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85)
전직용병 재벌서자-285화(285/305)
288화. 살의가 담긴 협작질 (1)
【美, TSF Investment 회생 불가? 주가 반토막, 기업 매각 의사에 따른 지분 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신생 사모펀드 ‘브릴리언트’가 현재까지 TSF의 지분 약 47%까지 확보한 것으로 예상되며…….】
【TSF Investment 주가 50달러까지 폭락! 경영권은 누가? 회생 가능? 현 회장 제임스 캐넌은 연이은 투자 실패와 내부적인 문제를 자사 내에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지분 확보에 따라 기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한다고 의사를 밝혀… 현재 신생 브릴리언트와 오큘러스 펀드가 뛰어든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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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TSF는 200억 달러가 넘는 투자 실패를 복구하지 못했다. 그 외에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회생 불가의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본사를 제외한 각 지사들은 빠르게 문을 닫게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지사장이었던 곽치영은 그런 상황 속에서 경기도 별장에 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스러운 승용차 한 대가 앞에 멈춰 서더니, 명인철이 내렸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표정은 서늘했다.
“계속 연락을 안 받다가, 이런 상황이 되고 나서야 부르는 겁니까?”
반면, 곽치영은 덤덤했다.
“기사로 보셔서 아시겠지만… 상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대체 TSF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상황 그대로입니다. 회사라는 곳이 흥할 때도 있지만 고꾸라질 때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과 같은 결과가 최선이라는 말입니까?”
세계 최대 투자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TSF Investment가 순식간에 지금처럼 된 것이니 믿기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손실의 복구가 불가능한 채로 계속 가지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나에게 넘겨줬던 지분을 찾겠다고 부른 겁니까?”
명인철은 곽치영과의 거래로 TSF 지분 0.3%를 담보로서 보유했다.
당시 주가는 약 138달러, 지분의 가치는 약 3억 7,000만 달러였다. 한화로는 5,000억 원의 가치. 그러나 지금은 1,720억 원으로, 3분의 1 가까이 하락했다.
물론 그 가치도 여전히 적지 않지만, 명인철은 불만이 많았다.
곽치영은 그런 명인철을 빤히 보며 차분히 대답했다.
“어차피 명 대표님께서 가지고 있어봤자 쓸모도 없는 지분이잖습니까.”
해당 지분은 본 소유자의 동의 없이 매각할 수 없도록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명인철도 잘 알았기에 씁쓸했다.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겁니까?”
“이제 와서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명 대표님께서도 거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압니다.”
지난번 대표직 개편으로 MH건설만 맡게 된 명인철은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경영 능력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MH전자에 있을 때만큼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기가 어려웠다.
더불어 현재 MH전자는 임희연이 맡아 더 성장하고 있었기에 괜히 나섰다간 비교만 될 수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TSF 한국 지사가 저희 MH그룹의 도움으로 이득 본 일이 적지 않을 텐데요.”
“그 TSF는 이제 끝입니다. 물론 차후 제가 자리를 옮기고서 다시 도모해볼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명중환 회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 상황을 웬만큼 눈치채지 않았겠습니까.”
명인철은 그 말을 듣고 침음을 흘렸다.
“어차피 증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명 회장에게는 유언장이 있죠. 어떻게 일을 진행하든 명인철 대표께서 제대로 된 재산 상속이 가능하겠습니까?”
유언장의 내용은 아직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MH그룹 내에서 명중환의 행동을 본다면 본처의 자식들에게 호의적이기가 어려웠다.
명인철을 비롯하여 명성철, 명수연 전부 애매한 실적으로 전전긍긍 중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임희연을 비롯하여 그녀의 아들인 백신우는 누구도 쉽게 넘보기 어려울 정도의 영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래서 진심으로 발을 빼겠다는 거군요.”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작은 경고를 하나 드리자면, 괜한 오기는 부리지 않길 바랍니다.”
진지하면서 무거운 목소리였다.
순간 섬뜩함을 느낀 명인철은 침을 삼켰다.
“…무슨 의미입니까?”
“계약서의 내용을 전부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거기에 담보 지분 소유자의 사망 시 본래 소유주에게 다시 인계된다는 조항이 있으니까요.”
명인철의 저항이 있을 경우에는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제 협박까지 하는 겁니까?”
“거래가 있던 관계인 만큼 최선을 다해 예의를 차리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시끄럽게 굴지 마시고 조용히 돌려주시죠.”
그런 요청과 함께 두 사람 사이에 앉아 있던 로사 테일러가 지분 인수 계약서를 내밀었다.
내용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명인철은 그 내용을 대충 훑다가 곽치영이 내민 만년필을 넘겨받았다.
원래 자기 것도 아닌, 수천억 원의 지분이 아깝게 느껴지며 손목이 무거워졌다.
“서명을 마치면… 우리 관계도 끝인 겁니까?”
곽치영은 덤덤했던 얼굴에 미소를 살짝 그렸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제가 자리를 옮긴 후 기회는 또 오게 될 겁니다.”
“그게 대략적으로라도, 언제쯤입니까?”
질문은 끈질겼다.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곽치영은 잠시 고민한 후 말했다.
“확답드리기 어렵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일단 그렇습니다.”
다시 질문이 던져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로사 테일러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녀는 양해와 함께 자리를 벗어나더니 오래 걸리지 않아서 돌아왔다.
“지사장님. 급히 가보셔야 할 듯싶습니다.”
매우 심각한 표정이었다.
곽치영은 뭔가 있다고 생각하며 명인철에게 말했다.
“서명부터 하시죠.”
“…….”
지금 상황에서 명인철이 뭔가 더 할 것은 없었다. 이내 만년필을 쥐고 있던 손이 계약서 위에서 움직였다.
종이가 찢어질 듯이 글씨가 새겨진다.
그렇게 서명이 끝나자, 로사 테일러가 확인을 마치고 챙겨 넣었다.
“트러블 없이 끝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하죠. 대신 박상규 실장과 휘하 직원들은 계속 곁에 두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박상규를 비롯한 경호2팀은 666부대 소속이었다. 나름 접점을 놔두는 것이니 명인철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씁쓸해진 기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못했다.
곽치영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자리를 벗어났다.
밖에 세워두었던 차에 올라타자, 옆자리의 로사 테일러가 곧장 입을 뗐다.
“두바이 쪽 작전이 실패했다고 합니다.”
사미르 지단 쿠르디의 처형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 보고에 곽치영은 덤덤했던 표정이 구겨지면서 어이가 없어졌다.
“작전은 문제없이 진행되던 걸로 압니다. 설마, 사미르 지사장이 눈치채고서 직전에 도망이라도 쳤다는 겁니까?”
“정확한 상황은 아직 파악 전이지만… 정황만 본다면 사미르 지사장과 타일러 차의 만남 자체가 함정이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본사에서는 어쩌고 있답니까?”
이번 작전의 목표는 사미르의 처형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보유하고 있던 TSF 지분, 3.1%가 꼭 필요했다.
“다행히 차명 지분 2.1%는 회수했다고 하네요.”
“나머지 1.0%는 못 찾은 겁니까?”
“이미 오큘러스 펀드의 명의로 넘어갔어요. 거래가 성사되는 것까지 계획이었던 거겠죠.”
그사이 두 사람을 태운 차량이 출발했다.
곽치영은 그런 내용을 들으면서 머리가 아파졌다.
“근데 작전 실패라면, 전부 죽은 겁니까?”
“맞아요. 지휘관으로 들어간 에반 노츠를 비롯해, 우리 쪽에서 보낸 안덕칠까지… 전부 사망했어요. 적의 시신은 발견된 것이 없었고요.”
“대체 허미트의 전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오큘러스 펀드가 허미트라는 건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큘러스 펀드가 연관된 작전에서 이렇게까지 역공당할 수 없었다.
“당장은 우리 전력으로 알아낼 수 없어요. 그러니 본사에서도 TSF의 주주총회에만 집중하라고 하네요.”
“알겠습니다. 그보다 안덕칠은 조금 안타깝게 되었군요.”
프랑스에 이어서 이번까지 살아온다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결국 거기까지였던 거죠. 아무튼 우리가 할 일은 오큘러스 펀드와 연관된 MH퓨처시큐리티의 동향을 확인해서 공유하는 거예요.”
“백신우라면… 지금 프랑스에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출국해서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
반면, 지금 그들은 한국에 있으니 뭔가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주주총회가 곧 잡힐 테니 넘어오겠죠. 그러니 우리도 가야죠. 어차피 한국에서의 상황은 전부 정리되었잖아요.”
“바로 준비하죠. 근데 회장님께서 투자 실패에 관한 사항은 어떻게 하신답니까? 혹시 따로 들으신 건 없습니까?”
최소 2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일어난 사건이다.
순수한 회사 자금이라면 모를까, 투자 프로젝트에는 타인 자금이 상당량을 차지한다. 그리고 해당 사태를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그 부분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대비가 된 겁니까?”
그의 물음에 로사는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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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TSF 투자본부장 에디 모튼 사망. 금일 새벽 워싱턴 DC 내 고층 빌딩에서 추락하여 사망해… 옥상에는 이번 투자에 대한 실패가 자신의 잘못이라는 내용의 유서와 투자 및 주가 거래의 조작 증거가 남겨져 있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이스트파머스 투자 사기 사건, TSF 파푸아뉴기니 지사장 데번 노리스가 배후에 있다고 밝혀져… TSF 측은 이번 사태에 관하여 책임을 통감, 회장인 제임스 캐넌은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매각이란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TSF Investment 임시 주주총회 30일 후 예정! 현재까지 신생 사모펀드 기업, 브릴리언트가 유력하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에 따른 주주명부 폐쇄 기간이 공고로 설정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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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신우는 TSF 주주총회를 앞두고서 오큘러스 펀드의 모나코 본사를 방문한 후 프랑스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에서 항공기에 올라탔다.
주변 자리로 동료들도 함께였다.
두바이에서 펼친 작전으로 위장을 위해 팀별로 흩어졌다가, 모나코에서 다시 모인 것이었다.
이제 임시 주주총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분산된 나머지 주식을 사들이는 작업으로 분주해질 예정이다.
“아우―! 자리가 왜 이렇게 좁아!”
뒤에서 릭이 불평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름 퍼스트 클래스로 자리를 잡았지만, 신장 215㎝에 체중 120㎏가 넘는 근육질의 거구이다 보니 매번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경유지인 스위스 제네바 국제 공항에서 전세기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계속 움직이면 의자 부서지니까, 1시간만 참아!”
그 뒷자리에 있던 릴리안의 꾸중에 릭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신우는 동료들의 시끌벅적한 대화를 듣다가, 통로 건너 자리인 장만수를 바라보았다.
“사미르는? 무사히 빠져나간 거야?”
“일단 그러네. 어떻게 이동한 건지, 이스탄불 탁심에서 발견됐어.”
직선으로 약 3,000㎞나 떨어진 지점. 며칠 만에 거기까지 간 것은 진심으로 놀랄 일이었다.
“동행은?”
“일레인 풀이랑 같이 있고. 거기서 기차로 이동하는 것 같아.”
“지금 상황이면 쉽게 잡히지는 않겠네.”
“하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우리가 확보한 1.0% 지분 역시 위험했어. 사미르가 숨겨둔 차명의 위치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남아 있던 2.1%를 날름 가져가버리네.”
그런 설명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사미르가 대단하다고 한들, TSF의 정보력이나 수단을 완전히 피해서 명의를 만들지는 못했을 거야. 그것도 TSF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차명계좌였으니.”
“이제 TSF는 얼마 남지 않은 거네.”
얼마 후 항공기가 떴다. 그리고 릴리안이 말한 대로 1시간쯤 지나서 제네바 국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세기까지의 안내를 담당한 공항 직원은 신우와 동료들을 보자마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세 남녀와 전투복 차림의 세 남자.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
딱히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서늘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