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62)
전직용병 재벌서자-262화(262/305)
262화. 준비된 거래 (2)
권철현은 계속 울려대는 책상 위의 핸드폰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액정에 뜬 번호를 확인한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권철현은 모종의 사건으로 외교부 장관인 유태강의 눈 밖에 났다. 그래서 민재열의 손을 잡았던 것도 있었다.
이후 유태강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전화기에 그 번호가 찍힌 것이었다.
“…권철현입니다.”
곧장 전화를 받자 반대쪽에서 유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권 대사님. 잘 지내셨습니까?]“그럭저럭 지냈습니다. 지금쯤이면 퇴근하셨을 텐데,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두바이보다 한국이 5시간 정도 빨랐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 때문에 그렇습니다. 혹시 기사는 보셨습니까?]“예? 무슨 기사를 말씀하시는 건지…….”
권철현은 중요하게 생각될 만한 기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죽하면 방금 비서인 박재영이 보여준 기사는 그 범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에 관한 일 말입니다. 아부다비에 계시면서 그걸 확인하시지 않은 겁니까?]그제야 불과 몇 분 전에 본 내용이 생각났다.
“아, 그 내용이라면 보았습니다.”
[그럼, 조치는 하신 겁니까?]“…조치라뇨? 그 사건은 두바이에서 벌어진 겁니다. 물론 저희 쪽에서도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당국 사법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알아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태강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정황을 어떻게 보든 백신우 대표 쪽이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두바이 경찰 쪽에서는 이틀째 구금한 상태죠. 그게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닙니까?]“자칫 타국의 사법 영역을 월권으로 침범하는 형색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걸 장관님께서도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요.”
권철현도 지금의 자리까지 운이 좋아서 올라온 것이 아니었다.
그런 날카로운 질문에 유태강이 대답을 이어갔다.
[그렇게나 영역을 생각하시는 분이, 하루가 멀다고 골프만 치러 다니십니까?]“…크음!”
정곡이 찔린 탓에 권철현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이에 유태강은 그를 찌르듯이 몰아붙였다.
[백신우 대표에 관한 일이나 신경 쓰시죠.]“그건 아까도 말씀……!”
[제 결정이 아닙니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입니다.]권철현은 그 말을 듣고서 얼굴이 굳어졌다.
“VIP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이란 말씀입니까?”
[MH퓨처시큐리티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백신우 대표의 안위에 정부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향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권철현 대사가 전부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정확히 대답한 것은 아니었지만, 방금 설명만으로 충분했다.
“백신우 대표를, 두바이 경찰서에서 빼오라는 말씀입니까?”
[그것만이 아닙니다.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겁니다. 그러니 시간을 더 지체하지 마시고 움직이시죠.]유태강은 그렇게 말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그사이 권철현은 뭐가 단단히 꼬였음을 깨달았다.
“박 비서! 빨리 차량 준비해!”
다급히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 * *
신우는 두바이 경찰서에 들어간 후 회의실에 앉아 이틀째 나오지 못하는 중이었다.
옆으로는 릴리안과 웨이, 릭도 같이 있었다.
유치장에 갇힌 것은 아니었지만, 사건의 피해자를 가해자처럼 조사하는 분위기였기에 불쾌했다.
그런 회의실에서 제대로 잠을 자기도 애매하다 보니 불편함도 많았다.
이내 웨이가 귀를 후비면서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뒤에 누군가 있는 것이 확실하지?”
급습의 정황이 너무 확실한 상황에서 대우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릴리안도 거기에 충분히 동의했다.
“아까 질문들만 봐도 그렇잖아. 누가 봐도 억지인 거지.”
“그냥 밀어버리면 안 되나?”
진심이 가득 담긴 릭의 의문이었다.
신우는 그런 말들을 들으며 덤덤히 주사위만 굴렸다.
잘그락― 잘그락―
“일단 참아. 누가 봐도 오래 붙잡아두지는 못할 상황에서 이러는 거라면, 누군가 심보를 부리는 걸 테니까. 그리고 중요한 일은 헥터와 만수가 해주고 있잖아.”
두 사람은 창고 단지에서 미리 빠져나가서 지금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릴리안의 의문은 지워지지 않았다.
“대장은 그게 누군지 예상돼?”
“당장 의심이 가는 인물은 사미르 지안 쿠르디.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바이 내에서 이 정도로 영향력을 보여줄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돼야지.”
TSF 아랍에미리트 지사가 두바이에 있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입국과 동시에 찾아온 오마르가 666부대원으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창고 단지에 도착하기 전에 다른 길로 빠져서 사라졌다. 물론 신우는 그들이 따라왔을 경우까지 대비하여 계획을 세워두긴 했다.
여차하면 전부 죽이기로…….
이에 릴리안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진짜라면, 할 짓도 없는 인간이네.”
나름 심각한 상황에서 신우와 동료들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던 중에 회의실 문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금발의 중년 사내가 여러 사람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랍에미리트 미국 대사인 제롬 콜린스라고 합니다.”
신우는 그런 소개를 들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백신우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사께서 여기까지 웬일로 오셨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피해자인데 두바이 경찰서에 갇힌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찾아올 곳은 한국 대사관인데, 황당하게도 미국 대사관에서 온 것이다.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고 들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도움을 드릴 수 있을 듯해서 말입니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오신 겁니까?”
다른 곳도 아니고 주아랍에미리트 미국 대사관. 그런 곳이 자국도 아니고 타국의 기업인을 위해 움직이긴 쉽지 않다.
최소한 상부인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국인이 아닌데요.”
대외적으로 미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을 만한 명분이 없었다.
“백 대표님의 말씀도 틀리진 않습니다. 허나, 휠링에서의 사건도 있고… 비지니스 부분에서 저희 미국 정부의 주요 인사이십니다.”
그 순간, 신우의 눈빛이 미묘해졌다.
“비지니스 말입니까?”
“예. 일단 두바이 내에서의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쪽에서…….”
“죄송하지만 미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겠습니다.”
툭 던진 듯한 신우의 대답에 제롬 콜린스는 눈을 크게 떴다.
“백 대표님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상황은 두바이 경찰이 주도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끼어들 일은 아니죠. 하니, 이만 돌아가주시겠습니까?”
정중하면서도 묵직함이 전해지는 요청이었다.
이에 제롬 콜린스는 더 이상 밀어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시죠.”
테이블 위로 그의 명함이 놓였다.
“챙겨두긴 하겠습니다.”
제롬 콜린스는 동행했던 사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릴리안이 기가 찬 표정으로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와 진행 중인 비지니스를 여기 대사한테 말했을 리가 없는데.”
“맞아. 화이트하우스 내에서 정보를 듣고 기회다 싶어서 찾아온 거겠지.”
신우도 그런 정황을 충분히 유추했기에 그의 도움을 거절한 것이다.
“하여간, 민재열 같은 인간이 온 천지에 널렸어.”
“그 나물에 그 밥이지.”
대화가 오가던 중에 다시 문밖이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
.
.
두바이 경찰서 건물 바깥은 신우의 소식으로 취재 나온 외신 기자들이 드글드글했다.
그런데 경찰 서장부터 휘하 간부들까지 우르르 나와 도열했다.
누군가를 맞이하려는 듯한 분위기.
방금 신우에게 퇴짜를 맞았던 제롬 콜린스는 밖으로 나오다가 그 광경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차량 행렬이 경찰서 앞까지 들어와 섰다.
차량의 맨 앞에는 아랍에미리트 국기가 달려 있었다.
“…알란드 대통령?”
조용히 중얼거린 말대로였다.
무장한 병력이 주위를 둘러싸자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인 알란드 빈 자이드 알막툼이 차에서 내렸다.
알란드 대통령은 서장의 인사를 받던 중 제롬 콜린스를 발견했다. 미국 정부의 대사이니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도 충분한 면식이 있었다.
“콜린스 대사께서 여긴 어쩐 일이신가?”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통령님. 이곳에는 잠시 볼일이 있어서 들렀습니다.”
“그런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도록 하지.”
대답과 함께 알란드는 경찰서로 계속 걸어 들어가려고 했다.
이에 제롬 콜린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통령님께서는 여기까지 어찌 행차하셨습니까?”
알란드 대통령이 경찰서에 올 일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타이밍에 맞춰서 등장한 것이 불길한 느낌을 받도록 만들었다.
“나도 볼일이 있어서 왔을 뿐이네. 그럼 이만 실례하지.”
그렇게 말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의미심장한 분위기는 제롬 콜린스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사이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나온 이들도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주아랍에미리트 대한민국 대사인 권철현은 무슨 상황인지도 짐작되지 않았다.
이내 멀뚱히 서 있는데 이를 발견한 제롬 콜린스가 권철현에게 말했다.
“권 대사. 대한민국 쪽에서는 자국민 보호에 신경 쓰시지 않나 봅니다.”
명백히 비꼬는 말투였다.
권철현은 미간을 씰룩거리면서 목을 가다듬었다.
“크음―! 이번 일은 그쪽 대사관에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닐 텐데요.”
“어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미국 정부에서 백신우 대표의 귀화 제안이라도 추진한답니까?”
도발에는 도발이었다.
하지만 제롬 콜린스는 비웃듯이 입꼬리만 길게 늘어뜨렸다.
“권 대사께서 허무맹랑한 농담을 즐기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 대사관에서 농담 같지도 않은 짓을 하셔서 말입니다.”
권철현은 두바이 경찰서 앞에서 그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시에 미국 정부가 백신우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도 알게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갑자기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이자 왕족인 알란드 빈 자이드 알막툼이 왜 여기까지 온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아무튼 잘 대처해보시죠.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제롬 콜린스는 사람들과 함께 차량으로 걸어갔다. 그사이 권철현은 콧방귀를 끼며 경찰서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무장 병력이 입구를 열어주지 않고서 가만히 서 있었다.
“대통령님께서 나오실 때까지는 누구도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이에 권철현은 주변으로 서 있던 한 경찰 간부를 쳐다봤다.
“현재 우리 자국민이 구금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너희가 경찰서로 들어가지 못한다니요.”
“죄송합니다. 대통령님의 지시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죠.”
정확한 이유도 공유되지 못했다. 그래서 경찰 간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허어! 언제까지 말입니까? 지금 상황은 공식적으로 항의를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
권철현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노발대발했다.
하지만 입구를 막고 있는 병력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