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45)
전직용병 재벌서자-245화(245/305)
245화. 여의도 하이에나 (1)
경기도 외곽의 ‘正海堂(정해당)’이란 한자 간판이 걸린 대궐 같은 한정식집.
그곳으로 MH그룹 일가의 장남이자 MH건설 대표인 명인철이 들어섰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쪽 별채에 들어서니 흰머리가 가득한 중년 남자가 일어나서 맞이해주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명인철 대표님.”
“그러게요. 민 의원님께서 저한테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네요.”
중년의 남자는 현 대한민국 정권의 야당 대표이자 4선 국회의원인 민재열이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 법 아니겠습니까.”
의미심장한 대답에 명인철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앉았다.
“민 의원님께 필요한 것이 제게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솔직히 무엇 때문에 그런 표현까지 쓰시는지 모르겠군요.”
그런 물음에 민재열은 살짝 답답한 듯 넥타이 끝을 손으로 만졌다.
“흐음. 사실 제가 진짜 만나고자 했던 사람은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 대표였습니다.”
충분히 불쾌해질 만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명인철은 미간만 찌푸리고서 되물었다.
“…무슨 일로 말입니까?”
현재 명인철은 TSF 한국 지사장인 곽치영과 연결이 끊어진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 상황에서 MH건설 대표라는 직함만 가지고 차후 일을 도모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민재열이 차기 대권 주자인 만큼 새로운 기회로 적용될지 몰랐다.
“아직 소식을 모르시나 보군요.”
그 순간 명인철은 불길한 생각에 휩싸였다.
“어떤 사항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흐음… 익일 백신우 대표와 VIP의 만남이 잡힌 걸 모르고 계시나 보군요.”
동시에 명인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며칠 전 신우가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휴스턴을 만났던 것도 기사를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반응을 예상하던 민재열은 탄식을 흘리며 계속 말했다.
“사이가 좋지 못하단 소문을 듣긴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 듯하군요.”
속이 씁쓸해진 명인철은 앞에 놓인 술잔을 스스로 채워 마셨다.
“민 의원님께서는 저를 통해서 백신우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싶으셨나 봅니다.”
“맞습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현재 신우의 위치와 영향력은 경제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 영역이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 만큼 연을 대보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민재열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기에 그런 인물과의 접촉을 목표로 삼았다.
“민 의원님 정도 되시면 직접 연락해서 보자고 하셔도 되는 거 아닙니까?”
물론 민재열도 그걸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상황인 만큼 조심히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백신우 대표만 목적으로 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MH퓨처시큐리티의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에 건설 사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까.”
명인철의 표정이 좀 더 굳어졌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걸까요?”
“대규모 거리 조성 사업에 시공사 선정을 준비 중이죠. 물론 MH퓨처시큐리티가 독립된 계열사라고 해도 MH그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건데 말입니다.”
결국 MH건설이 가족이란 울타리에 있으면서 그 사업에 포함되지 못한 걸 꼬집은 것이다.
“저희 집안이 화목하지 못한 걸 탓하시려고 보자 하신 건 아닐 텐데요.”
살짝 삐뚤어진 듯한 그의 물음에 민재열도 미리 채워져 있던 술을 마셨다.
“어떤 재벌 일가든 화목하기는 어렵죠. 저는 그걸 따지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제가 잡으려는 기회를 명인철 대표님께도 같이 드리고 싶어서 이러는 것이죠.”
민재열은 오늘의 만남이 있기 전에 백신우에 대해 알아보았다.
현재까지 어떤 정치계 인사와도 연결점이 없던 것. 사업에 있어서 인맥보다 능력만을 앞세워 지금까지 성공해왔다는 것.
사업적으로 공격을 받으면 상대에게 몇 배로 돌려줬다는 것까지…….
하지만 명인철은 계속 묘한 느낌만 받았다.
“어떤 기회를 말입니까?”
“저는 백신우 대표와 손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그 시작을 이번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의 거리 조성 사업으로 정할 생각이고요.”
명인철은 그가 하는 말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파악했다.
“설마… 거리 조성 지역을 국미당 지역구로 유도하실 생각인 겁니까?”
현 야당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국민의미래당을 말함이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백신우가 내일 대통령을 만나서 그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한마음민주당 지역구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의 거리 조성 사업은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다. 당연히 해당 지역구의 정치인들이 충분히 혹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 사업으로 떡고물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국민의미래당 내에서도 사업 발표와 함께 말이 나오기 시작하자 민재열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통령도 생각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지는 못할 겁니다.”
“민 의원님께서 뭔가 대단한 것을 쥐고 계시나 보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민재열이 대통령을 상대로 지금과 같은 대답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이 이럴 수는 없겠죠.”
정치 바닥에서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명인철은 그 말만 듣고서는 완전히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백신우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명인철도 신우를 몇 번이나 노렸음에도 상황이 역전되기는커녕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비해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대통령이 알아서 백신우 대표를 설득할 겁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지켜보시면 알겠죠. 그러니 명인철 대표님은 어쩌시겠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손해보실 건 전혀 없을 듯싶은데요.”
민재열의 말처럼 명인철은 충분히 혹하고 있었다.
물론 그게 전부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 일이 성사된다면 저한테 바라시는 것도 있겠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가로서 바라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저 민생을 위한 사업. 그 사업을 받쳐줄 기업의 도움 정도겠죠.”
쉽게 말하면 정치 자금에 대한 지원을 말함이었다.
“차기 대권까지 노리시는 민재열 의원님께서 고작 건설사 하나만 맡고 있는 저를 하나 얹는 것으로 만족하실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MH건설뿐이지만, 후일에 MH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실 분이 아닙니까.”
그 말에 명인철은 씁쓸한 표정이 지어졌다.
“민 의원님 같은 분이 근래 저희 그룹의 소문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하긴 어렵군요.”
“아, 모를 수가 없죠. 내부적으로 일이 좀 생겨서 MH전자 대표 자리를 명중환 회장님이 서녀에게 맡기기까지 하셨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금의 국면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저나 명성철 대표가 차기 회장 자리에 앉을 수나 있을지 모를 일이고요.”
MH전자만 봐도 임희연이 대표직에 오른 후 승승장구였다. 거기다 MH퓨처시큐리티까지 이번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의 1차 협업 기업으로 MH전자를 선정해서 탄탄하게 밀어주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서녀입니다. 능력이 있다고 한들, 주주들이 보고만 있겠습니까. 사실 임희연 대표가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이전에 명인철 대표님께서 기반을 잘 꾸려놓으신 덕분인 거죠.”
그 부분은 명인철도 충분히 동의하는 바였다.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저와 길을 하나하나 만들어보셨으면 합니다.”
민재열은 그렇게 말하고서 잔을 들어 올렸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명인철은 더 이상 뒤가 없다고 판단하고서 그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치잉―
* * *
신우는 이른 아침부터 릭과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청와대로 향했다.
차 안에서 결재 요청으로 올라온 전자 서류를 확인하던 중 장만수에게 WAVE CHAT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할 일 있어서 일찍 출근한다더니, 무슨 일이야?”
그런 설명에 신우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국회의원? 야당 대표 말이야? 근데 민재열 의원을 만난 것까지는 어떻게 알았어?”
아무리 장만수의 LEUCO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고 한들, 처음부터 타깃이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빨리 알기는 어려웠다.
[명인철 대표가 방문한 한정식집의 별채를 누가 통째로 대관했더라고. 결제한 내역으로 계좌를 추적해보니 민재열 의원의 차명계좌가 나왔어.]“방금 안 소식 아니야?”
[맞아.]“그런데 왜 이렇게 빨라?”
신우는 자신이 알던 것보다 LEUCO의 서칭 속도가 매우 빨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 들어가기 전에 업그레이드 좀 했어. 특정 위치를 지정하면 거기에 관련된 핸드폰 신호부터 결제에 쓰인 신용카드 및 계좌 기록까지 전부 알 수 있지.]“…대체 뭘 만든 거야?”
말이 쉽지, 이전에도 그렇고 사람 하나를 탈탈 터는 데 수십 초면 거뜬하다는 의미였다.
[뭐긴 뭐야. 지난 생에 완성하지 못했던 내 일생일대의 역작이지.]“루두스나 국정원에는 절대 들키지 말아야겠네. 놈들이 지금 LEUCO나 그걸 만든 널 눈에 불을 켜고서 찾는 중이니까.”
[조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이미 한 번 죽어보기까지 했는데, 같은 놈들한테 두 번 죽을 수는 없잖아.]“그거야 당연한 말이지. 일단 혹시 모르니 민재열 의원에 관한 정보 좀 보내줘. 특히 최근에 누구와 접촉했는지.”
[Roger, 대장.]통화가 끝나갈 때쯤 청와대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검문을 마친 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직원의 안내로 응접실에서 기다리자 문이 열리며 대통령 황정현과 경제수석 비서관인 김진섭이 함께 들어섰다.
“갑작스러운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신우 대표님.”
“조금 많이 갑작스럽긴 했네요.”
“차는 뭐로 드시겠습니까?”
옆에서 비서관 하나가 다가섰다.
“저는 캔 음료로 하죠. 탄산이면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아… 나는 커피로 하지.”
잠시 후, 음료수와 커피가 두 사람의 앞에 놓였다.
이에 대통령인 황정현은 따뜻하게 한 모금을 마시고서 말했다.
“급하게 방문해주시길 부탁드린 이유는… 대표님께서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진행하는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 때문이겠죠. 요즘 그것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난리인 듯싶네요.”
황정현은 귀찮음이 가득한 신우의 대답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규모가 크고 범위가 다양한 만큼 누구에게나 솔깃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니까요. 특히 한국과 미국이 사업 지역에 포함된 만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그래봤자 회사에서 진행하는 조그만 프로젝트일 뿐입니다.”
“초기 투입 자금이 4조 원이나 되는 사업을 조그맣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군요.”
너스레 같은 그의 반문에 신우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님은 그런 한국 쪽 HB 프로젝트의 거리 조성 사업 지역을 추천하고 싶으신 걸까요?”
순간 정곡을 찌른 것인지 황정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