잔뜩 불괘한 표정으로 태블릿에 띄운 기사를 훑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용병 조직이라…….”
그런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로사 테일러도 곽치영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놈들의 정체는 이시크올선이네요. 이번 일로 그곳의 대장과 부대장인 자와드와 라피흐라는 사람들도 사망했고요.”
대답과 함께 곽치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허어… 이시크올선이라니…….”
“누군가의 청부를 받아 백신우를 죽이려던 거겠죠. 근데 기록은 오프라인으로만 남겨뒀는지 이시크올선에서 사용하던 장비들을 찾아봐야 알 수 있을 듯싶어요.”
“놈들이라면 직접 불지 않는 이상, 의뢰인에 대해 쉽게 찾아내지 못할 겁니다.”
“잘 아는 사이였나요?”
그런 물음에 곽치영은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반군 출신으로 구성된 용병들이죠. 다만, 돈이 신념인 놈들이라 금액만 맞으면 무엇이든 합니다.”
“직접 만나신 적이 있었나요?”
“중동에서 무기 브로커로 활동했을 때 거래했던 정도입니다. 잔인함이나 실력이 나쁘지 않아 포섭해볼까도 싶었지만, 누구 밑에서 움직일 놈들이 아니라서 말았죠. 아마 상부와도 몇 번은 거래가 있던 걸로 압니다.”
로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묘한 분위기와 함께 쳐다보았다.
“그런 이들이 우리가 캐치하지 못한 무빙으로 백신우를 암살하려 시도했는데도 결국 실패했다는 거군요.”
“예상치 못한 급습에도 그 정도까지 대처할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요. 그보다 RD일렉트로닉스의 주가는 이 정도 일이 터졌음에도 상승세군요.”
“차세대 칩셋 생산 기술에 대한 기대심이 그만큼 크니까요.”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근심 어린 표정이 지어졌다.
그러다 로사가 다시 입을 뗐다.
“일단 우리 쪽에서 오큘러스 펀드와 연결 지을 건 타일러 차가 돌아와야 가능할 거 같네요. 그런데 광저우로 넘어간 이후의 행적을 여전히 찾지 못했나요?”
오재성과 안덕칠이 차경수를 따라붙고 있었다. 그러나 차경수는 중국 쪽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곧장 넘어가더니 사라져버리고선 연락도 되지 않았다.
“어떤 방법을 쓴 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거네요.”
“오큘러스 펀드에서 아무것도 아닌 인물을 아시아 지부장으로 올렸을 리는 없겠지요.”
로사도 납득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당장은 반상원 차장과의 일에 집중해주세요.”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 자금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뿌리고서 회전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적정선에서 페이퍼 컴퍼니들을 차례대로 폐업시켜 흔적을 지울 겁니다. 중간에 캐시 아웃시켜서 옮겨놓기도 할 거고요.”
“잘 진행해주시리라 믿을게요.”
* * *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휠링의 병원 앞에는 수많은 기자가 몰려 있었다.
다들 햄프턴 호텔에서 벌어진 참사를 해결한 백신우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경찰들이 나와 주변을 통제했다.
그때 고급스러운 검은색 승합차들이 다가오더니 자연스럽게 경계 중인 입구를 지나 병원 앞에 세워졌다.
안에서 중년의 사내가 내렸다. 그는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선글라스에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다른 젊은 사내들을 대동하고서 병원에 들어갔다.
“몇 층이지?”
“7층입니다.”
한 사내의 대답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KITE 소속 경호원들이 지키고 선 곳으로 다가갔다.
VIP 병실이 따로 없다 보니 제일 안쪽의 6인실 하나를 통째로 빌린 상태였다.
“이곳은 병원 승인하에 통제된 곳입니다.”
경호원의 말에 아까 층수를 말해준 사내가 신분증을 꺼내며 나섰다.
“저희는 미연방 중앙정보국 CIA에서 나왔습니다. 백신우 대표님께 참고인 조사차 방문한 것이니 길을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금 뒤쪽에서 듣고 있던 마크 프리먼이 걸어와 사내의 신분증을 확인했다.
“일단 안에 확인해보고서 전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죠.”
안으로 들어간 마크 프리먼은 오래 걸리지 않아 다시 나왔다.
“대표님께서 승낙하셨습니다. 하지만 인원은 두 분으로만 제한하겠습니다.”
이에 방금 신분증을 보여준 사람과 뒤쪽의 중년 사내가 안으로 들어갔다.
병실 안은 커튼이 전부 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신우는 가운데 놓인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주위로는 메이안과 릴리안이 앉아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CIA에서 오셨다고요?”
신우의 물음과 함께 중년의 사내가 말했다.
“미연방 중앙정보국장인 트래비스 캠벨이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CIA에서… 그것도 국장님께서 직접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네요.”
정보기관이라 해도 특정 직위 이상은 언론에서 얼굴을 비치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무장단체 사건이라면 연방수사국인 FBI가 나서야겠지만, 호텔을 습격한 이들의 신원이 인터폴에서도 수배가 내려진 인물들이라 저희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한데, 수사에 관한 보고서는 이미 수사국을 통해 전해드렸는데요. 더 물어보실 것이 남았습니까?”
지금 침대에 앉아 대답한 신우는 진짜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아슬아슬하게 전세기로 휠링에 도착해서 먼저 병원에 입원해 있던 방금 웨이와 교대한 것이다.
물론 그사이 호텔에서 벌어졌던 일에 관한 내용은 장만수를 통해 전달받아 전부 숙지했다.
“그 참고인 진술서는 저희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위험인물인 용의자들이 전부 사망한 탓에 좀 더 상세한 조사가 필요하기도 하고, 백신우 대표님의 본국 내 영향력도 있다 보니 제가 직접 찾아뵈었습니다.”
“부담스러운 걸음을 하셨네요. 그럼 물어보시죠. 제가 뭘 대답해드리면 될까요. 아, 적당한 곳에 앉으시죠.”
덤덤한 신우의 대답에 트래비스 캠벨은 맞은편 빈 침대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감사합니다. 당장 의문인 것은 이번 사건의 이유입니다. 진술서에서는 마땅한 원한 관계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러신가 해서요.”
“거기 썼듯이 사업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원한을 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걸 하나하나 고려하고서 일을 진행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트래비스 캠벨도 잘 알았다.
MH퓨처시큐리티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위협을 느낀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반도체 생산 신기술을 발표한 RD일렉트로닉스와 군사기업인 노스월과의 계약은 그들의 초조함에 불씨를 피웠을지도 몰랐다.
“저도 수사를 담당한 부서에서 그런 부분을 중심으로 조사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광범위한 영역 탓에 조금이라도 범위를 좁혀보고자 여쭌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전에 사고를 당했던 사건이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고사로 위장해서 저를 죽이려고 했으니까요.”
“해당 사건이라면 저도 조사와 함께 내용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벌어졌던 사건이다 보니, 국가 차원의 수사권 때문에 협의 중입니다.”
CIA도 이시크올선이란 용병 조직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알고서 다방면으로 조사했다.
당연히 그 조사 범위에 신우의 사고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외에 특정해서 꼽자면 지금은 다른 기업에 뿔뿔이 나눠진 배성그룹과 저를 납치했던 에스원파이낸스가 있겠네요.”
신우는 배성그룹에서 가장 알짜배기였던 배성유통을 MH유통으로 탈바꿈했다. 에스원파이낸스의 일은 유지영 회장의 아들인 안승주가 벌였고 말이다.
“다른 곳은 더 없습니까?”
“최근 마찰이 있던 곳을 생각해본다면… TSF Investment가 있네요. 한국 지사와 중국 지사에서 사업에 관한 일로 협의가 진행되다가 불가피한 문제로 보류되었습니다. 일단은 거기까지네요.”
TSF Investment란 이름은 트래비스 캠벨도 잘 알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투자기업. 단, 자금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데다가 지저분한 소문까지 많아서 CIA에서도 주의 깊게 살피는 중이었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보류 원인이 MH퓨처시큐리티에 있던 겁니까?”
“아니요. 외부 원인이었습니다. 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이 조금 복잡해지면서 불발된 거죠.”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신우는 코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실까요?”
잠시 고민하던 트래비스 캠벨은 다시 물음을 이어갔다.
“진술서에는 실질적으로 대표님과 휘하 직원 둘이 무장단체와 싸웠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상세히 적은 걸로 아는데요.”
장만수가 전력을 떨어뜨려 CCTV 기록이 하나도 없었지만, 전투에는 어떤 식으로든 흔적이 남는다.
게다가 당시 KITE 소속 경호원들은 파티장에 있던 손님들을 지켰다.
총격전까지 벌인 것을 뻔히 보았을 테니 불필요한 거짓말을 내세우면 오히려 의심만 살 수 있었다.
“저도 봤습니다. 하지만 고작 셋으로 완전 무장인 19명을 그렇게 만들 수 있나 해서 말입니다. 물론 그중 실력 좋은 경호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표님과 다른 한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신우와 릴리안을 가리킨 것이다. 물론 트래비스 캠벨은 릴리안의 옆에 있는 왜소한 체구의 메이안을 보고서 더욱 믿기 어려웠다.
“살고자 하니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그게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UAD 프로젝트에 대해 말을 꺼낼까도 싶었다. 그러나 거기서 벌인 모든 작전은 미국에서도 전혀 몰랐다.
물론 그 정보가 CIA에도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입으로 그것을 드러내거나 인정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저희 쪽에서 거짓으로 진술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지요.”
애초에 이시크올선이 철저하게 계획하여 신우를 저격하고 거기서 실패하자 호텔까지 습격한 일이었다.
모든 정황과 이시크올선의 동선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CCTV 기록과 정확히 일치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대답은 거기까지입니다. 이만 쉬고 싶으니 돌아가주시죠. 이후에 마무리할 일이 많아서요.”
트래비스 캠벨은 물을 것이 많았지만 거기서 더 꺼내지 않았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단, 사건이 꽤나 심각해서 한국에서도 협조를 요청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유가 되면 그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그렇게 인사를 나눈 CIA에서 온 이들이 전부 돌아갔다.
신우는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