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33)
전직용병 재벌서자-233화(233/305)
233화. 되로 주고 말로 받아봤냐? (1)
로만 마트베예프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단순하게 백신우를 잡아서 고문하는 것이 빠를 수도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던 중에 로사 테일러가 아닌 히드라의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조직 상부에서 블랙홀이란 해커를 찾고 있다는 걸 아시죠? 백신우는 그런 블랙홀과 연관된 인물이니 당장 위협이 되거나 또는 지시가 따로 떨어질 때까지 위협을 금합니다. 그러니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오죠.]데미안 하인스의 부대 전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UAD로 시작해 백신우로 빠졌던 것이다.
이에 로만 마트베예프도 경고를 받고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글렌 라슨이 말을 꺼냈다.
[탈로칸에서 데미안 하인스의 부대를 전멸시킨 이들이 허미트와 연관된 것인지가 중요할 듯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비격도란 곳에서 허미트를 겪어본 곽 지사장과 로사 테일러의 의견부터 듣고 싶군.]당시의 영상은 두 사람도 받아서 분석해보았다.
그런 물음에 곽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장 확인할 수 있던 건 사격으로 차량의 타이어와 부대원들을 일발로 정확히 아웃 시킨 소총수입니다.”
[아는 바가 있나?]“비격도 사건에서도 기예에 가까운 사격 실력을 갖춘 저격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동일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황만 본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직의 일을 방해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은 허미트라고 규정을 짓고서 추적하는 것이 낫다는 건가?]“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듯하다가 히드라의 음성이 나왔다.
[문제는 그들이 가져간 자와드의 자료입니다. 그게 허미트의 손에 넘어간 것이라면 현재 계획들을 전체적으로 수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이내 곽치영은 의문을 가지고서 물었다.
“어떤 자료이기에 그러시는 겁니까?”
그 사항에 대해서는 전혀 언질을 받지 못했다.
애초에 이시크올선이 조직 상부와 거래 중이었다는 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히드라는 그런 물음을 받고서 다시 조용해지다가 대답했다.
[…유럽과 중동 지역의 블랙 그라운드 자금 이동 호위와 프로젝트 RIA와 관련된 관계자들의 암살 청부 내용입니다.]그 이름이 거론되자 영상에서 다른 장로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히드라! 그 사항까지 공유하는 겁니까?] [왜 여기서 그 내용을……!] [어쩌시려는 겁니까?]굉장히 다급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곽치영은 RIA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의문만 깊어졌다.
[타르타로스께서 승인한 사항입니다.]다들 그 말을 듣고서 입이 다물어졌다.
히드라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RIA에 관해 설명하자면 블랙 그라운드와 더불어 우리 조직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입니다.]“…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정확히는 Revolutionary Intelligence Agency. 정보개혁국이라고 불리게 될 조직을 만드는 것이죠.]매우 간단한 설명임에도 곽치영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파이몬이 그 계획의 핵심인 거군요. 그래서 블랙홀이란 해커를 찾는 거겠고요.”
[역시 이해가 빠르시네요. 우리는 하르파스와 TSF의 합치는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와 더불어 RIA를 토대로 세상 모든 것을 손에 쥐려는 겁니다.]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엄청난 자금이 블랙 그라운드라는 계획으로 세탁되어 모이는 중이었다.
예상 금액만 수십조 원.
곽치영은 조직이 그런 자금을 가지고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다.
“설마 TSF 지사장들에게 브리핑되었던 블랙 그라운드의 청사진은 전부 연막이었던 겁니까?”
TSF와 하르파스 인더스트리를 정리하고 완전히 새로운 기업을 세우는 것을 말함이다.
지금까지 곽치영은 그것이 조직의 최종 계획인 줄로만 알고서 일을 벌여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계획이 튀어나오니 배신감마저 들었다.
[아닙니다. 그것도 계획의 일부죠. 양지에서는 경제, 음직에서는 정보. 두 가지를 전부 쥐게 되었을 때, 어떤 힘을 가질지 곽 지사장이 모르지는 않겠죠.]경제만이 아니라 수많은 분야가 정보를 통해 흐름이 만들어진다. 그 흐름을 휘어잡을 수 있다면 막강한 힘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TSF Investment가 지금처럼 여러 나라에 지사를 둘 수 있게 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은 거기서 더 확실한 정보로 미처 손을 대지 못한 곳까지 장악하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거기서 당장 중요한 것은 백신우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까지 확보하는 거겠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누가 의뢰인인 줄 몰라도… 이시크올선을 통해서 미국 본토 한복판에서 그런 일까지 벌인 통에 상황이 심하게 꼬였어요.]히드라의 설명에 글렌 라슨도 동의했다.
[탈레반 정부 출신인 이시크올선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된 거죠. 그로 인해 화이트하우스가 직접 CIA를 움직였으니까요. 동시에 사건의 중심인 백신우도 주시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 쪽에서 일을 벌였다간 조직의 존재가 미국에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조직의 최종 계획 중 하나가 비정부 정보 조직이다.
어떤 정부든 절대 반길 수 없다. 그러니 조직에서는 자신들의 진짜 정체를 철저히 숨겨서 지금까지 온 것이었다.
[맞습니다. 이에 타르타로스도 그 부분을 주의하여 백신우를 다룰 수 있도록 상기시키라 하신 겁니다.]그런 요청에 로만 마트비예프는 화면 속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저는 반대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확실하고 빠른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로만, 그대의 생각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충분히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럼 왜 타르타로스가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히드라는 타르타로스의 최측근이었다. 당연히 의견이 오갔을 것이고, 웬만큼 히드라의 생각도 반영되었을 것인데도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에 히드라의 목소리에서 탄식이 먼저 흘러나왔다.
[후우―! 이번 탈로칸 때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감시용 군사 위성이 움직인 기록이 나왔습니다.]그 순간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내 글렌 라슨이 천천히 입을 뗐다.
[데미안과 부대원들이 당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군요.]감시용 군사 위성으로 부대원들의 위치를 잡아낸 것이라는 가설부터 떠올랐다.
[적의 수가 아무리 적다고 한들, 위치가 훤히 드러난 상황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거기다 열세를 메울 정도의 실력까지 갖춘 이들이라면 속수무책일 수도 있죠.]히드라의 설명에 로사 테일러가 뭔가를 떠올렸다.
“이번에도 그라티온이 펜타곤에서 발견한 건가요?”
중국에서 군사 위성이 무단으로 움직였던 기록을 말함이었다. 당시 미 국방부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을 그라티온이 찾아내 전달했었다.
[이번은 상황이 다릅니다. 펜타곤에서도 기록을 발견하여 추적 중입니다.]로사 테일러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흔적을 남겼다고요?”
[그러네요. 로사 테일러가 위성을 움직인 사람을 블랙홀이라고 추정했죠?]“맞아요. 당장 그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 사람은 그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새로운 해커가 나타나긴 했어요.”
그런 설명에 히드라가 의문을 담아 물었다.
[보고는 없던 걸로 아는데요.]“최근 NIS 쪽에서 발생한 일로 알게 되어서 보고를 준비 중이었어요. 해킹 소스에서 발견된 이름은 오피온. 방식은 블랙홀과 완전히 달랐어요. 실력은 최소 위자드급으로 판단되고요.”
다들 오피온이라는 이름에 반응하듯 미간이 씰룩였다.
타르타로스, 히드라, 미마스 등등… 조직 내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름들을 코드네임으로 사용 중이었기 때문이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심상치 않은 이름이군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보고가 늦어진 것을 보면 추적은 실패한 것이겠죠?]“실력이 상당한 해커였어요. 아직 개인인지 단체인지도 파악 못 했고요. 그래도 이름만 본다면 허미트일 확률은 다른 곳보다 높죠.”
오피온이란 이름부터 도발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허미트가 그들의 코드네임을 파악하고 있다는 가능성으로 발전되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의 LEVEL 1이 완료되기까지 코앞입니다. 거기에 타르타로스께서는 우리의 기반이 될 기업의 이름을 브릴리언트라고 명명하셨습니다.]브릴리언트(Brilliant).
빛나는, 찬란한, 눈부신, 훌륭한 등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 세계를 자신들의 손아귀에 쥐겠다는 신념과 탐욕을 신격화시킨 듯한 느낌이었다.
[멋진 이름이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괜찮네요.]다들 화면 속에서 감탄하며 히드라의 대답을 기다렸다.
[LEVEL 1이 완료되기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그 구간만 넘어가면 허미트가 안다고 해도 손을 쓸 수 없을 테니까요.] [명심…….]장로들이 대답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글렌 라슨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미간을 와락 찌푸린 글렌 라슨이 조심히 말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잠시 화면이 꺼졌다가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글렌 라슨의 얼굴이 그 잠깐만에 새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무슨 일입니까?]히드라의 물음에 글렌 라슨은 천천히 입을 뗐다.
[…문제가 조금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죠?] [그건 회의를 마친 후 따로 보고를…….] [괜찮으니 여기서 말하시죠.]그런 히드라의 결정에 얼굴이 더 창백해져가던 글렌 라슨은 입술을 깨물었다.
[FBI 쪽에서 저희 하르파스를 대상으로 한 압수 수색을 진행한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거기서 왜 하르파스를…….] [펜타곤을 해킹한 혐의라고 합니다. 정보와 아까 히드라께서 말씀하신 군사 위성 해킹을 취합해보면 하르파스 본사 IP가 이용되었다는 것 같습니다.]다른 이들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지던 중 제임스 캐넌이 말했다.
[설마… 허미트가 거기까지 함정을 파둔 것 아닙니까?]로만 마트비예프도 심각해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허미트에서 우리 쪽 사업 영역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도 파악 중인 거 아닙니까.]하지만 히드라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서 지시했다.
[정보가 들이닥치기 전에 미리 들어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니 일단 상황부터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FBI 쪽으로는 제임스 캐넌 회장님도 힘을 써주시죠. 펜타곤 쪽은 저희 쪽에서 맡겠습니다.] [바로 FBI 국장을 만나보겠습니다.] [좋네요. 그리고 IP 외에 다른 것이 나온 것 없는지도 확인해주시고요.]다들 분주해졌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하나둘 화면이 꺼져갔다.
하지만 하나의 화면만 꺼지지 않고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곽 지사장.]666부대의 책임자이자 케르베로스라고 불리는 로만 마트비예프였다.
“…예. 말씀하십시오.”
[비격도란 곳에서 아주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지?]곽치영이 무단으로 용병 캠프를 벌인 사건을 말함이었다.
그 일은 케르베로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 프랑스 지사장이던 바스티안 마션을 처리하면서 비격도 캠프에 관해서는 조직 내부에서도 불문에 부쳤다.
타르타로스의 지시로 결정된 것이니 로만 마트비예프도 나서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감정 없이 지나갈 수는 없었다.
“면목 없게 되었습니다.”
[상부에서 자네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나는 그 부분들이 참으로 불편해.]“…….”
[행동력이 좋은 만큼, 정도를 모르고서 선까지 넘어서니 말이야.]“…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로만 마트비예프는 곽치영이 따끔거릴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봤다.
[지켜보도록 하지. 그리고 조심하시게. 자신의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칼의 방향이 언제나 앞으로만 향해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그 말과 함께 화면이 꺼졌다.
회의실 안으로는 묵직한 침묵만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