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68)
전직용병 재벌서자-268화(268/305)
268화. 룹알할리의 사냥꾼 (2)
RP 컴퍼니의 리야드 서부 연구 시설.
그곳에서는 제니퍼 앨버레즈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터졌다.
“오큘러스 펀드에 룹알할리 테스트 구역을 보여주자고?”
방금 말한 장소는 RP 컴퍼니에서 마지막 투자금을 당기기 위한 무대였다.
원래는 그곳을 끝으로 자금이 전부 들어오면 곧장 사라질 계획이었다.
이에 월터 해리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어차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쪽에도 보여줄 곳이잖아. 오큘러스 펀드에서도 그곳이면 자금을 빠르게 당겨올 수 있을 거고.”
“갑자기 생각이 왜 바뀐 거야? 당신은 반대했잖아.”
뭔가 미심쩍은 분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반대한다고 해서 네가 그러지 않을 건가? 어차피 진행할 거잖아. 그래서 나한테 말도 하지 않고서 환경부 장관과 은밀히 만나지 않았나?”
기분이 언짢아진 제니퍼의 눈꼬리가 살짝 씰룩였다.
“그래서 받아들이시겠다?”
“별수 없잖아. 어차피 당신은 내가 뭐라든 오큘러스 펀드의 돈을 끌어오려 할 테니까.”
“당신이 원하는 건 뭔데?”
월터는 잠시 고민하고서 말했다.
“이번 사업에서 추가로 5%.”
이에 제니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건 제니퍼였다. 사기를 위한 사업의 기반 자금을 전부 그녀가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사업의 이익 분배 비율은 제니퍼가 85%, 월터가 15%였다.
거기서 5%를 더 올린다면 적지 않은 금액이니 제니퍼로서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나 더 달라고?”
“어차피 오큘러스 펀드의 돈까지 먹는다고 치면 문제없지 않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통해 받은 투자금이 100억 리얄. 한화로 3조 6,500억 원 정도였다.
거기서 오큘러스 펀드의 20억 달러를 추가로 받는다면 6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5%는 너무하지 않아? 이번 사업으로 내가 쓴 자금도 상당하잖아. 거기서 당신이 한 일이라고는 불필요한 놈들을 처리해준 것이 전부고.”
“사기 연구를 위해 쓰인 자금을 감안해도 30억 달러 이상은 충분히 가져갈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이번 판이 엎어지면 당신한테도 좋을 것이 없겠고.”
협박이나 다름없는 제안에 제니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마지막이라고 막 나가보자는 거네. 그렇지?”
“나야 아쉬울 게 없잖아.”
일부러 그동안의 불만을 토로하는 느낌이었다.
월터를 더욱 매섭게 노려보는 제니퍼의 고민이 깊어졌다.
“알았어. 5% 올려주지. 대신 뒤통수칠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할 거야.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될 테니까.”
“내가 그걸 모를까. 아무튼 룹알할리 테스트 구역을 확인부터 하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부에서 언제 긴급 시찰을 올지 몰라서 대비해놓고 있으니까.”
괜히 정부를 상대로 사기에 성공했던 것이 아니었다.
“잘했네.”
“그럼 결정났으니, 난 타일러 차와 정부 쪽에 연락을 돌려놓을게. 모레 두바이로 넘어간다고 했으니 투자 계약을 위해 보여줘야 하잖아.”
대답과 함께 제니퍼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 *
신우는 리야드의 호텔에 있다가 제니퍼의 전화를 받았다.
[저희가 연구 중인 시설이 따로 있는데, 내일 방문이 가능하실까요?]계속 기다렸던 연락이었다.
스피커폰으로 받는 중이어서 옆에 있던 장만수와 헥터도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좋습니다. 저도 해당 사항을 본사에 보고하고서 투자 관련한 내용을 정리해놓겠습니다.”
“마중은 괜찮습니다. 위치를 알려주시면 저희 차량으로 이동하죠.”
이에 제니퍼의 목소리에서 미묘한 침음이 흘렀다.
[사우디 정부에서 극비로 관리하는 곳이라 위치를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그러니 실례가 되더라도 양해 부탁드릴게요.]“중요한 연구인 만큼 그럴 수 있겠군요.”
[그리고 인원도 타일러 차 지부장님만 가능하세요. 비서와 경호원까지는 동석 불가능하시고요.]신우는 일부러 고민하듯 기다렸다가 되물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겁니까?”
[보안이 중요한 곳이라서요. 이해 부탁드릴게요. 물론 지부장님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RP 컴퍼니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걱정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겠네요. 그런데 투자 논의에 관한 것이라면 지난번 방문한 연구 시설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말씀하신 곳은 웬만큼 이야기가 진행되고서 찾아가도 될 듯싶은데요.”
살짝 뒤로 빼는 분위기를 만들자 제니퍼의 목소리가 살짝 다급해졌다.
[오큘러스 펀드에서는 절대 실패할 투자는 진행하시지 않잖아요. 저희도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렇죠.]“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아무튼, 저도 연구 실적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으니 방문하겠습니다.”
[거리가 있으니 아침 8시까지 차를 보내드릴게요.]“알겠습니다. 내일 뵙죠.”
통화를 마친 신우는 종료 버튼부터 눌렀다. 그리고 앞에 앉아 있던 두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장만수는 같잖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것들이, 약을 제대로 팔려고 하네.”
이미 LEUCO를 통한 해킹으로 모든 토양 복원 연구가 가짜라는 걸 알았다. 물론 RP 컴퍼니의 제니퍼가 미래에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도 말이다.
그런데 더 확실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고 하니 수상할 수밖에 없었다.
“제니퍼는 월터랑 길이 다른 것 같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나도 동감. 아까 월터가 통화한 내용만 봐도 그렇잖아.”
장만수의 노트북에는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한 내용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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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차가 3일 후 두바이로 넘어가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를 만난다고 합니다.】
【저도 그게 염려되어서 바로 연락드린 겁니다.】
【그 후에는 어떻게 할까요?】
【아까 말했다시피 경호원과 비서뿐이었습니다. 이동 경로만 파악된다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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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UCO가 해킹한 월터의 핸드폰으로 녹음된 내용이다.
다만, 월커는 당시 통화를 해킹이 안 되는 구형 핸드폰으로 한 듯했다. 그래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빠진 월터의 목소리만 집어낼 수 있었다.
이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동선을 따지는 것만 봐도 수상하지. 대화 내용은 누군가에게 보고하는 것 같고.”
“사미르 지단 쿠르디가 아닐까? 중동 지역은 TSF 아랍에미리트에서 관리하지 않나.”
헥터의 의견에 신우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럴 확률이 높지. 만약 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사미르는 생각보다 중동에서 말도 안 되는 짓들을 벌이는 중인 거고.”
명색이 TSF Investment 지사장이란 인간이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중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장만수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아니면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다른 조직이나 단체가 또 있을 수도 있잖아.”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TSF와 하르파스. 그 외 다른 무언가 더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녀석들도 LEUCO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시작한 후로 연락망에 신경을 쓰고 있어. 그러니 월터 해리슨의 핸드폰만 확보된다면 뭔가 더 알 수 있겠지.”
“일단 제니퍼 앨버레즈가 말한 비밀 연구 시설이 어디 있는지부터 찾아볼까?”
“가능해?”
“이란에서 띄운 정찰 위성이 있어. 그걸 해킹해서 사막 좀 둘러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이에 신우는 조금 황당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면적은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약 2억 1,400만 헥타르.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200배가 넘었다.
“나한테는 LEUCO가 있잖아.”
대답과 함께 장만수는 엄지손가락을 자신 있게 들어 올렸다.
“아무리 휑한 땅이 많다지만, 거기서 연구 시설을 구별할 수 있겠어?”
“그거야, 다 방법이 있지.”
장만수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노트북 화면은 순식간에 이란의 국방부 서버로 접속해서 파고들더니 무언가를 띄웠다.
전부 페르시아어로 되어 있다가 영어로 번역되었다.
【Sublime Darkness】
【SER43234…… Log-in】
숭고한 어둠이란 의미였다.
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지어졌다.
“…자동 번역 프로그램까지 갖춘 거야?”
“페르시아어는 스피킹만 되잖아. 글자도 어렵고.”
그 화면에 이어서 접속을 완료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됐다. 해킹 완료. 지금부터 30분 동안 숭고한 어둠은 내 거다!”
장만수는 중2병스러운 외침과 함께 손가락을 움직였다.
화면은 위성으로 촬영 중인 중동 지역의 지도를 띄웠다. 그러다 뭔가 필터링을 걸고서 구역들을 제외하기 시작했다.
“일단 거리가 멀다고 했으니 수도인 리야드는 아니겠고, 토양 복원 실험실이면 사막과 가깝겠지. 거기서 룹알할리 사막이 유력하겠고.”
“도심과 완전히 분리된 곳이면 발전기를 사용해서 전력 공급 라인으로 찾기는 어려울 거야.”
신우의 조언에 장만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Ok―!”
추가 값까지 입력되었다.
화면에 띄워진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에서 구역들이 하나하나 제외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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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사미르는 고급스럽게 인테리어된 자신의 거처에서 메시지가 온 것을 확인했다.
“준비가 끝났군.”
옆에서 그런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일레인 풀이 조용히 나섰다.
“외람되지만, 오큘러스 펀드의 지부장을 처리하는 것이 괜찮을지 우려가 됩니다.”
“상부의 결정 때문에 말인가?”
현재 오큘러스 펀드와 MH퓨처시큐리티의 포섭이 1순위로 지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사미르는 RP 컴퍼니 일이 드러날 것을 대비하여 타일러 차를 없애려는 것이다.
“당장은 위에서 RP 컴퍼니의 존재를 모르고 있지만, 타일러 차가 죽으면 의심을 사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라고 지시했잖나.”
“그걸로 충분하겠습니까?”
조직도 바보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찾아 추적해올 수 있었다.
물론 사미르도 그런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당장은 조직도 기업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게다가 운 좋게도 어디선가 TSF와 하르파스의 주식으로 장난질까지 쳐주는 중이고.”
그의 말처럼 두 기업의 주가는 엄청난 자금이 유입되며 요동쳤다.
누군가 대량의 주식을 사들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차명으로 분산 매입이 이뤄지는 통에 추적하기가 어려웠다.
“그것만으로 괜찮겠습니까?”
“오큘러스 펀드야 사람 하나 죽는다고 문제될 것도 없잖아.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체할 테지만, 본사 입장에서 나는 다르지.”
사미르는 중동과 더불어 아프리카 쪽의 검은돈을 주물러왔다. 동시에 본사로 엄청난 자금을 꾸준히 보내주면서 지금의 위치를 굳건히 다졌기에 자신만만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좌를 정리해두겠습니다.”
“이래서 내가 일레인을 좋아한다니깐. 그런 부분은 잘 부탁하지.”
“걱정하실 일은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일레인은 어느새 비워진 사미르의 크리스털 잔에 위스키를 따라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