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32)
전직용병 재벌서자-232화(232/305)
232화. 단란하지 못한 자리 (2)
근래 명인철은 명중환의 눈치를 보듯 조용히 지냈다.
신우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여전히 그가 TSF의 곽치영과 연결된 것을 잊지 않았다.
“맞습니다. 저희 MH퓨처시큐리티가 진행하는 거죠. 그래서 이번 휠링에서 그 사업과 관련된 계약을 전부 마친 상태입니다.”
거창하게 허울만 화려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명인철도 그런 사업을 시작한 신우에게 계속 신경이 쓰였다.
“사업 기획안이 나온 것은 있고?”
“작업 중입니다. 계약이 체결됐으니 슬슬 움직여야죠. 일단 거리 조성에 필요한 리모델링 시공사 경매부터 도급 순위에 따라 선정할 것이고요.”
“…그렇구나.”
업무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명유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큰아빠랑 오빠는 밥 먹는데 너무 일 얘기만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물음에 명중환이 나섰다.
“그래, 일 이야기도 적당히 해야지. 그러고 보니 요즘 유희는 어떻게 지내냐. 배우 일은 할 만하고?”
다들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애초에 명중환으로 시작된 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유희는 그걸 받으며 대답했다.
“저번에 극한형사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것이 나쁘지 않았는지 다른 조연 역도 몇 개 들어가기로 했어요.”
“그래? 어허, 네 연기가 나쁘지 않았나 보구나.”
약간 장난스러운 칭찬에 명유희는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저 완전 잘하거든요! 극한형사 감독님도 제 연기가 좋다고 했어요! 아, 할아버지는 저 나온 영화도 아직 안 보셨죠?”
“응? 크음―! 이 늙은이가 영화관까지 갈 일이 있겠니.”
“그러게, 저번에 저랑 같이 가자고 했잖아요.”
“나중에 DVD로 나오면 보마.”
“요즘 시대에 무슨 DVD예요! 좀 있으면 OTT에 풀릴 테니까 그거라도 꼭 보세요. 알았죠?”
명유희의 물음에 명중환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렇게 하마.”
“약속이에요! 그리고 오빠는 내가 아까 못 물어봤는데, 진짜 몸 괜찮은 거 맞지?”
이번 질문은 신우에게로 향했다.
“딱히 다친 곳은 없어.”
“정말 다행이네. 그 일로 돌아가신 분도 많다고 하던데… 오빠가 많이 힘들었겠다.”
표정과 분위기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에 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그때 명성철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사업도 결국 관계가 좋아야 순탄해지는 법인데, 심보를 얼마나 고약하게 쓰고 다녔으면 그런 일까지 벌어질까.”
“성철아―!”
명중환의 노성이 섞인 호명에도 명성철은 눈을 치켜떴다.
“아빠…….”
옆에 앉아 있던 명유희도 심하다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명성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솔직히 그렇잖아요. 미 영토 내에서 테러까지 벌어질 정도라면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인데. 사업에서 공격적인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도 적당히 해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죠.”
상당히 삐뚤어진 태도였다.
그 이유는 아까 2조 원이나 되는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 이야기에서 명성철이 대표인 MH리테일과 제휴해볼 연결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리테일은 슈퍼나 편의점 가맹을 기반으로 한 소매 사업이었다. 사업 영역이야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고, 자금 동원력에서도 수수료를 통해 확보가 용이하다.
하지만 규모 자체를 키우기에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까지 뻗어 나간다면 모를까, 소매란 점이 발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물론 신우는 그런 명성철의 의도를 모를 수 없었다.
“그러게요. 심보를 적당히 부릴 걸 그랬네요. 제가 너무 고약하게 부리는 바람에 놈들을 살려둘 수가 없었나 봅니다.”
동시에 식탁 위로 서늘한 분위기가 흘렀다.
“하… 하하. 어째 네가 직접 그 이시크올선이라는 용병들을 죽인 것처럼 말하는구나.”
기사에서는 휠링 대참사 당시 KITE 경호원들이 이시크올선과 전투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전원 사망하게 되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람 죽이는 것이 뭐 대수라고요.”
“…….”
신우의 중얼거림에 아까보다 더한 섬뜩함이 명성철의 등골을 바람처럼 훑고 지나갔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은 믿기가 어려웠다.
“농담입니다, 농담. 하지만 명성철 대표님께서는 말을 좀 가려 하심이 좋을 듯하네요. 그러다 진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으로 모자라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나름 웃으면서 말했다. 다만, 그들 중 명중환과 임희연, 명인철은 신우의 말을 농담으로 넘길 수 없었다.
“크음―!”
명유희가 돌려놨던 조금 따뜻해진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식사는 애매하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이내 신우는 인사를 마치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명유희가 뒤따라 뛰어나와 신우를 붙잡았다.
“오빠!”
“…왜 그러십니까?”
여전한 신우의 존대에 명유희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까는 아빠 때문에 미안해요.”
“아닙니다. 그쪽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요.”
애초에 명유희가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신우의 과격한 행보로 그런 참사가 벌어진 것이니 말이다.
“아,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그… 장 부장님이라는 분이요.”
갑자기 장만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장만수 부장 말인가요?”
“예. 그분이요. 혹시 거기 본부장이란 분이랑 사귀는 사이인가요?”
“본부장이요?”
“릴리안 포스터 본부장님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신우는 미간부터 찌푸렸다.
“…갑자기 그걸 왜 묻습니까?”
“예? 아, 저번에 QA그룹 파티에서 그런 사이처럼 보여서요.”
장만수와 릴리안은 진정한 앙숙이었다. 당시에도 조그만 일로 계속 티격태격 싸우기만 했다.
파티 때문에 입고 온 드레스만 아니었다면 한복판에서 난타전을 벌였을지 모를 정도였다.
“일단 두 사람은 그런 사이가 절대 아닙니다.”
“정말요? 회사 동료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친한 것처럼 보이던데요.”
다른 이들이 보기에 본부장과 부장의 위치였다.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한들, 두 사람처럼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계속된 질문에 신우는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친구니까요.”
“…친구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명유희가 아무리 회사 사정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MH그룹 내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중인 MH퓨처시큐리티의 상황을 모를 수 없다.
특히 핵심 멤버인 장만수와 릴리안 포스터가 MH퓨처시큐리티에 들어오기 전, 접점이 없다는 것까지 말이다.
“친구입니다.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물론 신우는 자세한 내막까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요.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그런 거겠죠.”
“근데 두 사람에 대해서는 왜 물으십니까?”
“예? 아, 그냥 좀 궁금했어요. 저는 이만 들어가봐야겠네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다음에 또 봐요.”
명유희는 후다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뒷모습을 지켜보던 신우는 의문 가득한 표정과 함께 머리만 긁적이다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 * *
TSF Investment 한국 지사의 커다란 회의실에는 곽치영과 로사 테일러가 앉아 있었다.
얼마 후, 회의실 한가운데에 있던 영상이 켜지더니 4개로 분할되었다. 그중 세 화면에서는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의 글렌 라슨, TSF의 제임스 캐넌, 666부대의 로만 마트베예프가 얼굴을 비쳤다.
단, 하나의 화면만 캄캄한 상태에서 성별조차 알기 어려운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들 참석하셨군요. 그럼 시작하시죠.]그는 조직 내에서 서열 2위인 히드라였다.
히드라의 정체는 다른 장로들조차 알지 못했다. 당연히 한국 지사장인 곽치영도 그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에 곽치영은 침을 한번 삼키고서 조용히 지켜만 봤다.
그러다 오늘 이 회의를 주최한 글렌 라슨이 화면 속에서 입을 뗐다.
[긴급회의를 요청한 이유는 조직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당 문제에 있어 TSF의 곽치영 한국 지사장과 로사 테일러도 연관되어 이렇게 참석시켰습니다.]다들 토를 달지 않고 침묵을 지키자, 글렌 라슨이 설명을 이어갔다.
[다들 휠링에서 벌어진 참사 기사를 접했을 겁니다. 그로 인해 탈레반 출신 용병 조직인 이시크올선이 전멸했고, CIA와 인터폴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설명하죠.]히드라가 나선 것이다.
[조직에서는 전부터 은밀한 작업들을 외부 용병부대에 청탁해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시크올선도 그중 하나였고, 휠링 사건으로 그들이 전멸하여 용병대장인 자와드의 안가를 찾아 흔적을 지우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먼저 방문한 침입자가 있었죠.]1차적인 설명과 함께 캄캄했던 화면이 바뀌더니 자와드의 안가에서 촬영된 장면이 떠올랐다.
입구 앞 초소부터 안가 안쪽까지 시신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그렇게 참혹한 장면은 달러와 보석, 금괴만 놓인 금고를 비추며 멈췄다.
[자와드의 안가에서 사망한 이의 수는 총 10명. 금고도 이미 털린 상태였고, 뒤늦게 추적했지만… 그 작전에 투입된 지휘관 데미안 하인스를 비롯하여 휘하 BLACK 4명, WHITE 15명이 전부 사망했습니다.]그 순간 곽치영과 로사 테일러는 표정이 굳어졌다.
총 20명이나 투입된 작전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휘관은 로사 테일러와 같은 GRAY였다.
적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유했는지는 몰라도 GRAY까지 투입된 작전이 쉽게 실패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곽치영은 설마 하면서 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적들의 정체가 허미트인 겁니까?”
[일단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제일 큰 문제는 당시 파악된 적의 수가 고작 두 명이라는 겁니다.]그 내용까지는 공유받지 못했던 코드네임 케르베로스, 로만 마트베예프는 소리를 질렀다.
[두 명? 그게 말이 됩니까?!]데미안 하인스 휘하에 붙여준 666부대원들은 실력도 상당했다. 당연히 그들이 고작 2명에게 전멸했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다.
이에 호텔에서 당시 상황을 같이 기다렸던 제임스 캐넌도 나섰다.
[정말입니다. 그때 촬영했던 무비 캠도 있습니다. 분석하니 추적한 차량에 2명이 타고 있던 것이 확인되었고요.] [대체 허미트라는 놈들은 뭡니까? 곽 지사장! 그들과 가장 먼저 접촉했다고 하던데, 왜 이렇게까지 늦게 공유된 건가?!]결국 그의 분노가 튄 곳은 곽치영이었다.
“당시 허미트의 존재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허미트의 타깃이 저희보다는 MH의 백신우로 판단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백신우? 상부에서 포섭을 지시했다던 그 백신우 말인가?]“그렇습니다. 물론 그때도 실종된 부대원인 남인황, 문태범과 더불어 조사를 진행했지만,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로사 테일러가 옆에 앉아 노트북으로 장로인 네 사람에게 자료를 보냈다.
다들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다 로만 마트베예프가 다시 입을 뗐다.
[UAD 프로젝트? 그런 소국에서 이런 일도 벌였나?]이에 로사 테일러가 답변했다.
“곽 지사장의 지휘로 대한민국 국방부 서버에서 찾아낸 자료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UAD라고 명명된 특수부대는 약 3년간 상당한 수의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로만 마트베예프는 그런 설명을 들으며 중얼거렸다.
[오호, 카람에 다우드와 라이얀까지? 놈들이 왜 갑자기 죽었나 했더니… 이런 사정이 있었군.”“제거된 대상 중 우리와 거래하던 이들도 꽤 속해 있죠.”
[그래서,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라는 인간이 이 UAD 출신이고, 그것 때문에 몇 번이나 제거에 실패했다는 말이지?]“지금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포섭 대상이기도 하고요.”
[허미트와 그 백신우가 연결된 것이 확실하다면 차라리 잡아서 고문하는 것이 빠르지 않겠나?]그런 물음에 로사 테일러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