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54)
전직용병 재벌서자-254화(254/305)
254화. 하이에나 사냥 (4)
민재열은 더욱 불길해진 분위기 속에서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왜 이렇게 전화 연결이 안 돼요?]“…뭐?”
핸드폰을 꺼둔 것도 아니었다.
[아까부터 전화했는데 안 받았잖아요.]부재중 전화가 걸려온 것도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민재열의 목소리는 더욱 무거워졌다.
“무슨 일로 전화한 거지?”
[사무실이 털렸어요.]“…사무실? 어디 있는, 무슨 사무실?”
민재열과 오미연의 소유로 된 건물은 전국에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미연이 두루뭉술하게 사무실이라고만 말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광혜저수지의 별장 말이에요.]“거기가 왜 털려? 가져갈 게 뭐가 있다고.”
별장은 가끔 쉬러 갈 때나 이용하던 곳이다. 그들의 아들인 민성국이 친구들과 파티를 벌일 때 자주 사용하긴 했지만, 비싼 물건은 거의 두지 않았다.
[거기다가 당신이 빼두라던 재단 자료들을 가져다 놨단 말이에요―!]그 순간 민재열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뭐? 그걸 왜 거기다가 둬!”
[그럼 어디에 두는데요? 은행에 보관이라도 해야 했을까요?]승화재단의 비리 증거가 기재된 자료들이었다. 그걸 아무 데나 놔둘 수도 없으니 오미연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별장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민재열도 그 사실을 알기에 한숨을 흘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평소에는 아무도 없는 곳에 왜 그런 걸 가져다 놔?!”
[급하게 자료를 가져다 놓긴 했지만 금고에 넣어놨고, 경비원들도 배치해놨어요. 보안도 전문가를 불러서 추가 설치까지 마쳤고요.]오미연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나름 방비를 해놓았다.
이에 민재열은 더 이해되지 않았다.
“그랬는데 털렸다고? 도둑인가?”
[별장에 있던 재단 자료만 가져갔어요. 경비원들은 전부 기절한 상태였다가 방금 깨어나서 연락받은 거예요.]어떤 목적을 가지고 침입한 것인지 짐작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민재열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 녀석이……!”
[녀석이라뇨? 혹시 누가 훔쳐간 건지 아나요?]물론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정황이나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어떻게 해요! 일단 경찰을 부르는 건……!]“불러서 뭘 어쩌게? 이중장부를 도둑맞았다고 할 건가?”
가뜩이나 별장은 인적이 드문 저수지 옆, 외진 곳에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일단 상황부터 확인할 테니까 거기엔 아무도 들이지 마. 특히 주변에다가 절대 말하지 말고.”
[이걸 누구한테 말하겠어요.]통화를 마친 민재열은 핸드폰이 들린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
.
.
같은 시각.
정해당 앞으로 신우를 태운 차량이 샛길로 빠진 채로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뒷문이 열리며 복면을 쓴 사내가 올라탔다.
“후우∼!”
사내의 정체는 헥터였다.
그는 곧장 복면을 벗고서 땀으로 바짝 눌렸던 머리를 털었다.
그 모습을 본 신우도 웃어 보였다.
“고생했어.”
“딱히. 안에서 일은 잘 처리됐나?”
“일단 적당히. 헥터가 빨리 움직여준 덕분에 방비도 갖출 수 있었어.”
헥터는 민재열이 정해당에 먼저 도착해 있을 때부터 와 있었다.
당연히 그곳에 심어둔 카메라와 꿍꿍이를 미리 알 수 있었다. 이에 장만수가 개조한 FBD2로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게 만들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신우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릴리안에게서 온 전화였다.
통화 버튼과 함께 스피커폰으로 바꾸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여기는 Clear.]“고생 많았어.”
[별말씀을. 거긴 어때? 언쟁 좀 벌이느라 골치 아팠을 것 같은데.]“확실히 눌러놨어. 지금쯤 민재열도 별장이 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테니까 함부로 움직이진 못하겠지.”
민재열의 별장을 턴 것은 릴리안과 웨이였다. 물론 그 정보도 장만수가 LEUCO를 사용해 승화재단 CCTV와 차량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여 알아낸 덕분이었다.
[차라리 끝내버리는 것이 편하지 않겠어?]“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릴리안과 헥터의 대답에 신우는 곧바로 입을 뗐다.
“당장 정치생명을 끊어낸다고 해도, 승화재단까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야. 게다가 민재열에게는 세민건설도 있으니까.”
세민건설은 민재열의 본가에서 운영하던 건설회사이다. 지금은 민재열과 오미연의 아들인 민성국이 대표 자리에 앉아 운영했다.
[하긴, 지금은 다른 일도 중요하니까. 내 생각이 짧았네.]“어차피 목줄은 우리가 쥐고 있는 상태야. 민재열도 당장 정치생명이 중요할 테니 우릴 어쩌지 못할 거고.”
[UAD 파일은 어떻게 해? 민재열도 상황을 가늠했으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최악의 상황은 서로 죽자고 달려들게 되는 것이었다.
신우도 그걸 염려하긴 했다.
“그걸 완벽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어. 대신 악용을 방지할 방법은 있지.”
[어떻게?]옆에서 헥터도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솔직히 귀찮아서 쓰고 싶지 않던 방법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뭔데 그래?]“설마…….”
헥터가 짐작한 듯이 중얼거렸다.
이에 신우는 코로 한숨을 내쉬었다.
* * *
며칠 후.
국민의미래당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콰앙―
민재열이 전화 통화를 끝내자마자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친 것이었다.
그 소리에 조진수가 문을 두드리고서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의원님! 무슨 일입니까? 어디 다치신 겁니까?”
다급한 물음에도 민재열은 얼굴을 잔뜩 구긴 채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간 침묵이 흘렀다.
조진수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옆에 서 있기만 했다. 그러다 민재열이 천천히 입을 떼자 곧장 집중했다.
“일전에 접촉해둔 여당 놈들이 전부 손을 떼겠다는군.”
백신우에게 치욕을 당했던 민재열은 이후 UAD 문제로 대통령의 자격을 놓고서 여당 의원들을 만나고 다녔다.
대통령과 국방부가 은밀히 특수부대를 만들어 타국과 정치적 거래를 수행한 정황이니, 그들도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는 민재열의 계산대로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그들의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 하지만 전까지는 분명히…….”
“맞아. 분명히 우리 쪽으로 돌아설 거라고 생각했던 작자들인데 말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고민이 깊어진 민재열은 조진수를 보면서 말했다.
“지금 홍 의원의 사무실로 가지.”
“한민당 홍석호 의원의 사무실 말입니까?”
한마음민주당은 국민의미래당과 여·야로 상반된 곳이다. 당연히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것은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러는 건지 직접 들어야겠어.”
당장 말릴 수 있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조진수도 그것을 느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차량을 준비했다.
그렇게 민재열은 조진수와 함께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홍석호 국회의원의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무실 안이 발칵 뒤집혔다.
“민 의원님 아니야?”
“저분이 여긴 왜…….”
“빨리 의원님께 알려!”
“지금 그리로 가시는데 어떻게 알리나?”
하지만 누구도 막을 수 없었기에 조용히 쳐다볼 뿐이었다.
이내 민재열은 조진수를 바깥에 두고서 홍석호 사무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민 의원님!”
“방금 통화했으니 인사는 필요 없겠지.”
그렇게 말한 민재열은 긴 한숨과 함께 소파로 가서 앉았다.
“묻고 싶은 것이 있으니 홍 의원도 거기 앉게나.”
“…이게 무슨 경우 없는 행동입니까?”
“경우? 경우는 그쪽이 없지 않나? 아니면 당장 나가서 우리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사람들에게 말해볼까?”
홍석호는 이를 악물고서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아까 제 답변을 충분히 들으셨을 텐데요. 그걸로 부족했습니까?”
“한참 부족하지. 분명 나랑 같은 길을 가겠다고 했던 사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식이면 납득하겠나?”
그렇게 말한 민재열의 표정은 더욱 구겨졌다.
당장 백신우를 건드릴 수 없게 되었으니 대통령이라도 흔들어야겠다고 판단한 선택이 곧바로 흔들린 탓이었다.
하지만 홍석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제가 거기서 더 설명해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솔직히 제안만 받았을 뿐이지 확실히 결정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허어―! 이렇게 나오시겠다?”
홍석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누군가 정치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겁니다.”
“흔든다? 누가 말인가?”
“저도 모릅니다.”
“대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두루뭉술한 문답만 오고 가니 답답했다.
이에 홍석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뒤쪽 금고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어 민재열에게 건넸다.
“뭔가?”
“열어보시면 압니다.”
안에는 하얀 종이에 글자가 쓰인 카드가 들어 있었다.
【잘못된 선택은 잘못된 결과를 낳을 뿐.】
민재열은 내용의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했다.
“협박 문구로군. 그렇다면 이 메시지 말고도 뭔가 다른 것이 더 들어 있었겠어.”
“…맞습니다. 물론 그건 보여드릴 수도, 말씀드릴 수도 없지만 말입니다.”
홍석호의 말끝에 참담함이 묻어났다.
그런 분위기로 민재열은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다.
‘다른 의원들도 이와 같은 걸 받아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건가?’
홍석호는 황정현이 대통령이 된 후에 한마음민주당 내에서 세 번째로 힘을 가진 인물이었다.
동시에 이번 UAD 파일로 가장 크게 실망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을 바꿀 정도라면 짧은 문장의 편지와 함께 담긴 것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였다.
“짐작 가는 인물도 없나?”
“우리가 적이 한둘입니까? 물론 우편물이 보내진 곳을 추적도 해봤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민재열은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백신우가 이런 짓을 벌인… 아니야. 정보력이 뛰어나다고 들었지만, 어떻게 그 많은 의원들의 약점까지 쥐겠어.’
타이밍만 백신우를 가리킬 뿐, 상황 전체를 봤을 때는 말이 되지 않았다.
지금의 규모라면 국정원이 나서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홍석호는 지끈거리기 시작한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
“아무튼 저는 어떤 걸 들이미시든 생각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니 더 묻지 마시고 돌아가주시죠.”
“만약 내가 같은 패를 쥐게 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말할 수 있겠나?”
도발과도 같은 물음이었다.
홍석호는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콧방귀가 나왔다.
“경우가 다르죠. 제가 같이 죽자고 생각하면 의원님께 못 덤비겠습니까.”
“자네도 나에 대한 무언가를 쥐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민 의원님이 편하신 방향으로 생각하시죠. 대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또다시 이런 방문이 있을 시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겁니다.”
살벌한 무게가 실린 대답이었다.
이에 민재열은 날카롭게 번뜩이던 눈빛을 살짝 죽였다.
“자리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마련하도록 하지.”
“그곳에 제가 나갈 일은 없을 겁니다.”
“함부로 장담하지…….”
똑똑똑―
그때 문이 두드려지더니 민재열의 보좌관, 조진수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의, 의원님.”
“내가 나가기 전까지 찾지 말라고 했을 텐데.”
“중요한 일입니다. 일단 바로 당 연합 사무실로 가보셔야 할 듯싶습니다.”
“…뭐? 일단 실례하도록 하지.”
민재열도 이상함을 느끼고서는 홍석호에게 가볍게 인사를 던진 후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