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301)
전직용병 재벌서자-301화(301/305)
301화. 다시 꿈틀대는 지렁이 (1)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 전세기 추락 직전에 탈출. 그 와중에 사망한 기장의 시신까지 챙겨… 이후 바다를 표류하다가 아소르스 제도 북서쪽 무인도에 도착해 생존. 전세기 부품과 개인이 소지하고 있던 전자기기를 이용하여 구조 신호까지 띄워…….】
【백신우 대표는 부활의 상징? 이번만 4번째 죽을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살아남았다. 그것도 자연재해가 아닌 타의에 의한 테러로써… 사건과 관련된 수사기관에서는 더욱 철저하게 조사하여 다음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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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와 동료들은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아 약 17시간이 걸려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큰 부상이 있지는 않았지만 주변 이목을 생각해 입원부터 했다.
밤에 들어선 시각이 되어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VIP 병실 문이 열리며 비서실장인 장진호가 들어왔다.
“대표님―!”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신우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여기 병원이다. 조용히 좀 해.”
하지만 장진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이래서 제가 경호원 수를 늘리든 조치해두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대체 이게 뭡니까! 총으로도 모자라 폭탄에 하이재킹이라니요! 이번에는 꼼짝 없이 돌아가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일들을 너무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던데? 뭐, 내가 없어서 할 일이 많지는 않았겠지만.”
신우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 헨드릭슨 후버가 준비해준 전자기기로 MH퓨처시큐리티의 업무를 주호연에게 인계받아 처리했다.
거기서 장진호와 관련된 일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제가 할 일이 없습니까. 임시 대표로 일하게 되신 주호연 이사님의 옆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데요!”
“주 이사님이면 알아서 잘하셨을 것 같은데.”
“잘은 하시죠! 하지만 너무 FM입니다! 대체 같은 서류를 몇 번이나 검토하셔야 성미가 풀리시는 건지… 오죽하면 휴대해서 검토하는 태블릿의 액정이 2주도 안 되어서 닳아버리는 바람에 교체까지 했다니까요?!”
주호연이 꼼꼼한 것은 신우도 잘 알았다. 그래서 동조하듯 대답하려다가 급히 멈췄다.
“알았으니…….”
“그것뿐인 줄 아십니까? 대체 진행 상황 확인을 몇 개로 쪼개야 직성이 풀리시는지, 고등어 토막을 깍둑썰기로 내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게다가 프로젝트 시뮬레이션을 건당 최소 5개씩 돌리십니다! 그것 때문에 법무팀이랑 운영실이 매일 죽어 나가는 바람에, 제가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아시면……!”
똑똑―
그때 VIP 병실 문이 두드려졌다.
화들짝 놀란 장진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과일바구니를 들고 온 재무이사 주호연과 법률지원본부장인 강선규가 서 있었다.
특히 강선규는 방금 장진호의 말처럼 한풀이했던 것이 있었는지 탄식을 흘리는 중이었다.
그러다 주호연이 먼저 꾹 다물고 있던 입을 뗐다.
“장 실장님이 제 업무 스타일 때문에 그간 힘드신 것이 많았나 봅니다. 강 본부장님도 같이요.”
“크음―!”
강선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괜히 허공만 쳐다봤다.
동시에 장진호는 헛웃음을 흘리며 조금 뒤로 물러섰다.
“어, 언제부터 들으셨습니까?”
“FM부터요. 처음에는 웬 라디오 이야기를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쿠웅―
안으로 들어온 주호연은 테이블 위에 과일바구니를 세게 올려놓았다.
“그, 그럼… 처음부터 들으신 거네요.”
“앞에서 더 말씀하신 것이 없다면 말이죠.”
“죄송합니다!”
머쓱해진 장진호는 곧장 사과부터 박았다.
이에 주호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틀린 말도 아니니 됐습니다. 대표님을 대신해서 일하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서 평소보다 더 꼼꼼해진 탓도 있으니까요.”
신우는 그런 말을 들으며 웃어 보였다.
“제가 없는 동안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진심으로 그랬습니다. 대표님이 돌아오셔서 업무를 다시 가져가지 않으셨으면 제가 거기 누워 있었을 겁니다.”
주호연이 병원 침대를 가리켰다.
이제 보니 주호연은 그간 고생이 많았는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주 이사님이 우는 소리 하시는 걸 듣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부재 시 진행할 매뉴얼이 있긴 했지만, 하나하나 전부 리스크가 큰 사업들이었습니다. 혹시 몰라 세밀하게 확인하다 보니 눈이 빠지겠더군요.”
“그래도 잘 처리하고 계셨던데요.”
“솔직히 진짜 돌아가신 것이면 어쩌나 노심초사했습니다.”
다들 신우의 시신이 항공기 잔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물론 폭발에다가 바다에 빠지기까지 한 것이라 절망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며 오늘만을 기다려왔다.
“이렇게 돌아왔으니 된 거죠.”
“되기는 뭐가 됐냐!”
그때 병실 입구에서 귀에 익은 노성이 터져 나왔다.
바로 MH그룹의 회장인 명중환이었다. 그 옆에는 임희연도 같이 서 있었다.
깜짝 놀란 주호연과 강석규, 장진호는 뒤로 물러났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침대에서 신우가 내려오려 하자 명중환이 손을 들어서 막았다.
“됐으니 거기 있어라. 그런데 밑의 직원들이 문병을 온 모양이구나.”
“그렇습니다.”
주호연이 앞장서서 말했다.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중요한 사항이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다들 물러났다.
병실 문이 닫히자 따라 들어왔던 명중환의 비서, 구상호가 간이 의자를 침대 옆으로 가져왔다.
명중환은 의자에 앉으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굉장히 요란하게 일을 치렀더구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내 살다 살다 총으로도 모자라 폭탄에다가 비행기 추락까지 겪게 된 사람을 보게 되었어.”
신우의 시선은 조금 뒤쪽으로 서 있던 임희연에게로 향했다.
“임 대표님도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몸은 정말 괜찮은 거니?”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일부러 낸 생채기 정도였다. 그것도 사오 미겔 섬의 병원에서 봉합하고서 웬만큼 아물었다.
“다행이구나…….”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이내 명중환이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다른 말을 꺼냈다.
“구 비서랑 희연이는 잠시 나가 있거라.”
두 사람은 이유를 눈치채고서 조용히 문을 나섰다.
이후 병실에는 신우와 명중환만이 남았다.
“이번에도 그 치들의 농간인 거냐?”
본격적으로 상황을 묻기 위해서였다.
신우도 예상했기에 코로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맞습니다.”
“녀석들의 공격이 점점 과격해지는 듯하구나. 이대로면 경호원을 아무리 많이 둔다고 한들, 소용없는 것 아니냐.”
이미 휠링과 두바이에서도 선을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휠링이나 이번 전세기 때는 민간인 피해도 발생했으니 문제가 심각했다.
“그 부분은 한동안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될 겁니다.”
“확신하는 이유가 있나?”
“여기서 더 알려고 하시면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진지해진 신우의 표정에 명중환은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뭔가 조치를 취해놓은 모양이구나.”
“비슷합니다.”
“하여간… 조용할 날이 없구나. 그보다 최근 소식에 대해 들은 것은 있고?”
그 물음에 신우는 덤덤히 말했다.
“제가 없는 동안 명인철 대표가 MH퓨처시큐리티를 노렸던 것 말인가요?”
“한 달이나 무인도에 있었다던 녀석이 정보가 빠삭하구나.”
장만수의 LEUCO 덕분이었다. 게다가 명인철은 곽치영과 손을 잡은 인물이다 보니 어떤 움직임이든 알 수 있도록 감시했다.
기존 행동 패턴과 다른 양상이 보이면 즉각 알려지도록 말이다.
“어렵지는 않은 일이죠.”
“내가 괜한 걱정을 한 듯싶구나.”
“회장님은 MH그룹만 잘 건사하시면 됩니다. 물론 거기에 명인철 대표의 관리도 포함되겠지만요.”
신우가 사라지자마자 임희연을 찾아가 MH퓨처시큐리티의 경영권을 논할 정도면 상당히 조급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 명인철의 성향을 생각하면 틈이 많은 수를 억지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더한 자극이 가해진다면 또 다른 꿍꿍이를 드러낼지도 몰랐다.
“일단 요즘은 다시 조용히 지내는 중이다.”
“혹시 모르죠.”
명중환은 신우의 심드렁한 대답을 들으며 한숨과 함께 그를 빤히 쳐다봤다.
“너는 내가 명인철 대표에게 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지내는 것에 지금까지 한 번도 이유를 묻지 않는구나.”
회사와 재산의 상속 때문에 아버지의 목숨을 노리던 아들을 계속 곁에 두었다.
보통 사람들이 본다면 수백 번 경찰에 넘겼어도 모자랐을 상황이었다.
“회장님은 직원들과 주주들을 책임지고 계시니까요. 게다가 명인철 대표를 감옥에 보낼 증거가 마땅치 않기도 하고요.”
당시 병원 앞에서 구속된 666부대원들도 얼마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모든 흔적이 끊겼다.
그 외에 명인철이 명중환의 살해를 사주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그룹의 일에서 완전히 내치는 방법이 있지만, 장남인 명인철이 MH그룹의 일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으로 입게 될 데미지도 있었다.
“잘 아는구나.”
“알게 될 수밖에 없죠. 아무튼 잘 관리하실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명중환은 그 말을 듣고서 살짝 찜찜해졌다.
“믿는다고 말하지는 않는구나.”
“제가 믿는 사람들은 따로 있으니까요.”
동료들을 말함이었다.
물론 명중환은 그게 누군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때 노크 소리가 울리더니 바깥에서 VIP 병실 층을 경호 중이던 마크 프리먼이 얼굴을 내밀었다.
마크 프리먼은 신우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원래 자리로 복귀해 있었다.
“…대표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방문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물론 처음에 온 MH퓨처시큐리티 사람들이나 지금 병실에 있는 명중환은 문제가 되지 않아서 곧장 들어올 수 있었다.
그 외에는 경호팀을 통해서 신우의 허락이 떨어져야 가능했다.
“손님이요? 누가 온 거죠?”
“브레스필름의 엄아영 대표님이십니다.”
예상외의 인물이라 이번에는 신우가 살짝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엄 대표님이요?”
“어떻게 할까요?”
그런 마크의 물음에 명중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얼굴도 보았으니 가보도록 하마. 밖에 계신 손님은 들어오시라 하지.”
“…그러시죠.”
마크가 엄아영에게 말하러 간 사이, 명중환은 묘한 표정으로 신우를 바라보았다.
“좋은 시간 보내려무나.”
“…예? 그게 무슨…….”
그 물음에 대답 없이 명중환은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깥에서 문을 열던 엄아영과 마주쳤다.
“아, 회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구나.”
MH그룹은 엄아영의 집안인 QA그룹과 친분이 있었다. 서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보니 편하게 말한 것이다.
“벌써 가시는 거예요?”
“충분히 있었단다. 그러니 좋은 시간 잘 보내다 가거라.”
“…네?”
순간 엄아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자, 명중환은 웃어 보이며 문을 나섰다.
그사이 병실 문이 닫혔다.
앞에 서 있던 엄아영은 잠시 정적을 흘리다가 신우의 앞으로 걸어왔다.
“위험한 일을 당하시고 돌아오셨다고 들어서 와봤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아까 명중환에게 했던 대답 그대로였다. 그 외에는 딱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몸은 어떠세요?”
“안정을 위해서 잠시 입원한 것뿐…….”
대답하던 신우의 시선이 엄아영의 뒤쪽으로 향했다.
병실 문에 달린 조그만 창문이 장만수, 릴리안, 웨이, 릭의 얼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느낌으로 웃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