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71)
전직용병 재벌서자-271화(271/305)
271화. 흔적을 지우는 만남 (1)
TSF 아랍에미리트 지사장의 비서인 일레인 풀이 다급히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사미르 지단 쿠르디는 불길함을 감지했다.
“무슨 일이지?”
일레인은 그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고서 말했다.
“RP 컴퍼니 연구소에 일이 생겼습니다.”
“…그쪽이라면 오늘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와 제니퍼를 정리할 예정이지 않았나.”
“룹알할리에 있는 연구소가 폭발과 화재로 전소했습니다.”
“월터가 계획한 대로 된 거 아닌가?”
“그곳에서 월터와 휘하 부대원들도 전부 사망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습격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사미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면, 타깃으로 지정한 두 사람은 어떻게 됐지?”
“일단 제니퍼 앨버레즈는 월터가 죽인 것으로 보인답니다. 하지만 타일러 차의 시신은 없었습니다.”
“그곳에 간 것은 맞나? 마지막 연락은 언제였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어떤 식으로든 추측이 가능했다.
“일정대로 타일러 차를 태웠다는 연락이 끝이었습니다.”
“연구소 내 CCTV 기록은 없었나?”
“월터가 정리를 위해 전부 지운 듯합니다. 당장 상황만 본다면 그곳에 타일러 차가 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월터가 예정된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오큘러스 펀드가 그곳을 공격했다는 가능성뿐인가?”
“그 부분에서는 월터가 추적당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어떤 식으로든 추적했다고 해도, 연구소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인 병력을 전부 처리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었을 겁니다.”
“흔적이 없었다는 건가? 사우디 정부에서는 어떻게 움직이는 중이고?”
사미르는 머리가 복잡해져만 갔다.
“그쪽에서는 제니퍼가 사망하고서 리야드 연구소를 조사했고, 전부 사기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허어―! 용의자에 대한 추적은 없었나?”
“폭발로 대비 중이던 이들을 죽인 것이 월터와 휘하 병력이었습니다. 그것까지 사우디 정부에서 알아냈다 보니 내분으로 죽었다고 추측하는 듯합니다.”
상황은 뭔가 다행인 듯하면서도 복잡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럼 제니퍼가 소유하고 있던 자금은 어떻게 됐나?”
“월터가 일을 마무리하고서 계좌 정보를 전해주기로 했던 터라… 아직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받아두지 않았다는 건가?”
제니퍼가 소유하고 있던 사우디 정부의 투자금은 미화 26억 달러 정도였다.
한화로는 3조 6,500억 원. 그걸 회수하기 전에 잃어버린 꼴이 되었다.
“월터도 딴마음을 품고 있던 탓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원래 월터 해리슨은 제니퍼 앨버레즈의 사업을 정리하고서 중동 지역을 뜨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그간 고생한 보상으로 조직 내 적당한 자리까지 약속받고서 말이다.
하지만 일의 마무리와 함께 처리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짙어졌던 탓인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수확도 하지 못하고, 밭을 전부 태워버린 꼴이 되었군.”
“일단 타일러 차의 행적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로 쪽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사미르는 머리가 더욱 아파오는지 중지와 엄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러 돌렸다.
“아니다. 뭘 알게 된다고 한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나. 그의 대외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어차피 알게 될 사항이고. 오히려 우리가 움직이면 상부의 추적을 당할 수도 있으니, 흔적만 깔끔하게 지워두지.”
“그럼 RP 컴퍼니의 자금은 어떻게 할까요?”
수색의 유무를 물어보는 것이다.
제니퍼가 꽁꽁 숨겨둔 상황. 그나마 계좌에 대해 알고 있던 월터까지 죽었으니 자세한 조사가 필요했다.
“사우디 정부의 눈을 피해서 찾을 수는 있고?”
그쪽은 100억 리얄의 사기를 당했다. 당연히 혈안이 되어서 제니퍼 앨버레즈의 모든 기록을 샅샅이 뒤지는 중일 것이 뻔했다.
“정리하겠습니다.”
“…그러지.”
사미르는 한숨 섞인 탄식을 흘리며 미간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 * *
며칠 후.
신우는 타일러 차의 모습으로 동료들과 함께 두바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변장한 상태에서도 개운한 표정은 아니었다.
착잡한 분위기 속에서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택시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무리를 보고 최대한 모르는 척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앞을 가로막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 지부장님 맞으십니까.”
흰 카투라 차림인 아랍인 중년 사내.
그의 유창한 영어로 된 질문에 신우는 덤덤히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일단 공식적으로는 초면이었기에 물은 것이다.
이에 사내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TSF 아랍 지사장, 사미르 지단 쿠르디라고 합니다.”
신우는 그가 나타난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터진 RP 컴퍼니 사건 때문이다.
물론 해당 사건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사기를 당한 것이라 자세히 보도되지는 않았다. 기사에서는 사막 한복판의 연구 시설이 정체불명의 무장 단체에게 습격당한 정도의 내용이었다.
“아, TSF의 지사장님이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설마 저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은 아니겠죠?”
대놓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 신우의 표정을 본 사미르는 살짝 민망해졌는지 입꼬리를 씰룩였다.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허나, 오큘러스 펀드에서 타일러 차 지부장님과의 미팅 일정을 잡아주지 않다 보니 이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미르뿐만 아니라 곽치영과 TSF Investment 미국 본사에서도 계속 요청이 들어왔다.
물론 그들의 목적은 오큘러스 펀드의 뒤에 있는 배후였다. 미팅을 통해서 접근한 후 프로젝트 파이몬에 필요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였다.
신우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TSF를 포함한 어떤 회사와도 약속을 잡지 않았다.
“제 입국 일정은 공항 관계자를 통해서 알아내신 겁니까?”
“다른 곳이면 모를까. 조금 자랑 같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안에서 제가 알기 어려운 정보는 손에 꼽힐 정도일 겁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저를 만나려고 하신 이유는 뭡니까?”
그 물음에 사미르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서 말했다.
“여기서 나눌 이야기는 아닌 듯싶습니다만.”
공항 입국장 앞이다 보니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녔다.
게다가 지금 신우가 타일러 차의 모습으로 사미르를 비롯한 직원들과 대치 중인 모습 때문에 이목이 더 집중되었다.
“제가 불과 며칠 전에 험한 일을 당해서 은밀한 곳은 피하고 싶습니다.”
신우는 월터 해리슨의 핸드폰을 통해 RP 컴퍼니가 사미르의 회사라는 걸 알아냈다.
물론 그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한 말은 아니었다. 중동 쪽 정보가 그의 손에 들어간다고 하니 일부러 어쭙잖은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사우디에서 대형 사건 하나가 터졌죠. 그곳에서 생존자가 없다고 듣긴 했지만, 타일러 차 지부장님께서는 어떻게 잘 빠져나오셨습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죠.”
“하지만 사우디 정부 쪽에서는 지부장님이 그곳 연구소에 방문하셨던 걸 모르는 듯하던데 말입니다.”
협박이나 다름없는 물음이었다.
“기업 간 투자를 위해 방문했던 걸 정부에서 굳이 알 필요까지는 없죠.”
“하지만 관계자이지 않습니까. 이번 일로 사우디 정부에서 사건 관계자들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으니, 지부장님도 조사는 받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신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서 대답했다.
“그렇다면 사미르 지단 쿠르디 지사장님께서도 같이 받으셔야겠네요.”
“제가 말입니까?”
그의 반문에 신우는 월터가 사용하던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흔들어 보였다.
“아니라고는 못 하실 텐데요.”
사미르는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거길 그렇게 만든 것이 오큘러스 펀드입니까?”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더니 월터 해리슨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던데요. 저는 그곳에서 살기 위해 반격했을 뿐입니다.”
두 사람 사이로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다 사미르는 잠시 생각하고서 다시 입을 뗐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자리는 옮겨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겠습니까.”
서로에게 필요한 진짜 대화를 할 생각이었다.
신우도 그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하고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희가 준비한 차량으로 가시죠.”
“뭐든 괜찮습니다.”
결국 신우와 사미르는 공항 주차장으로 가서 미리 준비해둔 렌트카에 올라탔다.
“오큘러스 펀드 명의로 준비하신 차량이 아닌가 보군요.”
그들 정보망에 타일러 차가 차량을 빌렸다던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저희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지금 상황에서 자사의 이름으로 구해놓을 수는 없죠. 사미르 지사장님처럼 오큘러스 펀드와 만나보기 위해 움직이는 곳이 많으니까요.”
“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웃음과 함께 두 사람은 각자 뒷좌석 문을 열고서 올라탔다. 그리고 신우는 계속 얼굴을 굳힌 채로 물었다.
“이제 말씀하시죠.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시려고 이렇게 직접 만나고자 하신 겁니까?”
솔직히 신우도 사미르가 이렇게 바로 나타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룹알할리 사막에서의 일을 서슴없이 꺼낸 탓에 월터의 핸드폰을 가지고 딜을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내 사미르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RP 컴퍼니와 저와의 관계…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월터 해리슨이 지사장님과 연결되었다는 점 정도입니다. 상황을 보니 뭔가 위험을 감지하고서 연구소를 처리하려던 것 같았고 말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제니퍼 앨버레즈의 욕심이 도를 넘어서 그랬습니다.”
그 대답에 신우는 일부러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RP 컴퍼니가 사미르 지사장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심심풀이로 푼돈을 벌기 위한 조그만 투자였을 뿐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제니퍼 앨버레즈로 인해 정리할 수밖에 없던 것이고요. 오큘러스 펀드는 예상 밖의 일로 끼어들어 불상사를 당하실 뻔했던 것이죠.”
타일러 차를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변명하는 듯했다.
물론 신우는 그게 거짓말이란 걸 알았지만, 여전히 조금도 내색하지 않은 얼굴로 앞을 보며 대답했다.
“저희 오큘러스 펀드가 RP 컴퍼니와 사업 논의 중이었던 걸 몰랐다는 말씀이군요.”
“그 일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제니퍼 앨버레즈가 맡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자금만 지원했을 뿐이고, 월터는 그에 관해서 가끔 보고만 올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신우는 여전히 의심이 지워지지 않은 표정으로 얕은 탄식을 흘렸다.
“일단 그렇게 믿도록 하죠. 솔직히 오일머니까지 다루는 TSF 아랍에미리트 지사장님이 그런 일을 벌이신 게 전부 이해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저는 TSF의 사업 수완에 맞게 투자만 했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저한테 고해성사라도 하시려고 조용한 자리를 찾으셨던 겁니까?”
살짝 비꼬는 듯한 물음에 사미르의 미소가 짙어졌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똑똑―
그때 신우가 앉아 있던 방향 쪽에서 노크 소리가 울리자 창문을 밑으로 내렸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데릭 린의 모습을 한 헥터였다.
“지부장님. MH퓨처시큐리티에서 왔습니다.”
신우는 창문 너머로 주차장 한쪽에 세워진 차를 바라보았다. 그쪽 창문도 내려가자 뒷좌석에 앉아 있는 백신우의 얼굴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