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30)
전직용병 재벌서자-230화(230/305)
230화. 작은 숲속의 전투 (2)
어둠 속에서 등골이 서늘해진 데미안 하인스는 소총의 탄창을 갈아낄 틈조차 없었다.
곧장 나무 뒤로 몸을 숨긴 후 권총부터 뽑아 들었다. 그리고 계속 정적이 흐르자 소총의 탄창까지 교체하고서 사방을 경계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전조차 들리지 않았기에 모든 부하가 당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확실히 정보가 새고 있어. 부대원들의 위치까지 전부 파악되는 상태이고. 인근에서 열화상 스코프로 감시 중인 건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미 몇 번이고 저격부터 당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격 시도는 없었고, 차량으로 인한 추격전만 바쁘게 벌어졌다.
데미안은 아까 섬광 수류탄을 던졌던 곳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아까 총격으로 죽인 적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사삭― 사사삭―
물론 나무 뒤로 이동하며 야시경으로 주변을 주의 깊게 살폈다.
‘…왜 없는 거지?’
분명 섬광이 번쩍이는 사이에 탄환을 맞는 것까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방금까지 지휘에 따라 교전을 벌였던 BLAKC 등급의 부대원들만 죽은 채로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위에서 미세한 기척이 떨어지자 데미안은 옆으로 구르며 대응 사격했다.
타다다다다―
허공에 공격을 날리며 착지한 사람은 웨이였다.
웨이는 그의 총구가 자신에게 향한 것을 알고서 더 가깝게 붙으며 피했다.
‘아까 헥터의 사격을 피한 것도 그렇고, 다른 놈들이랑은 뭔가 다른 거 같은데.’
퍼퍼퍽― 퍼퍽―
생각과 함께 웨이의 주먹은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크읍―!”
미처 피하지 못한 데미안은 뒤로 몇 발 물러나면서도 조준을 그치지 않았다.
그사이 웨이는 다시 접근했다. 데미안의 총열을 이리저리 쳐내면서 타격을 질러 넣었다.
퍼퍽― 퍼퍼퍽―
물론 데미안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얼굴과 급소를 찔러 들어온 웨이의 공격을 총열과 팔꿈치로 쳐낸 후, 빠르게 꺼내 든 나이프로 팔을 베면서 머리를 노렸다.
파악―
하지만 웨이는 케블라 너클 글러브의 손등 부분으로 막아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코앞까지 도달했다.
“케블라 아머에 마스크… 너희가 허미트라고 불린다던 놈들인가?”
데미안은 GRAY로서 근래 조직의 안위에 위협이 된 허미트란 곳에 대해 보고받았다.
“…허미트?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그딴 건 상관없이 월척이군. 꼬리를 이렇게 잡게 될 줄이야.”
중얼거림과 함께 데미안은 나이프에 힘을 주었다.
쉬아악― 사악―
둘 사이로 나이프와 주먹이 빠르게 교차하며 서로의 머리 옆을 지나쳤다. 그러다 데미안은 거리를 조금 떨어뜨리면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탁― 파팍.
하지만 그의 권총은 웨이의 올려 차기에 날아갔다.
이후 웨이는 그대로 발을 찍어 내렸다.
물론 데미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이프를 위로 세워서 웨이의 아킬레스건을 노렸다.
퍼억―
그러나 어느새 먼저 땅을 박차고 올라온 웨이의 반대쪽 발이 데미안의 명치를 찔러 들어갔다.
“크읍―!”
두 걸음 정도 벌어진 거리 앞에 착지한 웨이는 발목을 돌렸다. 솔직히 웨이도 방금 상황에서 데미안이 그런 방식으로 반격할 줄은 몰랐다.
“휘우! 하마터면 발목 날아갈 뻔했네.”
“맨손 기술만으로 날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것도 놀랍군. 이래서 부대원들이 애를 먹었던 건가.”
“내 기술이 좀 남다르긴 하지.”
“이 정도 실력을 가진 용병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데… 말투를 보면 어디 소속된 것 같진 않고. 누구 밑에서 얼마나 받고서 일하는 거지?”
“왜? 스카우트라도 하려고?”
장난기 가득한 웨이의 물음에 데미안은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받아들일 생각도 없으면서 같잖은 물음을 던지는군.”
그 순간 데미안은 다시 소총을 들어 올렸다.
이에 웨이는 예상했다는 듯이 옆의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데미안은 미리 방향을 잡고서 소총을 쏘아댔다.
타다다다다―
하지만 그쪽에서 웨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데미안은 곧장 나무 뒤로 돌아가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디로 간 거지……?’
생각이 끝나지도 않은 찰나, 아까처럼 위쪽을 보았지만 컴컴한 어둠 속에서 나뭇가지와 잎만이 보였다.
그 순간 다른 쪽 나무 뒤에서 웨이가 튀어나오더니 데미안의 목, 팔뚝, 허벅지를 주먹과 무릎으로 찍으며 훑었다.
“커윽―!”
데미안은 몸 이곳저곳이 찌릿해짐을 느끼면서 주춤거렸다.
그와 동시에 웨이는 그의 소총을 잡아채 당긴 후, 그의 몸을 다시 한번 걷어차 비무장 상태로 만들었다.
“사격이나 근접 격투 실력은 나쁘지 않네.”
“…테스트했다는 건가?”
불쾌해진 데미안의 시선은 웨이를 뚫을 듯이 더 날카로워졌다.
“너네 같은 녀석들의 실력 좀 확인해보려 했지.”
“그걸로 네놈이 얻는 것이 있나?”
“정보 수집은 되잖아. 아, 다른 녀석들은 미마스, 그라티온이란 코드네임으로 불리잖아. 그럼 넌 뭐야? 듣기로는 신화에 나오는 기간테스의 이름들이라고 하던데.”
그 순간 데미안의 표정은 섬뜩할 정도로 어두워졌다.
“만만치 않은 곳이라고 들었지만, 벌써 거기까지 파악하고 있던 건가? 대체 너희의 정체가 뭐지?!”
“왜? 이 위성 전화로 알려주게?”
웨이는 손에 데미안이 소지하고 있던 위성 전화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웨이의 아귀힘에 의해 박살이 나버렸다.
콰지지직―
“…손버릇이 좋지 못하군.”
“설마 너희보다 더할까.”
“그래서 지금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못 할 것도 없지.”
그렇게 말한 웨이는 또다시 달려들었다.
데미안은 그의 주먹을 피하면서 무릎을 올려 찍으려 했다.
훅― 퍼퍽―
코앞까지 붙자 난타전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팔과 주먹이 살벌하게 교차하면서 몸에 꽂히거나 허공을 갈랐다.
그러다 데미안은 팔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멈칫거렸다.
퍼퍽― 퍽, 콰직.
“크읍―!”
한순간이었다. 웨이는 데미안의 목과 우측 갈비뼈에 연타를 찔러 넣은 후, 팔을 빠르게 휘감고서 부러뜨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춤하는 척하던 데미안은 다리로 반격하려 했다. 그러나 아까 팔처럼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제대로 들지 못했다.
웨이는 그 다리를 잡아채 뒤로 밀치면서 무릎을 거꾸로 꺾었다.
콰지직―
“으아아아악!”
이내 데미안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게 되었다.
“봐봐. 못 할 것도 없잖아.”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까지 싸우면서 큰 타격을 입었던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까는 밑도 끝도 없이 죽이려고 들더니. 너희는 죽일 사람한테 그런 것까지 알려주냐?”
“…….”
웨이는 마스크 안에서 해맑게 웃으며 그의 목 위로 발을 올려 힘을 줬다.
콰드득―
잠시 발버둥쳤던 데미안은 숨이 완전히 끊어진 채 몸을 늘어뜨렸다.
이내 어둠 속에서 소총을 어깨에 걸친 헥터가 천천히 걸어왔다.
“생각보다 시간을 끌었군.”
“실력 좀 봤어. 예전이었으면 좀 위험했겠던데.”
탄식이 살짝 섞인 설명에 헥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까 내 조준을 피한 것만 봐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았어.”
“솔직히 MANDU가 만든 이 전투복이 아니었으면 진작 죽었겠지. 덕분에 놈들과 싸울 수 있던 것이기도 하고.”
“이제 끝났으니 빨리 이동하지. 더 지체하면 다른 놈들이 더 오거나, 추적당할 수도 있으니까.”
“Ok―! Emergency Clear.”
웨이가 마무리 신호를 외치자 이어폰으로 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LOX, 고생했다. 조심히 돌아와. 탈출 루트는 MANDU가 알려줄 거야.]“별말씀을.”
두 사람은 수풀에 숨겨두었던 차량으로 향했다.
* * *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의 글렌 라슨은 아까부터 초조한 표정이었다.
데미안 하인스와 계속 위성 전화가 연결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런 상황을 옆에서 보던 제임스 캐넌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안 받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띠리리리리―
그때 바쁘게 만져대던 위성 전화가 울렸다.
하지만 액정에 찍힌 번호는 데미안 하인스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 연락받을 상황이 아니니……!”
[작전이 박살났는데, 연락을 못 받을 건 뭡니까?]상대는 그에게 666부대원을 지원해준 케르베로스, 666부대 총대장인 로만 마트베예프였다.
“박살이라니요?”
방금 그가 던진 말을 글렌 라슨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회장님의 요청으로 아프가니스탄 탈로칸에 투입시킨 제 부대원들의 생체신호가 전부 꺼졌단 말입니다.]“그게 정말입니까?”
[제가 농담이나 하자고 이렇게 연락했겠습니까?]휘하 부대원의 생체신호는 직속 상부에서만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작전에는 데미안도 투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전부 사망하다니요?”
[안 그래도 에피알테스의 신호가 가장 마지막에 꺼졌다고 하더군요.]방금 말한 것은 데미안 하인스의 GRAY 코드네임이었다.
“허어……!”
글렌 라슨은 절망 어린 탄식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로만 마트베예프는 잔뜩 거칠어진 목소리를 이어갔다.
[대체 이번 작전의 목표가 뭐였습니까! 대체 뭐였길래 하나라도 아쉬운 부대원들을 빌려다가 이딴 식으로 전멸시키느냔 말입니다!]부대원 하나를 키우는 데 최소 10년이란 세월과 엄청난 자금이 들어갔다. 그것을 총괄하는 것이 로만 마트베예프였으니 인원의 손실에 예민한 것도 당연했다.
물론 글렌 라슨도 그의 입장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해당 작전은 상부에서 내려온 거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니 조사와 논의부터 마치고서 내용을 공유하겠습니다.”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겠습니까?]“잘 아시면 상부에 직접 문의하시죠. 저는 최대한 빨리 조사팀을 보내야 하니 여기까지만 대화하도록 하겠습니다.”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이에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제임스 캐넌도 얼빠진 표정이 지어졌다.
“…진짜 데미안의 생체신호까지 끊겼다는 겁니까?”
여전히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글렌 라슨은 그런 제임스 캐넌과 눈을 마주치고서 깊은 한숨을 흘렸다.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무려 20명이나 되는 인원을 투입한 대형 작전이다.
이례적으로 GRAY 1명과 더불어 BLACK 4명, WHITE 15명이 포함되었다. 그 정도 병력이라면 전쟁터에서 마을 하나를 삽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저는 당장 보낼 인원이 어려우니, 캐넌 회장님께서 움직여주시죠.”
“뭘 얼마나 말입니까?”
“조사단에 최소 BLACK 2명은 포함되어야 할 겁니다. 저는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의 공항과 국경 쪽에 용의자로 추정되는 놈들이 있는지 확인하죠.”
그들이 만약 부대원들을 전부 죽이고서 도망친 것이라면 어떤 수를 쓰든 찾아내야만 했다.
두 사람의 생각은 그로 인해 점점 복잡해져만 갔다.
제임스 캐넌이 얕은 탄식을 흘리며 말했다.
“도와드리도록 하죠. 라슨 회장께서는 이번 일의 실패로 상부에서 쓴소리 좀 들으실 테니 말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실례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한 글렌 라슨은 휘하 직원들과 666부대원들을 이끌고서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