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5)
전직용병 재벌서자-25화(25/305)
25화. Lure Trap
며칠 후.
대한민국 서울의 프레이즈레지던스호텔 VIP Room.
방 3개, 화장실 2개. 주방과 크고 작은 거실이 따로 마련된 방이었다.
그 안으로 들어선 릴리안 포스터는 창가로 걸어가 도도한 표정으로 꼭대기 층의 풍경을 내려다봤다.
“…….”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뒤따라 들어온 명운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음에 드십니까?”
“…그럭저럭요.”
“일단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이번 일은 MH그룹 내에서도 조용히 진행할 겁니다. 그래서 저희 그룹 계열사인 MH호텔이 아닌 이곳으로 모신 거고요.”
릴리안 포스터는 여전히 시선을 창밖으로만 고정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그보다 프로그램 제작자인 MANDU에 대해서는 어떻게 추적 중인 거죠?”
“당시 MANDU와 접촉했던 사람의 컴퓨터 기록으로 IP를 확인하는 중입니다. 늦어도 3일 안에는 결과가 나올 겁니다.”
“좋네요.”
명운석은 뒤돈 상태로 있는 릴리안 포스터의 뒷모습을 훑어보았다.
“리비오 소프트 측에서는 어떤 식으로 MANDU의 소유권을 사드릴 생각이시죠?”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 일이니 굳이 관여하지 않으셔도 돼요.”
“도움 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하셔도 됩니다.”
“MH그룹에서는 찾아주시는 것까지만 해주시면 돼요.”
제안을 칼같이 잘라내는 대답에 명운석의 미간이 씰룩거렸다.
“괜찮으시면 오늘 식사 어떠십니까? 일적으로 이것저것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한데요.”
“아니요. 제 식사는 제가 알아서 하죠. MANDU를 찾는 일에만 전념해주세요.”
“MANDU를 찾는 일에 동참하기로 하셨다면 같이 움직이셔야 할 텐데요.”
릴리안 포스터는 흑심이 엿보이는 명운석의 행동에 실소를 흘렸다.
“직접 뛰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제가 알아서 움직일 테니 MANDU의 신상이 파악되는 대로 알려주시죠. MH그룹에서 해주실 일은 거기까지입니다.”
이번에도 칼같이 잘라낸 대답이었다.
이에 명운석은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죠.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전하겠습니다.”
명운석은 인사와 함께 호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때 조수석 쪽에 앉아 있던 KITE 특수경호2팀 소속인 이창선이 고개와 함께 서류를 내밀었다.
“말씀하신 리비오 소프트의 릴리안 포스터에 관한 자료입니다.”
명운석은 그 서류를 펼쳐서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그사이 멈춰 있던 차는 회사를 향해 출발했다.
【신상 정보】
― 이름 : 릴리안 포스터(Lillian Foster)
― 출생 : 1996년 09월 04일 生 (만 27세)
― 소속 : LIVIO SOFT COMPANY / 비서
― 스탠포드 공과대학교 화학공학부 졸업
― 스탠포드 공과대학원 화학공학 박사
― 스탠포드 공과대학원 재료공학부 석사
― 웨스트 하이 스쿨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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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박사와 재료공학부 석사…? 보통 비서는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나?”
그런 중얼거림에 이창선이 말을 덧붙였다.
“동시에 재료공학부 과정도 이수한 수재라고 합니다. 졸업 전부터 학과와 관련된 여러 유명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왔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올해 초 리비오 소프트에 직접 지원하여 입사했답니다.”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네. 그렇다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리비오 소프트에서도 단기간에 대표 비서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대표인 데일 벡커도 릴리안 포스터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고요.”
명운석은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러모로 마음에 드네. 능력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서류 안에는 최근 촬영된 릴리안 포스터의 사진이 잔뜩 있었다.
그걸 쭉 확인하던 명운석은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사진 하나를 따로 들어보았다.
회사 근처에서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마시는 중인 릴리안 포스터.
그런데 커피를 든 왼쪽 손목 안쪽에 눈동자 모양의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 * *
며칠 후.
신우는 아침부터 전략투자본부 회의에 대한 자료를 정리 중이었다.
그사이 소파에 앉아 있던 장만수가 귀를 미친듯이 후비기 시작했다.
“아이씨―! 요즘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계속 중얼거리던 장만수는 한 손으로 귀를 파면서도 노트북에서 반대쪽 손을 떼지 않았다.
오늘의 패션은 붉은 코르덴 재킷과 바지, 청색 셔츠와 파란색 구두. 거기에 포인트로 잡은 듯이 넥타이는 검은색 바탕에 노란 물방울 무늬였다.
나날이 발전하는 듯이 휘황찬란했다.
신우는 한심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비인후과라도 가보든가.”
“그런 간지러움이 아니야. 누가 내 이야기를 하는 건지…….”
“국정원에서 너 찾는 거 아니야?”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말아라. 그리고 국정원이 날 찾을 만한 흔적은 죄다 지웠거든?!”
신우는 웃으면서 회의 자료를 USB로 옮겼다.
“혹시 모르니까 틈틈이 확인은 해두고.”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2차 투자는 잘되어가고 있어. 근데 작전주들로만 진행해도 괜찮은 거야?”
“투자 이익이 확실하잖아.”
“하지만 그쪽 세력이 알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작전주는 내부 정보만 있으면 방해 세력이 없을 시 성공률 100%에 가깝다. 대신 특정 세력이 꾸민 주가 조작 계획인 만큼 위험도 또한 높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장만수는 자신도 그렇고, 신우에게 주었던 투자처 중에 작전주 비율을 높게 주진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전략투자운영실장 백신우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두 번째 투자는 대부분이 작전주였다.
“걱정하지 마. 우리한테는 MH라는 튼튼한 방패가 있잖아.”
“놈들이 알아채도 MH그룹으로 막겠다는 말이야?”
“공식적으로는 개인이 아니라 MH그룹이 투자하는 거니까. 우리는 거기에 얹혀서 돈만 벌면 되지.”
“나야 문제만 없으면 완전 땡큐지. 그 덕분에 눈치 안 보고 잘 치고 빠지면서 불리고 있으니까.”
장만수는 회귀 지식으로 군자금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눈치 보지 말고 전부 이용해.”
“솔직히 너희 집안이라 살짝 눈치 보였는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 신경 안 쓰마!”
“알아서 해. 문제 생기는 것만 말해주고. 난 이만 회의 들어간다.”
대답과 함께 사무실을 나선 신우는 12층에 있는 회의실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있자 잠시 후 전략투자본부 내 차장급 이상 되는 사람들이 하나하나 들어왔다.
그중에는 일전에 평창동 명중환의 자택에서 보았던 명운석과 명진석도 있었다.
둘은 신우를 곱지 못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눈빛으로 사람을 잡아 찢어 줄일 기세네.’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다시 문이 열리더니 본부장인 임희연과 비서이자 부장인 송태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시작하죠. 일단 기획실부터 회의 진행하세요.”
동시에 명운석은 USB를 챙겨서 회의실 단상으로 올라가 연결했다. 커다란 중앙 화면이 켜지더니 전략투자기획실에서 준비한 자료가 떠올랐다.
덜컥―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명중환 회장과 비서인 구상호가 들어왔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여긴 어떻게…….”
임희연의 물음에 명중환은 회의실에 둘러앉은 이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3분기 대비 회의라고 해서 와봤다. 나는 지켜보기만 할 테니 계속 진행하지.”
대답과 함께 명중환은 가운데 끝자리로 가서 착석했다.
다시 조용해지자 명운석은 전략투자기획실에서 준비한 프로젝트에 관해서 설명해 나갔다.
“…현재까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높게 마무리되어 142%로 마감했습니다. 차후 프로젝트는 그보다 높은 200%의 수익을 목표로 계획 중에 있으며…….”
웬만큼 보고 사항을 발표한 명운석은 거기서 그쳐도 되었다.
하지만 명중환의 눈에 들 기회를 놓치기가 싫었다.
“마지막으로 설명드릴 프로젝트는 제가 개인적으로 승인받아 진행한 것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리비오 소프트 투자 건입니다.”
“명운석 실장. 리비오 소프트 건은 좀 더 진행된 후에 보고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투자가 들어간 기업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와 같다.
해풍을 완벽하게 읽지 못하는 이상 예상치 못한 변수가 수도 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희연은 객관적으로 투자의 성공 유무가 확실시되었을 때 보고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현재 기획실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투자입니다. 중요도가 높은 만큼 보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죠. 리비오 소프트 투자가 무조건 순탄치만은 않을 텐데요.”
그 순간 명운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름 다 된 밥에 임희연이 재를 뿌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리 없이 해결될 겁니다.”
“쉽지 않은 일로 아는데요.”
“그만들 하고, 명운석 실장은 계속 보고해보도록 하지.”
명중환이 나서자 임희연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 살짝 고개를 숙인 명운석의 입에서 비릿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흠, 흠! 계속하겠습니다. 일단 리비오 소프트는 현재 상장을 앞둔 회사로, 투자 1차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른 기대 수익은 최소 300%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자금은 얼마나 들어간 거지?”
“200억입니다. 옵션으로 리비오 소프트 비상장 주식 지분 5%를 계약 내용에 포함하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명중환이 기대 어린 표정으로 입을 뗐다.
“리비오 소프트의 5% 지분 금액은 어느 정도나 되나?”
“비상장 주식이기에 정확히는 알기 어려웠지만, 600억 원 이상으로 예상합니다.”
“고작 3분의 1의 금액으로 후려쳤다는 건데… 그만큼 어려운 조건이 달렸나 보군.”
“해당 기업에 잡음이 조금 있습니다. 그걸 제가 해결하여 진행하게 될 겁니다.”
비상장 주식 5%에 600억 이상의 가치를 가진 회사라면 상장 이후 그보다 몇 배는 뛰게 된다.
“좋군. 기대하지.”
명중환은 진중하면서도 살짝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명운석이 자리로 돌아가자 임희연의 시선이 신우에게로 향했다.
“백신우 실장 차례네요.”
앞으로 나간 신우는 명운석처럼 USB를 꽂아서 기획실에서 넘어온 프로젝트를 운영한 결과부터 발표했다.
명운석이 먼저 발표한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에 특이점은 없었다.
진짜 내용은 그다음부터였다.
“3팀을 운영하여 진행한 2차 투자에 관한 사항입니다. 투자금은 50억. 총 13개 기업의 주식으로 진행. 현재까지 수익률은 230%입니다.”
회의실 화면이 바뀌더니 13개 기업의 최근 주가 차트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다들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신우의 투자가 어느 정도의 확률로 이익을 본 것인지 충분히 계산되었다.
이내 임희연이 먼저 나섰다.
“잘 들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리스크가 높은 종목들인데… 대비는 어떻게 한 거죠?”
화면 속 차트의 주가 그래프는 언제 나락으로 떨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신우는 정확히 주가 고점을 캐치해서 이익만 취한 것이다.
신우는 표정의 변화 없이 덤덤히 대답했다.
“그런 거 없습니다.”
다들 아까보다 더 깜짝 놀라면서 술렁였다.
“자금이 50억이나 들어간 투자였어요. 실패했다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했던 거죠?”
“책임은 실패했을 때나 꺼낼 말이죠. 그리고 저는 실패하지 않았고요. 어차피 이곳은 결과만 보는 곳 아닌가요?”
“50억은 백 실장 개인의 것이 아닌 회사의 자금이에요. 물론 불법적인 과정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게 될 것이고요!”
“큼, 큼―!”
그때 명중환의 헛기침 소리가 회의실 내 마이크를 타고 전해졌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명중환이 임희연을 쳐다보았다.
“요즘 임희연 본부장의 언성이 높아지는 걸 자주 보는군.”
“…죄송합니다.”
“물론 임 본부장 말처럼 과정도 중요하지. 하지만 보고 내용을 확인하니 절차상의 문제는 없어 보여. 결과도 좋고 말이야.”
이번 결과는 지난번 1차 투자 때보다 기간이 짧았다. 동시에 이익은 그때보다 배로 보고 있으니 놀라운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호흡을 고르며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중에 명중환이 말을 계속 이어갔다.
“백신우 실장의 보고는 잘 보았네. 그러니 더는 문제 삼지 말고 나머지 보고를 알아서 잘 진행하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명중환은 밖으로 나갔다.
회의는 마저 진행되면서 명운석과 명진석의 표정이 구겨지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