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86)
전직용병 재벌서자-286화(286/305)
285화. 뜻밖의 세 번째 사냥 (1)
[타깃들이 건물을 벗어났다.] [현재 동쪽 A1으로 이동 중. 약 5초 후 A2 지점에 도착 예정.] [A2 지점 확인.]그런 무전 내용과 함께 조그만 화면에 차량이 이동 중인 모습이 나왔다.
모든 보고와 상황을 확인 중인 인물은 666캠프 총대장 케르베로스의 직속 휘하인 GRAY 팔라스였다.
군인을 연상케 하는 짧은 갈색 머리의 백인. 푸른 눈동자가 살짝 보이는 정도로 길게 찢어진 눈매는 사냥을 즐기는 듯 씰룩였다.
“드론으로 계속 따라붙고, A1 구역에서 D2 구역으로 유도.”
[Roger that.]팔라스의 시선은 여전히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금 말한 구역에서 위협사격이 시작되자 차량은 예상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팔라스는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한 남자가 조심히 말했다.
“팔라스. 총대장께서 속전속결로 끝내라고 하셨잖습니까.”
666 용병부대 캠프에서 팔라스를 보좌하기 위해 따라온 BLACK 등급의 개틀린이었다.
“고작 넷이야. 게다가 그중에 둘은 사무직이잖아.”
사미르 지단 쿠르디와 타일러 차를 말함이었다.
반면, 그들의 수는 팔라스를 포함하여 21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개틀린은 찜찜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아까 보셨잖습니까. 위협사격을 하던 인물이 부하들을 정확히 맞혔습니다. 처음부터 넷이나 잃었단 말입니다.”
어차피 총구 화염으로 대부분의 위치는 드러나지만, 십수 명의 대응 사격이 이어지며 주변을 정확히 맞히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는 초기 대응으로 4명이나 사살한 것이다.
“고작 WHITE잖아.”
“총대장께서는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빨리 끝내라고 하셨습니다.”
전부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팔라스는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귀만 후볐다.
“일개 부대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상황도 전부 내 계획대로 진행되는 중이고.”
“처음부터 4명이나 잃는 건 계획에 없었습니다.”
철컥―
팔라스가 개틀린에게 총구를 겨눴다.
“항명하는 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분위기였다.
개틀린은 그의 성격을 잘 알았다. 666캠프에서도 그의 지랄맞은 성격 탓에 죽거나 반병신이 된 훈련병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때문에 더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닙니다.”
“그럼 우리도 슬슬 출발해야지.”
화면에서 드론으로 쫓던 차량은 덫으로 만들어둔 곳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그 상황을 확인한 팔라스의 입꼬리가 계속 씰룩였다.
.
.
.
신우는 틈틈이 매복 중이던 적들의 공격을 피해 컨테이너 사이를 빠져나갔다.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중인가? 정말 그런 거라면 심하게 악취미인데.’
지금까지 차를 제대로 맞힌 공격이 없는 것만 봐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에 신우는 보조석에 있던 헥터와 슬쩍 눈빛을 교환했다.
“운전 실력이 대단하시군요.”
하지만 뒤에서 사미르 지단 쿠르디는 그것까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물론 일레인 풀은 그와 달랐다.
“놈들이 우리를 어디론가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비서분 말이 맞습니다. 들어올 때와 다르게 컨테이너로 막힌 길도 있고, 특정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듯합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일단 저곳만 통과하면 출구까지는 멀지 않을 것 같으니, 계속 달려봐야죠.”
당장 멈출 수도 없었기에 길게 뻗은 곳으로 들어서고서 액셀을 길게 밟았다.
좌측은 바다, 우측은 긴 창고 건물이었다. 정면 끝이 길 3분의 2가 가로로 세워진 컨테이너로 가려져 있었다.
누가 봐도 한쪽만 일부러 남겨둔 모양새였다.
더욱 차의 속도를 높이며 빨리 통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쪽도 기다렸다는 듯이 지게차가 컨테이너 박스를 들고 나와 길을 막았다.
끼이이이이익―
차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은 없었다. 이에 신우는 급히 핸들을 틀면서 브레이크를 밟아 멈췄다.
“결국 여기까지인 듯합니다.”
“차를 버리고서 저쪽으로 갈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컨테이너와 건물 틈새의 간격은 사람이 지나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놈들도 바보가 아니니, 반대쪽에 병력이 대기 중일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비서분.”
“매복의 기본은 적이 빠져나갈 구멍이니 확실합니다.”
그사이 방금 지나온 길 쪽에서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는 차들이 다가왔다.
“상황을 보면 당장 죽일 기세는 아닌 듯한데. 저쪽에서 지사장님에게 뭔가 원하는 것 아닙니까?”
앞은 막히고, 뒤는 적들이 잔뜩 있었다.
그걸 확인한 사미르는 다 끝났다는 표정이었다.
“제 목숨을 원하는 거겠죠. 물론 목격자도 살려두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완전 무장까지 하고서 매복에, 기다렸다는 듯 길까지 막은 상황이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네요.”
“지금 상황에서 방법이 있겠습니까?”
신우는 아까 헥터가 4명을 맞혀 죽인 것까지 확인했다.
그럼에도 지금 파악된 적의 위치와 수는 최소 10명 이상이었다.
“저쪽에서 당장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까 부른 경호원들이 도착하려면 얼마나 남았지?”
도망치면서 일레인이 지사의 경호원들을 호출한 것이다.
웬만큼 포섭된 상태이긴 했지만, 아직 상부의 지시를 따르는 이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죽을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모험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빨리 온다고 해도 30분은 걸릴 겁니다.”
“그 시간까지 버티긴 힘들겠군.”
대화 중에 정면에서 다가오던 차들이 20m 거리를 남기고 멈췄다. 그리고 한 사내가 고개를 내밀고서 외쳤다.
“사미르 지단 쿠르디 지사장님! 오랜만이네∼!”
바로 팔라스였다.
사미르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나 하나 죽이겠다고 저 인간이 온 건가?”
조직 내에서 TSF 지사장들은 GRAY의 정체를 몰라야 맞았다.
단, 666캠프에서 경호원 겸 비서를 직접 뽑다 보니, 그 과정에서 케르베로스의 정체와 휘하의 GRAY는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아는 사람입니까?”
방금까지도 그나마 덤덤했던 사미르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지독한 놈입니다. 이거… 곱게 죽기는 어렵겠습니다.”
“그 정도로 위험한 인물입니까?”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죠. 일단 여기서 버틸 수만은 없으니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사미르는 그렇게 말하더니 일레인과 함께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오랜만에 봅니다. 에반 노츠.”
GRAY 팔라스가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이런 곳에 계시고, 조직을 배신하느라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배신이라니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말에 팔라스가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왔다.
옆으로 같이 다가온 그의 부하들이 일레인에게 들려 있던 권총부터 뺏었다.
우측 창고의 지붕과 바다에 떠 있는 선박 위로도 그의 부하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건 나도 모르죠.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움직일 뿐이니 말입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였지만 뚜렷하면서도 섬뜩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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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차 안에서는 애매한 긴장 상태의 두 사람이 대화 중이었다.
“안덕칠이 위조 여권으로 출국해서 두바이에 들어왔다는 소식부터 불안하다 싶더니.”
“처음부터 예견했던 일이잖아.”
“나머지 녀석들이 노마크였던 게 문제지. 게다가 이 정도 병력까지 동원될 줄은 몰랐잖아.”
애초에 한국 지사 소속의 666부대원이 된 안덕칠이 혼자서 두바이로 온 것부터 수상했다.
헥터는 그런 신우의 말을 들으며 주변을 살폈다.
“혹시 몰라서 아까 4명 정도는 죽여뒀는데, 아직도 많긴 하네. 그래도 전부 상대하지 못할 건 아니잖아. 우리가 준비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거야 그렇긴 하지.”
탁탁―
그때 다른 쪽에서 다가온 전투복 차림의 사내가 소총의 총구로 창문을 두드렸다.
당장 내리라는 의미였기에 신우와 헥터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총기를 안에 두고서 덤덤히 밖으로 나갔다.
“Go over there. (저쪽으로 가.)”
사미르와 일레인이 팔라스와 마주 보고 선 곳이었다.
이에 신우는 헥터와 같이 손을 슬쩍 올린 후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쪽이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인가?”
팔라스의 물음에 신우는 얕은 한숨을 흘리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쪽은 에반 노츠라고 하던데요.”
“뭐, 그렇게 불리기도 하지. 아까 사격 솜씨가 제법이던데. 옆에 그쪽이 한 건가?”
총구가 데릭 린의 모습을 한 헥터를 가리켰다.
“Yes.”
“어둠 속에서 대응 사격으로 내 부하 4명을 죽인 솜씨가 제법이었어. 폼을 보아하니 경호원 같은데. 어디 소속이지?”
아까 헥터가 보여준 사격 솜씨에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았다.
“딱히 소속은 없다. 지금은 개인 경호를 맡고 있을 뿐이지.”
“프리랜서? 그럼 이름은 어떻게 되지?”
“…데릭 린.”
이번 대답에 팔라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도 처음 듣는군. 그 정도 솜씨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말이야.”
“세상은 넓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으니까.”
“내 밑에 들어오는 게 어때? 진심으로 그런 실력의 녀석을 여기서 죽이기가 아까워서 그래.”
팔라스는 당연히 헥터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처럼 물었다.
하지만 헥터의 표정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나보다 강하지 못하다면 인정하지 않는다.”
“하아. 꼴에 자존심은 있다는 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닌데… 어떻게 너보다 강하다는 걸 인정받지? 사지를 부러뜨려서 한동안 거동도 못 하게 만들어주면 되나?”
말투만 장난스러울 뿐, 그의 눈빛에서는 진심 어린 살기가 넘쳐흘렀다.
“반대로 내 손에 그쪽이 걷지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 건가?”
“하하하―! 이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니. 진짜 대단하네.”
팔라스는 박수까지 치면서 헥터의 당당함을 칭찬했다. 그리고 더 가까이 걸어오더니 신우의 옆머리에 권총을 겨누었다.
“여기서 네놈만 가장 쓸모가 있는 듯하니, 다른 녀석들은 필요 없겠지.”
“정말 괜찮겠나?”
“왜? 경호 대상이 눈앞에서 죽는다고 하니 안타까운가? 어차피 이 바닥에서 한 번 실패는 낙인과도 같잖아. 나는 갈 곳이 없어진 네 녀석을 받아주려는 것이고.”
여전히 말투에서 장난기가 잔뜩 묻어났다.
“가능은 하고?”
“내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할 것 같나?”
“…그럼 죽겠군.”
나지막한 헥터의 중얼거림에 팔라스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하―!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아니. 그쪽이 죽겠다고.”
휙― 타탁, 철컥!
그 순간 신우는 팔라스의 손에 쥐어진 권총을 잡아 꺾어 뺏은 후 반대로 겨누었다.
“아까부터 조용히 듣고 있으니 진짜 말귀를 못 알아먹네.”
주변에 있는 팔라스의 부하들이 곧장 소총을 들어서 신우와 헥터에게 조준했다.
반면, 팔라스는 너무도 순식간에 뺏긴 권총이 자신의 머리에 겨눠진 것을 보며 어이가 없어졌다.
“네 녀석…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놈이 아니었나?”
그 물음에 신우는 타일러 차의 얼굴로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