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92)
전직용병 재벌서자-292화(292/305)
292화. 호랑이가 없어진 도시 (2)
MH전자 회장실의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명인철은 뻔뻔한 표정으로 임희연을 계속 쳐다보았다. 방금 자신이 던진 요청에 대답을 바라는 것이었다.
이에 임희연은 코로 김이 뿜어질 듯 숨을 내뱉었다.
“지금 사망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제 아들의 회사를, 명인철 대표님이 대신 맡겠다고 하신 건가요?”
“맞습니다. MH전자를 맡고 계신데, 거기까지 신경 쓰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진심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임에도 명인철은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인근 해역에서 사건 당일에 폭발을 봤다는 목격자까지 나왔다고 하던데요. 그럼 솔직히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임희연의 참을성은 여기까지였다.
“아직 모르는 일이에요! 그리고 만약 문제가 생겼다고 한들, 방금 그건 제가 허락할 수도 없고요!”
“굳이 임희연 대표가 맡으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정말 괜찮을지 생각은 한번 해보시죠.”
협박의 분위기가 담긴 말투였다.
이에 임희연은 섬뜩한 느낌을 받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신우에게 그가 지금까지 벌였던 일에 대해 들어둔 덕분이었다.
‘설마…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건가?’
지금 상황에서 임희연이 어떤 식으로든 죽는다면 백신우의 재산은 그녀의 친부인 명중환에게 가기 때문이었다.
명인철은 장남이니 임희연까지 없어진다면 유력한 MH그룹의 후계자가 된다. 거기서 명중환까지 잘못된다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다.
동시에 지금 명인철의 눈에는 백신우가 사라지면서 명중환과 임희연을 보호해줄 수단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임희연도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이런다고 MH퓨처시큐리티를 명 대표님에게 넘겨드릴 것 같나요?”
명인철도 웬만하면 조용히 넘겨받고 싶었다.
하지만 임희연이 거절 의사를 밝히자 안타깝다는 표정이 되었다.
“나는 제안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지금의 결과에 따른 대가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지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덜컥―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명중환이 들어왔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
명중환은 먼저 와 있던 명인철을 보더니 의아함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너는 왜 회사가 아니고 여기 있는 거냐?”
“아, 아버지. 임희연 대표에게 할 말이 있어서 잠깐 들렀습니다.”
“무슨 말?”
날카롭게 쏘아진 질문에도 명인철은 물러나지 않았다.
“MH퓨처시큐리티 일입니다. 백신우 대표의 장기 부재가 잠정적으로 확정된 만큼 경영권을 확실히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맡아보고 싶다고 부탁하러 온 겁니다.”
순간 명중환의 표정이 묵직하게 근엄해졌다.
“네가? 굳이? 왜?”
“임희연 대표는 MH전자를 맡고 있지 않습니까. MH퓨처시큐리티까지 맡기는 불가능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고 신우의 회사를 남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명인철은 신우의 이름을 친근하게 불렀다.
옆에서 그런 말을 듣던 임희연은 순간 구역질이 올라올 뻔했다.
반면, 명중환은 뻣뻣하게 서서 명인철의 얼굴이 뚫릴 듯이 쳐다봤다.
“그러니까, 네가 왜 신우의 회사에 신경을 쓰냐는 말이다.”
“가족이니 당연한 것 아닙니까. 물론 비통한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움직일 사람도 필요합니다.”
“네가 언제부터 신우를 가족으로 생각했다고?”
“물론 지금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로 지켜줄 부분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명중환은 명인철이 세웠던 음모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가족을 운운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MH퓨처시큐리티에 대해서는 네가 신경 쓸 것 없다.”
“아버지께서는 그 회사가 남의 손에 경영되는 걸 원하시는 겁니까?”
“이미 대처가 되어 있어서 하는 말이다!”
대화에 집중하던 탓에 명중환의 뒤로 누가 서 있는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그곳에는 MH퓨처시큐리티의 재무이사인 주호연과 얼마 전 법률지원본부장 자리로 들어온 변호사 강선규가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호연입니다.”
“변호사 강선규입니다.”
두 사람은 명인철과 임희연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러고서 주호연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백신우 대표께서 사건 및 사고에 의한 장기 부재중일 경우를 대비해 경영권 관련 지시 사항을 미리 남겨두셨습니다.”
명인철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유언장이라도 남겨놨다는 말입니까?”
“그건 법적으로 사망이 확인될 경우에 공개될 것이고, 지금은 지시 사항입니다.”
“지금 상황을 모릅니까? 항공기가 바다 한복판에 떨어져 폭파까지 됐습니다. 그런 곳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이에 옆으로 서 있던 강선규가 끼어들었다.
“시신이 발견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해양에서 발생한 실종자의 경우 1년이 지나야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죠.”
“그래서 진짜 백신우가 남긴 건지 아닌지도 모를 지시 사항이란 걸 들이미는 겁니까?”
“정식 절차대로 공증까지 받은 문서입니다. 증인도 있으니 필요하시면 확인 가능합니다.”
명인철은 임희연만 잘 압박하면 불필요한 일 처리 없이 MH퓨처시큐리티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주호연과 강선규가 나타나 끼어드니 불길한 예감이 커져갔다.
“그것도 MH퓨처시큐리티를 소유하기 위해 조작한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버지! 설마 이 말들을 전부 믿으시는 건 아니시죠?”
“내 앞에서 썼다.”
“…예?”
“유언장이고, 지시 사항이고. 전부 내 앞에서 썼단 말이다. 그런데도 거짓말 같으냐?”
“어떻게…….”
“신우는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던 거겠지. 아무튼 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니 이만 가봐라. 쓸데없이 나대지 말고!”
단호한 명중환의 호통에 명인철은 참지 못하고 얼굴을 완전히 구겼다.
“어떤 내용인지 저도 들어야겠습니다! 뭘 얼마나 대단하게 써놨길래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말입니다.”
“허어!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해.”
그 대답과 함께 강선규가 앞으로 나섰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건 및 사고로 인해 실종 또는 장기 부재가 확정된 경우, 사망 처리가 완료되는 시기까지 MH퓨처시큐리티 주호연 재무이사가 백신우의 대리인으로 모든 재산과 대표직을 맡는다.”
“그걸 지금……!”
명인철이 나서려 하자, 강선규는 손바닥으로 그를 막듯이 내밀며 계속 말했다.
“더불어 실종에 의한 사망 처리는 시신 혹은 당사자의 시신을 증명하는 수단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법률에 의거하여 제한된 기한으로 무조건 규정한다.”
설명이 끝나자 명중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명인철은 옆에서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사망이 확실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니요.”
“시체를 봤냐?”
“안 봐도 뻔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강 변호사가 말한 것처럼 사망이 확실한 것도 아니다. 우린 그걸 멋대로 결정한 권한도 없고. 안 그러냐? 희연아.”
호적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당장 법적으로 관계된 신우의 가족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나마 임희연만이 신우를 찾으면서 진행했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모로 인정될 뿐이었다.
“저는 이의 없습니다.”
“혹시나 다른 생각이 있을지도 몰라서 너한테 직접 설명해주기 위해 데려온 것인데, 네 결정도 그러하다면 문제가 없겠지.”
명중환은 명인철을 무시하듯 말하며 쳐다봤다.
“나도 허락한 일이니 네가 더 왈가왈부할 것 없다. 그리고 내용도 다 들었으면 얼른 가보도록 하고.”
명인철은 입을 꾹 닫은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표 사무실 문이 닫히자, 명중환이 털털하게 웃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갑자기 저 녀석이 찾아와서 네가 놀랐겠구나.”
“…알고 오셨던 건가요?”
이에 명중환은 다시 웃어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타이밍을 어떻게 노릴 수 있었을까.”
“어떻게요?”
“요즘 인철이 녀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사람을 움직이던 중이었다.”
“아…….”
원래 MH전자는 명인철이 맡기 전에 명중환이 경영했다.
아직 그가 정정하니 MH전자 내에도 파벌이 상당히 남아 있었다.
“아무튼 신우가 남긴 것과 같이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 그 전에… 구 비서.”
주호연, 강선규와 같이 들어왔던 구상호는 붙박이처럼 뒤쪽에 붙어 있다가 다가섰다.
“확인 좀 하겠습니다.”
곧장 품속에서 기계를 꺼내더니 대표 사무실 이곳저곳을 휘저었다. 그리고 문 앞에 있던 다른 경호원들을 일정 거리 밖으로 세워서 누구도 가까이 붙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발견된 감청 장치는 없습니다.”
“다행이군.”
임희연도 뭘 한 것인지를 알았다.
“도청이나 카메라라면 저희도 꾸준히 확인하고 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냐. 방금 인철이가 다녀가면서 꼼수를 부렸을 수도 있고.”
“아…….”
명중환은 목을 가다듬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나는 신우가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너도 그렇게 믿고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 살아 있다면 왜 아직도……!”
“나도 확실하지는 않아. 다만 이런 것을 예상하고 남긴 것만 봐도 뭔가 있지 않겠냐.”
물론 임희연도 신우가 쉽게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거겠죠?”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러니 신우를 믿고 조용히 기다려보자.”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명중환도 계속 걱정되었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정말 잘못된 거면 어떻게 해요?”
“당장은 긍적적으로 생각하는 방법뿐이야. 여기 두 사람을 봐라. 잘 믿는 중이지 않냐.”
덤덤한 표정의 주호연과 강선규를 가리킨 것이다.
“…저희도 걱정을 안 하는 건 아닌데요. 그리고 회사도 지금 완전히 난리이긴 합니다.”
“그런가? 딱히 반응이 없는 것 같았네.”
“저나 몇몇 사람들은 대표님이 하도 이상한 일을 자주 벌여서 그러려니 생각하는 중입니다. 특히 장진호 차장은 당연히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런 대답에 강선규가 조용히 물었다.
“이런 일이 그렇게나 자주 있습니까?”
“강 변호사님도 앞으로 많이 보게 되실 겁니다.”
사실 강선규는 MH퓨처시큐리티에 얼마 전에 이직해서 상황을 잘 몰랐다.
하지만 백신우가 얼마나 많이 목숨의 위협을 당해왔는지 기사로는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있을 때 또다시 일이 터졌다.
“…그렇군요.”
그의 대답에 명중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희연이 너는 걱정만 하지 말고. 약도 꾸준히 챙겨 먹어라.”
임희연은 중국 폐공장 납치 사건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주변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자신도 그중 한 사람이 될 뻔했으니 쉽게 낫기가 어려웠다.
“회장님도 조심하시고요.”
“아까 인철이 녀석의 행동을 보니 그래야 할 것 같구나. 내가 움직이지 않았으면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니 말이야.”
“혹시 모르니 경호원 수를 좀 더 늘리시면 어떨까요.”
“나름의 조치는 해두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렇게 대화를 마친 명중환은 같이 왔던 이들을 이끌고서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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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전자 지하 주차장에서 출발한 명인철은 뒷좌석에 앉아 소리를 질러댔다.
“아아아악―! 빌어먹을 새끼! 감히 그딴 걸 남겨놔?!”
백신우가 주호연과 강선규를 통해서 발표한 지시 사항 때문이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임희연을 어떻게든 밀어붙여서 가능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 기회였는데… 아니면 지금이라도 밀어버릴까.”
언제나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면 명인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계속된 실패와 궁지에 몰리며 바닥난 자신감은 그를 엉망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보조석에 앉아 있던 박상규가 조심히 말했다.
“…대표님. 지금 일을 치기에는 무리수가 많습니다.”
“왜? 자신 없나?”
“최근 명중환 회장의 경호원 수가 늘었습니다. 이동도 거의 없고 말입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임희연 대표도 비슷한 조치가 진행될 듯합니다. 저희도 본대의 지원이 없으면 그런 상황에서 일을 벌이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본대인 TSF 한국 지사는 본사로 철수한 상태였다.
상황이 웬만큼 수습된 후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그들도 손쓸 방법이 많지 않았다.
“젠장―!”
결국 명인철은 앞 좌석을 발로 차면서 욕만 내뱉었다.
판단력이 완전히 흐려진 그의 모습에서 냉정함을 찾기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