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67)
전직용병 재벌서자-267화(267/305)
267화. 룹알할리의 사냥꾼 (1)
신우는 제니퍼 앨버레즈의 얼굴에서 순간 움찔거리듯 미소가 스친 것을 보았다.
그러다 표정부터 빠르게 수습한 제니퍼가 입을 열었다.
“토양 복원 사업의 플랜트 그로우에 대해서 알고 계시다니, 꽤나 많이 조사하셨나 보네요.”
“투자에 필요한 것은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대신 모르던 분야여서 골치가 꽤 아팠습니다.”
이에 제니퍼는 아까와 다른 느낌의 웃음을 보였다.
“생명공학이 어렵긴 하죠.”
“하지만 RP 컴퍼니 측에서 사우디 정부와 독점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 저희가 끼어들기 곤란할 수도 있겠네요.”
일부러 살짝 뒤로 빼는 듯한 제스처.
그러자 제니퍼가 목을 가다듬고서 말했다.
“연구 투자라는 것이 받아도, 받아도 부족하죠. 얼마나 들어가든 당장 이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도 압니다.”
“괜찮으시다면… 오큘러스 펀드 쪽의 투자에 대해 사우디 정부와도 논의해볼까 싶은데요.”
신우는 그 말을 듣고서 미소가 짙어졌다.
“가능하겠습니까? 아까 하신 말씀대로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쪽 지분만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물론 논의와 최종 승인이 필요하겠지만요.”
“긍정적인 신호라고 봐도 좋을까요?”
“지구의 미래를 위한 사업을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이니 나쁘지 않게 생각하셔도 괜찮을 거예요.”
무려 20억 달러. 한화로 약 2조 7,000억 원의 자금이 탐나는 것이었다.
타이밍만 잘 잡으면 그보다 더한 금액도 가능할 수 있으니, 마지막 사업의 끝을 눈앞에 둔 제니퍼로서는 기회라고 판단되었다.
“하면,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릴까요?”
“사우디에는 언제까지 머무실 예정이죠?”
“3일 정도입니다. 이후에는 두바이에서 중요한 미팅이 잡혀 있어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 대답에 제니퍼는 최근 보았던 두바이 쪽 기사를 떠올렸다.
“…두바이라면… 혹시 MH퓨처시큐리티와 만나시는 걸까요?”
“맞습니다. 본사에서 백신우 대표님의 안위가 걱정되는지 직접 만나보라고 해서요.”
순간 제니퍼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두바이가 있는 아랍에미리트 정부에 자신이 벌인 짓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셨군요. 해당 사건으로 중동 쪽이 꽤나 시끄러웠죠. 협력 기업인 입장에서는 걱정될 수밖에 없겠네요.”
“MH퓨처시큐리티가 중요하긴 하죠. 아무튼 결과가 나오는 대로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꼭 연락드릴게요.”
대화를 미친 신우는 동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제니퍼는 입구까지만 배웅했다. 이내 옆으로 월터가 조심히 다가섰다.
“설마 받아들일 생각은 아니겠지?”
아까 월터도 사무실에 같이 있었다. 당연히 제니퍼가 타일러 차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반응이었는지도 전부 보았다.
“안 될 거 없잖아.”
“아까 못 들었나? 오큘러스 펀드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어. 그리고 며칠 후면 두바이로 넘어갈 거고.”
RP 컴퍼니는 클러스터란 이름으로 아랍에미리트 정부에 사기를 쳤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제니퍼의 신원이 드러나면 모든 일이 틀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들키지 않았잖아. 그리고 알란드 대통령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 일을 주변에 나불거리겠어?”
제니퍼의 예상대로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자신들이 사기당한 건에 대해서 공식적인 발표는커녕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런 예상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바로 옆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똑같은 짓을 진행 중이었다.
“혹시 모르잖아. 듣기로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가 대통령의 초대를 받기도 했다는데.”
“그걸 알게 된다고 해서 거기 대통령이 이야기를 먼저 꺼낼까? 사우디에서 알면 창피만 당할걸.”
제니퍼는 어떻게든 진행하겠다고 결정한 표정이었다.
이에 월터는 얼굴을 잔뜩 구겼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다.”
“사업은 내가 주도하는 거야. 그걸 왜 당신이 멋대로 경고까지 하는 건데?!”
“…….”
두 사람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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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차로 돌아온 신우와 동료들은 바로 올라탔다.
이번에는 만수가 아닌 헥터가 운전해서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사이 뒷좌석에서 노트북을 꺼내 든 장만수가 화면을 보며 외쳤다.
“Ok―! 접수 완료.”
“전부 턴 거야?”
“연구 시설 네트워크 안에 든 것은 전부 모았어. 그쪽에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고. 역시 우리 LEUCO… 진짜 기특하기도 하네.”
장만수는 노트북 모니터를 강아지 만지듯 쓰다듬었다.
그런 모습에 신우는 보조석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쓸 만한 정보는 있고?”
신우의 물음과 함께 장만수의 손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잠깐 기다려봐.”
“여기서 신호는 괜찮아?”
“R2ED로 개조해놔서 빵빵해.”
장만수가 개발하여 MH테크에서 생산 중인 레이더 방사 확장 장치였다. 그걸 개조하여 무선 신호를 더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건 또 언제 만져놓은 건지…….”
“부품이랑 공구만 있으면 금방이지. 나도 차량 시설로 해킹해본 것은 처음이지만.”
애초에 세 사람은 몸수색까지 당하고서 연구 시설에 들어가 있었다.
그동안 장만수의 LEUCO는 차량의 발신 신호를 이용해 연구 시설을 해킹한 것이다.
“LEUCO는 AI로 문제없이 작동했고?”
“옛날부터 생각해뒀던 학습 프로그램을 계속 가동시켜 뒀던 덕분에 완성도가 높아. 어이쿠―!”
집중해서 화면을 보던 장만수의 입에서 당혹스런 외침이 터졌다.
이상함을 느낀 신우가 보조석에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이것들… 아주 미친 짓으로 사기 치는 중이네.”
“어떤데?”
자료를 연동시킨 태블릿이 신우에게 넘겨졌다.
화면에는 RP 컴퍼니의 연구 기록이 나왔다.
“연구 설비를 들여오는 척 외부의 흙과 식물을 가져다가 심고서 꾸며놓고, 성장 기록까지 조작… 이런 걸 믿는 인간들도 대단하네.”
“그만큼 절실하니까. 성공만 한다면 충분히 획기적이고.”
클러스터 컴퍼니나 RP 컴퍼니에서 보여준 토양 복원 연구는 특수한 약품으로 사막의 흙을 양질의 흙으로 바꾸는 것이다.
효과가 드러나는 과정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으로는 바로 확인이 어려웠다.
제니퍼는 그 점을 이용해 간 크게 기업이 아닌 정부를 대상으로 사기를 쳤다.
“지금까지 진행한 연구 기록을 보면 슬슬 막타를 치고서 빠질 거 같네. 원래 미래에서도 이맘쯤이었으니까.”
“타이밍이 괜찮네. 네가 준비한 자료도 문제없이 심어진 거야?”
“사우디 정보총국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해놨지.”
준비는 그렇게 갖춰져갔다.
그러다 운전 중이던 헥터가 다른 주제를 꺼냈다.
“아까 본 놈은 어떻게 하나?”
“월터 해리슨?”
신우는 그를 언급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어떻게 할 건가?”
“솔직히 그놈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런 중얼거림에 장만수도 거들었다.
“놈이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RP 컴퍼니까지 루두스랑 관계됐다는 거잖아.”
월터 해리슨.
그의 존재는 신우와 동료들 전부 알고 있었다. 이유는 회귀 전 유즈니섬에서 마주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운전대를 잡고 있던 헥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폭탄을 작동시켰던 놈이야. 그걸로 우리가 죽었던 거고. 당시 유즈니섬 핵미사일 기지의 경비대장이던 놈이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놈이라고?”
장만수는 깜짝 놀랐다. 당시 그는 퇴각을 위해 먼저 헬기에서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보다 놈들은 대체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건지… 진짜 거미줄이 따로 없네.”
불법 고아들을 데려다 용병으로 키우는 666부대 캠프. 주가 조작 및 부동산 투기, 기업 사냥 등등의 TSF Investment. 각종 기술 유출과 불법 로비가 판을 치는 하르파스 인더스트리.
그것만으로 부족해 나라별로 뒷세계 조직과 결탁해서 자금까지 움직였고, 이제 정부를 상대로 사기까지 치는 놈들에게서도 루두스의 흔적이 나왔다.
게다가 브릴리언트그룹을 생각한다면 진정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신우를 비롯한 동료들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대장의 계획대로 웬만큼 잡아가고 있잖아.”
“아직은 부족하지. 게다가 여기서 월터 해리슨까지 만났으니, 가만히 둘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놈들을 하나하나 직접 노리고 싶었다.
하지만 루두스라는 이름도 회귀 후에야 알아냈다. 또한, 회귀 전에 보았던 브릴리언트그룹의 관계자와 666부대 소속 용병들의 모습도 생각보다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놈들의 신분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했다.
“어떻게 할 거야? 변경할 사항이 있어?”
장만수의 물음에 신우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계획대로 가자. 만수는 해킹해둔 그쪽 통신망으로 상황 수집을 계속 진행해주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차량은 숙소를 정해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를 향해 계속 달렸다.
* * *
두바이에 있는 TSF Investment 아랍에미리트 지사에서는 사미르 지단 쿠르디의 언성이 높아졌다.
“RP 컴퍼니에 누가 찾아와?!”
수화기 너머에서 RP 컴퍼니의 월터 해리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입니다. 비서와 경호원을 대동하고서 방문했습니다.]RP 컴퍼니는 사미르가 핀디에프처럼 별도로 운영 중인 회사였다.
다만, 기업의 속성이 정상적인 사업은 아니었기에 관계자가 아니고서야 알긴 어려웠다.
“거길 어떻게 찾아간 거지?”
[옆에서 듣기로는 친분이 있는 사우디 왕족에게 듣고서 왔다고 합니다. 그게 누군지는 직접 밝히지 않아서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이내 사미르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그래서 상황은?”
[타일러 차가 RP 컴퍼니 연구에 투자를 원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투자?”
[대략 20억 달러라고 했습니다. 이에 제니퍼가 딴생각을 품은 듯합니다.]제니퍼는 동업자인 월터가 다른 곳의 지시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예정보다 일을 더 벌인다는 의미인가?”
[욕심이 많은 여자인 걸 아시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번이 마지막 사업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믿지 못할 말입니다.]애초에 제니퍼에게 월터가 접근한 것도 전부 계획된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같이 움직이면서 여러 기업에 사기를 쳤고, 2년 전에는 아랍에미리트 정부까지 속여 거액의 자금을 빼돌렸다.
“일이 틀어질 확률은?”
[타일러 차가 3일 후 두바이로 넘어가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를 만난다고 합니다.]“자칫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군. 범위를 크게 생각하면 RP 컴퍼니에 관한 정보가 흘러들어갈 수도 있겠고 말이야.”
난감해진 상황에 사미르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타악― 타악―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곧 있으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상당한 금액을 빼돌리고서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연구라는 명목으로 들인 사기의 기반 자금을 전부 날리게 된다.
“일단 다시 접촉해서 RP 컴퍼니에 관해 어디까지 흘러들어갔는지 확인부터 하지.”
[그 후에는 어떻게 할까요?]“만약 타일러 차까지만 알고 있다면 처리해야지. 그쪽 인력만으로 가능할 것 같나?”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경호원과 비서뿐이었습니다. 이동 경로만 파악된다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사미르는 그 만족스러운 대답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좋네. 그럼 그렇게 하지.”
[알겠습니다.]“그리고 제니퍼는 이번 일이 끝나는 대로 정리하고. 아, 위험하다 싶으면 좀 더 빨리 처리해도 좋아. 자네의 선택에 맡기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통화는 그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