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34)
전직용병 재벌서자-234화(234/305)
234화. 되로 주고 말로 받아봤냐? (2)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안, 수화물 회수 구역 앞에서는 두 남자가 마주 보고 서서 손을 빠르게 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웨이와 헥터였다.
두 사람은 옆에 커다란 보스턴백 3개를 놓고서 벌써 수십 차례 가위바위보를 하는 중이었다.
단 한 판. 그러나 두 사람은 회귀로 인해 원래보다 더 발달한 동체시력과 순발력을 사용해 계속 비겼다.
“어쭈, 그 틈에 보자기로 바꿔?”
“사돈 남 말하는군.”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시끄러운 외침과 함께 100판 가까이 진행되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을 쳐다보던 꼬마 남자아이가 중얼거렸다.
“엄마! 저 아저씨들, 뭐 하는 거야?”
“쉿―! 조금 아픈 아저씨들이야. 그러니까 손가락질하면 안 돼.”
물론 두 사람의 귀에도 충분히 들린 대화였다. 그러나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서 가위바위보를 계속 이어갔다.
그때 웨이는 위에서 내려오던 헥터의 오른손이 완전히 펴질 듯한 낌새를 확인했다.
‘그럼 나는 가위! 반드시 이긴다―!’
끝내 두 사람의 손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그런데 헥터의 앞으로 나온 것은 오른손이 아닌 왼손 주먹이었다.
웨이는 가위. 승부는 헥터의 승리였다.
“야! 왜 왼손으로 내! 그건 반칙이지!”
“누가 반칙이라고 하나?”
“그건! 쳇―!”
끝내 웨이는 반박하지 못하고서 이를 악물었다.
“짐을 부탁하지.”
헥터가 먼저 걸어갔다. 그사이 웨이는 3개나 되는 보스턴백을 양손에 하나씩, 마지막은 머리 위로 올렸다.
“아오―! 목 디스크 오겠네.”
“단련되는 것도 괜찮지.”
“회사 앞에서 한 번 더 해!”
“굳이?”
“어차피 들고 올라가야 하잖아.”
“마음대로 하지.”
“이번에는 이기고 만다! 빨리 나가서 택시나 잡자.”
원래라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빨리 넘어왔어야 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추적에 대비하여 위장 신분으로 몇 개국을 더 거쳐서 넘어오느라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MH퓨처시큐리티에서 차량으로 마중을 나오면 눈에 띌 수 있기에 택시를 잡는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
.
.
약 2시간 후.
웨이와 헥터는 MH퓨처시큐리티 대표 사무실 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보스턴백은 웨이의 손과 머리에 들려 있었다.
“…젠장. 등을 맞대고 하는 방법을 생각 못 했네.”
동체시력이나 순발력이 필요 없는 매우 공평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웨이는 운에서도 밀린 탓에 마지막까지 가방을 들고 운영실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때 컴퓨터를 만지고 있던 장만수가 두 사람을 발견했다.
“오∼ 고생했네. 근데 웨이는 무슨 일 있어? 왜 그렇게 불만이 한가득인 얼굴이야?”
“그런 게 있어. 여기, 탈로칸에서 수거한 자료.”
웨이는 장만수의 앞에 보스턴백 3개를 내려놓았다.
“이렇게나 많았어?”
“꽤 상당하더라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디지털로 저장하지 않고.”
“그래도 SSD 메모리가 있긴 했잖아.”
“카피본이었어. 원본은 거기 말고 안가가 아닌 다른 곳에 따로 보관해뒀겠지.”
이시크올선의 자와드는 보험 삼아 의뢰인과 의뢰 수행 과정을 자료로 보관했다.
나름 안가에서도 책장 뒤 금고를 사용해 보관했지만, 거기서도 중요한 자료를 분류해둔 것이다.
“원본은 못 찾는 거야?”
“오프라인으로 자와드만 아는 장소라면 불가능하지. 하지만 온라인이라면 추적할 수 있겠고.”
장만수는 보스턴백을 열어서 자료들을 대충 훑어보았다.
“진짜 쓰레기 같은 짓을 밥 먹듯이 해댔네.”
“그래?”
“너희는 안 봤어?”
“그 많은 걸 언제 봐? 우리는 동선 꼬이도록 돌아다니느라 바빴지.”
그사이 헥터는 사무실에 두었던 여분의 옷을 챙겼다.
“나는 내려가서 몸 좀 풀고서 씻고 오지.”
“어? 나도 같이 가자. 근데 릴리안이랑 릭은?”
처음부터 사무실에 장만수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
“릴리안은 출장 간다고 했잖아. 그리고 릭은 아침부터 교관 일로 내려가 있지.”
“직원들, 죽어 나가고 있겠네… 그럼 대장은?”
“대표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중이지. MH그룹이랑 연계해서 준비하는 사업이 됐거든.”
“아하∼!”
“뭔지는 이해하고 그렇게 반응하는 거야?”
“아니.”
“…….”
장만수가 떨떠름해하는 사이, 두 사람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장만수는 가방을 사무실 구석에 놓인 기계로 가져가 서류들을 곱게 정리해 넣기 시작했다.
그사이 대표 사무실 쪽 문에서 신우가 들어왔다.
“헥터랑 웨이가 돌아왔다며. 왜 혼자 있어?”
“둘은 몸이 찌뿌둥한지 KITE로 내려갔어.”
“아, 일이 많아서 맞이해주지도 못했네. 그런데 뭐 하던 중이야?”
지금도 장만수는 보스턴백에서 꺼낸 서류들을 처음 보는 기계 안에 채워 넣는 중이었다.
“가방 안에 서류들은 이시크올선의 자료. 그리고 이 기계는 내가 만든 DCS Mark-4.”
“DCS…? 그게 뭔데?”
“Data Classification Scanner. 자료 분류 스캐너라는 거야. 여기 쌓아놓고 가동시키면 스캔한 다음에 서버로 넘겨주지.”
신우는 그 설명을 듣고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마지막에 Mark-4는 뭔데?”
“Mark는 있어 보이라고 넣은 거야. 4는 네 번째 만든 모델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바쁜 와중에, 언제 기계를 세 개씩이나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시간이 돼?”
“만들면 있는 게 시간이지.”
대답과 함께 장만수는 DSC의 뚜껑을 닫고서 작동시켰다.
타악― 우우우우우웅―
“진짜 대단하다. 근데 예전에는 이런 기계가 같은 거, 만들지 않았잖아.”
“당시에는 이 정도로 자료를 다룰 일이 없었으니까. 놈들이 폴더폰을 주로 사용하는 걸 알고서 혹시 몰라 만들어두기 시작했지.”
신우는 다시 감탄하면서 물었다.
“시간은 어느 정도나 예상되는데?”
“지금 이 양이면 바로바로 넣어주기만 해도 3시간? 필기 인식 프로그램도 탑재되어 있어서 모든 서류를 LEUCO가 텍스트로 입력 및 분류까지 해줄 거야.”
“좋네.”
그렇게 말하면서 다른 가방의 자료를 들어 대충 훑었다.
대부분 이시크올선에서 험악하게 처리한 의뢰이다 보니 보는 것만으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진짜 인간 같지 않은 새끼들이네…….”
“미래에서는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쓰레기인 거지. 근데 MH그룹 쪽이랑 제휴하기로 한 사업은 문제없는 거지?”
“잘 말해뒀어. 거기서도 흔쾌히 승낙하는 분위기고.”
“규모가 상당하니 반대할 것도 없겠지. 그럼 슬슬 우리도 미끼를 다시 흔들어봐야겠네. 아, 그러고 보니 놈들이 우리를 허미트라고 부르잖아.”
웨이가 데미안 하인스와 싸우면서 듣게 된 이름이었다.
이어폰을 통해 들은 것이라 신우도 알고 있었다.
“이름은 나쁘지 않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놈들한테 붙일 이름을 생각해봤거든.”
신우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굳이?”
“이럴 때 네이밍이 필요한 거야. 솔직히 지금 우리도 놈들처럼 정확히 어떤 조직인지 모르고 있잖아.”
“그래서 뭔데?”
“카오스! 어때?”
“그렇게 확 와닿지는…….”
띠띠띠띠―
그때 장만수의 컴퓨터에서 알림이 울렸다.
“뭐야?”
“잠깐만.”
신우의 물음에 장만수는 곧장 대답하고서 빠르게 걸어가 앉았다.
“문제가 있는 거야?”
“아니, 내가 LEUCO에 TSF와 하르파스 인더스트리, SHASS에 대해 키워드를 걸어놨거든. 관련된 자료가 나오면 필터링되도록.”
“그래서? 뭐가 나왔는데?”
장만수는 키보드를 두드려 스캔이 완료된 이시크올선의 자료들 중 필터링된 내용만 확인했다.
“대장… 이거 문제가 좀 있는데…….”
그렇게 말한 장만수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신우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서 옆으로 다가가 확인했다.
“왜 그러는·… 이 이름이 왜 여기서 나와.”
“혹시 몰라서 걸어뒀던 건데… 이게 걸리네.”
띠릭― 덜컥.
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헥터가 들어왔다.
“헥터! 운동하러 간 거 아니었어?”
“뭐 좀 두고 가서. 그런데… 왜 그러지?”
모니터 앞에 있던 신우와 장만수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한 것이다.
“이것 좀 봐야 할 것 같아.”
그렇게 걸어온 헥터는 모니터에 뜬 이름 하나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
【미하일 모로조프(Mikhail Morozov)】
“이 이름이 어디서 나온 거지?”
신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시크올선의 자료. 내용을 보면 미하일 모로조프가 놈들에게 의뢰했어.”
그와 동시에 헥터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지금 헥터가 분노한 이유는 간단했다.
미하일 모로조프.
과거 러시아 SVR 작전기술국장으로, 재직 중 요원 명단을 유출시킨 후 모습을 감춘 인물이었다. 그리고 당시 사건으로 헥터는 아내를 잃었다.
“놈의 소재는 없나?”
“일자를 보니 2년 전 자료야. 근데 내용이 좀 특이하네.”
신우의 설명을 장만수가 이어갔다.
“체인 리퀘스트. 사슬식 의뢰야. 이시크올선이 다른 청부업체에 살인을 의뢰한 내용이고, 대상을 보면…….”
중얼거림과 함께 장만수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미국에서 27명을 죽여달라고 5개 청부업체에 의뢰했네. 그 사람들의 신상을 확인해보면… 응?”
“특별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잖나.”
헥터의 말처럼 직업이나 죽기 전에 하고 있던 일에서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다만, 27명이 뺑소니 교통사고, 실족사, 중독사, 추락사, 압사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부 사망한 것이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내용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전부 건설 업계에서 인부로 일하던 사람들이야.”
전기, 배관, 미장, 하수 등등 공사에 필요한 전문 기술자들이었다.
오히려 그 점이 의문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네?”
장만수도 몇 명의 신상을 보고 필터링으로 교집합을 설정했다. 그러자 27명 전원이 현직으로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중이었거나 사망하기 직전에 은퇴한 인물들이었다.
“숨어 있는 미하일 모로조프가 굳이 움직였다면 중요한 일이었겠지. 이시크올선을 중개로 삼은 건 그만큼 꼭 숨겨야 하는 일일 테고.”
“흐음… 뭘까?”
신우와 장만수가 고민하는 사이, 모니터 한쪽 귀퉁이에 뜬 미하일 모로조프의 이름과 사진을 본 헥터에게서 섬뜩한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이에 신우는 그런 헥터의 어깨를 토닥였다.
“밖에 사람들도 있으니 진정해.”
“…….”
그사이에도 고민이 계속되다가 신우는 하나를 떠올렸다.
“그 사람들이 다 같이 또는 3명에서 5명 이상이 모여서 진행한 공사가 있는지 확인해봐.”
“Ok.”
띠띠띠띠―
장만수가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하니 또다시 알람이 울렸다.
필터링에 뭔가 걸린 것이다.
내용을 확인하던 장만수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아, 집중 좀 하려니까 왜 이래… 루두스? 이건 또 뭐야?”
신우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하일 모로조프랑 하르파스 인더스트리가 같이 걸렸네.”
“뭐야? 이 자식들이 한패라는 거야?”
루두스라는 이름이 해당 자료에서 미하일 모로조프의 이름 옆에 쓰여 있었다.
【LUDUS】
그 단어의 의미는 신우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라틴어로 게임이라는 뜻이네. 이걸로 한번 걸러봐.”
“알았어.”
잠시 멈췄던 장만수의 양쪽 손가락은 피아노를 치듯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