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303)
전직용병 재벌서자-303화(303/305)
303화. 다시 꿈틀대는 지렁이 (3)
【美, TSF Investment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오큘러스 펀드 북아메리카 지부장이던 아이린 모레티 취임 예정! 무너져가는 TSF Investment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TSF Investment 프로젝트 회생을 위한 TF 본부 설치하기로… 총책임자는 새로 취임할 아이린 모레티 대표이사로 예상되며…….】
.
.
아이린 모레티가 TSF Investment 대표이사로 정식 취임하기 전인데도 난리였다. 후속 기사까지 계속 올라오며 사람들의 기대심을 부풀렸다.
신우는 아직 퇴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실 소파에 앉아 기사를 훑어보았다.
“역시 상황이 이렇게 되니 쓸데없이 움직이는 놈들이 생겨나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마크 프리먼이 곧장 돌아보았다.
“어디 가십니까?”
“만수한테요. 그리고 VIP 병실 층은 전부 빌려둔 상태이니, 여기까지 지키실 필요는 없습니다.”
몸은 멀쩡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머무는 건 필요한 기간 동안 수상한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자택과 회사 앞에서 진을 친 기자들을 상대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이내 신우는 장만수가 사용 중인 맞은편 VIP 병실 문을 열었다.
“…….”
순간 신우는 할 말을 잃었다.
VIP 병실 이곳저곳에 익숙한 전자 장비들과 운동 기구들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웨이와 릭은 그런 운동 기구에 매달려 상체와 하체를 골고루 단련하는 중이었다.
“어? 대장 왔어?”
하지만 장만수는 그런 광경이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신우를 불렀다.
“어? 어… 근데 이 운동 기구들은 다 뭐야? 언제 들여놓은 건데?”
“릭이랑 웨이가 몸이 찌뿌둥하다면서 어제 들여놨어.”
“그러니까. 이게 왜 쟤들 병실이 아니라 여기 있냐고.”
장만수는 헥터랑 같은 병실, 릭과 웨이는 바로 옆 병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거기도 한가득이야. 병원에다가 아주 헬스장을 차렸지.”
“…진짜 대단하네.”
“그런데 왜 왔어? 시킬 일이라도 있어?”
그사이에도 장만수는 노트북에서 시선과 손가락을 떼지 않았다.
“TSF 쪽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나 해서.”
“아, 오늘 새벽… 그쪽 시간으로 정오쯤에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했더라고. 주최자는 전무인 엘리엇 뉴먼이고. 곽치영도 참석했어. 새로 늘어난 인물도 있고.”
신우는 장만수가 내민 서류를 받아 들었다. 회의 녹취록이 문자로 정리된 내용이었다.
“예상대로 움직이네.”
“엘리엇 뉴먼은 차기 대표이사 자리를 노리다가 물 먹었으니 이럴 만하지. 뭐, 제임스 캐넌은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지만.”
TSF의 창립 구성원은 제임스 캐넌과 지금의 임원들이지만, 진짜 핵심은 지사장들이다. 외부에 배치한 지사와 그 밑에서 움직인 666부대원들이 이익을 만들어 끌어올려주는 구조였다.
당연히 제임스 캐넌에게 임원들은 본사를 꾸며주는 장식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맞아. 그리고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으니, TSF가 브릴리언트로 넘어가면 버릴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우리 오큘러스 펀드가 그 자리를 먹으면서 재활용할 생각인 거고.”
대화 내용은 LEUCO 바이러스가 침투한 임원들의 핸드폰으로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전임 회장인 제임스 캐넌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배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 릴리안이 나서서 할 일을 우리가 잘 받쳐줘야지.”
“당장 필요한 리스트는 넘겨놨으니, 무리 없을 거야.”
앞으로 릴리안은 TSF를 완전히 삼킬 때까지 그곳의 대표이사인 아이린 모레티로 지내야 했다. 물론 위험이 따를 것은 당연했기에 FEROX 쪽의 용병들로 구성된 경호팀도 마련해두었다.
“그럼 당분간은 문제없겠지만… 여기서 이 인간이 나올 줄은 몰랐네.”
회의 내용 뒤쪽에는 임원들의 신상 정보가 있었다.
거기서 곽치영이 나온 것도 놀랄 일이긴 했지만, 그보다 더한 인물이 등장했다.
“나도 좀 놀라긴 했어. 엘머 페츠터가 왜 갑자기 거기서 튀어나오냐고.”
엘머 페츠터는 이전 삶에서 브릴리언트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당시 트라이드 아이와 대립 중인 구도를 따져본다면 666부대의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때는 엘머 페츠터가 TSF 임원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 앞에서 해온 일로 뭔가 바뀐 것이다.
“지금 브릴리언트그룹의 회장 자리는 대리인이지?”
“알다시피 대표자 명의는 라울 올슨이라는 인물인데, 딱히 특별한 기록이나 수상한 점은 없어. 대외용으로 올려놓은 것 같아.”
“네가 아는 부분에서는?”
“기록대로 LIFERCE라는 금융 기업에서 임원으로 있던 사람이야. 내 기억에서도 이상한 점은 딱히 없었고.”
기업에 관해서 장만수의 기억은 확실했다.
물론 상대가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위장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당장은 신뢰도가 높은 쪽을 선택해야 맞았다.
“엘머 페츠터가 이 타이밍에 브릴리언트가 아니라 TSF에 나타났다는 건 뭔가 노린다는 의미겠네.”
“100%겠지.”
“LEUCO로 알아볼 수 있는 부분까지 전부 뒤져줘.”
“안 그래도 하고 있어.”
똑똑―
그때 병실 문이 두드려지더니 마크 프리먼이 얼굴을 내밀었다.
“대표님. 란펑의 송유메이라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신우는 그 이름을 듣고서 웃어 보였다.
“알겠어요. 바로 나가죠. 만수야, 나머지 일도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서 격려 차원으로 장만수의 어깨를 두드린 후 나왔다.
복도에는 마크 프리먼이 말한 송유메이가 경호원들과 함께 서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백신우 대표님.”
“임시 주총 때 보셨으니 그렇게 오랜만은 아닐 텐데요. 일단 들어가시죠.”
두 사람만 VIP 병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음료수 좀 드릴까요?”
“괜찮아요.”
그녀의 대답에 신우는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가 다시 붙였다.
“TSF의 임시 주주총회 때는 감사했습니다.”
“저는 회장님의 지시대로 했을 뿐인걸요.”
송유메이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었다.
사실 그녀의 진짜 이름은 따로 있었다. 한국 이름으로는 채민아. 중국 이름은 차이민아. 중국 청우그룹 천혜린 회장의 자택 메이드이자 비서였다.
이번 일을 위해서 천혜린이 그녀를 앞세워 도움을 준 것이다.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잘해주시지 않았습니까.”
“페이퍼 컴퍼니를 숨기는 데 애 좀 먹었죠.”
“천 회장님께서 믿을 만한 최측근을 붙여주신다고는 듣긴 했는데, 그게 채민아 씨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신우도 천혜린이 도움을 준다는 승낙까지만 들었다. 이후 중국에서 페이퍼 컴퍼니로 TSF의 지분을 4.7%나 매입했다.
하지만 송유메이라는 대표자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고, 신우도 임시 주주총회 때가 되어서야 그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접촉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어야 하니까요. 그래야 TSF 쪽에서도 란펑이 소유한 지분을 찾는 데 급급해질 것이고요.”
그녀의 말처럼 아슬아슬한 지분 차이는 모두 계획하에 진행되었다.
물론 두바이에서 사미르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중 1%를 확보했을 때는 위험하기도 했지만…….
“따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너무 잘해주셨죠.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움직였을 뿐인데요. 그리고 회장님께서 생환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모이라이 쪽 성공도 같이요.”
유럽 유명 브랜드라고 알려진 모이라이의 진짜 주인은 청우그룹 천혜린 회장이었다.
신우는 의류에 접목시킬 신기술을 오큘러스 펀드와 연결하여 밀리터리 의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최근에 유럽 쪽 몇몇 국가들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자사 내 자금이 부족해졌던 모이라이는 그 계약으로 상황을 해결한 것이다.
“다행이네요.”
“백 대표님이 오큘러스 펀드의 기술 특허를 열어주신 덕분이죠. 그 일로 회장님께서 오큘러스 펀드의 타일러 차 지부장님을 한번 뵙고 싶어 하시고요. 사실 주총 때 보고서 직접 약속을 잡아볼까도 했는데, 어느새 사라지셨더라고요.”
“아, 그러셨군요.”
천혜린 쪽에서는 오큘러스 펀드의 진짜 주인이 신우와 동료들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백 대표님께서 그분과 연락이 가능하실 것 같고요.”
청우그룹에서 직접 도움을 준 것이니 못 들어줄 부탁은 아니었다.
“여쭤보고서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나중에 휴식 겸 어머님이랑 한번 들르라고도 하셨어요.”
여전히 능글맞은 천혜린의 전언에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생각해보도록 하죠.”
“알겠어요. 그럼 이만 돌아가보도록 할게요. 회장님 곁을 오래 비울 수는 없어서요.”
채민아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신우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고서 돌아왔다.
.
.
.
같은 시각.
아침을 맞이하던 버지니아 랭글리의 CIA 본부에서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렀다.
방금 전 콩고 민주 공화국 볼롬바 지역의 사건 조사 자료가 넘어와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CIA 국장인 트래비스 캠밸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정말 그 CELLA라는 곳에서, 부쿠마 사건에서 발견된 시신들의 기록이 나왔다는 건가?”
방금 말한 곳에서는 볼롬바 지역의 CELLA를 급습하기 며칠 전, 대량 학살이 발생했다. 시신들의 신원을 파악하던 중 크로스 체크 된 사항들이 있던 것이다.
이에 보고를 올린 APLAA 그룹장, 스탠리 백스터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부 신원이 일치합니다. 정황상 분쟁이 일어난 부쿠마의 용병 캠프의 인원이 그쪽에서 넘어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까부터 말한 부쿠마 지역은 666캠프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 설명에 트래비스 캠벨은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CELLA라는 곳이 정말 용병의 재목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는 의미군.”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어찌 이런 지옥이 있나!”
볼룸바 지역에 관한 정보를 받았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더불어 CIA에 치명적인 정보도 같이 전해지면서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볼룸바의 CELLA를 급습하여 발견한 것은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애초에 그곳의 이름이 CELLA라는 것도 기상천외합니다. 아이들이 지내는 곳을 닭장이란 의미로 지었으니 말입니다.”
“악마보다 더한 인간들이지! 게다가 그런 아이들을 용병으로 키운 것 아닌가.”
약 10∼17세 사이의 아이들이 54명이나 발견되었다. 그중 나이가 많은 쪽의 아이들은 상당 부분의 도덕적 윤리와 자아가 사라진 상태였다.
오죽하면 급습 과정에서 어린아이가 맨몸으로 타격대를 공격까지 했을까.
아무리 냉정한 인간이라고 해도, 얼굴이 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CELLA를 관리하던 놈들이 전부 독으로 자결하는 바람에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정보를 보낸 곳에 대한 추적은?”
“그것에 대해서는 오피온이란 이름뿐, 다른 흔적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외부로 절대 새어 나가서는 안 되는 1급 기밀이 CIA를 협박하는 데 쓰였다. CIA 입장으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어떻게든 찾아내야 했다.
“계속 조사하도록 하지. 그리고 CELLA와 부쿠마 캠프의 배후에 대해서도 알아내야 하니, 식량 수급 경로부터 하나하나 전부 파보도록 해. 그쪽을 경유해서 자금이 움직인 흔적이 있으면 더 좋고.”
다시 지시가 떨어지자 스탠리 백스터는 사무실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