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26)
전직용병 재벌서자-226화(226/305)
226화. 누가 기술자보고 약하대?
다시 던져진 장만수의 거절.
그로 인해 한적한 도로 위에 세워진 차들과 그 사이로 선 사람들의 분위기는 험악해져만 갔다.
고든 뱅크스는 순하게 생긴 표정을 살짝 굳히고서 더 묵직한 목소리를 냈다.
“장만수 부장님께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니 따라와주셨으면 합니다.”
“거― 참, 싫다는데 자꾸 왜 이러실까.”
“저희는 무력을 동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중하게 요청드릴 때 승낙해주심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가 봐도 협박이었다.
이에 장만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를 후비면서 그를 쳐다봤다.
“써보든가―!”
그런 대답에 릭이 옆에서 감탄했다.
“오! 방금 되게 대장 같았어.”
“그래? 일부러 느낌 좀 비슷하게 살려봤는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시시덕거렸다.
고든 뱅크스는 그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긴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정말 말로는 어려울 듯싶겠군요. 후회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런 대답과 함께 주변으로 눈짓이 오고 갔다. 이에 고든 뱅크스의 옆으로 서 있던 이들이 천천히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만수 형님은 가만히 있어. 후딱 처리할 테니까.”
“난 괜찮으니까 시원하게 날려. 대신 죽이면 안 된다.”
“Ok―!”
팽팽해진 긴장감 속에서 두 무리의 거리는 한 걸음 앞까지 가까워졌다.
이에 장만수의 옆에 서 있던 릭도 성큼성큼 걸어가 그들과 마주 섰다.
“뭐야? 눈싸움하자는 거야?”
도발 가득한 릭의 물음에 그들 중 리더인 마르셀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도 제법 몸집이 되었지만, 2m가 훌쩍 넘는 릭과 머리 반 개 차이 정도로 작았다.
“덩치만 믿고 까부는 건가?”
“그쪽은 주둥이만 믿고 까부는 거 같은데.”
“같잖은 도발이네. 웬만하면 조용히 비켜주는 것이 어떤가. 그 덩치에 쪽팔린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진짜 시끄럽네.”
퍽―
그 순간 사내는 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먹을 턱에 꽂아 넣었다. 완벽한 타이밍에 충분한 힘까지 실린 공격. 웬만한 장정이면 이미 나가떨어졌어야 했다.
“…….”
하지만 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자세로 가만히 있다가 웃어 보였다.
“먼저 친 거 맞지? 그럼 이제부터 정당방위다.”
“…뭐?”
콰악―
릭은 커다란 손으로 그의 하관을 붙잡았다.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피할 새도 없었다.
나름 한 덩치 하는 마르셀은 그런 릭의 팔을 떨쳐내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인형 뽑기처럼 위로 들리기까지 했다.
“뭐긴 뭐야. 이제부터 쇼타임이라는 거지.”
그 순간 릭은 마르셀을 다른 사내들에게 집어던지고서 주변으로 달려들었다.
싸움은 그렇게 시작됐다.
마르셀과 부하들의 수는 대략 15명. KITE 경호원은 릭을 포함한 6명뿐이었다.
하지만 처음에 마르셀이 날아가면서 부딪힌 이들이 버둥거리는 동안 릭의 주먹은 빠르게 휘둘렸다.
퍼퍼퍽― 퍼퍽―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주먹을 바쁘게 치고받았다.
그런 와중에 릭의 공격으로 한순간 정신을 잃었던 마르셀이 머리를 흔들면서 일어났다.
“저 자식은 무슨 탱크인 건가?”
아까 정확히 턱을 노린 공격이 뇌를 흔들어서 아무리 덩치가 크다고 한들 쓰러뜨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그것만 계속 생각할 수 없었다.
릭이 휘하의 부하들과 싸우는 상황에서 머리만 잡으면 끝날 것이었다.
이내 마르셀은 달려들 준비를 하던 부하 둘과 눈빛을 주고받고서 장만수가 있는 곳의 뒤쪽으로 우회했다.
“아까 그놈만 무시하면 끝날 일이지.”
장만수의 옆으로 경호원 하나가 붙어 있었다.
그 경호원은 뒤에서 다가온 마르셀과 부하들을 발견하고서 달려들었다.
퍼퍽― 퍽―
3대 1은 실력이 없으면 쉽게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지고, 장만수만 혼자 차 앞에 서 있었다.
“그러게, 미스터 뱅크스의 말대로 조용히 따라왔으면 좋았을 일 아닙니까.”
이에 장만수는 덤덤한 표정으로 어느새 손에 쥐고 있던 삼단봉을 길게 펼쳤다.
촤르륵―
“그쪽에서 날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
“고작 그런 막대기 하나 들었다고 뭘 할 수는 있고?”
그들이 파악한 장만수는 기술자였다. 다른 이력도 확인했지만, 위험한 쪽으로 뭔가 배운 흔적은 없었다.
“진짜 주둥이만 믿고 까부는 거 맞네.”
아까 릭이 마르셀을 도발하기 위해 던진 말이었다.
이에 마르셀은 얼굴을 잔뜩 구기고서 양쪽의 부하들을 앞으로 내보냈다.
두 사람은 장만수가 든 삼단봉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서 걸어왔다. 그때 뭔가 어둠을 가르고서 휘둘리더니 사내들의 머리를 찍고 사라졌다.
파팍―
“…….”
그들을 공격한 것은 장만수의 삼단봉이었다.
뒤쪽에서 그 상황을 지켜본 마르셀도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부하들의 머리가 돌아가고 나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검도?”
마르셀이 중얼거리는 사이, 부하들은 머리끝이 쪼개진 듯한 통증에 주저앉아버렸다.
“왜? 실전에서 검도 쓰는 사람 처음 봐?”
“그런 걸 배웠다던 기록은 없었는데…….”
“거기 기록에 없다고 내가 쓰면 안 되냐?”
빠박―
장만수의 삼단봉은 다시 일어나려던 사내들의 쇄골과 무릎을 빠르게 후려치며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아아악―!”
“크악!”
생각지도 못한 상황은 마르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그런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런 걸 그쪽만 쓸 줄 아시나 봅니다.”
마르셀도 품속에서 꺼낸 삼단봉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곧장 달려 나가서 장만수를 제압하기 위해 어깨 쪽으로 휘둘렀다.
파팍― 팍, 퍽―
두 자루의 삼단봉이 허공에서 몇 차례 부딪치더니, 장만수의 것이 빠르게 방향을 틀어 마르셀의 쇄골을 내리찍었다.
“크읍!”
“꽤 버티네? 릭의 던지기에도 일어나더니, 맷집이 생각보다 좋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장만수는 삼단봉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빠박―
양쪽 무릎이 벌어질 정도로 가격당한 마르셀은 부하들처럼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아악!”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어느새 릭과 KITE 경호원들이 싸우던 곳에서도 삼단봉이 휘둘리는 중이었다.
“난리네, 난리야. 아주 아수라장이 따로 없네.”
장만수는 슬쩍 뒤돌아 그런 상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통증을 참고서 일어난 마르셀이 그런 장만수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모를 줄 알았냐.”
까앙, 퍼퍽, 퍽―
뒤도 돌아보지 않던 장만수는 삼단봉으로 그의 공격을 허공으로 쳐낸 후 팔뚝과 목, 머리로 이어서 타격했다.
“내가 비리비리해 보이디? 나름 패션 핏을 위해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몸이거든?”
그때부터 장만수는 주춤거리며 일어나려던 마르셀과 그의 부하들을 계속해서 때려댔다.
“하여간, 기고만장하게 덤빈 놈들 치고 제대로 된 놈을 본 적이 없지.”
퍼퍼퍽― 퍼퍽―
세 사람은 일어날 틈도 없이 맞았다. 거의 구타나 다름없던 상황은 릭이 다가오면서 끝날 수 있었다.
“만수 형님! 언제까지 팰 거야?”
“아, 거긴 정리 다 됐어?”
“아까 끝났지. 그리고 이 녀석도 데려왔어.”
릭의 손에는 아까 거만한 표정으로 제안을 던졌던 고든 뱅크스의 멱살이 쥐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반항이 있었는지 양쪽 콧구멍에서 피가 흘렀다.
“곱게 좀 데려오지.”
“사람들을 저 지경으로 만든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입이 삐죽 나온 장만수는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마르셀과 부하들을 힐끗 보았다.
“뒤통수를 노린 놈들이잖아. 그보다…….”
그렇게 말하던 장만수는 고든 뱅크스와 눈이 마주쳤다.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
“일단 놔줘야 하는 거 아닌가? 조금 있으면 경찰이 올 텐데.”
싸울 때는 거리낄 것이 없던 릭도 일이 복잡해지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그렇긴 해.”
“안 놔주려고?”
“쪽도 팔려본 놈이 쪽팔린 줄 아는 거잖아. 미국 굴지의 군사기업이라는 하르파스 인더스트리가 한국에서 쪽 좀 팔려봐도 나쁘지 않겠지.”
차량에 막히지 않은 차선으로 다른 차들이 듬성듬성 지나갔다.
그러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도로 위에서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패싸움(?)을 벌였으니, 누군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 * *
【美, 금일 CIA에서는 휠링 대참사의 가해자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출신 이시크올선이라고 정식으로 발표하였으며… 이번 사건은 테러가 아닌 청부를 통한 한국의 M기업 대표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해…….】
【MH퓨처시큐리티가 주관하여 휠링 대참사 장례식 마쳐… 이후 유가족에게 해당 참사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여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며…….】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 시도? 미국 H기업에서는 국내 M기업 기술 개발자를 납치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였다. 그 과정에서 M기업 경호원들과 싸움을 벌였으며, H기업 소속의 피의자들은 전부 제압당해 경찰에 넘겨져…….】
.
.
신우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기 안이었다. 일등석에 앉아 태블릿으로 기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은 일을 제대로 벌여놨네.”
미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하르파스 인더스트리가 접촉해왔다가 마찰이 생겼다고 들었다.
물론 신우는 거기서 뭐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겨둔 상태였다.
그때 옆 좌석에 앉아 있던 릴리안이 고개를 내밀며 음어로 말했다.
“하여간, 만두 녀석은 직접 맡겨두면 이런 식이란 말이지.”
“나쁘지는 않잖아. 하르파스 인더스트리나 TSF에서도 이제 뻔한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을 테니까.”
“괜히 더 건드린 꼴이란 말이잖아.”
물론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의 영향력 때문인지 언론에서도 그 이름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나름 그쪽에서도 손을 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경고 정도는 됐겠지. 조금은 브레이크가 걸릴 테니까.”
“만두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서 일을 벌인 건 아닐걸. 오랜만에 몽둥이 휘두르는 걸로 스트레스나 풀려고 했던 거겠지.”
장만수의 검도 실력은 동료들 전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익히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회귀 전, 국정원에서 시달린 이후 세계를 떠돌면서 스스로 몸을 지키기 위해 익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컴퓨터를 다루는 머리 외에 검도 쪽으로도 재능이 있던 것이다.
다만 평소에는 상대방을 방심시키기 위해 습관적으로 실력을 숨기려는 행동이 박혀 있어서 티를 내지 않았다.
게다가 회귀로 이전보다 오감이 날카로워진 것도 있으니, 현재 실력을 따져본다면 검도만으로 동료 중에 장만수와 비등하게 싸울 사람은 에스크리마 고수인 릴리안이 유력했다.
“그것도 나름 괜찮지.”
“하여간… 대장은 만두한테 너무 후하다니까.”
“…그런가?”
얼마 후, 항공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장으로 나가니 이번 일들로 수많은 기자가 진을 친 상태였다. 그들은 우르르 신우를 향해 몰려들었다.
물론 미리 나와 대기 중이던 KITE 경호원들이 빠르게 달려와 그런 신우와 동료들을 중심으로 둘러쌌다.
“이번 휠링 사태의 범인들이 청부 용병 조직이라고 하던데,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아직인 겁니까?”
“휠링에서 CIA 국장 트래비스 캠벨이 방문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미국 내에서 청부 용병 조직이 백신우 대표님을 암살하려 했는데 어떤 심정입니까?”
질문들이 정신없을 정도로 쇄도했다.
신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서 바깥에 도착한 차량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