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53)
전직용병 재벌서자-253화(253/305)
253화. 하이에나 사냥 (3)
정해당 별채 안은 살벌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신우는 자신과 눈을 마주친 민재열의 대답을 기다렸다.
“기업 시장에서 계속 성공만 하시니까 실패가 뭔지 모르시나 봅니다.”
“실패를 좋아하지 않아서요. 어떤 임무든 한 번의 실패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성공해야 맞는 것 아닙니까.”
실제로 신우는 그렇게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리고 회귀 전 마지막 임무에서 첫 실패를 겪었고, 동료들과 함께 죽음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민재열을 그런 사실을 몰랐기에 신우의 행동을 객기라고 생각했다.
“백 대표님이 UAD 요원으로서 수행한 임무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파악하긴 했습니다. 살벌하긴 하더군요. 하지만 거기서 겪는 죽음과 이 바닥에서의 죽음은 종류가 다릅니다.”
“꽤나 추상적으로 설명하시는군요.”
“이 바닥이 그러니까요. 겉보기에 직관적인 것 같아도 몽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만, 개중에 다수는 실패하고서 죽음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되죠.”
신우는 실소를 흘렸다.
“민 의원님은 제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MH퓨처시큐리티가 100% 자사의 자금만으로 굴러가겠습니까? 위에서 수틀리면 한순간에 끝날 수도 있고 말입니다.”
민재열은 MH퓨처시큐리티 뒤에 명중환 또는 다른 비호 세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우 공격적인 투자를, 리스크도 생각하지 않고서 계속 벌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런 선택들 끝에 문제와 더불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암시한 것이다.
“제 위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셨군요.”
“아닙니까?”
“제 회사를 MH그룹에서 독립시킨 이후로 누굴 제 위에 둔 기억은 없는 것 같아서요.”
대화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그렇게 민재열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 신우의 대답으로 미묘한 표정이 지어졌다.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시죠. 지금 중요한 것은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입니다. 정말 저희와 같이하실 생각이 없다는 겁니까?”
“대통령님께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고 하지 마시죠.”
“분명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는 그쪽이 하셔야 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신우는 일부러 의미심장한 느낌을 담아 말했다.
그와 동시에 민재열은 긴가민가하던 감이 잡혔다.
“…역시 백 대표, 당신이 승화재단의 자료를 검찰에 넘긴 건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보낸 이명훈이 반부패1부에 제보와 증거 자료가 넘어간 상태라고 전해줬다.
동시에 방금 신우가 한 말을 듣고서 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신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저 저를 쓸데없이 건드렸다가 후회하실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리고 아까보다 말이 짧아지신 것 같은데요.”
반토막이 난 민재열의 대답은 계속 이어졌다.
“아까 그렇게 말해놓고서 당신이 아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굳이 저한테 확인하듯 물으시는 걸 보면 웬만큼 조사하셨다는 건데, 제가 그랬다는 증거가 나온 겁니까?”
“그, 그건……!”
이명훈도 승화재단의 자료를 넘긴 제보자에 대해 알아낸 것이 없었다.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분께서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모함하실 줄은 몰랐네요.”
물론 민재열도 자신이 아무것도 없이 억지 부린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신우가 한 짓이라고 고정된 상태였다.
“검찰이 승화재단을 들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일 거야. 물론 이후에 MH퓨처시큐리티가 멀쩡하게 굴러갈 거라고 기대해서도 안 될 거고.”
“이번에는 어떤 혐의일지 모르지만, 검찰이든 국세청이든 어떤 조사가 들어오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물론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요.”
그 순간 민재열은 침음을 흘렸다.
일전에도 중앙지검이 움직여 MH퓨처시큐리티를 조사했음에도 조그만 위법 사항조차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발적인 재무 감사까지 받아 배성유통 때부터 안고 있던 문제들을 모조리 쳐냈다. 동시에 커다란 구멍으로 부족해진 자금은 투자까지 받아 메꾸고서 더한 이익을 남겼다.
이번에야말로 뭔가 나올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거래가 아닌 선전포고를 하기 위함이었군?”
“선전포고가 아니라 경고입니다. 당신이 어떤 위치에 있든 저한테는 소용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쓸데없이 귀찮은 일을 계속 벌인다면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결과를 맞이하실 겁니다.”
신우가 검찰에 넘긴 승화재단의 자료량은 새 발의 피였다. 이미 장만수가 그곳 내부에서 빼돌린 자금의 규모와 방법을 전부 파악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당장 그 일을 전부 터뜨리기에는 민재열이 장악한 검찰 라인의 규모가 문제였다.
물론 좀 더 머리를 쓰면 어려울 것도 없지만, 그 외 신경 쓸 일이 많아 빠른 선에서 마무리만 지어두려는 것이었다.
“지금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겠나?”
“후회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네요. 정말 자신 있으십니까?”
순간 민재열은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간 청년들을 위한 강의를 많이 하고 다녔다.
거기서 보았던 2·30대 청년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 돈 좀 가지고 놀아봤다는 재벌 집 자제들과도 완전히 달랐다.
물론 신우에 대해서 소문을 듣고 조사한 자료도 확인해봤지만, 그건 지금 느낌과 비교한다면 전부 티끌만 한 조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거… 내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서 이 자리를 나온 것 같군.”
“뭘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정정해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진정 편하게 가볼 생각은 없나?”
민재열에게 MH퓨처시큐리티와 오큘러스 펀드의 사업은 차기 대권과 국민의미래당의 세력 확장에 꼭 필요했다.
물론 다른 곳을 찾아 염두에 둘 수도 있지만, 눈앞에 있는 떡이 어떤 것보다 크고 맛있어 보였다.
“그 편함이 민 의원님의 기준으로만 작용하는 듯싶네요.”
신우의 담담한 반박에 민재열은 긴 한숨을 흘렸다.
“후우―! 젊은 친구가 이리 실력만 믿고서 나와 맞설 생각을 할 줄은 몰랐군. 세상은 혼자 사나? 자네 가족들까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MH그룹 본진은 MH퓨처시큐리티와 달랐다. 명인철과 명성철, 명수연이 계열사를 경영하면서 벌인 일들이 많았다.
물론 지난번 대표직이 개편되면서 웬만큼 수습되긴 했지만, 기존에 쌓인 문제들을 단기간에 깔끔히 정리하기는 불가능했다.
반면, 그런 물음에 신우는 진심으로 큰 실소가 터질 뻔한 것을 어렵게 참았다.
“제가 그걸 신경 쓸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라는 말인가?”
“마음대로 하시죠.”
미동조차 없으니 민재열은 미간의 골이 더 깊어져만 갔다.
“결국 전면전을 바란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지?”
“전면전도 뭐가 준비되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나한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말한 민재열은 별채 안 구석구석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그곳에는 신우가 오기 전 숨겨둔 카메라가 있었다.
아까 신우는 자신의 입으로 UAD의 소속이란 것을 내뱉었다. 목소리와 함께 촬영되었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치졸한 방법이란 것을 스스로도 알았다.
하지만 신우의 약점을 찾기가 어려우니 직접 만들어두는 수밖에 없어서 지금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뭘 준비하셨든지 그게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더 하실 말씀이 없는 것 같으니 저는 이만 일어나죠.”
신우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대답조차 듣지 않고서 엉덩이를 뗐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민재열은 이를 악물었다가 소리쳤다.
“대화가 끝났다고 누가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별채의 문이 열리더니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와 신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리로 돌아가 앉아주시죠.”
신우는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두 사내는 옷만 단정하게 입었을 뿐,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눈빛은 거친 일을 상당히 겪은 듯했다.
“군인? 요원?”
“……?”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한 출신.
그러나 둘 다 마주해본 신우는 상대를 대하는 방법에서부터 차이가 확실했다.
“요원인가 보네.”
“뭐……!”
반문이 끝나기도 전에 신우는 왼쪽 사내의 무릎을 측면에서 걷어찼다.
깜짝 놀란 오른쪽 사내가 곧장 덤비려 했다. 그러나 신우는 왼손으로 먼저 자세가 무너진 사내의 머리 잡아 그를 향해 밀어붙였다.
그들은 서로 뒤엉키며 넘어가기 시작했다.
신우는 그 순간 무릎으로 우측 사내의 복부를 가격하면서 위로 짓누르듯 쓰러지던 사내의 머리를 바닥으로 처박듯 찍어 내렸다.
콰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두 사내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미동조차 없었다. 게다가 방금 전 충격으로 두 사람의 머리가 부딪친 나무 바닥에는 구멍까지 생겼다.
“…….”
그 상황을 어이없게 쳐다보던 민재열의 입이 벌어졌다. 두 사내는 신우의 말대로 국정원 요원 출신으로, 장정 열은 너끈히 처리하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우에게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나무 심어지듯 머리를 박은 채 일어나지 못했다.
이에 신우는 손목을 돌리며 민재열을 쳐다봤다.
“민 의원님. 저한테 고작 둘이라니, 제가 굉장히 만만하게 보였나 봅니다.”
“…내가 자네를 과소평가했나 보군.”
“다음에는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에라도 그런 날이 온다면, 그날이 의원님 정치 인생의 마지막이 될 겁니다.”
민재열은 그 말을 듣고서 얼굴을 야차처럼 일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신우는 덤덤히 밖으로 나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혼자 남게 된 민재열은 테이블 위로 올리고 있던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쳤다.
“조 보좌관―!”
밖에서 대기 중이던 조진수를 부른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조용했다.
이내 민재열은 불길함을 감지하고서 밖으로 나가보았다. 별채 주변과 입구 쪽에 경호원들을 배치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 경호원들은 별채 앞 마당 한가운데 쓰러진 채로 쌓여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는 방금 나간 신우와 휘하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
“대화 중에 시비가 좀 붙었나 봅니다. 불가피했던 일이니 이해해주시죠.”
그들을 쓰러뜨린 것은 신우의 경호팀인 마크 프리먼과 동료들이었다.
수가 두 배 가까이 차이났지만, 무리 없이 빠르게 제압해버린 것이다.
“어떻게…….”
“정리가 끝났으니 진짜 가보도록 하죠. 그리고 아까 민 의원님께 드린 말씀은 장난이 아니니 진지하게 새겨들으시길 바랍니다.”
신우는 그제야 장진호와 경호원들을 이끌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별채 마당 구석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던 조진수가 슬금슬금 민재열의 옆으로 기듯이 다가왔다.
“의, 의원님! 괜찮으십니까?”
한바탕 바닥을 구른 듯한 형색이었다.
그런 모습에 민재열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말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그게… 이쪽에서도 마찰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저쪽에서 먼저 달려들더니…….”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쓰러진 경호원들의 모습만 봐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아… 일단 들어와서 설치해놓은 것부터 확인하지.”
조진수는 민재열을 따라 정해당 별채로 들어섰다. 그리고 안쪽 화분에 설치해둔 조그만 카메라를 찾아서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건지신 것이 있습니까?”
이에 잔뜩 구겨졌던 민재열의 표정이 미소와 함께 조금 돌아왔다.
“자신이 UAD 소속이었다는 걸 나불거리더군. 그러니 어서 확인해봐.”
녹화가 문제없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진수는 곧장 카메라를 들고 있던 태블릿에 연결했다. 그런데 영상을 재생한 그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의원님. 카메라에 문제가 있던 것 같습니다.”
“뭐?! 설치하기 전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 않았나! 이리 줘봐!”
민재열은 태블릿을 뺏어가듯 가져가서 확인했다. 그런데 영상은 노이즈만 가득할 뿐 아무것도 찍힌 것이 없었다.
“이게 왜… 설마 미리 알고서 수작질을 해놨나?”
그때였다.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민재열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며 진동이 울렸다.
우우웅― 우우웅―
승화재단의 이사장이자 그의 아내인 오미연에게 걸려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