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30)
전직용병 재벌서자-30화(30/305)
30화. 징그러운 욕심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MH의 본사 건물 앞, 작은 공원 길 쪽이었다.
그곳을 보던 신우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던 붉은색 바지 정장 차림을 한 릴리안 포스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천히 그녀 앞으로 걸어가며 왼손의 손목시계를 풀어 안쪽을 보여주었다.
이에 릴리안도 신우처럼 똑같은 위치를 들어 보였다.
둘 다 하얀 눈동자 안에 얇은 검은색 육각 별이 박힌 눈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웃음부터 나온 신우는 그런 릴리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스와힐리어로 작게 말했다.
“Mahali hapa panaonekana sana, je, nihamie?(여긴 너무 눈에 띄니 자리부터 옮길까?)”
“Ni nzuri.(좋지.)”
잠시 길을 걸으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마지막 임무 후 편안한 삶을 바랐지만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다시 주어진 기회인지. 장만수에 이어 릴리안도 과거로 온 것이었다.
신우는 릴리안과 계속 걷다가 구석진 골목의 카페로 들어가 맨 안쪽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릴리안의 취향대로 커피를 주문하고서는 아까와 같은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여기서 릴리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진짜 어떻게 된 거야?”
“만두 새끼를 추적하다가…! 그보다 대장은 왜 여기 있어? MH그룹 명중환 회장 손자에 전략투자운영실장이라는 거 같던데.”
릴리안은 나름대로 자신이 들은 정보를 취합해서 상황까지 유추했다.
하지만 이전 생에서 알던 신우의 주변 관계 때문에 모순점도 있었다.
“좀 복잡해. 근데 만수를 추적했다고? 어떤 식으로?”
“예전에 만두 새끼가 리비오 소프트란 회사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거든. 거기 메인 프로그램 소스를 자기가 만들었다고. 그래서 곧장 CIA 테스트 중에 뛰쳐나와서 거길 들어갔지. 내가 만두 새끼와 협상하는 조건으로.”
그 순간 신우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비오 소프트에 있었다고?”
“지금은 아니야. 만두 새끼가 거기로 직접 연락을 한 건지 나를 배제시켰어. 그래서 그만뒀고. 잠깐! 혹시 로이드 더글라스라는 로비스트는… 대장이 처리한 거야?”
“그랬지.”
“…역시 내 생각이 맞았네. 만두 새끼, 대장이랑 같이 있던 거구나. 난 또 헛다리 짚은 줄 알고 그 징그러운 놈만 만나고서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지.”
명운석을 말한다는 걸 신우도 눈치챘다.
원래 알던 릴리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신기했기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잘 추적했어. 조금 아슬아슬했지만.”
“근데 진짜 신기하다. 대장이나 나, 만두 새끼까지… 10년도 넘게 젊어진 얼굴을 보는 것도 말이야. 아, 만두도 과거로 돌아온 거 맞지?”
릴리안도 혹시나 하고 묻는 것이었다.
“너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예쁘고. 그리고 만수도 돌아온 거 맞아. 만수가 제일 먼저 나를 찾았거든. 그것도 과거로 돌아온 그날 바로.”
“에이∼ 뭐야.”
릴리안은 웃으면서 얼굴을 붉히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럼 지금은 뭐 하고 있던 거야? 만두는 연락망부터 빨리 만들었어야지! 그랬으면 이런 식으로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건 신우도 납득하는 부분이긴 했다.
“당시 사용했던 부품 몇 가지가 지금은 구할 수 없대. 그래도 나름 열심히 다시 만드는 중이야.”
“그래서 만두는 지금 어디 있어?”
“어디 있긴. 회사에 있지.”
순간 릴리안은 확실히 들었음에도 납득이 어려웠다.
“…회사? 어디에 있는, 무슨 회사?”
“어디긴 어디야. 방금 너랑 내가 있던 MH그룹의 본사지.”
“그 자식은 회사라면 NIS 때문에 죽도록 싫어하잖아. 그래서 MH그룹 쪽을 확인할 때도 반신반의했었는데.”
신우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싫어한다는 거치고 너무 잘 아는 거 아니야? 리비오 소프트 이야기도 그렇고.”
놀리는 듯한 신우의 대답에 릴리안의 새하얀 피부가 잔뜩 붉어졌다.
“무슨 개소리야! 시끄럽고! 앞으로 뭘 어떻게 하려는 거야? 대장은 거기에 왜 들어가 있는 거고!”
신우는 설명을 위해 얼굴에서 웃음기부터 지웠다.
“666부대 녀석들이 나를 노릴지도 몰라서 지워버리려고.”
“그 녀석들이 왜? 지금 시기랑은 관계가 없지 않아?”
이에 신우는 회귀 직후 겪었던 일들을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줬다.
릴리안도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계속 들었다.
“…일단 거기까지야. 놔뒀다가는 조용히 쉬기가 불가능할 것 같아서.”
“아…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일단 MH그룹에 그놈들과 손잡은 사람이 있다는 거지? 그러면… 잡아다가 족쳐도 되는 거 아니야?”
동시에 신우는 지그시 뜬 눈으로 릴리안을 쳐다봤다.
“너는 머리가 좋은데도 일부러 이러는 건지…….”
“내가 뭐?”
“여긴 전쟁터 아니고 대한민국 한복판이야. 그리고 우리도 과거로 돌아온 만큼 확실한 계획이 필요하고.”
물론 이전 생에 계획이 주도면밀함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가 동귀어진을 마음먹고 달려들 경우까지 감안해서 더 철저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만두랑 회사에 다니는 중이란 말이지?”
“일단은 그래. 나름 자금 기반도 잡아가고 있는 중이야.”
“자금을? 어떻게?”
릴리안도 돈이 있었다면 더 수월하게 장만수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회귀 당시 돈이 많았던 것도 아니기에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리비오 소프트를 생각해낸 것이다.
“너도 회귀 후에 달라진 것이 있지 않아?”
“나? 그러고 보니 좀 더 민감해졌다고 해야 하나, 예민해졌다고 해야 하나. 달라지긴 했어.”
“나도 그래. 만수는 기억력이 더 좋아졌고. 그것과 회귀 전 주식 정보를 이용하는 중이야.”
“가뜩이나 세세한 거까지 생각해내서 따지던 쪼잔한 놈이?”
“뭐, 그렇다고 하네. 아무튼… 그보다 지금은 어디서 지내?”
“호텔이지 뭐. 대장이랑 만두는?”
“적당한 곳에서 사는 중이야. 일단 저녁에 만수의 아지트에서 만나자.”
신우는 대답과 함께 품속에서 번호가 적힌 명함을 꺼내서 주었다. 그리고 볼펜으로 장만수의 아지트 주소를 따로 적었다.
“…KITE CEO? MH그룹 계열사인 MH테크의 자회사 아니야? 본사 전략투자운영실장이라며.”
“그 자리도 겸하고 있어.”
“대장도 만두처럼 회사 생활은 힘들 거 같더니, 나름 잘 맞나봐?”
“만수가 많이 도와준 덕분이지.”
“걔가? 맨날 모니터만 보는 녀석이 뭘 하겠어. 대장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할 수 있던 거겠지.”
이전부터 장만수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은 과거로 돌아와서도 다르지 않았다.
“만나면 싸우지나 마.”
“우리가 애들이야? 싸우게. 그 자식이 나한테 일방적으로 맞을 뿐인 거지.”
“에휴… 일단 명함에 적힌 주소로 찾아와. 외운 후에는 잘 파기하고.”
“Ok―!”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카페를 나와 각자 갈 길로 향했다.
.
.
.
같은 시각.
MH그룹 본사 전략투자본부장 사무실에서 임희연은 명운석을 호출하여 책상 앞에 세웠다.
“지금 뭐 하자는 거죠?”
“…….”
호출된 이유는 얼마 전 회의 때 발표한 리비오 소프트 건 때문이었다.
“내가 분명히 상황이 조금 더 진행된 후에 발표하자고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결과는 뭐죠?”
“…….”
리비오 소프트 측에서 일방적으로 날린 계약 해지 통보가 임희연에게 보고된 것이다.
물론 이미 결과는 나와버렸고, 어떤 식으로든 공표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투자금이 들어가기 전이라 실질적인 손해는 없어요. 하지만 프로젝트 결과를 독단으로 결정짓고서 무리하게 휘하 직원들까지 고생시키는 건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한 질책이었다.
그러나 명운석은 덤덤하게 서서 온갖 불만을 품었다.
‘고생은 무슨… 당연한 일을 가지고…….’
그 표정을 읽은 임희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명운석 실장은 이게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손실은 없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되긴 합니다.”
“하아―! 미래전략기획실에서 이런 식으로 일했었나요?”
“저는 실장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직원들을 이끌고, 직원들은 실장인 저를 당연히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명하복을 말함이군요. 그런데 명운석 실장이 잘못되거나 무리한 지시를 내려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의미처럼 들리네요.”
그건 명운석에게 당연했다.
지금까지 명 씨 일가의 장손으로 MH그룹에 들어와 일하면서 자신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잘못의 유무는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어떻게 달라지죠?”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한들 결과로 충분한 이익이 발생한다면, 그건 잘못이 아니니까요.”
순간 임희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고 해도 잘못이 아니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
누가 봐도 긍정의 침묵이었다.
동시에 임희연은 명운석이 누구에게 그런 일 처리 방식을 배운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리비오 소프트 투자 해지 통보에 관해서는 자세한 내용의 경위서를 제출하세요.”
“본부장님!”
“상명하복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따르세요.”
“크윽…….”
그의 침음에 이어 임희연은 다른 서류를 확인했다.
“이번에 올린 T/O 요청은 뭐죠? 현재 기획실은 기존 T/O대로 3팀까지 운영 중일 텐데요.”
릴리안 포스터를 스카우트하기 위한 요청이었다.
“제가 찾은 인재를 밑에 두고 싶습니다.”
“…이력서는 없군요.”
아무리 찾아봐도 요청서만 있을 뿐, 스카우트에 필요한 당사자의 이력 서류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그쪽의 승낙을 받지 못했습니다. 1차적으로 T/O 요청과 승인이 떨어지면 바로 제출하겠습니다.”
임희연은 오래 생각하지 않고서 대답했다.
“알겠어요. 요청한 연봉과 직급대로 스카우트 제안해보세요. 하지만 이력서에 관해서 문제가 있다면 최종 반려될 수도 있을 거예요.”
동시에 명운석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 * *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어갔다.
릴리안은 청계천의 만수전구를 찾아가 문을 열었다.
띠리리리―
현관문에 설치된 벨 소리가 울리자 안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빨간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장만수였다.
“어서 오…….”
“오랜만이다. 장. 만. 두―!”
릴리안이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자 장만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 그, 그러게. 오랜만이네?”
“이 새끼! 네가 헬기 운전을 엿같이 해서 다 뒤졌잖아! 내가 분명히 우측 말고 좌측으로 틀자고 했지?!”
회귀하기 직전의 상황을 말함이었다.
후욱― 탁!
외침과 함께 릴리안은 꽉 쥔 주먹을 장만수에게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 옆에서 신우가 튀어나와 그런 릴리안의 주먹을 잡아냈다.
“네 주먹이면 만수 죽는다.”
“대장이 목숨까지 걸고서 우릴 보내준 거였다고!”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났잖아.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만수는 문부터 잠그고.”
장만수는 코앞에서 멈춘 릴리안의 주먹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게걸음으로 천천히 빠져나가 문 쪽으로 향했다.
이에 신우는 릴리안의 손을 놔주고 안쪽 책장을 옆으로 밀었다.
“여기로 오면 돼.”
“비밀 통로? 만두는 여기다가도 땅굴을 파놓은 거야?”
“옛날부터 사용하던 곳이라고 하더라고.”
세 사람은 그렇게 안쪽 작업실로 들어갔다.
“예전에 만두가 사용하던 아지트랑 비슷하네.”
“그 취향이 어디 가겠어?”
“어두침침한 건 똑같고. 근데 계획한 일은 어느 정도나 진행된 거야?”
신우가 책상 모서리에 몸을 기대면서 말했다.
“일단 MH그룹 내에서의 입지는 잘 다져가는 중이야. 이번에 명운석이 투자하려 했던 리비오 소프트로 확실히 박음질할 예정이고.”
“아, 거기 대표인 데일 벡커는 어떻게 할 거야? 그 인간이 보낸 놈들은 일단 처리했다고 하지만… 그런 짓을 또 하지 말란 법도 없잖아.”
로이드 더글라스라는 뒷세계 로비스트이자 해결사를 보내선 다짜고짜 목숨부터 노렸었다.
릴리안의 말대로 그런 움직임부터 보인 데일 벡커를 가만히 두기에는 위험성이 컸다.
“놔두지 못할 것도 없지. 대신 받을 건 받아야겠지만.”
“회사 자체를 빼앗게?”
신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가 거길 운영할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협상을 해야지.”
“…협상?”
“그 일은 릴리안이 맡아줘. 원하는 대로 탈탈 털어주면 되는 거니까.”
너무 대충한 설명 때문인지 릴리안의 고개가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