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36)
전직용병 재벌서자-236화(236/305)
236화. 웃는 얼굴에 침 뱉기 (1)
신우와 헥터, 릴리안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서 1층 로비로 올라갔다.
안내 데스크에 문의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장의 비서가 내려왔다.
“고든 뱅크스라고 합니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삼단봉으로 장만수에게 두드려 맞았던 고든 뱅크스였다. 이후 경찰서에 잡혀갔지만, 쌍방 폭행으로 마무리되고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에 세 사람은 고든 뱅크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장실에 들어서니 글렌 라슨이 일어나 맞이해주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큘러스 펀드의 아시아 지부장, 타일러 차입니다.”
“북아메리카 지부장, 아이린 모레티라고 해요.”
그런 소개에 글렌 라슨의 시선은 뒤쪽으로 서 있던 헥터에게로 향했다.
이에 신우가 대신 소개해주었다.
“아, 이쪽은 제 경호원인 데릭 린이라고 합니다.”
“TSF 한국 지사에서는 혼자 다니시는 걸 좋아하신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누가 저를 미행한 것 같아서 고용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안전도 중요할 것 같아서요. 게다가 최근에 휠링에서 좋지 못한 일도 있지 않았습니까.”
타일러 차의 모습을 한 신우를 미행했던 것은 TSF 곽치영의 부하들이었다.
글렌 라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살짝 헛기침하면서 자리로 안내했다.
“크음―! 그러셨군요.”
“아무튼 오늘은 TSF 한국 지사와 진행하려던 건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서 직접 찾아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전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원래 담당자와 미팅하려고 연락한 것인데, 회장님께서 직접 만나자고 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현재 LUDUS에서 오큘러스 펀드와 MH퓨처시큐리티는 최대 관심사였다.
그중 오큘러스 펀드에서 직접 만나자고 찾아왔으니 글렌 라슨이 나서는 것도 당연했다.
“저도 처음에는 밑의 직원에게 맡길까 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 듯싶어서 말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오큘러스 펀드와의 거래나 관계를 생각한다면 제가 나서는 것이 맞지요.”
“그렇군요.”
“한데, 북아메리카 지부장께서도 같이 오실 줄은 몰랐군요.”
결과적으로 미국의 기업과 거래하려는 상황이다. 굳이 두 구역의 지부장이 나선 것이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아, 조금 복잡해 보일 수도 있겠네요. 오큘러스 펀드 내에서 군사기술 특허 관련 분야는 제가 전담해서 그렇습니다.”
“그러셨군요. 제가 오해를 할 뻔했습니다.”
“하지 않으셨다면 다행이죠.”
분위기는 좋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글렌 라슨이 살짝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단 저희 조건은, TSF 한국 지사를 통해 제시한 것보다 5% 더 올려드리려고 합니다.”
“…그렇게나 말입니까?”
“중개인이 빠진 만큼 서로 챙길 수 있을 이익이 늘어난 것이니 당연한 조율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후했다. 다만, 하르파스 인더스트리가 기술 특허를 계약한 후 어떻게 사용하고, 얼마나 이익을 낼지 안다면 방금의 조건은 새 발의 피일 것이었다.
“나쁘지 않네요. 다만,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일까요?”
“제가 알기로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에서는 기술 특허 제휴 시 모든 부품을 자체적으로 제작하시는 걸로 압니다. 물론 하청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단순 부품만 맡기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런 설명에 글렌 라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만큼 자체 생산에 대한 노하우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우려되신다는 것일까요?”
이번에는 릴리안이 나섰다.
“그 부분은 제가 설명드려야 할 것 같네요. 이번에 휠링에서 FBD2의 장착되는 주파수 조절 프로그램을 리비오 소프트와 독점 계약해서 진행하게 되었거든요.”
“…리비오 소프트라. 거기서 군사기술용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는 줄 몰랐군요.”
“자체 용도는 사운드 조절 프로그램이죠. 하지만 저희는 거기서 가능성을 보고 테스트해보았고, 기존 프로그램보다 더 향상된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야기를 들은 글렌 라슨의 미간이 씰룩거렸다.
“하면, 해당 프로그램의 마스터 소스를 저희 쪽에서 받아 진행하면 될까요? 그런 것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항일 텐데 말입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던져진 이야기에 신우는 자신도 모르게 넘어갈 뻔했다.
“죄송하지만, 마스터 소스는 넘길 수 없습니다. 또한 그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칩도 마찬가지입니다. 휠링에서 여기, 아이린이 칩의 생산 계약을 RD일렉트로닉스와 체결한 상태라서요.”
글렌 라슨의 표정이 미묘해졌지만 신우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쉽게 설명하자면 제품의 자체적인 하드웨어 제작만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에서 맡고, RD일렉트로닉스에서 생산한 칩에 리비오 소프트가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납품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하르파스에서는 껍데기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로군요.”
“주파수 발생 장치와 내구성, 기타 부품들도 핵심입니다. 칩으로 조절되는 주파수 반동을 생산 과정에서 세이프 에어리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요.”
글렌 라슨도 FBD2의 추정 스펙을 가지고 하르파스의 전문 연구원들에게 분석 보고를 받았다.
방금 신우가 말한 사항에 대해서도 웬만큼 알고 있었기에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별개의 사항이었다.
“생각보다 걸리는 부분이 많군요.”
“지금 정도만 해도 저희와 하르파스에서 얻을 이익은 충분할 듯싶은데요.”
그럼에도 글렌 라슨의 분위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프로그래밍과 메인 칩의 개발은 FBD2의 핵심이지 않습니까. 생산하는 데 있어서 그 부분을 외부에 맡긴다는 건… 솔직히 좋지 못하군요.”
“내키지 않으시면 이번 제안을 물리셔도 괜찮습니다.”
신우는 계속 덤덤했다.
맞은편에서 그런 반응을 지켜보던 글렌 라슨이 의구심을 가지고 물었다.
“혹시, 해당 제안으로 제안이 오간 회사가 따로 더 있는 겁니까?”
애초에 TSF에서 FBD2에 관한 특허 사항을 파악했기에 먼저 접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상황을 오큘러스 펀드가 먼저 밖으로 흘리지 않는다면 먼저 다가올 곳은 없었다.
“MH퓨처시큐리티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받긴 했습니다.”
“…거기서 말입니까? 설마, 오큘러스 펀드에서 저희와 그쪽을 저울질하기 위해 일부러 흘리신 것은 아니겠죠?”
TSF Investment에서 유출했을 가능성은 없으니, 오큘러스 펀드가 직접 움직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설마요.”
신우의 중얼거림에 릴리안이 옆에서 호흡을 이어갔다.
“저희도 상도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휠링에서 MH퓨처시큐리티가 FBD2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얼마나 놀랐는데요.”
아까도 그렇고, 휠링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에 글렌 라슨은 잔뜩 구겨질 뻔한 표정을 꽉 잡으며 생각했다.
‘차라리 백신우가 거기서 죽는 것이 나았을 정도야.’
하지만 상부에서 백신우 포섭에 관한 지시가 떨어졌다. 이에 지금까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TSF 한국 지사장, 곽치영에 대한 불신만 커져갔다.
“…그러셨군요. MH퓨처시큐리티의 기상천외한 정보력은 이 바닥에서 저도 꽤나 듣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네요.”
“저도 그랬어요. 안 그런가요? 차 지부장님?”
릴리안은 아이린 모레티의 얼굴로 능청스럽게 웃으며 신우를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심히 놀랄 만한 정보력이었죠. 일단 그쪽에서 자체적으로 알아내 제안해온 것이니 저희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면… 거기서는 이와 같은 조건을 전부 수용한다는 겁니까?”
궁금증이 잔뜩 실린 물음에 신우는 타일러 차의 모습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죄송하지만, 그것도 상도덕은 지켜야죠. 각각 회사의 조건까지 상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종 결정은 저희를 거쳐 상부에서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FBD2는 응용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군사기술이었다. 이후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의 꼭대기에서 방산 계열에 뿌리를 내리게 해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MH퓨처시큐리티가 나서서 초를 치려는 것이다.
이에 글렌 라슨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할 수 있는 기한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저희도 곧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 오래 기다릴 수 없긴 합니다. 길어야… 일주일 정도 되겠네요.”
“그동안 시카고에 머무시는 겁니까?”
신우는 웬만큼 넘어왔다고 생각하며 대답해주었다.
“아니요. 워싱턴 DC 쪽에 볼일이 있어서 넘어갈 예정입니다.”
“그쪽은 무슨 일로 말입니까?”
“이번에 유통 쪽 사업 투자를 진행해서요.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쇼핑센터 시스템, 인수 관련해서 조사하는 중입니다.”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기에 글렌 라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방면으로 손을 대시는군요.”
“사업에 한계는 없으니까요.”
“대단하시군요. 그래서 고려 중이신 곳은 있습니까?”
“온라인 쪽은 중국의 DAX 쇼핑, 오프라인은 아까 방문한다던 워싱턴 옆의 맥린이란 곳에 체스트룩이란 쇼핑센터가 있더군요. 거기로 가볼 생각입니다.”
그 순간 글렌 라슨의 표정이 자신도 모르게 굳어졌다.
이에 신우는 살짝 놀라면서 그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예? 아, 들어본 적이 있는 곳이라서 그렇습니다.”
“확인해보니 맥린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던데,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하더군요. 저희 조사원에게 듣기로는 평범하면서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을 높게 평가했고요.”
사실 체스트룩 쇼핑센터는 신우가 미국에 오기 전, 자와드의 의뢰 자료를 통해 알아낸 곳이다.
뭔가를 숨겨놓은 듯한 장소.
쇼핑 쪽 투자 사업이란 빌미로 던져보니 글렌 라슨이 반응했다.
‘역시 거기에 뭔가 있구나.’
글렌 라슨은 다시 표정을 평온하게 되돌리고서 말했다.
“그렇습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새로 추진하려는 사업인 만큼 신경 써봐야죠. 아,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모 기업 개발자를 납치하려던 회사가 여기 하르파스란 소문이 돌던데 말입니다. 헛소문이겠죠?”
사무실 한쪽으로 그 사건의 당사자인 고든 뱅크스가 헥터와 같이 서 있었다. 그 순간 고든 뱅크스는 뜨끔 했는지 괜히 시선을 돌렸다.
이에 글렌 라슨은 헛기침을 흘렸다.
“크음―!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르파스에서 사람 하나 납치하겠다고 그런 일을 벌였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믿어주시는군요.”
“도로 한복판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 그게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마, 맞습니다…….”
살짝 돌려서 까는 느낌이 들었는지 글렌 라슨의 말끝이 흐려졌다.
물론 신우는 일부러 의도한 것이기에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최대한 유지했다.
“일단 이야기는 웬만큼 일단락되었으니 일어나봐야겠네요. 제안은 결정하신 후 일주일 안에 연락주시면 됩니다.”
“그러도록 하지요.”
신우는 릴리안과 헥터를 데리고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릴리안이 손을 내밀었다. 신우도 살짝 웃음을 흘리면서 손으로 맞춰주었다.
아까 난처해하던 글렌 라슨의 모습을 보며 통쾌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