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4)
전직용병 재벌서자-24화(24/305)
24화. LIVIO SOFT
신우와 경호원들의 대련은 처음 여섯 명으로 끝나지 않았다. 원래 훈련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22명을 연달아 도발하여 덤비게 만들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지금은 그 인원 전부가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
“후우―!”
숨을 고른 신우는 주변을 둘렀다. 다들 허리과 목 부분을 부여잡은 채 일어나지 못했다.
그 광경을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운영이사 유형진은 어이가 없어졌다.
“…….”
방금 자신이 본 신우의 실력은 단순히 근접 전투에 능한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로 표현한다면…….
‘…괴물?’
백신우는 어떤 방향에서든 상대가 내지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카운터를 꽂아 넣었다.
타격점은 하나하나 급소가 아닌 곳이 없었다. 게다가 백신우가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니었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면 지금 누워 있는 경호원들 수대로 사상자가 생겼을지도 몰랐다.
“기상―!”
신우의 외침과 함께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며 몸이 들썩였다.
“쪽팔려서 못 일어나겠으면 그대로 누워 있다가 집에 돌아갈 때 사직서를 제출해야 할 거다.”
솔직히 경호원들은 당장 사직서를 내고 나갈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뒤로 이어진 신우의 말에 꿋꿋이 감고 있던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 바닥에서 한 명한테 스물여덟 명이 털렸다는 소문이 날 것도 각오하고 말이야.”
경비·경호 업체 쪽은 전문성을 가진 것과 동시에 경찰, 군대 등의 지연 관계가 즐비하다.
당연히 몇 다리만 걸치면 친분이 생길 정도로 서로 잘 알았다.
그런 곳에서 좋지 못한 소문이 퍼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이내 경호원들은 슬금슬금 일어나 오와 열을 맞춰서 섰다.
신우는 글러브를 벗고서 그런 경호원들의 앞을 왔다 갔다 움직이며 훑어봤다.
“어이, 거기!”
지목당한 박대성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들었다.
“…예? 예! 마, 말씀하십시오.”
“너나 다른 경호원들이 단체로 덤비고서도 진 이유를 알겠어?”
“…시야가 좁아진 탓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우는 그 말대로 반격할 때마다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려서 뒤에 있는 사람을 방해하거나, 일부러 측면을 공격해 사방으로 달려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잘 아네.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
“…….”
“최단 시간 내에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지.”
그때 한 사내가 용기 있게 손을 들었다.
“경호 대상의 안전을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떤 안전도 적을 처리하는 것보다 나은 건 없다. 물론 적이 대응하기 어려운 화기나 흉기를 지니고 있다면 경호 대상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신우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조용히 듣고 있던 경호원들은 방금 본 신우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훈련 감독을 마친 신우는 어느새 와 있던 전략훈련 교관인 정강호를 발견했다.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와서 보고 있었습니다. 실력은 여전하신 듯합니다.”
“제 방으로 가서 이야기하죠.”
신우는 바닥에 두었던 재킷을 챙긴 후 정강호와 함께 사무실로 갔다.
정강호와 이렇게 마주한 것은 지난번 KITE 첫 출근 이후 처음이었다.
안에 도착하자 비서가 된 장진호가 시원한 물을 가지고 왔다.
물부터 한 모금 마신 신우는 사선으로 앉아 있던 정강호를 쳐다봤다. 그가 먼저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에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정 교관님도 유형진 이사님처럼 훈련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가볍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의 KITE에는 필요한 훈련입니다.”
“불만이 있었나 보네요.”
그런 물음에 정강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특수경호팀과 달리 일반 경비·경호팀들은 경력만 보고 뽑은 후 안주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유 이사와 함께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셨잖아요.”
“제 능력으로는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보다 능력 있는 분이 대표로 오셨으니 다행이죠.”
충분히 인정한 표정이었다.
신우는 그런 정강호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정 교관님이 지금까지 운영하신 경호 전략 보고서들은 다 확인했어요.”
“…그걸 전부 말입니까?”
정강호가 KITE에 들어온 것은 2년 전이었다.
그동안 경비·경호팀을 운영하는 데 제출한 전략 보고서는 수십 개에 달했다.
당연히 한 개의 보고서마다 두툼한 정도였다.
“앞으로 KITE를 위해서라도 확인해야죠.”
“예전에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신 듯합니다.”
정강호의 기억 속 신우는 단신으로 나타나 적들을 거칠게 쓰러뜨렸다. 물론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기업의 대표로서 진중하게 생각하는 모습까지 갖춘 것은 예상 밖이었다.
“달라져야죠. 그런데 다리는… 치료가 완전히 못 되었나 봅니다.”
“신경을 크게 다쳐서 회복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목숨은 부지했으니 다행이죠. 당시에는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라도 정말 감사합니다.”
대답과 함께 정강호는 소파에 앉은 채로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게 제 임무였는걸요.”
“아무리 임무라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구출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때 대표님이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납치범들은 북한 최악의 특수부대라고 꼽힌 8402부대 출신으로, 온갖 실전으로 무장된 프로 중의 프로였기 때문이다.
“미친 짓이 아니었다고는 못 하겠네요.”
“저번에는 상황 때문에 미처 묻지 못했는데… 그곳에서는 좋지 못한 일로 나오신 겁니까?”
정강호는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대령이었다.
오랜 군 생활 중에 봤던 어느 누구보다 백신우의 전투 감각과 실력은 최고였다.
당연히 군대에서는 그런 백신우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백신우가 소속된 팀이 모종의 이유로 해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대에 소속시켜서 데리고 있어야 맞았다.
“때가 되어서 전역한 것뿐입니다.”
“지휘관이 가만히 있었습니까?”
“만류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제가 나가겠다는데요. 물론 서명할 서류들이 좀 많긴 했죠.”
기밀 유지 동의서, 특정 기간 출국 금지 동의서, 기타 정보기관 이직 금지 동의서 등등…….
UAD가 수행한 특수 임무가 많은 탓에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서류가 산더미였다.
“골치 좀 아프셨겠습니다.”
“전역 신청서 제출한 후부터 사령관님이 툭하면 불러대는 통에 귀찮긴 했어요.”
“대표님만 한 전력이 국방부에서 빠지는 것이니 그럴 만도 하죠. 근데 회장님의 서손이라는 건 대체 뭡니까? 제가 알기로 그런 부대 특성상 소속된 부대원은 혈연이 없어야 할 텐데요.”
수도방위사령부도 특수작전사령부의 UAD와 유사한 팀을 구성했던 적이 있어서 구성원 조건을 대략적으로 알았다.
“그게…….”
신우는 전역 후 친모인 임희연과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 간단하게만 설명해주었다.
물론 666부대와 관련된 일은 조금도 포함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런 설명에 정강호의 고개가 안쓰러운 표정과 함께 끄덕여졌다.
“참으로 복잡한 일이 많았군요.”
“뭐― 나쁘지는 않아요. 천애 고아였다가 재벌집 자식이 된 거니까요.”
“오너 일가의 속사정이 복잡하다고 압니다. 대표님이라면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각 오너 일가를 담당한 특수경호팀을 의미했다. KITE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험한 일도 서슴지 않기로 KITE 내부에서 소문이 자자하니, 정강호는 생명의 은인인 신우가 잘못되지 않길 바라였다.
“걱정 감사합니다.”
* * *
며칠 후.
MH그룹 전략투자기획실장 명운석은 나정현 팀장과 경호원들과 함께 실리콘밸리에 도착했다.
【LIVIO SOFT COMPANY】
3층짜리 건물 앞에 세워진 회사의 이름.
명운석은 백신우로 인해 조급해진 실적을 확실하게 뒤집기 위해서 이곳을 찾아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정현 팀장이 안내 데스크로 다가갔다. 약속에 대해서 말하니 안쪽에서 한 여성이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나왔다.
또각― 또각―
어깨까지 내려온 단발인 금발에 녹안을 가진 백인. 타이트한 회색 스트라이프 투피스 치마 정장에 붉은색 셔츠를 입은 여인이 걸어와 영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MH그룹에서 오신 명운석 실장님과 나정현 팀장님이시죠?”
그녀를 뚫어지게 보던 명운석은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대답했다.
“…아! 예! MH그룹 전략투자기획실장 명운석입니다.”
명운석은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답하고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는 이곳 리비오 소프트의 데일 벡커 대표님의 비서입니다.”
“그러셨군요. 분위기가 남달라서 대표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성함이…….”
“대표실로 안내해드리죠.”
금발의 여비서는 명운석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앞장서서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 뒤를 따르던 명운석은 여비서의 뒷모습을 훑으며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꽤 괜찮은데?’
주변으로 많은 직원이 돌아다녔다.
3층까지 올라간 후에 맨 끝 복도로 가서 ‘CEO’라고 적힌 문이 두드려졌다.
안에는 갈색 머리와 눈동자. 듬직한 덩치에 체크무늬 셔츠, 청바지 차림의 중년 사내가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 와주시느라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리비오 소프트의 대표 데일 벡커라고 합니다.”
“MH그룹 명운석입니다.”
“나정현입니다.”
다들 인사를 나누고서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셨더군요.”
사설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명운석도 만족하며 대답했다.
“상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제시하는 것이 거래의 기본적인 조건이니까요.”
“방식은 제일 간단하지만, 제일 어려운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기초 프로그램의 실제 소유자를 찾아내신 걸까요?”
현재 리비오 소프트는 기업의 기반을 이루게 만든 마인드맵핑 기반 프로그램의 특허권 침해로 말이 나오는 중이었다.
쟁점은 정체불명의 인물이 그 프로그램의 본 주인이면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한 것이다.
반면, 리비오 소프트는 그런 프로그램의 기반을 자신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 프로그램을 사용하던 다른 기업에서 들고 일어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일단 저희 쪽에서도 움직일 이유가 충분해야죠. 헛고생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명운석은 나정현이 가방에서 꺼내준 계약서를 받아서 내밀었다.
이에 데일 벡커는 그 계약서를 집어 면밀하게 살펴본 후 미소를 지었다.
“투자금 200억을 담보로 비상장 지분 5%라… 이건 너무 과한 조건이지 않습니까?”
실제 리비오 소프트 5% 지분가보다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뒤에 첨부된 추가 계약서의 옵션 조건이 그에 상응하지 않습니까.”
“방법은 확실히 있는 겁니까?”
해당 조건으로 투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명운석이 리비오 소프트의 기반 프로그램 제작자를 찾아내어 소유권을 받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리비오 소프트도 정보력을 총동원했지만, 지금까지 기반 프로그램의 제작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있다고 한다면… 계약이 가능할까요?”
“솔직히 손해 보는 생각이 크지만, 저희 쪽에서 감수해야 할 일이겠죠.”
“좋네요.”
데일 벡커는 2부의 계약서 내용을 마저 확인하고서 서명까지 마쳤다.
첨부 계약서에 제작자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파기 조항이 포함되었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래서 MH그룹에서 찾아낸 방법은 무엇이죠? 아니면 혹시… 벌써 그를 찾아놓고 떠보시는 건 아니겠죠?”
“저희도 아직입니다. 대신 해당 제작자의 ID가 MANDU라는 것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MANDU란 ID는 우리도 압니다. 그런데 한국인? 명운석 실장님은 그가 한국인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마인드맵핑 프로그램의 기초 소스를 사용한 사람을 수소문해서 찾았습니다. 운이 좋게 제작자와 대화를 나눴었고, 한국에 거주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설명과 함께 데일 벡커는 깜짝 놀랐다.
“진짭니까?!”
“상황을 들으니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MANDU라는 건 한국 음식 이름이죠. 그걸 토대로 추적 중입니다.”
명운석은 이번 투자 계약의 성공을 확신하면서 웃음 지었다.
그러다 데일 벡커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까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 다른 조건을 하나 더 달아도 괜찮을까요?”
“…어떤 조건이죠?”
“저희 리비오 소프트가 상장을 앞둔 만큼… 프로그램 제작자와의 교섭은 최대한 빨리 진행되어야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MH그룹에서 제작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제 비서도 함께했으면 합니다.”
데일 벡커의 시선이 옆에 서 있던 여비서에게로 향했다.
“저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미처 이름을 듣지 못해서요.”
아까 1층에서 그녀에게 물었을 때는 무시하듯 안내만 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비서가 도도한 표정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데일 벡커 대표님의 비서, 릴리안 포스터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