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66)
전직용병 재벌서자-266화(266/305)
266화. 엉켜 있는 뿌리 (3)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그곳에서 약 40㎞ 정도 떨어진 곳에는 RP 컴퍼니란 회사의 연구 시설이 세워져 있었다.
한 여성은 흰 카두라 차림의 남성들을 앞에 두고서 설명했다.
“이번 4차 연구 진행 상황은 꽤나 성공적입니다. 이대로라면 7차쯤부터는 룹알할리 사막에서 5헥타르 규모의 대지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서 테스트하게 될 겁니다.”
RP 컴퍼니의 대표이자 공동 연구소장인 제니퍼 앨버레즈였다.
방금까지 사막으로 된 토양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연구 결과의 설명이었다. 두꺼운 유리창 너머에는 모래가 흙으로 변한 땅 위로 풀들이 자라나 있었다.
그걸 보던 사람들은 몇 차례나 결과를 눈으로 확인했기에 신뢰가 가득한 눈빛이다.
다만,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들이 전부 가짜라는 것이다.
‘지금처럼만 간다면 6차쯤 치고 빠져도 되겠어.’
제니퍼는 화사하게 웃으며 다른 연구 내용들을 계속 설명했다.
그때 문 쪽에서 정장 차림의 건장한 흑인 남성이 들어오더니 제니퍼에게 다가왔다.
연구 시설 경비를 책임진 월터 해리슨이었다.
“대표님. 손님이 오셨답니다.”
“…손님? 누구죠?”
토양 복원 연구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하고만 은밀히 진행 중이었다. 그 상황을 대외적으로 알린 적도 없으니 바깥에서 RP 컴퍼니를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오큘러스 펀드에서 오셨답니다.”
월터가 명함을 하나 내밀었다.
【Oculus Fund】
ASIA District director
Cha Kyung Soo / TYLER CHA
그걸 본 제니퍼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잠시만 실례할게요.”
사람들과 조금 멀어진 제니퍼는 월터와 같이 구석으로 가서 말했다.
“그 오큘러스 펀드인 건가요?”
“일단 그런 듯싶습니다.”
유럽에서 시작해 엄청난 기세로 성장한 투자 회사. 최근에는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란 거대 사업으로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중동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거기서 주축인 오큘러스 펀드란 이름을 기업 전문 사기꾼인 제니퍼 앨버레즈가 모를 수 없었다.
“지금 어디 있죠?”
“시설 검문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장 오큘러스 펀드가 자신들의 사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제니퍼는 막판에 치고 빠질 피날레를 더 빛낼 생각부터 하는 중이었다.
“오늘 시찰은 여기까지 하고. 오큘러스 펀드에서 오신 분, 사무실로 데려와.”
이에 월터는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월터는 제니퍼와 아랍에미리트 사업 이전부터 같이 활동해왔다. 그녀와 사업의 안전을 위해 무력이 필요할 때마다 나서는 동업자의 위치였다.
“안으로 들이려고?”
원래 서로 반말하는 사이였다. 공적인 자리에서만 월터가 제니퍼에게 말을 높여왔다.
“오큘러스 펀드잖아. 그러니 어떤 이야기를 하든 한번 만나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하지만 이건 사우디 내에서도 비밀리에 진행 중인 사업이야. 거기서 어떻게 알았는지부터가 문제라는 걸 모르나?”
“이번 일은 아랍 때보다 규모가 커. 우리가 틀어막는다고 해서 그게 되겠어? 그리고 만나봐야 거기서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알 수 있잖아.”
제니퍼의 표정에서는 짜증이 묻어났다.
물론 그와 목숨을 담보로 한 동업 관계이긴 하지만, 기회와 절제의 기로에선 사사건건 부딪쳤기 때문이다.
“지난번 투자금 입금이 예정보다 늦어진 것만 봐도 사우디 정부 쪽 분위기가 미묘해. 그러니 예상보다 더 빨리 빠져야 할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해야지.”
그 순간 평온했던 제니퍼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월터! 전부터 말했지만, 웬만하면 선은 지켜주는 게 어때? 아무리 지금 아이템을 네가 알려줘서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친 간섭은 좋지 않다는 걸 알잖아.”
하지만 월터도 밀리지 않고서 나섰다.
“이게 내가 할 역할 아닌가? 애초부터 그런 관계를 약속하고서 손잡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도 적당히 해야지. 마지막 일의 마무리를 앞두고서 너무 잡아대잖아.”
두 사람은 사우디아라비아 사업만 정리한 후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일수록 더 신경 써야지. 그리고 아랍 때도 욕심을 부리다가 위험하지 않았나? 조금만 늦었으면 잡힐 뻔했던 걸 벌써 까먹었어?”
“결국 문제없었잖아.”
제니퍼에게 사기는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의 완성은 타이밍.
치고 빠지는 것이 조금이라도 틀어진다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니퍼는 그런 게임에서 패배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굳이 오큘러스 펀드에서 찾아온 사람을 만나겠다고?”
“나쁘지 않잖아. 아까 말했듯이 기회가 생겨서 투자금을 더 끌어올 수도 있고.”
“하아… 대화까지는 허용하지. 하지만 그 이상은 절대 혼자서 결정하지 마.”
“생각해볼게. 그러니 나가서 데려오기나 해.”
월터는 굳어진 표정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
.
.
RP 컴퍼니 토양 복원 연구소 입구에는 신우와 장만수, 헥터가 차에 올라타 있었다.
물론 각자 오큘러스 펀드에서 담당한 신원으로 변장한 채 안에서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장만수는 아까부터 계속 거울을 보며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눈매랑 턱선 좀 날카롭게 살려달라니깐.”
릴리안이 변장해준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각자 낀 이어폰으로 릴리안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게나 불만이면 직접 해보든가.]지금 릴리안은 두바이 쪽에서 마저 진행할 사업 이야기가 있어서 신우를 대신해 움직이는 중이었다.
“아니… 불만까지는 아니고.”
[하여간. 직접 할 줄도 모르면서 눈매는 어쩌고, 턱선은 어쩌고. 그리고 네 얼굴이 뭘 어떻게 붙이든 그게 되겠냐? 성형으로도 안 되거든?!]“말 다 했냐?”
결국 두 사람은 시비가 붙고서 이어폰을 통해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운전석에 앉아 있던 헥터가 차 쪽으로 다가오는 정장 차림의 흑인 남성을 발견했다.
“온다.”
아까 명함을 받아서 갔던 월터 해리슨이었다.
“안으로 들어오시랍니다. 중요한 연구 시설이다 보니 핸드폰을 비롯한 통신 장비, 무장은 전부 두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총기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 소속의 군인이 바구니를 들고서 가까이 다가왔다.
예상한 바였다. 이에 신우와 두 사람은 그가 말한 대로 소지품을 꺼내 담았다. 그중 헥터는 경호원 신원이다 보니 품속에서 권총과 탄창, 나이프가 나왔다.
스윽― 스윽―
바구니를 옆으로 치운 경비원은 금속탐지기로 신우와 동료들의 몸을 훑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자 월터가 문을 열며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차는 저렇게 세워두면 될까요?”
검문소 앞에 떡하니 서 있었기 때문이다.
“방문자가 거의 없으니 괜찮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는 저희가 알아서 옮기겠습니다.”
“그러시죠.”
신우는 그렇게 말하며 그를 따라 들어갔다.
연구 시설은 총 13만 제곱미터. 입구 근방에만 연구동으로 간이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다. 그 외에는 듬성듬성 비닐하우스 같은 것이 사막 위에 꽃봉오리처럼 올라와 묘한 광경이었다.
제일 안쪽 건물에서 사무실로 꾸며진 공간이 나왔다.
‘CEO’라는 팻말이 걸린 곳으로 들어가니 제니퍼 앨버레즈가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제니퍼 앨버레즈라고 합니다.”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입니다.”
그녀의 손에는 월터를 통해 건네진 명함이 들려 있었다.
“반가워요. 오큘러스 펀드의 명성은 많이 들었어요. 그런 대단하신 곳에서 저를 찾아오셨다고 하시길래 너무 놀랐네요.”
“갑자기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흥미가 생긴 사업이 진행 중이란 정보를 습득하긴 했지만, 관계자 연락처를 구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왔네요. 많이 실례가 되었을까요?”
“아니요. 아, 일단 앉으시죠.”
자리로 걸음을 옮기던 중에 제니퍼는 신우의 뒤쪽으로 서 있던 두 사람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에 신우는 자연스럽게 소개를 이어갔다.
“이쪽은 제 경호원인 데릭 린입니다. 원래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만, 한국과 미국에서 수상한 미행을 받았던 터라 안전을 위해서 고용했죠.”
“아―! 대단한 곳에서 일하시는 만큼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쪽은 제 비서인 리우 타오입니다. 요즘 일이 많아진 탓에 본사에서 보내줬죠.”
리우 타오가 장만수였다.
소개와 함께 명함을 건네주고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진 오큘러스 펀드에서 저희 사업을 신경 쓰실 줄은 몰랐어요.”
토양 복원 사업은 사막을 보유한 국가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연과 싸워야 하는 사업인 만큼 그 규모가 엄청난 데다가, 완벽한 토양 복원 기술이 갖춰져 있지 않아 막대한 자금만 쏟아붓고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다양한 사업 분야를 서칭하는 중입니다. 토양 복원 사업도 그중 하나죠. 중동에서 사막을 보유한 국가들이 가장 큰 고객이 될 테니까요.”
순간 제니퍼의 눈이 살짝 크게 뜨였다. 토양 복원 사업에 관한 아이템을 던져준 것은 월터였지만, 그 외 실행에 필요한 계획과 인력은 제니퍼가 준비했다.
퀄리티가 충분히 높았기에 정부의 눈조차 속일 수 있던 것이다.
그만큼 제니퍼는 기업 사기에 있어서 프로였다.
“대신 쉽지 않은 분야죠. 그나마 저희는 성공의 실마리를 조금이나마 잡아서 지금처럼 진행할 수 있던 거고요.”
“그래서 RP 컴퍼니를 찾아온 거죠.”
이때다 싶었는지 제니퍼가 질문을 던졌다.
“저희 토양 복원 사업에 대해서는 외부로 유출된 포트폴리오가 없었을 텐데, 오큘러스 펀드에서는 어떻게 알고서 오신 거죠?”
모든 것이 거짓인 사업. 순전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벌인 일이다.
당연히 토양 복원 기술의 기밀성을 앞세워 어느 곳에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의했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도 의문을 품긴 했다. 그러나 기술의 지분을 일부 넘겨주는 조건으로 입을 단속할 수 있었다.
해당 기술이 성공한다면 거기서 발생할 이익은 어마어마할 것이기 때문이다.
“친분이 있는 왕족분께 정보를 얻었습니다. 물론 그분에 대해서는 함구하길 원하셨고요.”
“아…….”
사우디아라비아 몇몇 왕족들이 시찰을 핑계로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연구 사업인 만큼 얼굴을 비췄던 것이다.
“그 부분 때문에 실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만큼 꼭 뵙고 싶었습니다.”
“죄송하게도 현재 저희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독점으로 진행 중이에요. 추가 투자금에 대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제 결정보다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죠.”
신우는 타일러 차의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대충 예상도 했고요. 그럼에도 상황을 대략적이나마 알고 싶었습니다.”
나름 차분한 대답에 제니퍼는 입꼬리를 씰룩이면서 말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오큘러스 펀드에서는 저희 사업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책정하고 계신 걸까요?”
투자금이 얼마나 되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신우는 미끼를 물었다고 생각해 속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플랜트 그로우 레벨이 3 이상 된다면 최소 20억 달러부터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른 식물의 성장 수준을 의미했다. 물론 사막의 모래를 변형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난도가 높았다.
그런 대답과 함께 제니퍼는 꾹 참고 있던 미소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