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70)
전직용병 재벌서자-270화(270/305)
270화. 룹알할리의 사냥꾼 (4)
파팍― 팍― 파파팍―
RP02 플랜트 팩토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사막의 능선 너머.
그곳에서 월터 해리슨은 부하들과 함께 사람들을 사냥하듯이 저격하다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체 어떤 놈들인 거지?”
갑작스럽게 날아든 탄환으로 부하 셋이 순식간에 죽었다. 자신이 모르는 저격수가 등장한 것이다.
이후 다른 방향에서 연구 시설 쪽을 저격하던 이들의 무전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통신 자체가 마비된 것인지 어떤 곳하고도 연결되지 못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무전기와 위성 전화까지 말이다.
이에 월터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곳을 노리는 다른 놈들이 있던 건가? 하지만 어디서? 설마… 제니퍼가 벌인 일의 복수를 하러?”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도 이야기가 잘 진행되던 중이다.
그 외에 RP 컴퍼니의 존재는 흘러 나간 적이 없었기에 가능성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월터의 머릿속에 또 다른 이상 징후가 떠올랐다.
“…오큘러스 펀드?”
지금 위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허가해준 룹알할리 사막의 한복판이다. 넓은 부지에 임의대로 세운 시설이기에 관계자가 아닌 이상 위치를 알 수 없었다.
게다가 타일러 차에게서 추적당할 만한 물건이 없었다. 출발하기 전 핸드폰도 껐고, 불과 며칠 전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능선의 모래를 튀기며 날아들던 탄환 세례가 잦아들었다.
월터는 고개를 슬쩍 들어서 적의 위치와 연구 시설의 상황을 확인했다. 상대 저격수가 연구 시설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었다.
그곳에서 불길을 피해 도망치던 이들을 처리 중이던 부하들이 하나하나 쓰러져 나갔다.
“반대쪽에 있는 건가?”
망원경으로 부하들이 쓰러지는 방향을 보고 추측했다.
이내 월터는 스코프가 달린 소총을 챙겨서 능선의 모래 경사를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최우선 목표인 타일러 차와 제니퍼 앨버레즈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촤아아악―
빠르게 달려간 월터의 모습은 건물 반대편 저격수가 노릴 수 없을 위치까지 도달했다. 동시에 건물과 가까워지면서 그를 발견한 몇몇 생존자들이 다급히 뛰어왔다.
“경비대장님! 큰일입니다. 안에서 폭발이……!”
그는 월터가 사건의 원흉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타앙―
이내 그의 말을 들어주던 월터의 손에서 방아쇠가 당겨지며 사내를 쓰러뜨렸다.
“귀찮게 하기는…….”
그때부터 분란하게 움직이는 이들을 향해 소총의 총구가 겨누어졌다.
투투― 투퉁― 투투투퉁―
총성은 계속해서 울려댔다.
그러다 다른 방향에서 생존자들을 처리하던 부하 둘이 다가왔다.
“캡틴! 괜찮으십니까?”
“B팀은 너희들만 남은 건가?”
“…그렇습니다.”
원래 4명이 있던 곳이다.
월터도 아까 있던 자리에서 부하 3명을 잃은 상태였다.
“무전은 먹통이고?”
“적들에게 신호 교란기가 있는 듯합니다.”
그건 상황만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일단 타깃부터 확실히 처리한다.”
대답과 함께 월터의 시선이 연구 시설의 출구 쪽으로 향했다.
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총을 든 채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순간 출구 옆 스톤블록 더미에서 총구가 튀어나왔다.
투투퉁― 투퉁―
탄환은 부하들의 몸통과 머리를 정확히 맞혔다.
깜짝 놀란 월터는 다급히 화장실 건물 뒤쪽으로 뛰어서 들어갔다.
“어떻게 총을 가지고 있는 거지?”
분명 권총 같은 것이 아닌 소총이었다.
출구 주변은 월터와 부하들이 맡고 있어서 다른 쪽 팀이 다가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타일러 차가 소총을 가지고 있으니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월터는 반대쪽으로 돌아가 스톤블록 쪽을 확인했다.
우측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몸을 기대고 있는 제니퍼 앨버레즈의 옆 모습이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하지만 당장의 문제는 소총을 소지한 타일러 차였다.
“왜 이렇게 조용한 거지?”
조금이라도 고개를 내밀면 견제 사격 후 자리를 옮겨 급습하려 했다.
그사이 연구 시설의 폭발로 화재가 번지며 주변이 연기로 인해 뿌예졌다.
월터는 이상함을 느끼며 곧장 위를 올려봤다.
“눈치가 제법이네.”
타타탕―
옥상에 고개와 함께 총구를 내민 것은 신우였다.
아슬아슬하게 눈치챈 월터는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신우도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총구를 움직였다. 그리고 월터가 피한 방향대로 몸을 굴려 뛰어내렸다.
타이밍이 절묘했는지 바로 밑에 월터가 있었다.
“젠장―!”
다시 한번 놀란 월터는 아까처럼 몸을 급히 빼며 신우에게 총구를 조준했다.
하지만 먼저 뛰어내린 신우는 그의 총열을 팔로 치면서 무릎으로 찍어 내렸다.
쿠웅―
바닥과 무릎으로 몸을 관통하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런데도 월터는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빼 들어 휘둘렀다.
하지만 신우의 왼손에도 나이프가 이미 들려서 그의 공격을 튕겨냈다.
챙― 사삭―
반격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나이프를 쥔 월터의 안쪽 팔꿈치와 겨드랑이 밑을 베었다.
이에 월터는 몸을 크게 흔들어 신우를 떨쳐내고서 뒤로 빠졌다.
“크윽…! 군인 출신이었나?”
타일러 차로 변장한 신우의 나이프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댁도 나쁘지 않네.”
그런 대답에 비릿한 미소를 짓던 월터는 소총을 겨누기 위해 왼손을 돌렸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정신이 없었나 보네. 총이 없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아까 신우의 칼 놀림에 어깨끈이 잘리면서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었다.
월터는 얼굴을 잔뜩 구기고서 왼쪽 허벅지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사이 신우는 코앞까지 다가가 나이프를 휘둘렀다. 소총의 탄환이 아까 공격으로 전부 떨어진 상태였기에 근접전으로 바꾼 것이다.
사악― 챙, 사사삭―
격한 전투가 이어지는 사이에도 헥터의 무전이 계속해서 울렸다.
[West Area Clear.]월터의 휘하 병력을 처리 중인 것이었다.
그 와중에 월터는 권총 뽑길 포기하고서 나이프를 왼손으로 옮긴 후 반격했다. 두 자루의 나이프와 팔꿈치 무릎이 허공에서 교차하며 격한 타격음을 울렸다.
하지만 아까 월터는 신우에게 오른손 팔꿈치와 겨드랑이 밑을 당했다. 그로 인해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으면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퍼퍽― 우드득, 파팍―
이내 신우는 그의 나이프를 위로 쳐내려다가 반대로 비틀면서 손목과 팔꿈치 안쪽의 힘줄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끄아아악―!”
챙그랑―
월터는 양손을 못 쓰게 된 상태가 되어 나이프를 떨구었다.
동시에 신우는 월터의 다리를 차서 넘어뜨린 후 발목의 힘줄까지 잘라냈다.
“아아아아악!”
그는 입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러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시끄럽네.”
신우는 주변에 죽어 있던 사람의 신발을 벗겨다가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
“으읍― 읍―!”
그제야 조용해졌다.
다만, 화재는 계속 진행되어 연구 시설에서 자잘한 폭발음이 계속 들렸다.
그때 구석에서 몸을 쪼그리고 있던 제니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걸어왔다.
“월터…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읍― 으읍!”
물론 월터는 대답할 수 없었다.
제니퍼도 그걸 알기에 긴 한숨을 내쉬고서 타일러 차인 신우에게 말했다.
“덕분에 살았어요. 그런데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월터가 이곳을 공격한 게 맞는 거죠?”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사이 신우는 이어폰으로 다른 쪽 상황에 대해 공유받았다.
[여기는 MANDU. Emergency Clear.]헥터가 다른 쪽에 있던 월터의 부하들을 전부 처리한 것이다.
“Ok.”
그렇게 중얼거리는 모습을 제니퍼가 의아해하며 쳐다봤다.
“뭘 하시는 거죠?”
“지금 상황을 마무리하는 중입니다.”
“…마무리요?”
신우는 팔다리를 제압당한 월터의 품을 뒤지면서 허벅지 쪽의 권총을 뽑아 들었다. 거기엔 목표 중 하나였던 구형 핸드폰도 있었다.
철컥―
“나라를 상대로 사기 친 사람을 정리해야죠.”
그 순간 제니퍼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타앙―
신우는 그녀의 이마를 향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일말의 변명조차 늘어놓지 못한 제니퍼는 뒤로 쓰러졌다.
“이쪽도 끝났어.”
[물건은 챙겼고?]“월터 것은 찾았어. 이쪽 연구 시설의 해킹은? 다 된 거야?”
[다 끝났어. 네 핸드폰도 깨끗이 날렸고.]모든 작전은 신우가 연구 시설에 도착하자마자 진행됐다.
겉으로만 전원이 꺼져 있던 핸드폰을 통해서 장만수가 연구 시설의 모든 것을 털 수 있었다.
“Ok.”
신우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주변의 널린 시신들로 시선을 던졌다.
가능하다면 사기에 이용당한 과학자들은 구해주려고도 했다. 그러나 월터의 계획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기에 거기까지 대처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원래 계획에서 완전히 틀어진 상황이다.
“빌어먹을…….”
사우디아라비아 정보총국의 기밀자료를 RP 컴퍼니 연구소에 심어두고서 뒤집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월터 해리슨이 급하게 다른 계획을 진행하면서 보완할 틈이 없었다.
그사이 장만수의 목소리가 이어폰으로 들려왔다.
씁쓸한 기분을 저버린 신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장만수와 헥터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사이 불길은 더욱 거세게 번지면서 컨테이너를 둘러싸고 있던 둥근 형태의 천들을 모조리 태워버리고 있었다.
촤아아악―
장만수는 답답했는지 차를 몰고서 신우가 걸어오던 곳까지 다가왔다.
“괜찮냐?”
“그럭저럭.”
“불가피했잖아. 일단 타기나 해!”
그의 외침에 신우가 뒷좌석으로 올라타자 곧장 출발할 수 있었다.
신우는 뒤쪽 창문으로 연구소가 불타면서 높이 치솟는 연기를 바라보았다.
“핸드폰은 여기.”
“노트북에 연결해줘. 그럼 알아서 분석할 거야.”
“그런 것까지 된다고?”
“우리 LEUCO가 점점 기특해지는 중이지.”
핸드폰을 노트북과 연결된 케이블에 꽂았다.
그러자 화면이 빠르게 바뀌면서 안에 저장된 통화 기록과 데이터를 자료로 만들어 나열했다.
물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 개의 번호는 기록과 함께 상대의 위치까지 추적해서 지도로 표시해주었다.
“두바이에 있는 TSF 아랍에미리트 지사가 있는 건물이네.”
월터가 은밀히 사용하는 구형 핸드폰의 번호는 많지 않았다.
당연히 주소만으로도 그 번호의 주인이 누군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보조석에 있던 헥터도 바로 이해했다.
“사미르가 맞는 거군.”
“핀디에프까지 사미르 지사장의 소유이니. 그 외에 또 다른 회사들이 더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
“꼼수가 많은 인간인 듯하다.”
TSF 한국 지사의 곽치영과 운영 방식이 비슷했다. 그의 경우는 한국에서 중소기업의 지분을 모아두고서 적금처럼 깨서 쓰려고 했으니 말이다.
“보통 잔머리로는 이런 짓을 서슴없이 하긴 어렵지. TSF는 일부러 그런 족속들만 모아둔 것 같기도 하고.”
그곳은 표면적으로만 투자회사일 뿐이었다.
온갖 불법적인 일과 심하면 특정 기업의 후계 구도까지 간섭했다. MH그룹도 그런 TSF의 곽치영에게 제물이 될 뻔했고 말이다.
이에 장만수가 콧방귀를 꼈다.
“놈들 수명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몇 번만 더 흔들어주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될 거야.”
“네가 고생이 많다.”
현재 장만수는 막대한 자금으로 TSF와 하르파스의 지분을 사들이는 중이었다.
“별말씀을―!”
동시에 운전대를 잡은 장만수의 손이 크게 돌아가며 사막 위를 거칠게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