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65)
전직용병 재벌서자-265화(265/305)
265화. 엉켜 있는 뿌리 (2)
반상원이란 이름이 신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 상황에서 다른 이름까지 나올 것 같으니 올레그 스미르노프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그냥 죽여라!”
올레그는 은밀히 움직이기 위해 혼자서 두바이에 온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죽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 인간이 당신의 입을 다물게 할 정도로 가치가 있었나?”
“나는 더 할 말이 없다!”
또 다른 배후는 곽치영이었다. 그가 유즈니섬 사태의 또 다른 생존자인 파벨 주라블레프를 비호해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신우가 그런 곽치영의 존재까지 알아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죽음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왜? TSF의 곽치영이 누굴 지켜주기라도 하나?”
신우는 철사자가 올레그 스미르노프의 의뢰로 움직이는 것을 알자마자 조사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반상원의 정보가 동력이 된 것을 알고 있었으니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반상원이 그들에게 자금까지 대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철사자를 움직이게 할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게 바로 곽치영이었다.
“어떻게 그 이름을…….”
“궁금한 게 참으로 많네. 물론 내가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대체 네놈의 정체가 뭐냐! 누굴 배후로 두고 있길래 이런 식으로 우릴 궁지에 모는 거지?!”
올레그의 의문은 계속해서 깊어졌지만 해소된 것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그건 알 필요 없고. 당신은 잡혀가기만 하면 돼.”
“나를 살려두겠다는 말인가?”
“어차피 당신은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데, 굳이 내 손까지 더럽힐 필요는 없잖아. 거기서 알아서 해줄 테니 말이야.”
예상과 다른 대답에 올레그는 침음을 흘렸다.
“그곳에 넘긴다고 한들, 내가 멀쩡할 거라고 생각하나?”
SVR 전 간부인 올레그 스미로노프의 존재는 유즈니섬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 위치까지 오르면서 알게 된 러시아 내부와 정치적, 경제적으로 위험한 정보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의 존재가 불편한 사람도 많았기에, 모습을 드러내면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잖아.”
“허어…….”
“아, 물론 쉽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 당신을 넘길 곳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니까.”
잠시 기고만장해졌던 올레그의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말도 안 돼! 그걸 러시아 쪽에서 두고만 볼 거라고 생각하나?!”
“그거야 두 나라가 알아서 할 일이고. 당신은 어떻게 입을 다물고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신우는 대답하면서도 계속 덤덤했다.
그런 반응에 올레그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름 이 바닥에서 수많은 사람을 쥐락펴락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한들, 누구라도 충분히 흔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눈앞의 신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숨통을 꽈악 쥔 채로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는 듯이 가지고 놀았다.
“네놈의 생각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나!”
이내 올레그는 품속에 숨기고 있던 나이프를 뽑아 들더니 자신의 목을 향해 찔러 넣으려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라도 신우에게 치욕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올레그의 손에 쥐어진 칼끝은 목 앞에서 멈췄다. 어느새 뒤에서 튀어나온 커다란 손에 잡혀 있었다.
다른 방에 숨어 있던 릭이 튀어나와 잡은 것이었다.
“당신이 마음대로 하도록 놔뒀다고 생각했나?”
신우의 중얼거림에 릭은 그의 손에서 칼을 떨어뜨린 후 팔을 뒤로 꺾어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했다.
동시에 올레그의 괴성이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랍에미리트 군인들이 들이닥쳐 그를 데려갔다.
* * *
며칠 후.
신우는 아부다비의 대통령궁인 카스르 알 와탄을 방문했다.
대통령인 알란드가 맞이해주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일은 잘 처리되었다고 들었네.”
알란드의 말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DOD(미 국방부)에서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한 절차이니 신경을 써야지. 물론 러시아 쪽에서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고.”
올레그 스미르노프는 미국 대사관을 통해서 들어온 DOD에 인계되었다. 그에 필요한 명분은 올레그가 이시크올선이 미국의 휠링 사건과도 연관된 덕분이었다.
“그쪽 일이 웬만큼 마무리되면 러시아로 넘길 겁니다. 이후에는 각자 알아서 하겠죠.”
“일을 꼼꼼히 처리한 것에 비해서 대충 마무리하는 분위기군.”
“제 손을 떠난 일이니까요. 물론 후속으로 처리할 다른 일들이 많기도 하지만요.”
그런 대답에 알란드는 조금 당혹스럽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이번 일로 미국은 잘 넘어간다고 치고, 러시아 쪽의 시선이 백신우 대표에게 곱지 못할 텐데. 그건 괜찮은 건가? 듣기로는 상당히 민감한 사건에도 관여된 것 같다고 하던데.”
유즈니섬에 관한 것을 말함이었다.
“러시아 정부도 생각이 있다면 그 문제는 다시 거론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까지 확신하는 이유가 있나?”
“또 한 번 쪽팔린 일을 겪지 않으려면 그래야 할 테니까요.”
신우는 자신만만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유즈니섬은 극히 일부분일 뿐, 미래를 한 번 경험한 것으로 그곳에 관한 정보를 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부 설명해줄 수 없으니, 알란드의 입장으로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상당히 대담하군. 아니면 겁이 없거나.”
“웬만하면 겁이 없는 것으로 하시죠.”
이번 대답에 알란드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보통은 대담한 것을 더 선호하지 않나?”
두려움과 마주한 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거기서 겁이 없다는 건 용기가 있다는 의미보다 어리석음에 가까웠다.
당연히 좋은 의미처럼 보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신우의 생각은 달랐다.
“겁나야 할 상황에서 겁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거기서 대담하다는 건 오만이고 자만입니다. 그게 상대가 나를 얕보게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방심이란 변명이 되죠. 과하게 생각하면 그것을 끝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알란드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끄덕여졌다.
“그렇게도 생각이 가능하겠군.”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자기 객관화가 확실한 사람이군. 그래서 이전 그 일에 대해서는 진척이 있나?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상황이 어떤가 해서 말이야.”
지금은 RP 컴퍼니로 이름을 바꾼 클러스터 컴퍼니란 기업 사기꾼을 말함이었다.
“문제없습니다. 빠르면 조만간 정리될 겁니다.”
“…벌써 말인가?”
불과 며칠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사이 알란드는 따로 사람들을 시켜 RP 컴퍼니에 대해 알아보고, 나름 복수할 계획도 이리저리 궁리해보았다.
하지만 서로 물어뜯지 않고서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었기에 막막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대체 어떤 식으로 말인가.”
알란드는 진심으로 궁금한 표정이 지어졌다.
“죄송하지만, 여러 입장에서 예민한 정보가 있다 보니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네요.”
“대략적으로도 안 되나?”
이에 신우는 잠시 생각하고서 말했다.
“RP 컴퍼니가 GIP의 기밀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만들 겁니다.”
“…GIP? 설마!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보총국을 말하는 건가?”
“맞습니다.”
미국의 CIA, 한국의 NIS와 같은 정보기관을 의미했다.
“그런 정보를 백 대표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UAD에 있을 때 수집한 건가?”
“설마요.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겁니다.”
어떤 기밀 정보든 분쟁을 일으킨다. 그런데 유출된 곳이 정보기관이라면 민감도는 차원이 달라진다.
“백 대표도 위험해질 수 있는 거 아닌가?”
“대통령님만 입 다물어주신다면 문제없겠죠.”
지금 자리에는 비서와 최측근에서 경호하던 병력도 물려놔서 두 사람뿐이었다.
“만약 그 계획이 새어 나간다면 내가 유력할 거라는 말처럼 들리는군.”
“당장은 저만 알고 있는 정보이니, 문제가 생긴다면…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겠네요.”
다른 동료들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전부 말할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 겁이 없다는 말로는 부족한 심성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알란드는 탄식을 흘리며 신우를 쳐다봤다.
동시에 신우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의 안위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것을 걸고서 하는 도박처럼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대충 그렇게 생각하시고 넘어가시죠. 더 알려드리지도 않겠지만, 궁금증이 깊어져서 손을 뻗으신다면 되돌릴 수 없게 될 겁니다.”
“…유의하도록 하지.”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두바이에서 머물 겁니다.”
신우의 설명에 알란드는 뭔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부지 문제가 이슈라면 원하는 곳의 매입을 도와주지. 우리 쪽에서 매입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괜찮고 말이야.”
알란드도 대한민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봤다.
최신 디지털과 건설 기술을 도입하여 만드는 대규모 단지. 오큘러스 펀드가 엄청난 자금의 대부분을 받쳐주고, MH퓨처시큐리티가 옆에서 실질적인 진행을 주도하는 만큼 기대치가 높았다.
“그건 직원들과 논의하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직접 제안한 것이다. 누구라도 혹할 조건이었다.
그런데 바로 받아들이지 않으니, 알란드는 의아한 표정이 지어졌다.
“지금의 제안이 오래 생각할 일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정부가 개입하는 게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꼼꼼한 구석도 있었군.”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일을 하기는 어려워서요. 아무튼 RP 컴퍼니 일은 진행 과정과 변동 사항에 따라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신우는 대화를 마친 후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깥 복도에서 신우를 기다리고 있던 웨이, 릭 그리고 경호원들이 따라붙었다.
“잘 이야기됐나?”
신우의 시선이 웨이에게로 향했다.
“문제없을 거 같아. 그리고 웨이는 만수한테 바로 진행하라고 전해.”
“Ok―!”
다들 대통령궁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운전대를 잡은 웨이는 아까 받았던 지시의 전달과 거울을 통한 사주경계를 마쳤다.
그 모습에 어느새 스코프를 들고 있던 헥터가 무심하게 말했다.
“주변에서 대기 중이거나 아직 따라붙은 녀석들은 없다.”
웨이는 경호원들과 무전을 주고받은 후 곧장 차를 출발시켰다. 경호원들의 차량이 앞뒤에서 일정 가격을 유지하며 달렸다.
그러다 헥터가 보조석에 앉은 채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파벨 주라블레프는 여기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리할 건가?”
“그래야지. 다만, 그 외에 누가 더 나올지도 모르니 탐색전부터 마치자.”
올레그 스미르노프와 마찬가지인 구소련과 SVR의 더러운 배신자. 그 또한 마찬가지로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이번에도 확보하고서 미국에 넘길 건가?”
솔직히 신우나 동료들도 단박에 죽이는 것이 가장 편했다.
그러나 국가끼리 얽힌 문제인 만큼, 불필요한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명분과 협조가 필수였다.
“생각해봐야지.”
신우는 헥터의 물음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