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47)
전직용병 재벌서자-247화(247/305)
247화. 하이에나와 구렁이 (1)
밤이 늦은 시각.
TSF Investment 한국 지사장 곽치영은 차량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사이 보조석에 앉아 있던 오한성은 핸드폰으로 뭔가를 확인하고서 말했다.
“지사장님. 로사 테일러에게서 오큘러스 펀드 지부장들에 관한 조사 내용이 공유되었습니다.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그러지.”
태블릿이 건네졌다.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한 곽치영은 미간이 빠르게 일그러져갔다.
이에 곧장 핸드폰을 꺼내어 로사 테일러에게 전화했다.
[내용을 확인하셨나 보네요.]전화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로사의 대답에 곽치영은 침음이 흘렀다.
“그들의 신원이 전부 가짜라는 겁니까?”
방금 본 내용에는 타일러 차, 한국 이름으로 차경수라고 불렸던 인물의 흔적이 20살 이후로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린 모레티도 마찬가지였다. 슬로베니아 벨레네 출신으로 기록만 남아 있을 뿐,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 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짜라는 증거는 아니에요. 출신 지역의 흔적이 없는 것뿐이죠.]“그럼 두 사람이 정보요원이라는 의미일까요?”
[가능성은 충분해요. 지금까지 찾지 못한 흔적을 본다면 유사한 형태이니까요.]666부대도 용병이란 타이틀이 달렸을 뿐, 자체적인 특성은 정보요원과 비슷했다.
“오큘러스 펀드에서 정보요원 출신을 지부장으로 세운 것일 수도 있겠군요.”
[아니면 그쪽도 우리처럼 자체적으로 키운 것일 수도 있죠. 물론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요.]TSF의 지사장들은 각국의 음지에서 활동하던 로비스트나 브로커 출신이었다.
“그럼 오큘러스 펀드가 허미트일 확률이 높을 수도 있겠습니다.”
[맞아요. 하지만 그게 확실하다고 해서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오큘러스 펀드의 진짜 주인이 있다던 소문. 앨빈 베이츠라는 이름만 나왔을 뿐 나이, 성별, 얼굴 등등… 그 신원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아무리 조직이 대단하다고 한들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 인물을 공격하기는 불가능했다.
“상부의 의견입니까?”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 놓여 있으니까요. 허미트가 우리를 어디까지 파악한 상태인지를 모르니, 급한 것부터 해결한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아요.]빠른 시일 내에 TSF와 하르파스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곽치영은 핸드폰을 든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사이 차량은 TSF에서 안가로 사용하는 경기도 외곽의 별장에 도착했다.
그 앞으로 먼저 도착한 차량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밖으로 차 안에 타고 있던 몇몇 인원들이 내린 채 서 있었다.
곽치영은 곧장 내려서 그 앞으로 다가갔다. 뒷좌석의 문이 열리며 현 정권의 야당 대표인 민재열이 얼굴을 보여주었다.
“옆으로 타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십니까?”
“뭐 하던 곳일지도 모르는 장소에 내가 발을 들여야겠나?”
날카로운 민재열의 물음에 곽치영은 옆으로 돌아가 차에 올라탔다.
“최대한 조용한 곳으로 알려드린 것인데, 실례가 되었군요.”
“됐고. 곽 지사장이 준 자료가 황정현에게 먹히긴 하더군. 덕분에 백신우를 바로 청와대로 호출할 정도이니 말이야.”
UAD 프로젝트 파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파일이면 VIP도 속수무책일 거라고 말입니다.”
누구라도 흡족할 만한 상황. 그러나 민재열의 얼굴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그만큼 곽 지사장 쪽에서도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는 의미겠지.”
서로 오가는 것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된다.
민재열은 받기만 한 상태이니 당연한 이치로 물은 것이다.
이에 곽치영은 잠시 생각하고서 말했다.
“얼마 후면 저희 회사에서 조금 시끄러운 일들이 생길 겁니다. 민 의원님께서 그 일에서 나올 잡음을 잠시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국방부 기밀자료를 먼저 넘겨준 대가이다. 당연히 곽치영이 말하는 것처럼 조금으로 끝날 일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
“…나한테 그런 잡음을 막아줄 능력이 있겠나.”
일부러 살짝 빼는 듯한 대답에 곽치영은 쓴웃음이 지어졌다.
“검찰과 법원 쪽에 인맥이 있지 않으십니까. 게다가 예나 지금이나 검찰청 실세로 불리는 분이 민 의원님이기도 하시고 말입니다.”
그 말처럼 민재열은 검찰 출신의 국회의원이었다. 공천받기 전 최연소 검사장까지 올랐다가 정치계로 뛰어든 것이다.
게다가 검찰청을 나오기 직전에 차기 검찰총장으로 거론되기까지 했으니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내가 그럴 능력이 될지 모르겠군.”
이미 떡을 가져다가 맛봤으면서 살짝 빼는 듯한 느낌이었다.
곽치영은 그런 민재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음에도 웃으며 말했다.
“물론 잡음만 잘 처리해주시면 민 의원님께 떨어지는 것도 충분할 겁니다.”
“…뭐가 떨어진다는 말인가.”
“200개 정도면 어떠십니까? 깔끔하게 세탁해서 추적이 어려운 해외 계좌로 마련해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차기 대선을 위한 정치 자금으로 쓰실 수 있도록 준비해드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거래 대금으로 무려 200억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살이 디룩디룩 올라온 민재열의 볼 아래에서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대체 얼마나 큰 잡음인 건가?
“죄송하지만… 당장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한 일입니다.”
민재열의 같잖은 자존심 때문에 도청 유무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세한 이야기까지 꺼내기란 어려웠다.
“우선 절반부터 받는 걸로 하지.”
이번에도 곽치영은 미간이 찌푸려질 뻔한 것을 겨우 멈췄다.
사실 TSF 한국 지사에서 관리하는 검찰 라인을 사용할까도 했다. 그러나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정리는 최대한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되었다.
동시에 현 정권을 흔들면서 잡음을 막아줄 사람이 필요해졌다.
야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 주자인 국회의원 민재열이 그 일에 가장 합당한 인물로 판단된 것이다.
“사흘 내로 준비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인건비 명목으로 쓸 1억씩 담은 차명계좌 통장 스무 개까지 준비해주고. 나도 사람들을 부리려면 뿌릴 것이 있어야 하니 말이야.”
“…별도로 말입니까?”
“그럼 곽 지사장 일을 처리하는데, 내 돈을 써야 하나?”
곽치영은 속으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알겠습니다. 같이 준비해드리죠.”
“그럼 연락을 기다리지.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려서도 안 될 것이야.”
이내 곽치영은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바깥에 있던 민재열의 보좌관과 기사가 탑승하더니 출발했다.
곽치영은 민재열의 차량이 멀어지던 것을 조용히 쳐다봤다. 이내 옆으로 오한성이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차에서 내린 곽치영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돼지 같은 인간을 상대하려니 기분이 더러워.”
“만만치 않은가 보군요.”
“괜히 저 자리까지 올라간 것이 아니지. 일단 해외 차명계좌로 100억짜리 하나, 1억씩 20개. 3일 안에 준비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중으로 사업 40%까지 정리 준비가 될 듯합니다.”
곽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하나 꺼내 피웠다.
“후우―! 지금 속도면 언제까지 준비가 끝나겠나.”
“빠르면 2주 안에 될 듯싶습니다.”
“확보 예정 금액은?”
“급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보니 손실률은 29% 정도. 전부 털어낼 금액은 1조 3천억 원으로 예상됩니다.”
TSF 한국 지사에서 진행하던 모든 사업을 정리하는 것인 만큼 자금의 규모가 상당했다.
“민 의원이 일을 맡아주기로 했으니 잘 마무리해보도록 하지.”
“명심하겠습니다.”
곽치영은 오한성의 대답을 들으며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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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차량으로 별장 지대를 떠난 민재열은 보조석에 앉아 있던 수석보좌관 조진수에게 말했다.
“일주일 뒤에 수도권 지역 검사장 이상 인사들을 한번 모으도록 하지.”
“장소는 정해당 별채로 할까요?”
바로 어제 명인철과 만났던 장소였다.
보좌관인 조진수는 안전한 위치와 인원수를 가늠하여 적당히 고른 것이다.
“그렇게 해. 아, 모일 인원 중 애매한 인간들은 빼고.”
“기준은 어떻게 잡을까요?”
“행동력이 떨어지는 놈들만 빼지. 이번에는 확실히 깔끔하게 처리해야 하니까.”
민재열도 곽치영이 벌일 일을 완벽하게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조진수는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대검과 중앙지검 쪽 라인이 지난번 배성물산 게이트로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도 감수하셔야 할 겁니다.”
배성물산이 무너지기 직전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인 배영철 회장이 남긴 장부가 문제였다.
당시 일로 법원, 검찰, 경찰 할 것 없이 배영철에게 돈을 받아먹었던 고위 인사들이 뭉텅이로 조사를 받았다.
물론 그쪽 자존심도 있다 보니 전부 처벌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 수도권 지역을 떠나 지방으로 좌천된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그 머저리 같은 놈들…….”
“어떻게 할까요?”
“법원 쪽도 자리를 따로 마련해봐.”
“리스트를 추려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이에 민재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민재열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대통령에게 여전히 연락은 없고?”
연락이 있었다면 보좌관인 조진수가 진작 말했을 것이었다.
“…아직입니다.”
“기껏 부른 백신우를 만나고서도 무소식이라… 생각을 바꿔 먹은 건가…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그런 물음에 조진수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의원님께서 가지신 패는 어떻게든 여당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늦게나마 여당 의원들을 모아서 논의 중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나에게도 소식이 들어왔겠지.”
황정현 대통령 파벌의 여당 의원 몇몇은 이미 포섭된 상태였다. 당연히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벌써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었다.
“설마 그들이 변심한 것은 아니겠죠?”
“지금 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안다면 어찌 그러겠나. 지옥 불에 스스로 뛰어드는 꼴이라는 걸 뻔히 알 텐데 말이야.”
민재열은 그렇게 말하면서 짜증이 치솟았다.
목소리에서 그 분위기를 느낀 조진수는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한번 알아볼까요?”
“아니. 내일 점심까지 없다면 압박에 들어가야지.”
“계속 체크해보겠습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민재열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기다렸던 연락이 아니었기에 액정을 확인한 그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갑자기 웬일인가?”
[그간 잘 지내셨나 해서 말입니다. 민 의원님.]전화를 건 사람은 전(前) 국정원 원장인 황명우였다.
“경기도 구석에서 조용히 지내는 걸로 아네만, 내 안부가 궁금할 틈이 있었나 보군.”
[속세랑 아무리 멀어져도 어쩔 수 없이 들리는 것들이 있으니 말입니다.]상당히 의미심장한 대답이었다.
“설마, 내쳐지던 시기에 잡아주지 않았던 걸 이제 와서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게 언제 적 이야기입니까.”“하면, 쓸데없이 찔러볼 생각 말고 용건이나 말하지.”
날카로운 물음에 황명우는 털털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허허―!]“할 말이 없다면 여기서 끊고.”
핸드폰이 민재열의 귀에서 멀어지려던 찰나.
수화기 안에서 다급해진 황명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