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75)
전직용병 재벌서자-275화(275/305)
275화. 치킨 레이스 (2)
“저번에는 휠링이더니, 이번에는 두바이입니까?”
신우는 두바이 출장을 마치고 출근하자마자 장진호의 잔소리를 들었다.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잖아.”
“경호를 더 늘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못해도 지금의 3배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신우의 경호팀 인력은 헥터와 릭을 포함해 총 6명이었다. 메이안이 중국에서 돌아와도 7명. 거기서 3배라면 20명이 넘어간다.
“그 인원을 어떻게 다 끌고 다녀?”
“아니면 위험한 상황이 없어야죠!”
그런 외침에 신우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혹시… 실직자 될까봐 이러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솔직히 대표님이 아니면 저한테 지금 정도의 연봉을 누가 줍니까.”
장진호는 차장 직급이면서 연봉이 2억 원이었다. MH그룹 차장 연봉과 비교한다면 2배가 조금 안 되었다.
상당히 많은 감이 있지만, 신우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웬만한 일을 알아서 적절히 처리해주기 때문에 그렇게나 주는 것이었다.
“결국 돈 때문이네.”
“그만큼 저도 고생하지 않습니까.”
“누가 그걸 모르나.”
“그러니 경호원 수를 늘리시죠. 아니면 앞으로 출장은 자제하시든가요.”
강한 어투 속에서 걱정이 묻어났다.
물론 신우도 그런 의미라는 걸 알았기에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다른 볼일 없으면 거기까지만 하고, 자리로 돌아가.”
“제가 볼일도 없이 왔겠습니까?”
신우는 진심으로 그가 잔소리하려고 들어온 줄 알았다.
“뭐가 있는데?”
“자리를 비우신 동안 대표님과 자리를 한번 가지고 싶다는 요청만 수백 건이 들어왔습니다.”
설명과 함께 태블릿이 앞에 놓였다. 형형색색으로 정리된 목록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서야 끝이 나왔다.
“이 색깔들은 뭐야?”
“빨간색은 정치, 파란색은 기업, 노란색은 방송국입니다. 옆에 버튼을 누르시면 종류별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설명에 신우는 목록을 살피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주황색은 뭔데?”
“마담뚜입니다. 대표님에게 걸맞은 맞선 상대가 있다고 꼭 연락 달라고 합니다. 뒤에 보시면 그쪽에서 보내준 여성분들의 사진과 신상 정보가…….”
“관심 없으니 무조건 거절해.”
장진호도 그 대답을 예상했는지 말이 끊겼음에도 투덜거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여기 핑크색은… 아, 엄아영 대표구나. 근데 왜 굳이 핑크색이야?”
“후훗. 크음! 두바이 사건 직후에 대표님과 연락이 안 된다고 15번 정도 전화하셨습니다.”
당시 신우는 일을 정리하고서 타일러 차의 모습으로 번갈아 움직였다. 그 때문에 통신 기록으로 흔적을 꾸며놓기 위해 웨이에게 핸드폰을 맡겨뒀다.
물론 이후 핸드폰을 다시 받긴 했지만, 엄청나게 온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다.
“엄 대표님한테는 내가 따로 해볼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와대에서도 방문을 요청했습니다.”
“…또?”
어느 누가 청와대를 이렇게 귀찮다는 느낌으로 취급할까.
하지만 신우는 어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방문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시면 거기에 맞춘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번 두바이 사건에서 외교부와 주아랍에미리트 대한민국 대사관의 대처 문제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당 문제는 지금도 기사에서 계속 거론되었다.
특히 당사자인 권철현 대사는 그 일 이후에 업무 시간 중 두바이에서 골프를 쳤다는 기사까지 나와 난리가 났다.
“한동안은 바빠서 못 간다고 해. 입장은 알아서 발표하라고 같이 전하고.”
“청와대에다가 그런 식으로 말입니까?”
“상관없으니 그렇게 해.”
“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진호는 그렇게 대답하고 나갔다.
신우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안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서류들을 확인했다.
“흠… BF 인터내셔널 쪽 희토류 낙찰이랑 추가 수입 사업들은 문제가 없고, 운영실에서 진행하는 투자 사업들도 잘되어가고 있네.”
MH퓨처시큐리티의 사업은 탄탄대로였다.
물론 실질적인 영업 이익은 장만수가 주축으로 운영하는 0실에서 나왔기에 다른 부서에서 실패가 있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그때 반대쪽 사무실과 연결된 문으로 장만수가 들어왔다.
“일은 좀 정리됐고?”
“웬만큼. 너는?”
“난 진즉에 끝내고 기름 부어둔 곳을 확인하고 있었지.”
장만수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넘겨줬다. 화면에는 TSF와 하르파스의 지분 확보량이 세세하게 기록되었다.
“TSF 쪽은 알란드 대통령이 라프탄을 움직여준 덕분에 수월해졌네.”
“대장이 협상을 잘해준 덕분이지. 뭐, 두바이에서 그 고생까지 했으니. 거기서도 안 해줄 수는 없겠지만.”
며칠 전, 신우는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라프탄 그룹을 통해 TSF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주식의 양은 총 7.4%. RP 컴퍼니의 해결과 클러스터 컴퍼니의 기록을 깔끔히 처리해준 대가였다.
물론 완전히 공짜는 아니었다. TSF의 지분에 문제가 생긴다면 MH퓨처시큐리티가 매입가대로 배상해준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제부터가 관건이야. 놈들이 먼저 일을 끝내기 전에 선수 쳐야 하니까.”
“그럼… 사미르와 곽치영의 제안을 받을 거야?”
“놈들이 차명으로 보유한 지분이 얼마나 되지?”
장만수는 태블릿을 다시 가져가서 확인했다.
“사미르는 3.1%이고, 곽치영은 1.5%네. 총 4.6%야. 참, 알뜰하게도 모으셨네.”
“그걸 제외하고 브릴리언트가 확보한 것이 37.6%, 우리가 20.2%네.”
“릴리안이 위너스골드와 올지스트가 가지고 있는 지분까지 확보하면 26.2%지. 쩝… 그래도 11.4%가 부족하긴 하네. 사미르랑 곽치영이 마음을 돌리면 차이는 16%가 되어버릴 테고.”
오랜 세월 동안 단단히 자리 잡은 뿌리는 쉽게 뽑힐 틈이 없었다.
“만수, 너는 지금처럼만 녀석들의 타이밍이 계속 어긋나게 흔들어줘. 그때마다 지분은 계속 모아주고.”
“어차피 그러려고 했어. 근데 이제 그쪽에서도 알아차리긴 했을 거야.”
차명과 페이퍼 컴퍼니로 하락세 때마다 추가 지분을 확보했다.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지분의 양이 상당해졌으니 TSF나 브릴리언트에서도 모를 수가 없었다.
“어차피 붙었어야 할 일이야. 앞으로는 쫄리는 쪽이 독박을 쓰게 되는 거겠고.”
“치킨 레이스구나. 근데 놈들도 사활이 걸린 문제라서 쉽게 물러나지는 않겠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잖아.”
“탄환이 관건이네. 놈들도 한계가 있겠지만, 당장 우리보다는 많을 테니.”
“그건 걱정하지 마. 부족한 자금은 내가 충당할 수 있도록 생각해놨으니까.”
장만수가 놀란 표정으로 신우를 쳐다봤다.
“오∼ 웬일! 대장이 그런 쪽으로도 생각할 줄 알았어?”
용병부대인 트라이드 아이로 살아갈 때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계 수단이었다.
그 시기에는 전투만이 삶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고, 동료들만이 믿음이란 울타리를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도 동료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은 복수와 안정의 수단이 되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장족의 발전이네. 그럼 나는 대장만 믿을게.”
“너도 괜찮은 방법이 생각나면 말해주고.”
“그건 걱정하지 말고∼!”
장만수는 그렇게 말하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 * *
TSF 한국 지사장인 곽치영도 한국에 들어왔다.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방금 닫은 문이 열리며 로사 테일러가 들어왔다.
“이제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겁니까?”
날카로운 곽치영의 물음에도 로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서 책상 앞에 도착했다.
“두바이 출장은 잘 다녀오셨나요?”
일부러 일정을 알리지 않고 위조 여권까지 사용해서 다녀온 출장이었다.
그런데 로사는 곽치영의 행적을 알고 있었다.
“딱히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곽치영은 살짝 답답해지자 넥타이를 살짝 흔들어 풀었다.
“사미르 지사장을 만났습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요.”
이제 로사의 눈빛도 매서워졌다.
그런 눈과 마주친 곽치영은 코로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뻔히 다 아시면서, 연기하시면 재미있습니까?”
동시에 로사는 심각하게 구겨진 미간을 풀고서 미소를 지었다.
“사미르는 치밀한 인간이에요. 그러니 이곳에도 사람을 심어두지 않았겠어요?”
“제가 없는 동안 잘 솎아내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처럼 곽치영이 출장을 간 동안 TSF 한국 지사에서는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었다. 로사가 부지사장이란 직급도 겸하고 있었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사미르가 어떤 제안을 하던가요?”
다시 던져진 물음에 곽치영도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그곳에서 오큘러스 펀드의 아시아 지부장인 타일러 차를 만났습니다. 두바이에 가니 아예 만날 자리까지 준비해놨더군요.”
곽치영도 레스토랑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상황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가 있는 것을 보고 엄청나게 놀랐다.
물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사미르가 그런 자리를 왜 마련한 것인지 충분히 가늠한 후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뒤로 발을 뺄 수 없도록 만든 자리네요.”
“당신의 말처럼 진심으로 속을 알기 어려운 인간입니다. 그래서 위험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간 거죠?”
“조직을 배신하고서 오큘러스 펀드에 붙을 생각입니다.”
그 간단한 설명에 로사는 다시 심각한 표정이 지어졌다.
“그 자리에 666부대원이 동행했나요?”
“대화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아랍에미리트 지사 쪽 상위 부대원들은 사미르와 같은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겠네요.”
조직 내부에서 소속이 정해진 666부대원의 명령권은 담당자로 바뀐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만 규정된 사항일 뿐이지, 실질적인 지시는 조직의 보스인 타르토로스를 포함한 장로들과 GRAY 등급이 최우선으로 적용된다.
이에 666부대원들은 경호와 적을 향한 타격을 중점으로 두고서 뒤에서는 담당자를 감시하는 임무도 맡는다.
“시기상조이기는 하나, 조금 이른 정리가 필요할 듯합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물론 준비도 갖춰놨으니 뜸을 들이지 말아야겠죠.”
“처형인으로 누가 움직이는 겁니까?”
아랍에미리트 휘하 상위 666부대원이 전부 변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들이 BLACK 등급인 만큼 조직에서는 GRAY가 움직여야 맞았다.
하지만 얼마 전 글렌 라슨의 밑에 있던 GRAY인 데미안 하인스가 탈로칸에서 사망했다. 그로 인해 조직도 내부적으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서 누굴 보낼지 몰랐다.
“저도 거기까지는 몰라요. 저한테 지령이 떨어질 수도 있고요.”
“이미 결정이 났거나, 아직일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아직일 거예요. 처형을 위해 투입할 인원은 저희 쪽에서 보내주기로 했으니까요.”
이에 곽치영은 속이 타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사이드 테이블에 놓인 위스키를 한 잔 따랐다.
“드시겠습니까?”
“아침부터 술은 별로예요.”
곽치영은 시원하게 원샷으로 들이킨 후 다시 잔을 채우고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크음. 안덕칠도 보내도록 하죠.”
“좀 더 지켜보려던 사람이지 않았나요?”
국정원과 내통하고 있던 안덕칠은 얼마 전에 건물 내부 경비 쪽으로 배치되었다.
지금은 국정원에서 일이 생겨 조용한 상태이지만,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진작 처리할까도 했다.
하지만 곽치영이 만류했고 지금까지 왔다.
“살 놈이라면 살지 않겠습니까.”
“운에 맡겨보겠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알겠어요. 처형인이 정해지면 거기에 보내도록 할게요.”
로사는 싱긋 웃어 보이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뒷모습을 지켜보던 곽치영은 방금 따라온 위스키를 크게 한 모금 마시고서 책상 위로 손가락을 두드렸다.
투욱― 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