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9)
전직용병 재벌서자-29화(29/305)
29화. 누구에겐 빌어먹을
MH그룹 본사.
점심시간이었다.
그 앞으로 검은색 크롭티에 붉은색 바지 정장과 구두를 착장한 금빛 단발의 여인이 택시에서 내렸다. 명운석을 통해서 찜찜한 느낌을 해결하러 온 릴리안 포스터였다.
건물 현관에서부터 로비를 걸으며 이동하는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안내 데스크 앞에 도착한 릴리안은 선글라스를 벗고서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저는 릴리안 포스터라고 해요. 전략투자기획실 명운석 실장과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요.”
여직원은 멍하니 릴리안을 쳐다보다가 바로 전략투자기획실로 연락을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보다 깔끔하고 단정한 정장 차림을 한 명운석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가왔다.
“와주셨군요. 안내 데스크가 아니라 직접 전화를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보다 저한테 어떤 걸 어필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라고 하신 거죠?”
“포스터 양 같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어떤 회사인지 보여줘야죠. 어떻습니까.”
릴리안은 다시 선글라스를 쓴 상태로 3층 높이까지 가운데가 뻥 뚫린 로비를 훑어보았다.
그런 로비를 수많은 직원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와 다르게 건물 크기는 엄청나네요. 전부 MH그룹에서 쓰는 건가요?”
“맞습니다. 대한민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이니까요. 일단 위로 올라가실까요?”
릴리안이 임시 출입증을 받은 후,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위로 올라가면서 명운석은 회사에 관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다 32층에 도착하고서 전략투자기획실 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MH그룹에서 힘을 실어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모든 전략투자 기획이 진행되죠.”
“투자 계열사의 기반이라는 거군요.”
“역시 이해가 빠르시네요.”
“저 옆은 기획실이 아닌 다른 곳인가요?”
릴리안은 한 층의 4분의 1정도 되는 구역만 돌아다니며 보았기에 물었다.
“그쪽은 전략투자운영실입니다. 저희 기획실의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부서죠.”
“요즘 MH그룹 내 전략투자본부의 실적이 매우 좋다고는 들었어요.”
“나쁘지는 않은 편이죠.”
조금이나마 겸손까지 떨던 명운석은 뒤로 이어진 말에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이곳 전략투자운영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투자의 수익 규모가 엄청나다고 하던데요.”
순간 명운석의 표정이 살짝 구겨지려다가 말았다.
“…테스트 프로젝트 같은 거죠. 다만, 그쪽은 리스크가 커서 트러블도 적지 않습니다.”
“High Risk High Return. 가장 단순하면서 매력적인 이치죠.”
“위험한 걸… 좋아하십니까?”
“싫어하지는 않아요.”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명운석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룹 본사이다 보니 더 많은 걸 보여드리지는 못하네요.”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럼 생각이 전보다는 바뀌셨을까요?”
“…딱히 메리트가 느껴지지는 않네요.”
릴리안이 지금까지 본 것들은 너무 한정적이었기에 장만수가 MH그룹과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찾기는 어려웠다.
“실례되는 사항이지만, 포스터 양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니 스탠포드대학에서 화학공학과 재료공학을 배우셨더군요.”
“…뒷조사는 좋아하지 않는데요.”
“스카우트를 위해서 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MH에너지나 관련 계열사로도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고 말입니다.”
“제가 그만한 인재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물음에 명운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 보는 눈이 좋아야 하니까요. 물론 포스터 양은 그럴 만한 분입니다.”
똑똑―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기획실 1팀장인 나정현이었다.
나정현은 미국에서 명운석과 함께 릴리안을 봤었기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들어왔다.
“무슨 일이죠?”
“전략투자운영실에서 이번 수익 집계가 나왔습니다.”
순간 명운석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지금은 손님도 계시니 나중에 듣도록 하죠.”
“저도 궁금한데 같이 들을 수는 없을까요?”
“죄송하지만, 부서 이익에 관해서는 말씀드리기 까다로운 부분이라서요.”
“만약 제가 이곳에 들어온다면 어차피 알게 되는 사항이잖아요. 그리고 매출 부분에서는 나중에 공시되기도 하고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명운석이 우려하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지금 안절부절못하는 나정현의 표정만 봐도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는 뻔했기 때문이다.
명운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나정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 종목 수는 총 13곳. 현재 확정된 순수익… 427%입니다.”
“427%? 그게 가능한 수치라고요? 운영실 전체 투자금에 관한 것이겠죠?”
“아닙니다. 전략투자운영실장이 3팀과 주관해서 만든 수익만 계산된 거랍니다.”
동시에 명운석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그런 수익이…….”
신우가 운영한 투자금은 50억. 거기서 427%면 원금을 제외하고 213억이란 수익이 발생한 것이었다.
아무리 주식을 잘한다고 해도 절대 불가능한 수치였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잠깐만요. 백신우 실장은 지금 회사에 있나요?”
그 순간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릴리안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명운석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나정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침에 운영실에 들렀을 때, KITE 쪽의 일로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한다고 들었습니다.”
명운석은 신우가 KITE의 대표를 맡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연히 그 이야기가 나오니 아까보다 더 기분이 안 좋아졌다.
“일단 알겠습니다.”
나정현이 밖으로 나가자 명운석은 다시 릴리안을 쳐다보았다.
“아무튼 현재 MH그룹에서 전략투자본부의 발전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근데 아까 말씀하신 백신우라는 분, 전략투자운영실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명운석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전략투자운영실장이 백신우라는 사람입니다. 왜 그러시죠?”
“실장이라면 낮은 위치가 아닐 텐데… MH그룹에 오래 다니신 분인가요?”
릴리안은 MH그룹과 장만수가 연결된 것인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는 트라이드 아이의 대장인 백신우란 이름을 듣고 살짝 혼란스러워졌다.
물론 실장이란 위치가 낮지 않기 때문에 한평생 전투만 끼고 살았던 백신우와 동명이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건 아니고, 사정이 조금 있는 낙하산입니다.”
“…사정이요?”
명운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어차피 조금만 알아봐도 알 수 있는 거니… 최근 MH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기사를 보신 적 있으실까요? 저희 회장님의 혼외자인 딸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 사항은 리비오 소프트에서 MH그룹과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 전, 데일 벡커의 지시로 확인했었다.
“알고 있어요. 이곳 전략투자본부장님이시죠.”
“맞습니다. 그리고 전략투자운영실장 백신우가 그녀의 아들입니다. 얼토당토않게도 본부장이 그 사람을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거죠.”
살짝 기대하고 있던 릴리안은 실망감이 들었다.
트라이드 아이의 대장 백신우는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진 천애 고아였기 때문이다.
“…그랬군요. 많이 복잡한 사정이네요. 그래도 낙하산치고는 능력은 있는 거 아닌가요?”
“실력이 아니라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이 있는 거죠. 친모가 전략투자본부장이지 않습니까.”
명운석은 릴리안이 백신우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불쾌했다. 그래서 과하지 않게 조심히 까내리면서 그녀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네요. 이제 더 들을 것이 없다면 일어나도 괜찮을까요?”
실망감이 커진 릴리안은 MH그룹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사그라졌다.
“스카우트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한번 생각해볼게요.”
“자세한 사항은 메일로 보내드리죠. 절대 섭섭하시지 않을 조건일 겁니다.”
“기대해보죠.”
“로비까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릴리안은 명운석과 사무실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로 갔다.
잠시 후, 32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내리려 했다.
그 순간 앞을 본 릴리안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귀 후부터 찾기 시작한 동료 중 가장 보고 싶었던 신우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릴리안의 옆에 있던 명운석이 그런 신우를 보며 말했다.
“부상당한 경호원들을 위해 문병 다녀온다고 들었는데, 잘 다녀왔습니까?”
“…그럭저럭요. 근데 옆에 분은…….”
신우도 릴리안을 보고 놀라는 중이었지만, 명운석의 옆에 서 있었기에 당장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다.
“제가 스카우트하려는 분입니다. 오늘은 회사 소개로 어필해보기 위해 방문한 참이고요.”
“그렇군요. 수고하시죠.”
“아, 이번 매출 사항에 대해 들었습니다. 굉장히 성공적이던데… 축하드립니다.”
살짝 비꼬는 말투였다.
물론 신우는 그 느낌을 잘 알았다.
“나쁘지는 않죠. 그보다 기획실에서는 저번에 발표한 리비오 소프트 계약이 엎어졌다고 하던데요. 분발 좀 하셔야겠습니다.”
“크음…….”
신우는 곧장 그들을 지나쳐 사무실로 들어가다가 살짝 뒤를 돌아봤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릴리안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릴리안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게다가 스카우트?’
머리가 복잡해진 신우는 빠른 걸음으로 3팀 쪽 사무실로 갔다.
그곳에서는 업무를 웬만큼 마친 장만수가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서 판타지 소설을 읽는 중이었다.
“야, 장만수!”
“응? 언제 왔냐?”
“방금 릴리안을 봤어. 너 릴리안이 여기 온 거 모르고 있었어?”
동시에 장만수도 깜짝 놀라며 신우를 쳐다봤다.
“릴리안?! 걔가 여기 왜 있어? 어디서 봤는데?”
“여기 32층 엘리베이터 앞. 명운석이랑 같이 있었어. 아무튼 나는 다시 내려가볼게.”
“나도!”
대답과 함께 장만수가 몸을 일으켰다.
“너는 여기 있어. 명운석이랑 연관된 일이 있다면 괜히 더 눈에 띌 수도 있으니까.”
“아니, 그래도…….”
“지금 네 패션이면 전 직원이 다 아니까 조용히 박혀 있어.”
요즘은 풀 세팅 깔 맞춤에 꽂혔는지 반짝이가 들어간 새파란 재킷과 바지, 넥타이.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나마 평소보다 무난하긴 했지만 MH그룹 내의 어느 누구보다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장만수는 입을 굳게 다물고서 다시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우는 사무실을 나섰다.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1층의 건물 앞까지 나갔다.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하지만 릴리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릴리안은 회귀하지 않은 건가? 우리랑 같이 돌아온 거라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시점에 릴리안이 정확히 뭘 했는지를 모른다.
원래 미래에서도 MH그룹과 일한 경력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
온갖 생각이 들던 신우는 일단 방향을 잡고서 걸어가려 했다.
그 순간 뒤통수를 뚫어버릴 듯한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5시 방향?’
신우는 곧장 고개를 돌려서 누군지부터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