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41)
전직용병 재벌서자-241화(241/305)
241화. 한발 앞서가는 뒤통수 (3)
신우는 타일러 차의 변장을 해제한 후 화장실 맨 구석 칸에 들어가 조용히 있었다.
똑똑똑― 똑똑― 똑똑똑―
누군가의 발소리와 함께 노크가 묘한 박자로 울리자 문을 열었다. 앞에는 신우의 원래 모습과 똑같은 사람이 서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일란성 쌍둥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거, 눈앞에서 직접 보니 기분이 묘하네.”
그런 중얼거림에 신우와 똑같은 얼굴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이상하거든? 빨리 나오기나 해.”
신우와 똑같이 변장한 사람은 웨이였다.
웨이는 신우를 바깥으로 밀어내고서 안으로 들어가 원래 모습으로 나왔다.
“후우!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네. 릴리안은 이런 걸 어떻게 툭하면 해대는 거야?”
“진짜 대단한 거지.”
두 사람은 거울 앞에 서서 미약하게 남은 실리콘과 테이프 자국을 깔끔하게 떼어냈다.
“만수는?”
“앞에서 CCTV가 문제없이 원격 작업되었는지 확인하는 중이야. 릭이랑 경호팀도 거기 있고.”
“얼른 마무리하고서 나가자.”
“녀석들은 또 너희 찾느라고 난리가 나겠네.”
오늘 산호세 공항에서 타일러 차와 아이린 모레티, 데릭 린은 흔적이 사라지게 된다.
당연히 666부대원을 미행으로 붙인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에서 반응할 것이었다.
신우는 웨이와 정리를 마치고서 밖으로 나갔다. 따로 떨어졌던 릴리안과 헥터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쪽은 잘 처리됐어?”
“깔끔하게 기절시켜서 화장실에 눕혀놨어.”
릴리안의 대답에 신우는 노트북을 만지는 중인 장만수에게 물었다.
“CCTV는?”
“다 끝났어. 오큘러스 펀드 삼인방은 다시 공항을 나가 사각지대에서 사라진 것으로 만들어놨으니 문제없을 거야. 차량도 추적되지 않는 거고.”
장만수는 특수한 프로그램으로 공항 CCTV를 해킹해 조작해놓았다.
666부대가 어떻게 추적해올지 뻔했기 때문이다.
“꼼꼼하기도 하네.”
“그게 꼼꼼한 건가. 변태스러운 거지.”
옆에서 릴리안이 비아냥거리자 장만수가 눈을 날카롭게 떴다.
“뭐어?!”
“내 말이 틀렸나?”
“틀렸지. 아주 제대로 틀렸지.”
“틀리긴 개뿔.”
두 사람은 또다시 티격태격했다.
“하여간, 너희들은… 아, 그러고 보니 명유희가 너희 둘이 사귀는 거냐고 묻던데.”
동시에 장만수와 릴리안은 역겹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미친 거 아니야?! 내가 릴리안이랑?”
“명유희면 대장 사촌이잖아! 왜 그런 욕을 해? 내가 뭐 잘못했어?”
물론 신우도 명유희가 뭘 보고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다 웨이가 끼어들어서 물었다.
“근데 대장 사촌은 왜 둘이 사귀냐고 물어?”
“나야 모르지.”
신우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내 장만수의 작업이 다 끝나고, 일행은 공항 밖으로 향했다.
.
.
.
얼마 후.
하르파스 인더스트리 내 글렌 라슨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미간을 와락 구겼다.
쾅―!
타일러 차에게 붙여뒀던 666부대원에게 연락받고서 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절대 놓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죄송합니다.]“후우! 뭘 어떻게 하다가 놓친 거지?”
지금 와서 뭐라고 더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물음에 부대원은 잠시 주춤거리다가 말했다.
[CCTV를 확인하니 데릭 린이라던 타일러 차의 경호원이 저희를 기절시켰습니다.]“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미행으로 붙인 이들은 글렌 라슨 휘하의 BLACK 등급 용병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웬만한 실력자가 아닌 이상, 마찰 없이 그들을 단숨에 기절시키기는 어려웠다.
[실력은 확실히 전문가였습니다.]“그래서, 현재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고?”
[도보로 공항 구역을 빠져나가 이동하던 것까지는 찾았습니다. 그러다 사각지대로 나간 이후에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공항 외곽에 미리 대기시켜 둔 차량으로 이동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글렌 라슨은 머리가 아파왔다.
“일단 알겠다. 바로 복귀하도록.”
통화를 마치고서도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글렌 라슨의 핸드폰이 울렸다.
우우웅― 우우웅―
액정에 찍힌 번호는 타일러 차였다.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이었기에 글렌 라슨은 찜찜한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받았습니다.”
[타일러 차입니다.]“안 그래도 연락드리려 했습니다.”
[그러십니까?]“저희 하르파스에서는 오큘러스 펀드의 제안을 전부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조직의 상부와 논의하여 결정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MH퓨처시큐리티에서 제안한 내용까지는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니 내용을 수용한다고 해서 당장 결정되는 사항도 아니다.
일단 양쪽 저울 중 하나에 올라가 오큘러스 펀드의 최종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상부와 논의해보도록 하죠. 그보다, 하르파스 쪽은 괜찮은 겁니까?]의미심장한 물음에 글렌 라슨은 입이 살짝 말라갔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저한테 미행이 붙었습니다. 일단 공항으로 유인해서 경호원이 그들을 기절시킨 후 자리를 벗어나긴 했지만, 언제 다시 붙을진 모르겠습니다.]그런 설명에 글렌 라슨은 얼굴을 더 굳혔다.
하지만 의심을 사지 않은 듯한 느낌이라서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미행이라뇨.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도 미행당하셨다고 하셨죠?”
[맞습니다. 이번에 경호원을 잘 고용한 듯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래서야…….]말끝을 흐린 목소리에 글렌 라슨을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은 괜찮으신 겁니까? 더 안전을 기해야 할 듯싶은데… 저희 쪽 경호원을 붙여드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가능하다면 경호원으로 더 가까운 거리에서 타일러 차를 감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지금 경호원의 실력이면 충분합니다.]글렌 라슨은 타일러 차와 같이 왔던 데릭 린의 모습을 떠올렸다. 적당한 키에 날카롭게 생긴 서양인의 외모와 분위기. 그때 봤을 때도 범상치 않았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그 경호원만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타일러 차 지부장님은 저희에게도 중요한 위치입니다. 앞으로 같이 진행할 사업도 있는데,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지 않습니까.”
[저희 본사에 요청하면 될 사항입니다.]그러다 글렌 라슨은 궁금한 것을 물었다.
“혹시… 누가 미행을 붙인 것인지는 짐작하시는 바가 없습니까?”
정말 배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미행하던 이들의 여권 사진을 찍어 조사를 요청한 상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사업으로 척진 곳이 많아 딱 한 곳만 찍기가 어렵습니다.]그들의 여권은 위조된 것이다.
당연히 그걸로 뭔가 알아내기는 힘들었다.
“저희 쪽에도 보내주시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바로 전송하겠습니다. 그럼 계약 제안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글렌 라슨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 타일러 차 쪽에서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다행이었다. 이에 바깥에 있던 고든 뱅크스를 불렀다.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와 아이린 모레티에 관한 정보는 아직인가?”
조직에서도 알아보는 중이었지만, 크로스 체크를 위해 따로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아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듯합니다.”
“어느 정도로 예상하지?”
“의뢰한 업체 쪽에서 말하길, 늦어도 3일 후까지는 확인하고서 넘겨준다고 했습니다.”
글렌 라슨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 *
며칠 후.
미국 알링턴에 있는 TSF Investment 본사로 여러 대의 고급 차량이 줄을 지어 도착했다.
세계 곳곳에서 TSF 지사장들이 긴급회의를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한국 지사장인 곽치영도 로사 테일러와 함께 회의실이 있는 6층에 도착했다. 그 앞으로는 지사장들과 함께 온 BLAKC 등급의 666부대원들이 잔뜩 서 있었다.
다들 곽치영을 보고서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오∼ 미스터 곽!”
그때 화장실 쪽에서 두바이 지사장인 사미르 지란 쿠르디가 걸어 나왔다.
곽치영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가 급히 풀었다.
“오랜만입니다. 사미르.”
“이렇게 또 얼굴을 보게 되는군. 잘 지냈나?”
“…솔직히 잘 지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듯싶습니다.”
곧 있으면 시작될 긴급회의는 이번에 발생한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 문제 때문이다. 그리고 일의 원인 중 하나가 한국 지사이다 보니 탐탁지 못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뭐 그런 일로 착잡해하나.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것이지.”
“중동과 아프리카도 타격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돈이야 이래저래 다시 끌어모으면 그만이지.”
“…속 편한 말씀이군요. 이만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곽치영은 휘하 666부대원들을 두고서 로사 테일러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안에는 다른 지사장들이 먼저 도착해서 앉아 있었다. 다들 곽치영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 지사장 도로시 맥다니엘과 러시아 지사장 빅터 브라이언트는 섬뜩한 느낌을 내뿜는 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장인 제임스 캐넌과 비서인 미구엘 존슨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등장에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다. 문이 닫히자 제임스 캐넌은 바로 입을 뗐다.
“다들 지시한 대로 업무용 장비는 전부 교체했겠죠?”
다 같이 모인 자리였기에 제임스 캐넌은 정중히 말했다.
그런 물음과 함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렉트로닉 크리쳐 바이러스란 것에 대해서도 공지된 상태였다.
당장 어디서 어떻게 정보가 새어 나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했기에 조금이라도 구멍을 막아둬야 했다.
“당장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갑자기 발생한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의 구멍. 물론 대비책도 있기에 계획 자체가 무너질 건 아니지만, 나름의 대비도 필요할 듯해서 이렇게 소집했습니다.”
제임스 캐넌의 혼잣말과 함께 침묵은 계속 이어졌다.
“이에 계획을 LEVEL 2로 진행합니다. 그러니 각 지사장들은 담당 국가 내에서 운영하던 사업들을 최대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정리하죠.”
다들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로시 맥다니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래 예정이던 시기이긴 하지만, 노스월 쪽 경영권 확보가 꼬이면서 차질이 생기지 않았나요? 그게 완료된 후 진행하기로 했던 걸로 아는데요.”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에 아랍에미리트 지사장 사미르 지란 쿠르디도 나섰다.
“맥다니엘 지사장의 말대로 너무 성급한 문제인 듯싶은데요. 물론 하라고 하면 못할 것도 아닙니다. 허나, 이익을 우선시하려 해도 원래 최대 이익지점보다 빠르기 때문에 손실은 불가피합니다.”
제임스 캐넌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압니다. 거기까지 감안하고서 지시하는 사항이니 그렇게 움직여주면 됩니다.”
물론 그들도 회장인 제임스 캐넌의 말에 토를 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원래 계획에서는 그보다 더한 이익을 예상하던 중이었기에 의문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