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25)
전직용병 재벌서자-225화(225/305)
225화. 적당히는 너희가 거부했다 (3)
얼굴이 잔뜩 굳어진 트래비스 캠벨은 신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그들의 정체와 출신을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설마, 군대에 계실 때 작전 중 만나신 적이 있던 겁니까?”
트래비스 캠벨도 장례식이 진행되기까지 신우에 대해 여러모로 조사했다.
당연히 그중 군 경력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서 면밀하게 파헤쳐보았다. CIA 국장인 만큼 그것이 위장된 흔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딱히 대답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대신 CIA와 그 위의 화이트하우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서 이시크올선의 정체를 보도하지 않았는지는 잘 알겠고 말입니다.”
“탈레반 출신입니다. 본국 내 국민들이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얼마나 동요할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철수한 지 4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미국은 그전까지 처참한 희생들을 너무나도 많이 경험했다.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신우도 잘 알았다.
“그래서 화이트하우스는 정보를 은폐해 사람들의 시선을 우리에게 돌아가도록 결정한 겁니까?”
“나름 잘 대처하시는 중 아닙니까.”
“아까부터 계속 잘못된 표현을 쓰시네요.”
“…뭐가 말입니까?”
“이 상황은 수습이나 대처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인 거죠.”
순간 트래비스 캠벨은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이에 신우는 장례식을 차분하게 쳐다보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CIA와 화이트하우스에서 적당히 하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그리고 괜한 짓으로 이번 일을 쓸데없이 이용하려는 시도가 보인다면, 저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지금 하신 말씀… 미국을 협박하시는 것처럼 들리는데 말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이시크올선의 정체뿐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의미심장한 신우의 물음에 트래비스 캠벨은 침음을 흘렸다.
“무엇을 더 알고 계신다는 겁니까?”
“SA523332F33S.”
“…그게 뭡니까?”
당장 의미 모를 숫자는 그를 더 의문스럽게 만들었다.
“아, 이렇게 말씀드리면 이해가 쉽겠네요. Mission HEXTURN. 일명 하이드 옥션 프로젝트로 불리죠.”
그런 설명과 함께 선글라스 뒤로 트래비스 캠벨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백 대표님께서 상당히 위험한 정보를 알고 계시는군요.”
“요즘 러시아 쪽 정보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겁니다.”
“그러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은 모르십니까?”
“한두 번 위험했던 것도 아닌걸요. 물론 그때마다 제가 아니라 상대의 목숨이 먼저 날아갔지만요.”
보통 사람이 방금과 같은 말을 했다면 허세로밖에 안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트래비스 캠벨이 직접 마주한 백신우는 달랐다. 암살을 시도한 용병 조직인 이시크올선을 직접 나서서 경호원들과 함께 전부 소탕까지 했으니 말이다.
“스스로의 실력을 과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과신이 아닌 자신이죠.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뭘 말입니까?”
“서로 같은 패를 가지고 있다면, 유리한 쪽에서는 그 패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까는 쪽을 선택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그때 트래비스 캠벨의 뒤로 대테러 센터장인 바실 곤잘레스가 다가섰다.
“국장님! 언론에 이시크올선에 대한 내용이 터졌습니다.”
“뭐?!”
【휠링 대참사의 범인들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출신 용병 조직인 이시크올선! 미국은 다시 테러의 위협을 받게 된 것인가?】
【다시 시작된 테러 위협? 휠링에서 발생한 무장단체의 습격은 대한민국 M기업 대표 B씨를 살해하기 위한 것이 원인이지만, 그들의 출신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면서 불법적인 청부를 일삼는 용병 조직이라는 것이 밝혀진 가운데…….】
.
.
기사를 확인한 트래비스 캠벨은 신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는 겁니까?”
CIA가 애써 숨기고 있던 이시크올선의 정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우는 그런 물음을 받으면서도 덤덤했다.
“진심 어린 애도는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앞에 두고서 하는 겁니다.”
“크읍…….”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서로 불편해질 일은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 하시죠. 제가 가진 패는 헥스턴만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두시면 좋겠고 말입니다.”
방금 말한 헥스턴처럼 회귀 전 자유 용병과 트라이드 아이로 활동하면서 파악한 정보는 차고 넘쳤다.
물론 꺼내 들기는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미국의 화이트하우스와 CIA가 희생자들을 기만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
“결국 CIA와 척지겠다는 겁니까?”
“도발은 그쪽에서 먼저 하셨잖습니까. 그러니 화이트하우스의 VIP에게도 확실히 전하세요. 아무리 눈과 귀를 막는다고 낮을 밤이라고 속일 수는 없다고요. 저는 이만 실례하죠.”
신우는 그 말을 끝으로 장례식이 진행되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트래비스 캠벨은 이를 악물면서 신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바실―!”
“예. 국장님.”
“당장 본부에 연락해서 1급 기밀 서류인 헥스턴의 유출 유무부터 확인해.”
“…헥스턴 말입니까? 그 파일이라면 완전히 봉인해두지 않았습니까.”
바실 곤잘레스는 조금 떨어져서 서 있던 통에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백신우가 그 파일의 이름을 알고 있더군. 어딘가 구멍이 생긴 것이 확실해.”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곧장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
한편, 신우는 트래비스 캠벨이 떠난 모습을 확인하고서 다시 유가족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옆으로 마크 프리먼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대표님.”
“왜 그러시죠?”
“외람된 말일 수 있지만, 대표님께 장만수 부장이 중요하신 걸로 압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죠.”
“현재 장만수 부장의 전담 경호를 담당한 동료분들 중 헥터 하몬드 교관이 출장을 가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그렇죠.”
너무도 담담한 신우의 대답 때문인지 마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KITE의 경호원들도 배치되었다고 하지만, 헥터 하몬드 교관의 구멍을 메울 정도로는 부족할 듯싶어서 말입니다. 그러니 알렉산더와 리카르도만이라도 먼저 귀국시키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여 조심스레 건의한 것이다.
신우는 그런 제안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더 덤덤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까지 걱정되시는 겁니까?”
“경호 팀장으로서 문제될 만한 사항에 대비도 필요할 듯해서 그렇습니다. 이번 일도 그렇고, 대표님을 노리는 세력의 실력이 만만치 않을 듯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에 신우는 고개를 더 갸웃거렸다. 그런 대화를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릴리안도 신우와 마찬가지였다.
* * *
대한민국 서울은 자정이 지난 시각.
MH퓨처시큐리티 건물에서 나온 장만수는 릭과 KITE의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휴우! 죽겠다, 죽겠어.”
“그럼 운전은 경호원한테 맡겼어도 됐잖아.”
지금 운전대는 장만수가 잡고 있었다.
“이렇게나마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두 사람이 탄 차는 릭의 덩치 때문에 구입한 베이츠 사의 Z바겐 최신 모델이었다. 손맛이 괜찮은지 장만수는 한사민이 부른 ‘Love Essay’란 곡을 애절하게 열창까지 해댔다.
“당신에게로 빨리 날아가∼ 늦지 않도록 그곳에 닿기를∼”
노래와 함께 장만수의 걸걸한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요란스러워진 상황에 릭은 보조석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뚝―
그때 한참 이어지던 노랫소리가 끊기더니 장만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꼬리가 붙었네.”
장만수의 시선은 백미러와 전방을 빠르게 교차했다.
이에 릭도 시선을 살짝 돌리니 장만수가 말한 차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대네.”
커다란 승합차였기에 그 안에 몇 명이나 타고 있을지 몰랐다.
장만수는 차량 내비게이션 화면 구석에 있던 ‘L’ 모양의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LEUCO, 후방 카메라로 번호판 인식해. 그리고 소유주 확인까지.”
명령어와 함께 화면은 뒤쪽을 비추더니 미행으로 붙은 차량들의 번호판들을 포착해 검색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오고, 장만수는 곁눈질로 내용을 확인했다.
“어허~ 이거 예상 밖인데?”
“하르파스 인더스트리?”
옆에서 그 내용을 같이 확인한 릭이 중얼거렸다.
다만, 차량은 렌트카였다. LEUCO는 번호판을 추적해 렌트카 회사의 서버까지 들어가 대여자까지 찾아냈다.
“어째 놈들의 볼일이 나일 것 같지 않아?”
하르파스 인터스트리는 MH퓨처시큐리티가 MH테크와 제휴 중인 군사기술 특허를 원했다.
당연히 그 특허의 개발자인 장만수에 대해서도 알아냈으니 표적은 뻔했다.
“그보다 만수 형님은 차를 언제 개조해놓은 거야?”
“틈틈이 해놨지. 근데 놈들의 표적이 나일 거 같다는데 걱정도 안 되냐?”
“딱히. 근데 이건 뭐고?”
릭이 방금 자료가 떠오른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에 장만수는 한숨을 내쉬며 설명해줬다.
“LEUCO AI를 기반으로 한 음성 인식. 아직 테스트 중이라서 여기에만 적용해본 거야. 근데 나쁘지 않네.”
“만수 형님도 진짜 대단하네.”
“숫자만 보이면 계산해대는 너만 할까.”
“그래서 어떻게 해? 계속 따라오게 둘 거야?”
그런 물음에 장만수는 백미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놈들이 그렇게 안 둘 것 같은데.”
새벽 시간이라 도로는 조금 한적했다.
이내 뒤에서 따라오던 차들이 갑자기 속력을 올리더니 장만수와 경호 차량을 앞질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싹 붙듯이 속도를 줄이면서 차가 설 수밖에 없도록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익―
“내가 처리하고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다짜고짜 박살이라도 내려고?”
그사이 KITE 경호원의 목소리가 무전으로 들려왔다.
[나오지 마십시오. 저희가 대응하겠습니다.]“아니요. 상대 수가 적지 않으니 같이 나가시죠. 무슨 볼일인지도 알아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옆에서 의아해하던 릭은 그런 장만수를 쳐다보았다.
“대장한테는 연락 안 해?”
“이 정도는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야지.”
앞을 막아선 차량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외국인 사내들이 잔뜩 내렸다.
그 모습을 본 장만수는 릭과 함께 밖으로 나가 다른 차량에서도 내린 KITE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다가갔다.
“누구시길래 앞을 막으십니까?”
먼저 말을 걸자 검은 양복 사내들 중 갈색 머리에 눈동자, 순하게 생긴 청년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장만수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 서서 영어로 말했다.
“저는 하르파스 인더스트리 글렌 라슨의 비서, 고든 뱅크스라고 합니다.”
“그래서요?”
장만수도 똑같이 영어로 대답하자 고든 뱅크스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쪽이 MH퓨처시큐리티의 장만수 부장님, 맞으시지요?”
“알면서 왜 묻습니까?”
조금 까칠한 대답에도 고든 뱅크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저희 회사의 본부장님께서 장만수 부장님을 직접 뵙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니 만남에 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꽤나 진지하면서 묵직한 요청이었다.
이에 장만수는 삐딱한 자세로 그를 쳐다보며 고든 뱅크스와 똑같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싫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