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91)
전직용병 재벌서자-291화(291/305)
291화. 호랑이가 없어진 도시 (1)
【[속보] 제네바에서 출발한 JDE324 K949 편 전세기 실종, 북태평양 상공을 이동 중에 신호가 사라져… 해당 항공기에는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와 다수의 직원이 탑승해 있던 것으로 확인되어… 원인은 현재 확인이 어려운 상태로…….】
쨍그랑―
MH전자 대표실에 있던 임희연이 유리잔을 떨어뜨린 소리였다.
옆으로는 방금 소식을 가져온 비서이자 경호원인 송태훈이 서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당장 사람을 불러서 치우겠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임희연은 송태훈의 손에 들려 있던 태블릿을 뺏어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방금 속보에 이어서 후속 기사들이 계속 떠올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MH퓨처시큐리티의 대표가, 항공기와 함께 사라진 일이니 당연했다.
“일단 현지에서 상황을 확인 중입니다. 저희 쪽에서도 따로 상황 공유를 요청해놨으니 다른 소식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줄 겁니다.”
송태훈도 지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았다. 그래서 임희연이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에도 연락을 넣어둔 것이다.
“어디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거죠?”
“항공기 신호가 사라진 곳이 북대서양 쪽 포르투갈의 아소르스 제도 인근 상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포르투갈 정부 쪽 관할로 조사가 진행되는 듯합니다.”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 항공편을 예약해주세요.”
“아소르스 제도 말입니까? 하지만 지금 가셔도, 하실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북대서양 상공에서 항공기가 사라진 것이다. 당장 비행기 잔해라도 발견되지 않는 이상 무엇이든 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MH그룹의 회장이자 그녀의 친부인 명중환 회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임희연도 그가 들어온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회장님.”
그 뒤로 명중환의 비서이자 경호원인 구상호도 함께였다.
명중환은 그런 임희연을 보며 차분히 말했다.
“네가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기사를 보자마자 왔다.”
“…….”
“일단 내가 청와대에 연락해놨으니 앉아라. 그쪽에서 포르투갈 정부에 압력을 넣어 작업을 진행할 거다. 항공기를 편성한 제네바 공항 쪽에서도 조사하는 중일 테고.”
“하지만……!”
지금도 임희연은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송태훈 부장의 말처럼 지금 가서 뭘 하려고? 북대서양 바다라도 뒤질 거냐?”
“그렇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네가 가서 달라지는 건 있고?”
“그, 그건…….”
명중환은 어느 순간부터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씁쓸한 탄식을 흘렸다.
“신우가 보통 녀석이냐?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헤쳐 나오지 않았냐.”
진짜 죽을 뻔한 사건만 크게 3번이었다. 그것도 로켓 런처에 총기까지 등장한 테러나 다름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신우는 그때마다 문제를 해결해서 살아남았다.
“이번 일은 상황이 다르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명중환도 반박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에 명중환의 뒤쪽으로 서 있던 구상호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회장님. 아소르스 제도의 섬에서 생존자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그게… 신원을 확인하니 전세기 승무원 2명과 백신우 대표의 특수경호팀원들이라고 합니다.”
“…뭐? 그럼 신우는? 동승했다던 다른 직원들은 없나?”
“바로 통화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내가 직접 이야기할 테니 바로 연결하지.”
구상호는 핸드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바꾼 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리스본에 있는 주포르투갈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인 윤상수였다. 소식이 터지자마자 상부의 지시를 받고서 1,600㎞나 떨어진 아소르스 제도까지 날아갔던 것이다.
[여보세요?]“고생이 많습니다. 저는 MH그룹의 명중환이라고 합니다.”
[예? 누구…? 명중환 회장님 말씀입니까?]윤상수는 대사에게 떨어진 지시로 MH그룹의 구상호와 직접 소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외교부 장관의 요청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MH그룹의 명중환 회장이 직접 전화를 받으니 윤상수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맞습니다. 승무원과 경호원들이 발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더 없는 겁니까?”
[당장은 그렇게 총 6명뿐입니다.]“혹시 경호팀 인원과 통화가 가능합니까?”
어떤 상황이었는지 뭐라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건 어려울 듯합니다.]“부상이 심합니까?”
[발견된 섬에 병원이 없어서 인근 호텔의 상주 의료진에게 맡겼습니다. 상태를 확인하니 장시간 바다에 있었어서 탈진했다고 합니다.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싶습니다.]“거기까지 헤엄쳐서 갔다는 말입니까?”
[발견된 지점 근처에 비상용 고무보트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비상 상황에서 그걸 타고 온 듯합니다.]모든 상황을 확실히 알 만한 설명은 아니었다.
“경호팀원 중 누구라도 깨어나면 바로 연락 좀 달라고 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인근 사오 미겔 섬이나 리스본의 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입니다. 문제가 없도록 전달해두겠습니다.]“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조사 과정에 대해 나온 것이 있으면 그것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겠습니다.]통화가 끝나고, 다들 잠시 침묵했다.
* * *
【실종된 JDE324 K949 편 테러로 인한 실종? 현재 발견된 MH퓨처시큐리티 경호팀 4명과 승무원 2명의 증언으로 전세기 부기장인 라몬 배니스터가 기장을 밀반입한 총기로 살해, 폭탄까지 기내에 설치해두었다고…….】
【MH퓨처시큐리티 경호팀원의 진술에 따르면 민간인의 안전을 위해 승무원과 경호팀원들을 먼저 뛰어내리도록 조치한 후, 후발 주자였던 백신우 대표와 직원들은 미처 탈출하지 못했다고…….】
【전세기와 함께 사라진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 대표. 현재까지 아소르스 제도 인근 해역을 수색 중이며… 사태에 따른 하이퍼 브릿지 프로젝트의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
.
며칠이 지나고서도 사라진 항공기와 탈출하지 못했다고 전해진 백신우와 직원들의 모습은 찾아내지 못했다.
그로 인해 MH퓨처시큐리티가 진행하던 여러 사업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임희연은 매일 피가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송태훈이 이를 안쓰러워하며 조심스레 보고했다.
“일단 경호팀원들은 금일 중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건 당시 상황을 정리한 진술서입니다. 방금 구상호 비서를 통해서 넘어왔습니다.”
임희연은 그 서류를 뺏듯이 가져가 읽었다.
“기사 내용대로… 누군가 신우를 또 죽이려고 했다는 말인가요?”
“승무원들의 증언으로 부기장이 총기로 난동을 부리던 것을 백신우 대표와 직원들이 말리며 난투극을 벌였다고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먼저 발견된 폭탄으로 안전이 확보된 사람들부터 탈출한 것이라고 합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그 외에도 상황은 심각합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일개 전세기 부기장인 라몬 배니스터가 폭탄까지 구해서 설치할 정도라는 겁니다. 누군가 배후에 있다는 의미이죠.”
배후에 관한 조사는 정부에서 진행 중일 것이 뻔했다. 그리고 지금 임희연에게는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것이 따로 있었다.
“수색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죠?”
“얼마 전 반경 100㎞까지 마쳤고, 이제 막 200㎞로 넓혔습니다. 그리고 헬기와 경비행기 총 20대가 추가 투입된 상태입니다. 다만…….”
마지막 말꼬리가 흐려지자 임희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왜 그러죠?”
원래 처음에 꺼냈어야 할 보고였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송태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어렵사리 입을 뗐다.
“…아소르스 제도 북서쪽 끝단에 있는 코르부 섬 주민이 사건 당일, 바다 쪽에서 폭발 같은 걸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방금 말한 곳은 경호팀원과 승무원이 발견된 그라시오자 섬에서 약 300㎞ 정도 떨어진 위치였다. 동시에 실종된 전세기가 운항 중이던 방향과 일치했다.
임희연은 신우의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보다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뭔가 잘못 본 것은 아니고요?”
“폭발은 확실히 목격했다고 합니다.”
“증거는요? 그런 증언이 나왔다면 수색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
“아주 조그맣게 보일 정도였답니다. 섬의 북쪽은 주민이 거주하지 않는 곳이라 영상 같은 것도 없었고 말입니다. 게다가 위치와 거리를 계산해봤을 때 수심이 깊은 곳이라서 항공기가 가라앉은 지점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더 혼란스러워진 임희연은 이를 악물었다.
“그럼… 우리 신우가 죽었다는 말인가요?”
“…….”
“거기서 뒤늦게 탈출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송태훈도 그녀의 외침에 동조하고 싶었다.
“일단 최대한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대서양 한복판에서 폭발까지 한 항공기였다. 섬에 낙하해 생존했다면 진작 연락이 왔을 것이다.
반대로 아무것도 없이 섬에서 먼바다에 떨어졌다면… 생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잡기가 어려울 수 있었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
그때 내선 전화가 울리며 잠시 이어지던 침묵을 깼다.
“…무슨 일이죠?”
대표 사무실 앞을 지키는 비서에게 온 연락이었다.
[저… MH건설의 명인철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달가울 수 없었다.
임희연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길게 흘렸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대답과 함께 문이 열렸다.
명인철은 사무실을 훑듯 쳐다보며 들어왔다. 얼마 전까지 자신의 사무실이었던 곳을 임희연이 사용하고 있으니 미묘한 표정이 지어졌다.
“요즘 마음고생이 심하겠습니다. 임희연 대표.”
뻔히 알 만한 상황에서 일부러 더 흔들어보려고 온 것인지… 그럼에도 임희연은 최대한 차분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안심할 수가 있나요. 그런데 약속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그 물음에 명인철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중요한 일 때문에 일정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임희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명인철은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크음―! MH퓨처시큐리티를 이대로 둘 순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거길 맡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순간 임희연은 겨우 가라앉혔던 불쾌함과 분노, 짜증이 활화산 터지듯 치솟았다.
“그곳에 대해 왜 명인철 대표님이 거론하시는 거죠?”
“이미 MH그룹에서 독립된 기업이라 우리와 관계가 없는 건 압니다. 하지만 임희연 대표는 아니시지 않습니까.”
신우는 아직도 명 씨 일가 호적에 없었다. 그건 임희연과 신우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신우의 생사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MH퓨처시큐리티의 지분 소유를 논한다면 친모인 임희연이 유일했다.
“무슨 의미로 그런 말씀을 하는 거죠?”
“MH퓨처시큐리티의 최대 지분을 소유한 백신우 대표가 실종 상태입니다. 그리고 회사는 지금 그 대표의 부재로 문제가 생기는 중이고요. 하지만 임희연 대표는 MH전자만으로도 벅차지 않습니까.”
그런 설명에 임희연은 표정이 더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