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52)
전직용병 재벌서자-252화(252/305)
252화. 하이에나 사냥 (2)
민재열은 중앙지검 근처의 빌딩 옥상에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입문이 열리더니 아까 호출했던 중앙지검 3차장검사인 이명훈이 걸어왔다.
“의원님!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지검장이 부르는 바람에…….”
“아닐세. 그보다 이번에 새로 왔다던 지검장은 좀 괜찮나?”
전 지검장인 안상혜는 감찰부 수사를 받은 후 다수의 뇌물 수수 및 사건 조작 혐의 등을 받아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이에 원래라면 밑의 차장검사나 부장검사 중에서 지검장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인사철도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배성물산 게이트 사건으로 물갈이까지 벌어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새로운 지검장이 올 수밖에 없던 것이다.
“임춘동 지검장입니다. 원래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있다가 최근에 광주 쪽 대규모 폭력조직 소탕으로 영전하면서 올라왔습니다.”
“…임춘동? 그 인간이 중앙지검으로 왔던 건가? 요새 신경 쓸 일이 많아서 확인도 못 했군.”
민재열은 임춘동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래서 서울에 있던 그를 지방으로 돌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배성물산 게이트가 터지면서 민재열의 라인까지 일부분 무너지는 바람에 더 이상 막을 구실이 없어졌다.
“그보다, 무슨 일 때문에 부르신 건지…….”
아직 용건을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 지금 반부패1부에서 승화재단을 수사 중이라고 하던데. 자네는 몰랐나?”
그 순간 이명훈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승화재단이 민재열에게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저는 몰랐습니다. 거기서 왜…….”
“자네 직속 부서인데도 몰랐다는 것을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진짜입니다. 제가 그걸 알았다면 수사가 진행되도록 놔뒀겠습니까?”
이명훈의 표정은 진짜였다.
그것을 본 민재열은 하나를 예상할 수 있었다.
“자네가 아니면 임춘동이겠지. 그 인간이 벼르고 벼르던 칼을 뽑아 든 거야. 하지만… 지방에서 전전긍긍하던 녀석이 어떻게 바로 움직인 거지?”
어떤 조직이든 권력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거기서 임춘동은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기 전까지 끈 떨어진 연에 불과했다. 그런 사람을 위해 수도권 안에서 움직여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임춘동 지검장을 따른 후배 검사들이 꽤 되지 않습니까. 그들이 준비해준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몰랐을 수 있겠나?”
조사가 진행되려면 영장으로 통한 계좌 확인부터 이런저런 움직임이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민재열에게 소식이 전해졌어야 했다.
“누군가 밀고한 사람이 있다는 의미겠군요.”
“솔직히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지검장이 되자마자 행동할 수 없겠지. 하지만… 누구인 거지?”
아까 대통령인 황정현을 만났을 때 보았던 반응도 전혀 몰랐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민재열을 노릴 만한 사람은 둘 중 하나였다.
이에 민재열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국방부… 혹은 백신우 쪽인가?”
이명훈은 그 말을 들으며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의원님께서 국방부와 척질 일이 있으셨습니까? 그리고 백신우라면… 혹시…….”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의 이름을 이명훈도 모를 수 없었다.
“일단 자네는 거기까지 신경 쓸 필요 없고. 대신… 승화재단을 수사 중인 것부터 정리해보도록 하지.”
“하지만 임춘동 지검장이 저를 건너뛰고서 반부패1부에 지시를 던진 것이면 쉽지 않을 겁니다.”
“명목상으로는 자네가 직속상관 아닌가. 그러니 더더욱 자네가 해야지. 물론 이번 일만 잘 처리된다면 자네에게서 떨어지는 것이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마지막 제안에 이명훈은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이명훈은 배성물산 게이트 때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문제로 지난번 인사이동에서 승진이 밀려 로펌으로 넘어가야 하나 고민 중이던 참이었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무엇을 원하나? 로펌으로 추천? 아니면 원하는 기업의 법무팀장 자리도 괜찮고. 물론 돈이 필요하다면 가장 쉽겠지만 말이야.”
이명훈은 얼굴에서 미소가 짙어졌다.
“바로 움직여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지. 일단 먼저 내려가게나.”
그의 말에 이명훈은 고개를 깊게 숙인 후 출입문으로 향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던 조진수는 혼자 남은 민재열의 옆으로 다가갔다.
“바로 안 가십니까?”
“자네도 이야기는 들었지?”
옥상에 그들 세 사람만 있었기에 못 들을 수가 없었다.
“말씀하시죠.”
“자네는 이 사태를 어찌 생각하나? 난 국방부 아니면 백신우가 벌인 짓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답을 정해놓고서 묻는 것일까. 조진수는 그 상황에서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일단 국방부는 UAD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자신들이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건 백신우도 마찬가지지 않나.”
백신우는 UAD에 소속되었던 당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죠. 백신우 대표가 아니라고 잡아떼면 저희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UAD 자료는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그 존재가 사실이었기에 민재열은 대통령에게 제안을 던져볼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자료 안에 기록된 백신우의 신상 정보는 이름과 코드명 외에 대부분 사라져 있어서 당사자라고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백신우가 그걸 노리고서 내 뒷조사를 했다는 가정이군.”
“당장 상황을 보면 그런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맞불을 놓더라도 피해는 대통령과 국방부만 보는 것이니까요.”
민재열도 그런 백신우의 입장을 알기 때문에 대통령과 명인철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물론 백신우를 압박할 방법을 모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MH퓨처시큐리티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인 요새와 같았다.
애매한 위치의 직원이 아닌 실직적으로 운영권을 가진 간부급을 포섭할 방법이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골치군…….”
우우웅― 우우웅―
그때 민재열의 품속에서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액정에는 모르는 번호가 떠 있었다.
원래라면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았지만, 찜찜한 느낌이 통화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민재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라고 합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민재열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대통령께 백신우 대표님이 연락을 줄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늦으신 듯싶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조만간 두바이로 출장을 가서, 급하게 먼저 처리할 일이 많아 이제야 연락할 수 있었습니다.]기사로 뜬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의 두바이 이야기였다.
“일이 많으실 만도 하죠.”
[언제 시간이 괜찮으십니까? 직접 뵙고서 나눌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오늘 저녁, 괜찮으십니까?”
[가능할 듯합니다.]“그럼 제가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이 번호로 보내드리죠.”
통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민재열은 핸드폰을 자신의 품속이 아닌 조진수에게 건넸다.
“한 시간쯤 후, 오후 7시로 정해당 별채로 해서 보내지.”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조진수는 핸드폰에 번호를 저장했다.
* * *
신우는 메시지로 받은 장소에 도착했다.
정해당이라는 한자가 박힌 현판 아래의 문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검은 정장을 입은 이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민재열의 보좌관인 조진수가 한쪽에서 걸어 나와 신우에게 말했다.
“안에는 백신우 대표님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는 소지하지 못하시니 비서분께 맡기시길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신우의 뒤로 서 있던 경호원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신우는 손을 들어서 막았다.
“저는 괜찮으니 그렇게 하죠.”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은 민재열의 경호원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휴대용 금속 탐지기까지 들고 있었다.
이에 신우는 핸드폰을 같이 온 장진호에게 넘겼다.
그러자 다른 사내가 신우에게 다가와 몸 주변으로 탐지기를 움직이며 확인했다.
“다 되셨으니 안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비서와 경호원들은 여기서 기다려주시죠.”
“다들 조용히 기다리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신우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진수는 그렇게 신우를 별채 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안쪽 깊숙이 자리 잡은 방으로 들어가니 민재열이 큰 테이블 한가운데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백신우 대표님.”
“저는 그렇게 반갑지는 못하네요. 민재열 의원님.”
신우는 루두스를 끌어들이려던 판에 정치인이 끼어들었으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상황을 설명할 생각은 없었지만, 대놓고 무시하듯 말을 던진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 처음부터 날카로우시면 득 될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딱히 득을 바라서 온 것은 아닙니다. 물론 민 의원님은 다르시겠지만요.”
“그건 조율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어차피 백 대표님은 문제없이 거리 조성 사업을 진행해내면 이득이 되는 것이고, 거기서 파생되는 이권을 여당이든 야당이든 챙기면 서로에게 좋을 것 아닙니까.”
지금 눈앞에 있는 민재열은 야당 대표였다.
당연히 그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야당 구역을 밀어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제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대통령님도 만나신 걸로 아는데, 그 이유를 정말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아, UAD 프로젝트 말입니까?”
그 이름이 신우의 입에서 나오자 민재열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솔직히 처음에 그 파일을 우연히 입수하고서 보았을 때는 반신반의했습니다. 대통령과 국방부에서 벌인 해당 프로젝트의 당사자가 백신우 대표님이라니 말입니다.”
“제 뒷조사를 하셨을 것 아닙니까. 그 과정에서 제 복부 기록이 이상하다는 것도 아셨을 테고요.”
“그래도 본인의 입에서 듣기 전까지는 확실하지는 않으니까요.”
민재열은 뭔가 얻었다는 듯이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우는 덤덤하게 반문을 던졌다.
“지금 제 과거 이야기가 문제는 아닌 듯싶은데요.”
“아무튼 저는 대통령님과 백신우 대표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 얻을 수 있는 것만 손에 쥐자는 것이죠.”
“그래서 사업을 민재열 의원의 야당 구역에 진행해서 대선에 필요한 지지율을 올려보시겠다는 겁니까?”
물론 거기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표면적으로 MH퓨처시큐리티가 민재열을 밀어주는 모양새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수많은 기업에서 그 회사가 지닌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사람들의 이목이 끌리는 것이 당연했다.
민재열은 거기까지 내다보고서 백신우와 손잡을 계획이었다.
“우리가 같이 이번 일을 진행하면 그것으로 끝이겠습니다? 앞으로 MH퓨처시큐리티가 벌일 사업은 무궁무진할 테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지 용도 변경이나 승인받아야 할 사항에서 얼마나 수월해지겠습니까.”
대놓고 정경유착을 바라는 것이었다.
“아시다시피 거리 조성에 관해서는 관공서의 도움이 딱히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파트와 타운 하우스 쪽은 다르겠죠. 하지만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제가 민 의원님과 손을 잡아야 할까요?”
“현 정부가 곤란해져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백신우 대표님께서도 난처해지실 겁니다.”
“UAD 파일을 세상에 공표하실 생각이면 그러셔도 좋고요. 다만, 민재열 의원님이 나중에 대통령 자리에 앉는다고 하면 동맹국에게 비난과 제재를 받는 상황이 생기겠죠.”
순간 민재열은 표정을 굳힌 채로 신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