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72)
전직용병 재벌서자-272화(272/305)
272화. 흔적을 지우는 만남 (2)
주차장 차량용 통로에서 얼굴을 보인 백신우. 그건 바로 웨이가 릴리안의 도움을 받아 분장한 모습이었다.
타일러 차의 얼굴로 그 상황을 보던 신우가 사미르를 향해 말했다.
“원래 마중 나오기로 하셨는데 오셨네요. 마저 하실 말씀이 많다면, 제가 두바이에 머무는 동안 다시 날짜를 잡아보시죠.”
신우는 타일러 차의 명함을 그에게 내밀었다.
“제 연락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직접 받아주신다면 문제는 없겠죠.”
번호 정도야 사미르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매번 당사자가 아닌 오큘러스 펀드 본사의 영업팀으로 연결되어 지금처럼 찾아오게 된 것이다.
“핸드폰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는 회사로 연결되도록 해놔서요.”
“좋은 시스템이네요.”
대답과 함께 사미르도 자신의 명함을 꺼내더니 번호를 하나 적어서 넘겨주었다.
“개인 번호인가요?”
“맞습니다. 직통이니 바로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신우는 그가 넘겨준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했다.
“이제는 가능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자리를 따로 마련해서 뵙도록 하죠.”
그렇게 대화를 마친 사미르는 차에서 내려 사람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이후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변장 상태인 장만수와 헥터가 올라탔다.
“사미르도 어지간히 골치가 아팠나 보다. 이렇게 직접 나타날 줄은 몰랐네.”
운전석에 앉은 장만수가 중얼거리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RP 컴퍼니의 연구소가 통째로 날아간 상태에서 건진 것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잖아.”
“근데 이번에는 우리한테도 외통수이긴 했네.”
원래 계획대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보총국의 정보를 이용했다면 깔끔하게 치고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월터 해리슨의 움직임은 신우와 동료들의 선택지를 바꿔놓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불가피했지.”
“근데 사미르가 TSF 본사에 지금 상황을 보고한 것 같지는 않지?”
“계좌 기록을 보면 알잖아. 핀디에프도 그렇고, RP 컴퍼니까지 비밀리에 운영하던 회사일 거야. 뒷주머니를 찬 것이니 보고할 수 없던 거겠지.”
“하여간… 있는 놈들이 더 하다니깐. 뭐가 부족해서 이런 일들까지 저지르고 다니는 건지.”
중동의 토양 복원 사업 사기 사건 배후에 사미르 지단 쿠르디가 있던 것이다.
당시 사건을 알고 있었음에도 TSF가 연관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사미르도 철저히 관리하여 그런 엄청난 사기극을 벌여왔다.
그사이 차량은 쥬메이라 호텔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해서는 다 같이 펜트하우스인 스위트룸에 들어섰다.
“후우―! 변장 때문에 얼굴 찜 쪄지는 줄 알았네. 릴리안! 이것 좀 빨리 벗겨줘.”
백신우의 얼굴을 하고 있던 웨이가 손부채질하면서 곧장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신우와 장만수, 헥터는 변장을 해제하고서 거실 소파에 둘러앉았다.
“여기 있으면서 다른 일은 없던 거지?”
이에 신우 대신 두바이의 일을 처리해온 릴리안이 나섰다.
“딱히 없었어.”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주차장에서 얼굴을 마주했을 때부터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표정이 왜?”
반문만 들어도 안 좋은 것이 뻔히 보였다.
이상함을 느낀 신우는 웨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통령궁에 갔다가 그 인간을 만나서 그래.”
“…그 인간?”
신우와 더불어 장만수, 헥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샤르 왕자 말이야.”
“아―! 근데 무샤르는 지금 프랑스에 있지 않았어?”
무샤르 빈 자이드 알막툼.
원래 미래에서 VIP 호위 임무 중 릴리안을 보고 첫눈에 반해 청혼까지 했던 인물이었다.
사실 그런 이유로 릴리안은 두바이 작전에 불만이 많았다.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당사자인 무샤르가 업무로 장기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다.
“사우디에서 터진 RP 컴퍼니 쪽 일로 급히 들어왔다나 봐. 실상을 보니 그쪽 제니퍼 앨버레즈에게 사기당한 게 알란드 대통령이 아니라 그 인간이더라고.”
“막내 왕자라고 오냐오냐 키우더니… 근데 이번에도 예전이랑 똑같았던 거야?”
“그때보다 젊어서 더 혈기왕성하게 들이대셨지. 우리는 릴리안이 그 인간 마빡에 칼 던질 뻔한 걸 겨우 말렸고.”
신우는 웨이의 설명을 듣자마자 탄식이 흘렀다.
“그 일이 결국 일어나고 말았네… 그래서? 거절은 잘했고?”
“다행히 대통령이 잘 말려줬어. 사우디 쪽 일이 잘 해결된 덕분도 있었고.”
RP 컴퍼니의 문제와 제니퍼 엘버레즈의 소식은 일이 터짐과 동시에 알란드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갔다.
물론 아랍에미리트와 연관된 기록은 전부 삭제했다는 정보도 같이…….
“마무리는 내가 할게. 사미르 쪽도 해결을 봐야 하기도 하고.”
“대장! 나도 슬슬 기름 좀 부으면 될까?”
어느새 장만수는 노트북을 꺼내둔 상태였다.
“화력은 얼마나 높일 수 있어?”
“놈들이 이미 활활 태워주고 있어서 장난만 조금 쳐주면 손 쓰기 어려울 정도까지 갈 수 있어.”
TSF Investment와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의 주가를 말함이었다.
현재 두 기업의 주가는 여러 소식으로 인해 오르내리길 반복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엄청난 양의 지분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 원인이 컸다.
“그럼 나락까지 한번 가보자.”
“묶인 자금이 있어서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는데, 그건 일본 쪽이랑 미국 쪽에 묶어둔 걸 풀까?”
지금까지 엄청난 자금을 미래에 관한 정보로 모았다고 하지만, 수십 년간 경제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던 루두스의 자금력을 여유 있게 따라잡기는 불가능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 이번 일도 그것 때문에 한 거잖아.”
“오! Ok―! 알았어, 대장.”
장만수는 신우의 말을 듣고서 조금의 의문도 품지 않았다.
그사이 계획의 진행 상황을 머릿속으로 확인하던 중 핸드폰으로 사미르에게 시간과 장소가 적힌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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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가는 시각.
신우는 릭과 웨이만 데리고서 두바이를 벗어나 아부다비의 대통령궁을 방문했다.
비서인 바르잔의 안내로 대통령의 집무실로 향하던 중 하얀 카두라 차림의 젊은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알란드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무샤르였다.
“당신들이 한국의 MH퓨처시큐리티에서 온 사람들인가?”
이에 바르잔이 앞으로 나섰다.
“대통령님께서 초대한 귀빈입니다. 지금 기다리시는 중이니 나중에 따로 말씀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무샤르는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저번에 왔던 그 아가씨는 없나?”
“오늘은 오지 않았습니다.”
“쯧―!”
그렇게 혀를 찬 무샤르는 바르잔의 뒤쪽에 서 있던 신우와 눈을 마주쳤다.
“…그쪽이 백신우인가?”
“그렇습니다. 무샤르 왕자님.”
예전에 나이 먹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릴리안의 연락처 좀 알려주지.”
부탁 같은 어조가 아니었다.
신우는 덤덤히 대답했다.
“안 됩니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 그런 대답이 나오나?”
“누구신지 잘 아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바르잔의 말대로 대통령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비켜주시죠.”
“네가 릴리안의 남편이라도 되나?”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아끼는 동료이죠. 그러니 궁금하시면 직접 물어보십시오.”
그렇게 말하고서 바르잔과 눈을 마주쳤다.
빨리 대통령에게 가자는 신호였다.
하지만 무샤르는 여전히 비키지 않고서 신우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아무리 대단한 기업의 수장이라고 한들, 여기서 뭐라도 될 것 같나? 꼴랑 몇 푼이나 번다고―!”
무샤르는 오일머니로 부를 구축한 중동의 왕족이다.
그의 말처럼 경제적인 부분에서 신우의 위치는 그보다 한참 아래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신우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서 그를 빤히 쳐다봤다.
“사기꾼에게 당한 100억 디르함 정도는 왕자님께 푼돈일 수도 있겠네요.”
순간 무샤르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뭐?”
“충분히 알아들으셨을 텐데요. 그리고 더는 나눌 이야기가 없으니 비켜주셨으면 합니다.”
“이게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신우의 도발 같지 않은 도발에 무샤르는 더욱 발끈하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을 신우가 어렵지 않게 잡아서 반대쪽으로 꺾었다.
“여기까지만 하시죠.”
“아아악―! 이거 안 놔?!”
그의 외침과 함께 복도 양쪽 옆으로 도열해 있던 대통령궁 경비병들이 몰려들었다.
이에 릭과 웨이가 앞으로 튀어나와 그들과 대치하듯 섰다.
물론 바르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Stop―!”
움직이던 경비병들은 바르잔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 모습을 본 무샤르는 더 험악해진 표정으로 소리쳤다.
“바르잔! 지금 뭐 하는 거야!”
“대통령님의 손님입니다. 이 이상 무례한 일이 벌어진다면 조용히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으라고?”
“먼저 시작하신 겁니다. 그리고 백 대표님도 거기까지만 하시죠.”
최대한 양해를 구하는 목소리였다.
신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무샤르의 팔을 풀어주면서 경비병에게 던지듯 밀었다.
“크윽―!”
어깨와 팔꿈치가 얼얼해진 무샤르는 한 경비병의 품에 기대서 이를 갈았다.
“앞으로는 상대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시고서 덤비시죠.”
그 말을 끝으로 바르잔은 다시 안내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알란드 대통령은 미묘한 표정으로 들어온 이들을 쳐다봤다.
“오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나?”
바르잔은 곧장 알란드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복도에서 벌어졌던 일은 설명해주었다.
동시에 알란드는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내 못난 아들 때문에 미안하게 되었군.”
“저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니 괜찮습니다. 하지만 나중을 위해서도 불필요한 성질머리는 고칠 필요가 있겠네요.”
누군가 듣는다면 건방진 소리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아랍에미리트란 나라의 대통령 앞에서 그 아들의 성격을 논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신우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단단히 주의시키도록 하지.”
“앞으로 또 찾아올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알았네. 그보다… 사우디 쪽의 일 처리가 꽤나 시끄러웠던 듯하던데 말이야.”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쪽 움직임이 요란했던 탓에 조용히 진행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정리는 문제가 없는 건가? 새어 나간 정보는 없고?”
“누군가 구두로 정보를 옮겼다면 모를까. 다른 기록으로는 RP 컴퍼니가 클러스터 컴퍼니였을 적 아랍에미리트와 관계된 것을 찾기 불가능할 겁니다.”
알란드는 그런 설명을 듣고서 얕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믿어도 되는 거겠지.”
“이곳에서 사우디 쪽 소식을 들으셨다면 웬만큼 이해되실 텐데요.”
그런 신우의 반문에 알란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걱정되어서 수상한 낌새가 남지 않도록 수소문 정도만 해보았기 때문이다.
“룹알할리 사막의 연구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지.”
“놈들에게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전부 죽였습니다. 덕분에 우려했던 입막음은 자연스럽게 됐고요.”
“하면, 그들이 하던 연구는 전부 폐기된 건가?”
“일단 그렇습니다. 솔직히 대부분 가짜여서 쓸 만한 것도 없었고요.”
“하아…….”
다시 탄식과도 같은 침음이 흘렀다.
이에 신우는 알란드에게 진짜 계획을 위한 제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