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24)
전직용병 재벌서자-224화(224/305)
224화. 적당히는 너희가 거부했다 (2)
복도로 나온 CIA 국장 트래비스 캠벨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침묵과 함께 고민하며 방금 마주했던 백신우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한국 쪽에 요청한 백신우 대표에 관한 자료가 넘어왔는지 확인해보지.”
그런 지시에 아까 신분증을 보여줬던 요원이 전화를 넣었다.
요원은 CIA 작전국 휘하 대테러 센터장인 바실 곤잘레스였다.
“방금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그러지.”
바실 곤잘레스는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에 자료를 띄워서 트래비스 캠벨에게 넘겨주었다.
“흐음… 이력은 분명 평범한데, 이번 상황이나 결과를 보면 그렇지 못하단 말이지.”
이에 바실 곤잘레스가 입을 뗐다.
“이번 일은 민감한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여론도 심상치 않아 구체적인 발표도 조만간 진행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무장단체의 정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도록 하지.”
현재 기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무장단체라고만 보도되었다. 그들이 청부로 사람들을 죽이러 다니는 전문 용병 조직이란 것이 드러나면 불필요한 말들까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백신우 대표 쪽에서는 그들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일까요?”
“놈들은 다리어와 터키어를 사용하지 않나. 이전에 따로 접촉한 적도 없고, 중간에 통역사가 있던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렵겠지.”
“일단 언론 통제부터 확실히 체크하겠습니다.”
트래비스 캠벨은 그의 대답을 들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차에 올라탔다.
물론 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는 중이었다.
“APLAA에 협조를 구해 백신우 대표에 대해서 더 알아보도록 하지.”
APLAA는 분석국에서 동아시아, 태평양,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의 그룹을 담당한 부서였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시크올선의 입국 경로 파악도 빨리 알아보도록 하지. 인터볼 적색수배 중인 자와드와 라피흐가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분명 상당한 세력의 도움이 있었을 테니 말이야.”
탈레반에 속해 있다가 분리된 이시크올선은 테러 조직이나 다름없었다. 이번처럼 사람 하나를 죽이기 위해 휠링이라는 지역을 뒤집어놓았으니 말이다.
“분석국을 재촉해보겠습니다.”
그들이 탄 차량은 CIA 본부가 있는 랭글리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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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병실에 있던 신우는 창밖으로 병원과 멀어지는 CIA 차량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장만수에게 연락하여 스피커폰으로 바꾸었다.
“놈들이 가지고 있던 기기에서 나온 건 있었어?”
[안 그래도 릴리안이 카피해서 보내준 것들을 분석했어. 근데 역시나 철저한 놈들답게 나온 것은 딱히 없네. 이 무식한 아날로그쟁이들.]“웨이가 탈로칸의 안가를 확인해봐야 알 수 있겠네.”
병실에서 신우와 교대한 웨이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위장 신분으로 아프가니스탄 탈로칸에 가기 위해서였다.
[글치. 하지만 당장 떠올릴 만한 녀석들도 있긴 하잖아.]“이 상황에서 TSF는 아닐 거야. 물론 UAD 프로젝트 자료에서 중동 쪽 작전 내용을 찾아 그곳에 뿌렸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가능성을 본다면 그게 유력하긴 하겠네.]신우는 애매하게 파악된 상황을 계속 떠올리다가 다시 말했다.
“일단 웨이가 안가를 확보하길 기다려보자. 거기서도 헥터가 출발했지?”
[이미 갔어. 카불에서 만나 같이 움직일 거야.]다른 곳도 아니고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자와드의 안가에 가는 것이었다. 이시크올선의 중추가 전멸했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잔당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이유로 총기 사용에 능한 헥터를 웨이에게 붙였다.
“잘했네. 그동안 만수는 주호연 이사님 통해서 이쪽 일에 필요한 자금 결제 좀 진행해줘.”
[얼마나?]“금액은 이번 일로 사망한 이들의 장례 준비와 피해 보상을 법무팀이랑 논의해서 결정해. 조금도 아끼지 말고.”
그런 요청에 병실에 엄숙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에 장만수는 핸드폰 너머로 조용히 있다가 대답했다.
[알았어.]“고맙다. 그리고 릴리안은 이 지역 시장님과 수사국을 만나서 아까 내가 만수에게 말한 사항을 협의해주고.”
“Ok―!”
신우의 시선은 계속 창밖으로 향해 있었다. 밑에 바글바글 모인 기자들과 그 앞을 가로막은 경찰들, 동시에 멀찍이서 병원을 지켜보는 몇몇 이들까지 보며 기분이 착잡해졌다.
그러다 장만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대장! 국정원에서 운용하는 국외 차명계좌에서 수상한 자금의 움직임이 포착됐어.]“생각보다 빠르네.”
[그렇지. 반상원이 TSF와 손을 잡고서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이전에 해킹해둔 안덕칠의 핸드폰을 통해 국정원 경제안보국장인 민영만의 것까지 장악했다. 그때 이후로 반상원의 핸드폰으로 침투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그런 반상원이 얼마 전 TSF의 곽치영과 로사 테일러를 만난 것부터 당시 나눴던 대화까지 파악되었다.
“위치와 금액이 어떻게 되는데?”
[자금 규모는 대략 4조 원. 반상원의 핸드폰을 통해서 들은 대로야. 1차적으로 집결한 위치는 역시 러시아의 블라인드 펀드이고.]“출발점은 어디야?”
[블라디보스토크의 코즐로프라는 환치기 전문 회사. 그쪽 마피아가 운영하는 중이야. 예전에 비코프 패밀리를 원점 타격으로 박살내기 위해 추적하다가 찾아냈던 회사네.]방금 말한 예전은 회귀하기 이전을 뜻했다.
그런 설명에 신우도 코즐로프와 비코프 패밀리에 대해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 시점에 비코프 패밀리가 그 정도 자금을 운영할 정도가 되나?”
[절대 안 되지. 놈들의 규모가 커지는 건 못해도 4∼5년은 더 있어야 해. 기다려봐.]핸드폰 너머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확인이 끝나면서 대답했다.
[녀석들 상황을 보니 현금 융통이 꽤나 필요한 거 같아. 그래서 사채와 환치기 회사의 규모를 키운 거 같고. 아까 확인한 거래라면 상당량의 현금을 만졌겠어. 어쭈? 밀수랑 밀항 쪽에도 손을 댄 거 같은데?]“밀수까지? 그건 어떻게 안 거야?”
두 가지 전부 브로커를 통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록이 수기로 남아 전자상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다.
[금액이 말해주잖아. 정기적으로 약 5만 달러씩…….]그때 옆에서 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50,900 달러. 작년 평균은 60,413 달러. 올해는 45,393 달러.] [알았으니 그만 좀 계산해! 확― 대학에 보내버릴라!] [할 거면 정확히.] [진짜 지긋지긋하다.]핸드폰 너머에서 두 사람은 티격태격 싸우는 듯했다.
이내 장만수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서 말했다.
[아무튼 수수료로 안 거야. 마피아 차명계좌에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이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건 밀수랑 밀항이 유력하니까. 근데 얼마 전에 같은 계좌로 상당한 금액이 들어왔어. 200만 달러 정도. 수수료라고 보기에는 금액이 상당하네.] [2억 루블. 미화 2,129,032 달러 26센트.]러시아 차명계좌이니 달러가 아닌 루블로 표시되는 것이 당연했다.
장만수는 이해하기 쉽게 달러로 대충 환산하여 말했는데, 이번에도 릭이 정확하게 계산해서 말했다.
[수능 치고 싶어? 진짜 대학 보내버리기 전에 샤랍―!]그들이 티격거리는 사이, 신우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한 후 말했다.
“자금의 이동 경로를 완전히 지우기 위해 밀수로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긴 거네. 거기서 다시 한번 자금을 세탁한 후 국정원 차명계좌로 옮긴 거고.”
[싱가폴, 쿠바, 앙골라 쪽 페이퍼 컴퍼니로도 돌린다고 했으니 몇 번 세탁한다는 거겠지.]“현재 패턴을 다른 나라 쪽 은행과 기업하고도 연결할 수 있겠어?”
신우의 물음에 장만수는 무슨 의도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놈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다른 자금들을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거지?]“꽤나 기발한 발상이잖아. 우리도 도청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정도고.”
불법 자금을 마피아와 타국의 정부 휘하 조직이 관리하는 차명계좌로 이동시킨 것이다. 전부 들춰낼 정도의 영향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누구도 쉽게 찾아낼 수 없을 방식이었다.
[맞는 말이네. 바로 돌려볼게. 근데 규모가 상당해서 기간은 좀 걸릴 거야. 놈들이 한 가지 방법으로만 자금을 움직인다는 보장도 없고.]“그래도 손해는 없잖아. 부탁할게.”
[Ok. 그리고 넌 계산 좀 그만해!]마지막 말은 여전히 옆에 있던 릭을 향해 외친 것 같았다.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 * *
【美, 웨스트버지니아 휠링 참사! MH퓨처시큐리티 주관으로 캘버리 공동묘지에서 합동 장례식이 진행되어… 합동 장례를 주관한 백신우 대표도 엄숙한 분위기로 직접 참석해…….】
【WVU 휠링 참사에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는 유가족들을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 진중히 사과해…….】
【휠링 대참사, 사업적 원한 관계의 보복성 행위가 원인. MH퓨처시큐리티의 독보적인 행보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백신우 대표를 노린 암살로 발생한 참사! 한·미 정부 휘하 수사국과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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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전부 신우의 편이 될 수 없었다. 암살 시도로 인해 사건이 발생했기에 비판적 여론도 생성되었다.
그런 기사들이 빗발치는 사이, 신우는 캘버리 공동묘지에서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러다 몇몇 이들이 거친 걸음으로 달려와 신우에게 소리쳤다.
“You killed my kid! (당신 때문에 우리 애가 죽었다고!)”
“Bring our son back to life! (우리 아들을 다시 살려내!)”
그 순간 KITE 경호원들이 나서려 했지만, 신우는 다급히 손을 들고 고개를 저으며 경호원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이내 가까이 다가온 유가족들은 신우의 옷을 잡아 흔들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어떻게 할 거냐고―!”
신우는 이를 악문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그런 모습이 이어지다가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 바닥에 주저앉았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음에도 신우는 책임감을 느꼈다. 이내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고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걸어갔다.
“…실질적인 책임이 없는데 꽤나 신경을 써주시는군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다가온 사람은 CIA 국장인 트래비스 캠벨이었다.
물론 신우도 그가 가까이 걸어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이 자리까지 참석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은 것이니 최소한 얼굴은 비쳐야지요.”
“그래서, 수사에 진척은 있었습니까?”
그 물음에 트래비스 캠벨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보다 여론이 걱정이군요. 물론 나름의 수습으로 진정 효과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신우는 조용히 듣다가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게 수습하는 것처럼 보이십니까?”
“그럼 아닙니까?”
“하면, CIA에서는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저를 공격한 이들이 탈레반 출신의 이시크올선이라는 걸 숨기고 계신 겁니까?”
그 순간 트래비스 캠벨은 선글라스 너머로 눈이 크게 떠졌다.
이시크올선에 대한 정보는 CIA에서 철저하게 통제 중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