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49)
전직용병 재벌서자-249화(249/305)
249화. 너구리 VS 구미호 (1)
[결국 UAD 프로젝트만 쏙 빠져나간 형세이긴 하네.] [가장 큰 이익을 본 곳이 정부와 국방부, 백신우가 되는 거죠.] [그래서, 확인할 방법이나 대책은 있고?]신우는 컴퓨터 앞에 서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들을 유심히 들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장만수는 기가 찬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미친놈들이네.”
“쉿―!”
다음 대화 내용이 반상원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유즈니섬 핵미사일 기지와 관계되어 퇴출된 SVR 간부에게 백신우의 정보를 넘겨놨습니다. 물론 그 정보의 유출 경로가 백신우라고 만들어서 말입니다.] [오호…? 그걸로 그쪽이 알아서 움직일 거라는 말인가?] [지금 와서 경제적인 부분으로 우리가 백신우를 압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죠.] [그 간부란 인간이, 백신우를 죽일 수는 있고?] [거기서도 벼르고 있었으니 알아서 하겠죠.]음산한 목소리가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이후 비슷한 내용의 대화만 이어지다가 반상원이 돌아간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에 신우는 책상에 걸터앉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간… 반 차장이란 놈은 포기를 모르네.”
“내가 말했잖아. 거머리보다 질긴 놈이라고. 거기다 TSF랑 거래까지 트려다가 엎어졌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지.”
“그래도 놈들이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쾅쾅쾅―
말을 이어가던 중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문 열어라, 장만두―! 문 열어!”
릴리안의 목소리였다.
지금 대화 중이던 곳은 사무실이 아닌 장만수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장만수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그리고 곧장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어줬다.
“멀쩡한 초인종 놔두고서! 왜 문을―!”
계속 소리를 지르다가 눈앞에 릴리안이 아닌 하얀 무언가를 발견했다.
“옜다. 집들이 선물.”
하얀 것은 두루마리 휴지 뭉치였다. 다만, 마트 같은 곳에서 사온 것이 아닌 집에서 쓰던 걸 아무 봉지에 담아온 것이었다.
“…이게 무슨…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새 걸 사와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중에 돈도 제일 많으면서! 그런 것까지 바라냐?”
릴리안의 뒤로 웨이와 헥터, 릭까지 줄을 지어 들어왔다.
“너희들은 뭐 없고?”
“?以下相同.”
“Лиха Дон Мун.”
“la misma puerta.”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전부 이하동문(以下同文)이라는 의미였다.
장만수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불쾌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씰룩이며 현관문부터 닫고서 따라 들어갔다.
“하여간… 있는 놈들이 더 하다니까.”
“누가 할 소리인데?!”
다들 거실로 들어서며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사는 곳으로 각자 집을 정한 후 들어온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장만수의 집은 처음 방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뭐 볼 게 있다고 그렇게 두리번거려?”
“컴퓨터 장비들은 왜 거실에 다 나와 있어? 방은 뭐 하는 데 쓰고?”
한 가구당 방만 4개씩이었다. 방마다 크기도 넓게 빠져서 작업실로 쓰기 충분했다.
“다 쓸 데가 있거든?”
그러던 중에 다른 곳을 훑어보던 웨이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응? 왜 방이 2개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장만수와 티격태격하던 릴리안이 웨이에게 걸어갔다.
“구조가 우리 집이랑 많이 다른 것 같아.”
“응? 그러고 보니… 방 위치가 다르네.”
건물 구조는 두 호수가 마주 보는 좌우 대칭형이었다.
아래층 반대쪽 호수에 사는 릴리안과 웨이는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장만수의 바로 윗집에 사는 헥터도 무거운 입을 뗐다.
“확실히 다르군. 개조한 건가?”
다들 장만수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왜? 뭐? 내 건물에서 내가 사는 집 구조도 못 바꾸냐?”
“이거 또 비밀의 방을 만들어놨나 보네. 그것도 구조까지 바꿔가면서.”
탁탁― 탁탁―
그사이 호흡을 맞추듯 군데군데 벽을 두드려보던 웨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벽 너머로 속이 빈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밀 공간은 없는 것 같은데.”
“저번 작업실에서는 문을 벽돌로 덧대놨어.”
“헐―! 치밀하기도 하지.”
“문도 스위치를 따로 달아두지 않고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걸 거야.”
일 때문에 방문한 동료들은 갑자기 비밀의 방 찾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장만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신우의 옆으로 걸어왔다.
신우는 그 모습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왜 자신감 만땅인 얼굴인 건데?”
“문을 찾는다고 해도 절대 열지 못할 걸 아니까 웃겨서.”
“내가 봐도 구조상 어딘가 문을 숨겨놓은 건 확실해 보이고… 근데 왜 못 열어?”
지난번 작업실에서도 시간이 조금 많이 걸렸을 뿐이지 비밀의 방을 찾긴 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잠금장치가 걸려 있을 테니 여는 것도 불가능하긴 어려웠다.
“내가 아니면 절대 안 열리도록 해놨으니까.”
“…대체 문에다가 무슨 짓을 해놓은 거야?”
“8중 잠금장치를 해놨어.”
신우는 황당한 표정이 지어졌다.
“무슨 금고냐? 아니지, 은행 금고도 그것보다는 쉽겠다.”
“릴리안을 상대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미친놈…….”
그러던 중에 릴리안이 한쪽에서 소리쳤다.
“찾았다!”
자연스럽게 다른 방도 확인하던 웨이와 릭이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런 모습을 조용히 보던 신우와 헥터는 한숨을 흘렸다.
동시에 장만수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릴리안이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용케 찾으셨네.”
“네가 옷장에 평범한 옷만 넣어뒀을 리가 없잖아!”
릴리안이 찾아낸 문은 작은방 한쪽 구석에 놓인 붙박이장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옷장에는 무채색의 트레이닝복만 잔뜩 걸려 있었다.
옷을 양쪽으로 밀어내자, 그 뒤로 열쇠 구멍 하나가 드러났다.
“자신 있으면 열어보시지.”
뒤에서 나타난 장만수는 여전히 의기양양했다.
“그러다 내가 풀면 어떻게 하려고?”
“절대 풀지 못할 거다.”
“그러니까, 내기 콜? 내가 풀면 이 건물 내 거?”
장만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콜! 대신 못 풀면 네 클래식 포드 머스탱78은 내 거다.”
“야―! 그건 내가 이번에 뽑은 거잖아! 6개월이나 기다렸다가 받았다고!”
“쫄리면 뒈지시던가.”
진심으로 약 올리는 표정이었다. 이에 릴리안은 잔뜩 발끈하며 외쳤다.
“나도 콜이다!”
과열된 분위기에 신우와 헥터도 방으로 가볼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릴리안은 머리핀부터 꺼내어 열쇠 구멍부터 땄다.
찰칵―
잠금장치는 5초도 안 걸려서 풀리더니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안에는 손바닥만 한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동시에 0부터 9까지 숫자가 떠올랐다.
“비밀번호? 무슨 이런 구형 장치를…….”
“맞혀보시든가.”
띠띠띠띠― 띠띠띠띠― 띠리링∼
여덟 개의 숫자가 눌리더니 패널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어떻게 알았냐?”
“네가 이런 곳에 설정해둘 비밀번호야 뻔하지. 한사민의 생년월일.”
“…이제부터는 절대 쉽지 않을 거다.”
화면에 지문 인식 표시가 올라왔다.
그런데 릴리안은 주머니에서 실리콘 장갑을 꺼내더니 양손에 하나씩 꼈다.
“내가 이런 것도 준비 안 해뒀을까봐?”
“대체 그건 언제… 애초에 그걸 왜 가지고 다녀?”
오늘 장만수의 집에서 회의하는 것도 갑자기 결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실리콘 장갑을 만든 후 언제나 가지고 다녔다는 의미였다.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열 손가락 다 따놓고서 기다렸지.”
“크윽! 하지만 다음 것부터는…….”
지문을 하나씩 가져다 대자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다음 단계가 되었다.
“내가 다른 것까지 안 따놨을까?”
그 뒤로 음성, 안면, 홍채까지 릴리안이 준비해놓은 것들로 전부 풀렸다.
목소리는 보이스 체인저로, 안면과 홍채는 변장 마스크와 렌즈였다.
“너, 스토커야?! 왜 그런 것까지 가지고 있는 건데!”
“훗―!”
릴리안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이고서 다음 화면을 기다렸다.
“정맥 패턴 인식?”
“다른 건 전부 따놨어도 이건 준비 못 했을 거다.”
사람 손을 적외선 스캐너에 올려놓지 않는 이상 복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릴리안의 표정은 어두워지지 않았다.
“내가 이것도 예상 못 했을까봐?”
릴리안은 아까 사용한 실리콘 장갑을 다시 꼈다.
“야! 그건 언제 채취한 거야?!”
“네가 사무실에서 곯아떨어져 있을 때. 예전에 내가 타서 준 커피가 굉장히 달콤하지 않았니?”
“어쩐지! 일어나보니 다음 날 점심이더라!”
감히 누가 이보다 더 독할 수 있을까. 그리고 대체 몇 수 앞까지 내다보고 있던 것일까.
결국 일곱 번째 잠금장치도 릴리안의 손에 해제되고 말았다. 동시에 너무 흥미진진한 상황 전개로 신우와 다른 동료들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지막은 절대 안 풀린다.”
“무슨 보안 장치이길래?”
아까 8중 잠금장치라고 했으니 진짜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웬만한 보안 장치는 앞에서 다 나온 상태였다. 옆에서 신우도 궁금증이 생기면서 상황에 집중했다.
장만수는 아까보다 자신감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AI Target Recognition이라고 들어봤나?”
“그게 뭔데? 설마, 또 쓸데없는 걸 개발한 거야?”
릴리안의 반문에 장만수는 그 어떤 악당보다 비열한 미소를 그렸다.
“큭큭큭. 이 방에 설치된 3D 인지 카메라가 얼굴, 체형, 자세 등을 전부 스캔하지. 실물의 당사자가 없으면 절대 열리지 않아! 사진 같은 것도 절대로 먹히지 않고!”
“그런 걸 고작 방문 하나 잠그는 데 사용했다고? 대체 얼마를 쏟아부은 거야?”
지금까지 나온 잠금장치들을 패널 하나에 표시되게 만들었으니, 엄청난 금액이 들어갔을 것이 분명했다.
“…공사비까지 23억 정도?”
“차라리 은행 금고를 짓지 그랬냐!”
릴리안도 방법이 없다고 여겼다.
그 모습을 본 장만수는 미소가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절대 못 열겠……!”
그때였다.
패널 안에 심어진 스피커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스터 사용자 ‘장만수’의 존재가 인식되었습니다.】
【잠금을 해제합니다.】
띠리릭― 찰칵!
“…….”
현재 장만수는 같은 방 안, 릴리안의 뒤쪽에 똑바로 서 있었다.
동시에 마지막 보안 장치까지 해제되면서 붙박이장 안쪽으로 문이 열렸다.
그 모습을 본 신우는 코로 깊게 한숨을 내쉬고서는 장만수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천재랑 바보는 한 끗 차이라더니.”
웨이와 릭, 마지막에 헥터까지 장만수를 위로하듯 어깨를 두드리고서 옆으로 섰다.
반면, 릴리안은 너무 허무하게 보안이 풀린 탓인지 헛웃음을 흘렸다.
“하하… 하…….”
“에이씨―!”
이내 장만수는 큰 방으로 힘껏 뛰어 들어가더니 방문까지 닫아버렸다.
찰나에 눈물이 보인 것 같기도 했다.
“아싸∼! 이 건물, 내 거다!”
릴리안은 뒤늦게 자신의 승리라고 생각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사이 웨이가 방금 열린 비밀의 방문을 완전히 열었다. 안은 집의 3분의 1 정도로 된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야―! 여기를 예전 아지트에도 만들었던 비밀 공간처럼 꾸며놨네.”
“저번에도 비슷했어. 역시 여기다가 옷을 보관해둔 거였구나.”
뒤따라 들어간 릴리안은 한쪽에 칸막이처럼 세워진 행거와 그곳에 걸린 옷더미를 보았다. 얼마나 형형색색인지 눈이 아플 정도였다.
“여기가 한사민 존인가봐.”
릭도 다른 방향의 벽을 잔뜩 차지한 사진과 애장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장만수의 비밀의 방을 헤집어놓으며 관광지처럼 구경했다.
“불태울 거 아니면 적당히 하고 나와. 이러다가 만수 진짜 삐져서 방에서 안 나온다.”
“칫―! 솔직히 마지막은 내가 풀었나? 지가 스스로 풀었지.”
결국 안에 있던 세 사람은 크게 건드린 것 없이 나와서 비밀의 문을 조용히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