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97)
전직용병 재벌서자-297화(297/305)
297화. TSF의 새 주인 (1)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 전세기 추락 이후 30일 경과, 생존자 외 다른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로… 법률적으로는 해양 실종에서 1년이 경과해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사망이 유력해지는 가운데…….】
【백신우 대표가 없는 MH퓨처시큐리티의 미래는? 사고 후 30일이 흘렀음에도 기업의 경영 상태는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다고 전해지며…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지난달 영업이익은 평균치보다 미약한 하락세만 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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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도배되었다.
그로 인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MH퓨처시큐리티 본사 분위기는 많이 침체된 상태였다.
“선배는 지금 업무가 돼?”
MH퓨처시큐리티 재무부장인 백주선이었다.
재무이사 사무실 소파에 앉아 주호연에게 물은 것이다.
“…업무가 왜? 그보다 넌 퇴근 안 해?”
주호연이 시계를 확인하자 오후 8시가 넘어갔다.
다른 직원은 진작에 퇴근한 상태였다.
“대표님 걱정이 안 되냐는 거지. 그리고 임시라지만 대표님이 이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먼저 가.”
어느새 한 달 가까이 되어갔다.
다른 직원들은 회사가 잘못될까봐 근심이 가득한 반면, 임시 대표직을 맡게 된 주호연은 매우 덤덤했다.
“내가 로봇도 아니고, 걱정하지 않을 수 있나.”
“그게 걱정하는 모습이라고?”
“당장 처리할 일이 산더미인데 계속 우울해할 수는 없잖아.”
백주선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차라리 조금은 울지 그랬어.”
이번에는 주호연이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봤다.
“그냥 나 신경 쓰지 말고 먼저 퇴근하지?”
“오래 걸려? 아,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시작이겠네.”
백주선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20:17】
“뭐가 말이야?”
“TSF Investment의 임시 주주총회. 워싱턴 시간으로 오전 9시 시작이니까. 우리 쪽에서는 오후 10시네.”
“우리랑은 크게 상관도 없는 곳인데 왜 신경을 써.”
심드렁한 주호연의 대답에 백주선은 깜짝 놀랐다.
“왜 상관이 없어? 우리 회사도 거기 지분을 1.3%나 가지고 있잖아.”
나름 재무부장이다 보니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대해서 웬만큼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가 소유한 지분은 오큘러스 펀드에 위임한 상태잖아. 그럼 거기서 알아서 할 일이지.”
“선배는 어떻게 될 거 같아? 브릴리언트? 오큘러스? 우리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면 오큘러스가 경영권을 차지했으면 좋겠는데.”
백주선은 그런 물음에 냉정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브릴리언트도 규모가 상당한 거 같던데. 그럼 어디든 상관없잖아.”
“에이∼ 그래도 우리 회사랑 업무적으로 밀접한 곳은 오큘러스잖아!”
“어디든 확보한 지분에 따라 결정이 나겠지. 그런데 계속 방해할 거야?”
살짝 짜증이 묻어난 그의 목소리에 백주선은 얼굴을 구겼다.
“쳇! 알았어! 가면 되잖아. 빨리 끝나면 같이 술이나 한잔할까 싶었는데.”
“술은 무슨…….”
“적당히 하고서 들어가.”
백주선을 그렇게 말하고서 사무실을 빠져나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곧장 차에 올라탄 그녀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까는 억지로 밝은 척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소르스 제도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가 원인이었다.
사촌 오빠인 백정훈과 똑 닮은 백신우의 모습이 툭하면 떠올랐다. 그로 인해 파티장에서 백신우를 보았던 다른 가족들도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 * *
버지니아주 알링턴은 막 아침을 맞이했다.
그곳에 위치한 TSF Investment 본사는 임시 주주총회 진행으로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건물 로비 층은 가운데가 위로 3층까지 뚫린 구조였다. 그곳의 맨 위에 선 제임스 캐넌은 입장 중인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로 결판이 나겠어…….”
반신반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목소리였다.
이에 하루 전부터 와 있던 글렌 라슨이 되물었다.
“결국 중국 쪽 지분의 소유주를 알아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뭐든 결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뭘 어떻게 말입니까?”
어제까지도 고민했던 이야기. 그러나 어떤 선택지든 전부를 걸어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
“만약 오큘러스 펀드에서 백신우를 대리인으로 내보낼 생각이었다면, 그가 사라졌으니 직접 방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딜을 해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럼 하르파스는 어찌할 거죠? 결국 제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간부터 보겠다는 걸 제가 모른다고 생각합니까?”
두 사람은 나름 경제 시장에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고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당연히 서로를 위해 건네지는 조언들이 순수하게 들릴 수 없었다.
“결국 원래 계획대로 가겠다는 것이군요.”
“자신이 당장 못할 일을 남에게 떠넘기지 마시죠.”
“절대 나쁜 의도는 없었으니 오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글렌 라슨의 능글맞은 대답에 제임스 캐넌은 속이 불편해졌다.
“슬슬 시간이 된 듯싶으니, 그만하고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도록 하죠.”
대화는 묘한 기류만 남긴 채 걸음을 옮기도록 만들었다.
그사이 TSF 본사 2층 회의실로 주주와 투자자들이 들어와 앉기 시작했다. 원래는 신원이 인증된 주주만 참석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TSF의 경영 악화로 인해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를 진행했던 기업들도 참석하게 된 것이다.
얼마 후, 로비에 정장 차림의 세 남녀가 들어섰다.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와 아이린 모레티. 그리고 경호원인 데릭 린이었다.
물론 그들은 변장한 모습의 신우와 릴리안, 헥터였다. 세 사람은 임시 주주총회가 진행될 곳으로 향하다가, 앞을 막은 이들로 인해 걸음이 멈춰졌다.
“…What’s the matter? (왜 그러시죠?)”
영어로 묻자 한 사내가 대답했다.
“주주총회 전에 뵙고자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잠시 따라와주시죠.”
신우는 잠시 그를 빤히 쳐다봤다. 최근 TSF 제임스 캐넌의 새 수행비서가 된 애섬 소비노였다.
“그분이 제임스 캐넌 회장님이신가요?”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전부 따라가야 하는 겁니까?”
그런 물음에 애덤 소비노의 시선이 변장한 모습인 릴리안과 헥터를 훑었다.
“직급이 가장 높으신 분이 누구십니까?”
“일단 접니다.”
신우가 대답하자 애덤 소비노는 잠시 생각하고서 결정했다.
“다른 두 분은 회의실에서 기다리시면 될 듯합니다. 그리고 타일러 차 지부장님은 저를 따라오시죠.”
그렇게 릴리안과 헥터를 두고서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곳은 2층 대회의실 뒤쪽에 있던 소회의실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제임스 캐넌이 경호원들과 함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임스 캐넌이라고 합니다.”
“굳이 소개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입니다.”
인사와 함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 후 제임스 캐넌은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고서 말했다.
“오큘러스 펀드에서 확보한 지분이 46%에 육박했더군요.”
정확히는 45.9%였다.
신우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다.
“일단 그렇습니다.”
“오큘러스 펀드는 TSF의 경영권 확보에 전력을 기울인 것이군요.”
현재 주가로 지분의 규모를 따진다면 약 26조 원이 넘었다. 대한민국 국방비가 작년만 약 57조 원. 그 절반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였다.
하지만 기업이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쓰이기에는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TSF의 가치는 대단하지 않습니까.”
제임스 캐넌은 타일러 차의 얼굴인 신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애초에 지금 자리에 부른 이유는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전, 위험 요소를 최대한 없애보기 위해서였다. 자칫 변수라도 발생하는 날에는 지금까지 계획했던 것들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제임스 캐넌이 느낀 타일러 차의 분위기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끝을 보더라도 물러서지 않겠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정도나 되는 지분을 가져온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여기까지는 항공편으로 오신 겁니까?”
지금 질문의 의도는 단순했다. 혹시 몰라서 공항 쪽에 휘하 666부대원들을 배치해두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오큘러스 펀드에서 온 사람들이 회사까지 오지 못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다가 갑자기 로비로 들어섰으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요. 차가 막힐지도 몰라서 볼티모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새벽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 왔습니다.”
볼티모어는 TSF 본사가 있는 알링턴에서 50㎞ 정도 떨어진 지역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오히려 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빨랐다.
다만, 그곳은 제임스 캐넌도 노마크였던 곳이라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러셨군요.”
“정말 중요한 날이니 세세하게 신경 써야죠. 그런데 하실 말씀은 그게 끝일까요? 이제 슬슬 주주총회가 시작될 듯싶어서요.”
신우는 뻔뻔하게 왼손에 찬 손목시계를 두드렸다.
그의 말처럼 시작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제임스 캐넌은 더 할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안에서 뵙도록 하죠.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러죠.”
곧장 밖으로 나온 신우는 살짝 웃고 있던 입꼬리를 차갑게 내렸다.
애초에 장만수를 통해서 그들이 공항을 지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허를 찌르려고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브릴리언트의 지분 매입량만 봐도 아슬아슬하니, 안전한 방법을 마련할 것이 뻔했다.
‘슬슬 수단이 떨어지니 발악하는 거겠지.’
적은 궁지에 몰리는 만큼 수단이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구석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어뜯을 듯이 달려드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신우와 동료들은 그런 방법에 당해줄 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신우는 넥타이를 고쳐 매고서 주주총회가 진행될 회의실로 들어갔다. 먼저 자리를 잡은 릴리안과 헥터를 발견하고서 다가가 옆에 앉았다.
그때 옆으로 한 중년의 사내가 가까이 다가왔다.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의 회장인 글렌 라슨이었다.
“오랜만입니다. 타일러 차 지부장님.”
“…회장님께서도 오셨군요.”
일부러 그를 여기서 본 것이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동시에 글렌 라슨은 그런 신우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웃어 보였다.
“놀라셨나 보군요.”
“하르파스에서 보유하고 있던 TSF의 지분을 전부 매각하신 건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석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따로 투자한 것도 있어서 왔습니다. 갑자기 TSF가 이런 상황을 겪게 되니, 경영자가 바뀌고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 걱정되어서 말입니다.”
매우 능청스러운 연기였다.
물론 신우도 잘 알기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멀쩡하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 실패로 경영난까지 겪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죠.”
“오큘러스 펀드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죠? 상당한 양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소문을 들었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자죠. 물론 경영권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지분이 남으니, 그걸로 본전은 남길 수 있지 않겠습니다.”
일부러 가볍게 참가한 것처럼 대답한 것이다.
이에 글렌 라슨은 미끼를 던지듯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TSF의 경영권이 브릴리언트에 넘어간 후 쪼개져서 팔리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만약 그런 경우에는 기업의 파산 절차까지 들어가 기존의 주식이 휴지 조각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
당연히 지분 확보로 거액을 쏟아부은 곳들은 엄청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다만, 경영권을 가진 쪽에서는 기업의 알맹이로 이득만 취하고서 빠질 수 있었다.
“그건 그때 가서 봐야겠죠. 누구나 리스크를 안고서 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우는 미묘하게 입술을 떨어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글렌 라슨은 무슨 생각 중인지 미소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