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64)
전직용병 재벌서자-264화(264/305)
264화. 엉켜 있는 뿌리 (1)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 미국과 한국에 이어서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까지? 두바이 부지 시찰 중 무장 단체의 공격을 받았던 백신우 대표는 당국 경찰서에 과잉 수사로 1박 2일간 구금되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 알란드 빈 자이드 알막툼 대통령이 직접 경찰서에 방문해…….】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 두바이 결정되나?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 대표는 부지 시찰 중 다시 한번 목숨이 위험한 물리적 공격과 함께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에 아랍에미리트 정부에서는 사업과 관련하여 백신우 대표를 초청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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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전경이 훤히 보이는 호텔 꼭대기 층.
그곳에서 TSF 아랍에미리트 지사장인 사미르 지단 쿠르디는 외교부 장관인 아르샨 빈 자이드 알막툼과 만나는 중이었다.
“내가 당신 때문에 무슨 낭패를 볼 뻔했는지 아십니까?”
시작부터 호통이었다.
하지만 사미르는 자신이 부탁한 것이 있다 보니 반발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장관님께서 그런 피해를 입도록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때는 미처 묻지 못했는데, 무슨 연유로 그런 부탁을 하신 겁니까? 설마 대통령님께 일부러 책잡히도록 만든 건 아니겠지요?”
아르샨과 대통령의 사이는 좋지 못하기에 이런저런 트러블이 많았다.
하지만 서로의 위치가 있다 보니 아르샨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오다가 이번과 같은 일을 겪게 된 것이다.
“어찌 제가 불순한 의도로 그런 부탁을 드렸겠습니까. 저도 백신우가 대통령님의 초청을 받은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사미르 지사장의 말을 듣고서 이게 무슨 봉변인 건지…….”
“그 일에 관해서는 제가 죄송한 마음을 담아 원하시는 만큼 보상해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아르샨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솔직히 그도 따지기만 하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미르가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니 조금 만족한 것이다.
“크음―! 애초에 그런 걸 생각해서 온 것은 아니지만, 굳이 주신다면 사미르 지사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대화가 마무리되고, 아르샨은 호텔 방을 나섰다.
현관까지 배웅을 마친 사미르의 비서 일레인 폴이 옆으로 다가왔다.
“지사장님! 일이 꽤나 복잡하게 돌아가는 듯싶습니다.”
“백신우… 솔직히 곽치영의 말을 듣고서도 얕잡아 보긴 했는데, 이건 너무 예상 밖이야.”
경제 시장에 백신우가 등장한 것은 1년이 조금 넘었다.
고작 그 기간 동안 MH그룹 낙하산으로 시작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많아지면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사미르는 천천히 입을 뗐다.
“이런 식으로 구미가 당기면 안 되는데…….”
“관심이 가시는 겁니까?”
“능력만 보면 충분히 탐나는 인물이야. 그런데 곽치영이나 주변에서는 그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란 말이지.”
“그만큼 위험한 인물이라는 판단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미르는 옆에 놓아둔 위스키 잔을 들어서 마셨다.
“위험한 인물일수록 옆에 두는 게 처사일 텐데. 그래도 위에서는 포섭을 지시했으니 곽치영도 선을 넘지는 못하겠지.”
이에 일레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아직 심증이긴 하지만, 이번 철사자 일에 곽치영 지사장이 관여한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곽치영이 백신우를 처리하고 싶어서 말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시끄럽게 일을 벌이는 것도 수상하고 말입니다.”
“흐음…….”
우우웅― 우우웅―
그때 일레인의 핸드폰이 울리면서 정보가 들어왔다.
“철사자가 누구의 의뢰로 움직였는지 알아냈습니다.”
“…누구지?”
“올레그 스미르노프. 지난번 유즈니섬 핵미사일 기지 사건으로 SVR에서 도망친 간부입니다.”
사미르의 미간이 크게 씰룩거렸다.
“놈이 백신우를 왜 죽이려고 하지?”
“그와 최근 연락을 주고받았던 기록이 있습니다. 좀 더 파보면 이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상황에서 올레그 스미르노프가 백신우를 죽일 이유는?”
“유즈니섬 사건과 연관된 것이라는 가정이 제일 유력할 겁니다.”
해당 사건은 구소련 잔당의 조직이 은밀히 준비하던 것이다. 그들의 평생 대업을 망가뜨린 것이니 누구든 죽이려고 할 것이 뻔했다.
“백신우가 그 정보를 뿌렸다고? UAD란 곳이 그 정도까지 정보를 갖출 수 있나?”
사미르도 UAD 프로젝트 파일을 확인했다.
물론 손상된 내용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구소련 쪽 정보까지 보유 중이었다고 하기에는 무리였다.
“그 부분은 의문입니다. 중간에서 정보의 오류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백신우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한들, 거기까지 알고 있는 것은 어렵겠지.”
올해로 고작 스물넷. 물론 타국의 정보조직에서는 그보다 어린 요원들이 현장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신우에게 그런 흔적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러시아의 정보조직을 건드릴 이유도 없었다.
“좀 더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레그 스미르노프가 접촉한 사람들을 전부 조사하도록. 그리고 백신우의 행적에 대해서도 꼼꼼히 확인해보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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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한국에서 로사 테일러는 다급한 걸음으로 TSF 지사장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곽 지사장님!”
언제나 평온함을 유지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런 외침에 곽치영은 자신의 자리에서 업무를 보다가 고개만 슬쩍 들어 올렸다.
“…왜 그러십니까?”
너무도 덤덤한 반문 탓인지 로사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허어―! 왜 두바이에서의 일에 관여하신 거죠?”
“뭐가 말입니까?”
“백신우를 죽이려던 것 말이에요!”
곽치영은 그제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던 만년필을 내려놓았다.
용병부대 철사자를 움직인 올레그 스미르노프와의 거래를 은밀히 진행했다. 계좌나 통신 기록도 우회해서 발견되기 쉽지 않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드러났기에 곽치영은 살짝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지금 그게 문제인가요?!”
“그걸 알아야 다음부터는 더 신경 써서 대비할 것 아닙니까.”
로사의 미간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하아―! 이 상황을 위에서 알면 어떻게 될지 모르시나요?”
“죽게 되겠죠.”
“그걸 뻔히 아시는 분이,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신 건가요?”
“어떤 식으로든 백신우는 조직에게 독이 될 겁니다. 그래서 제 목숨을 걸었죠. 하지만 결국 일이 실패로 돌아가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철사자가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았기에 실패 확률이 적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상황이 지금처럼 되고 보니 신우가 미리 파놓은 함정처럼 느껴졌다.
“조직의 판단을 의심하신다는 건가요? 만약 이번 일로 백신우가 죽었다면……!”
“안 죽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상부에 제가 관여했다는 것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말입니다.”
곽치영은 로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떻게 확신하시죠?”
“만약 제 잘못을 고발하려 하셨다면 이렇게 찾아오시지도 않았겠죠. 물론 당신도 이번 일에 관여되었다는 의심을 완벽하게 지우기 힘들다고 생각됐기에 오신 것일 테지만요.”
정곡을 찌른 것인지 로사의 표정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예상하고서 일을 벌이신 거군요.”
“아무리 타르타로스의 비호를 받는 GRAY라고 한들, 최우선 명령을 어긴 혐의까지 안고 갈 용기는 없을 테니까요.”
“네메아의 사자가 아니라 시시포스였군요.”
조직은 신화에서 따온 이름을 사용했다.
그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교활하고 못된 지혜가 많았다. 이에 제우스의 분노를 사 저승에 갔지만, 하데스를 속여 장수를 누렸다.
“저는 조직을 위해서 움직일 뿐입니다.”
“그것도 정도가 있는 거죠. 조직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서 위한다고 하면, 그게 맞는 걸까요?”
“결과만 좋으면 될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당신이 잘 마무리해주시죠. 자칫 조직의 귀에 들어간다면 우리 둘 다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요.”
일이 틀어지면 어떻게든 발목을 붙잡고서 같이 죽겠다는 의미였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그러니 다시는 백신우에게 손대지 마세요. 다음은 절대 없을 거니까요.”
“…귀담아듣도록 하죠.”
로사는 그의 대답을 듣고서 밖으로 나갔다.
다시 혼자 남은 곽치영은 비릿함과 안타까움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 * *
캄캄한 밤이었다.
신우는 몰래 두바이를 벗어나 아랍에미리트 동쪽의 칼바라는 곳에 와 있었다.
도심 외곽의 한 저택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전투복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쪽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
딸칵―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불을 켜자마자 신우를 발견하고서 얼굴을 구겼다.
“…네놈이 여길 어떻게!”
그런 물음에 신우는 러시아어로 말했다.
“왜? 내가 오면 안 될 곳인가? 올레그 스미르노프.”
그는 올레그 스미르노프였다.
철사자의 작전이 실패하자마자 두바이를 벗어나 칼바까지 도망쳐왔던 것이다.
“역시 녀석의 말대로 네가 맞았구나. 네놈이 우리와 섬에 대해 알고서 퍼뜨린 것이었어.”
유즈니섬의 정보 확산 출처는 두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이 없으니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보의 상관관계로 입증할 수 있었다. 올레그는 그것과 추가로 획득한 정보를 통해 백신우라고 확신했다.
“당신들이 그딴 걸 만든 게 잘못이잖아. 그걸 왜 나한테 돌리는 거지?”
“네놈 때문에 우리는……!”
“백년대계가 무너졌지.”
놀리듯이 신우가 뒤의 말을 이어가자 올레그는 불을 켜던 스위치 옆 선반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쥐어지는 것이 없자 얼굴을 구겼다.
물론 신우는 그 이유를 잘 알았다.
“거기 숨겨뒀던 이 권총을 찾나?”
신우는 꼬고 있던 다리는 풀고서 허리 뒤쪽에 둔 권총을 꺼냈다.
철컥― 철컥―
자연스럽게 슬라이드를 당기며 탄환을 장전했다.
“만만치 않은 녀석이었구나.”
“그걸 무슨 기준으로 파악하는데?”
올레그의 눈앞으로 신우의 권총이 겨누어졌다.
“유즈니섬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던 거지?”
“그게 지금 와서 왜 궁금한 건데? 어차피 다 끝난 일 아닌가?”
비밀리에 만들어진 유즈니섬의 핵미사일 기지는 각국의 정부를 통해 조용히 논의했다.
러시아도 입장이 있으니 시끄러워져봤자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미사일 기지를 최대한 잡음 없이 폐쇄하는 쪽으로 결정되는 중이었다.
물론 그 일에 관여된 SVR과 구소련의 정보조직 KGB 출신의 간부들을 색출하는 것도 포함해서 진행되었다.
“대체 네놈의 뒤에 누가 있는 거지?”
“내 뒤?”
신우는 뭔가 하면서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만 돌려 뒤를 보았다.
이에 올레그가 발끈하고서 외쳤다.
“배후 말이다!”
“아, 나한테 배후가 있다고 생각했나?”
“그게 아니라면 유즈니섬을 그렇게 만들 이유가 없지 않나!”
구소련의 비밀 조직은 이번 일로 대부분 무너졌다. 각국의 정보조직에 낙인까지 찍혔으니 그나마 생존한 이들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올레그는 그렇게 된 조직의 복수를 위해서 백신우를 노렸던 것이다.
“하여간, 생각하는 거 하고는. 나는 그딴 거 모르겠고. 날 죽이기 위해 당신을 도와준 놈만 찾으면 돼.”
“허어… 그게 무슨……!”
“NIS의 반상원.”
그 이름이 나오자 올레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걸 어떻게…….”
“하지만 그 사람뿐이 아니잖아.”
신우의 중얼거림에 올레그의 안색이 더 어두워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