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31)
전직용병 재벌서자-31화(31/305)
31화. 두껍아 두껍아 뒤질래?
며칠 후.
신우는 전략투자본부장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임희연과 송태훈이 이야기 중이었다.
이에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는 임희연의 앞에 서서 말했다.
“급하게 결재해주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마침 부장님도 여기 계시네요.”
“…뭐죠?”
“결재 요청에 올려두었습니다.”
임희연은 송태훈과 함께 책상으로 걸어가 컴퓨터로 회사 시스템에 들어가서 방금 올라온 결재 서류를 읽었다.
긴급으로 올린 서류는 결재 라인에 해당되는 모든 사람이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니자 않아 임희연의 미간이 종잇장처럼 찌푸려졌다.
“…이게 뭐죠?”
결재 서류의 제목에 놀랄 만한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리비오 소프트 투자】
“보시면 아시잖아요.”
“제가 글자를 못 읽어서 물어보는 것이겠어요?”
“적힌 그대로입니다. 리비오 소프트 투자 계약.”
“해당 프로젝트는 명운석 실장 선에서 당사 측이 철회한 건이잖아요.”
“다시 잡았습니다. 그리고 조건도 앞의 계약과 다릅니다.”
이에 임희연은 서류의 내용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금액은 300억으로…….】
【…이에 따른 리비오 소프트의 지분 7%를 MH그룹에 매도하기로…….】
이전에 명운석이 계약한 200억에 5%였던 조건은 주식 매도가 아닌 옵션 담보 개념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리비오 소프트의 7% 지분을 MH그룹에 300억이란 금액으로 팔겠다는 의미였다.
향후 리비오 소프트가 상장한다면 그 가치는 몇십 배로 뛰어오르게 된다.
게다가 7%의 비상장 주식 지분 책정가도 300억은 터무니 없이 낮았다. 거의 헐값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리비오 소프트 측에서 수락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이미 구두로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본사로 방문하여 매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임희연은 황당함을 넘어선 어이없음에 신우를 뚫어질 정도로 쳐다봤다.
“오늘 오후에 이곳으로 온다고요?”
“맞습니다. 그러니 빨리 결재해주시죠. 방문 전에 확인받아야 마저 진행할 수 있어서요.”
“정말로 리비오 소프트 측에서 이런 내용을 수락했다고요?”
여전히 믿기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저는 제안만 했는데, 그쪽에서 받아줬습니다. 문제가 될까요?”
“문제? 아니… 그건 아닌데…….”
어떤 회사가 본래 가격보다 몇 배나 싸게 주식을 넘길까. 진짜 미치거나 그에 합당한 조건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걱정되시면 계약 자리에 동석하셔도 되고요.”
살짝 내키지 않던 임희연은 서류의 나머지 부분들을 읽어 나갔다.
MH그룹 측에게 너무 유리하기만 할 뿐, 독소 조항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지금의 조건으로 비상장 주식 매도 계약이 가능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계약의 안정성을 위해서 확인할 것도 필요하니, 저도 그 자리에 참석하기로 하죠. 몇 시까지 오기로 한 거죠?”
이에 신우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까 연락을 받았으니 곧 있으면 오시겠네요.”
우우웅― 우우웅―
기다렸다는 듯이 신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리비오 소프트의 비서에게 걸려온 것이었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그러죠.”
신우는 몸을 돌려서 전화를 받았다. 짧은 대답과 함께 오래 걸리지 않아 통화를 끝내고서 다시 임희연을 쳐다봤다.
“1층 로비에 도착했다고 하네요.”
“벌써요? 그런데 서류를 이렇게나 아슬아슬하게 가져온 건가요?”
“리비오 소프트 상장 상황 때문에 급하게 논의하여 결정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흐음… 일단 알겠어요.”
그렇게 대답하면서 임희연의 손은 모니터 안 서류 결재란의 서명 승인을 마쳤다.
“계약은 12층 회의실에서 진행하겠습니다. 저는 1층에 들러서 그쪽으로 모시고 갈 테니 바로 오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신우는 곧장 본부장사무실에서 나갔다.
이후 임희연이 뒤로 서 있던 송태훈에게 말했다.
“이 거래가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솔직히 말이 되지 않습니다.”
송태훈도 처음 명운석이 리비오 소프트 투자 건을 가져왔을 때부터 조사를 해봤었다. 상장 가능성이 높으면서 회사의 대표인 데일 벡커가 비상장 주식 전량을 보유한 곳이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상장으로 인해 지금 책정된 가격보다 수십 배의 이익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그런 주식을 헐값에 매도하는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았다.
“명운석 실장도 매도 아닌 옵션 담보로 투자 계약을 맺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쪽에 경력도 없는 신우가 어떻게 이런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킨 건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계약 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건 당연하죠.”
두 사람도 대화를 마치고서 회의실에 가기 위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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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층 로비에서는 데일 벡커가 릴리안 포스터와 함께 서 있었다.
회사 대 회사로 거래하기 위해 찾아온 자리였다. 그런데 데일 벡커는 똥으로 죽이라도 쒀먹은 사람처럼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옆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로 지켜보던 릴리안이 덤덤히 말했다.
“얼굴 좀 펴시죠. 여기 죽으러 온 게 아니잖아요.”
“…이 상황이 나보고 죽으라는 것밖에 더 되나?”
“욕심을 작작 부렸어야죠.”
이런저런 대화가 조용히 오가던 중에 명운석이 지나가다가 두 사람을 발견하며 깜짝 놀랐다.
“대표님과 포스터 양이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사실 우연이 아니었다.
전담 경호원인 이창선이 다른 팀원들을 통해 그들의 방문을 목격하고서 전달한 것이다.
당장 무슨 상황인지 몰랐기에 파악을 위해서 우연인 척 연기했다.
동시에 릴리안이 그 앞으로 나섰다.
“MH그룹과 계약이 있어서 대표님과 방문했어요.”
“…계약이요?”
다시 한번 놀란 명운석의 반응에 릴리안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 계약이요. 저희 대표님께서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셨거든요.”
“하지만… 포스터 양은 리비오 소프트를 그만두셨던 거 아니었나요?”
그 때문에 본부장인 임희연에게 머리를 숙여가며 T/O 요청까지 승인받았다.
“복잡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온 것이고요.”
“그럼 방금 말한 투자 계약은 뭔가요? 원래 저와 했던 것이지 않나요?”
“죄송하지만 그건 바뀌었어요. 리비오 소프트의 대주주께서 따로 원하시는 투자 라인이 있어서요.”
명운석은 순간 표정이 구겨질 뻔하던 걸 겨우 참았다.
“그게 누구죠?”
“아, 저기 오시네요.”
엘리베이터의 통로 쪽에서 신우가 나와 그들에게 걸어왔다.
신우는 명운석을 무시하듯 지나쳐 두 사람에게 명함부터 건네었다.
“I’m Back Shin―Woo, head of the Strategic Investment Management Office.(전략투자운영실장 백신우라고 합니다.)”
굉장히 유창한 영어 실력에 옆으로 소외당하며 서 있던 명운석은 깜짝 놀랐다.
그사이 다른 두 사람도 신우에게 인사했다.
“데일… 벡커입니다.”
“릴리안 포스터라고 해요.”
“이렇게 한국의 MH그룹 본사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명운석 실장님은 여기 왜 계십니까?”
신우가 일부러 늦게 발견한 듯이 말하자 명운석의 이마에 핏대가 올라왔다.
“혹시나 하고서 묻는 건데… 백신우 실장님이 리비오 소프트 계약 건을 채간 겁니까?”
“저는 엎어진 계약이 아까워서 다시 가져온 것뿐인데요.”
“그걸 채갔다고 하는 겁니다. 애초에 그 회사의 알아본 것부터 시작해서, 조사와 투자 승인까지 제가 받았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엎어지지 않았습니까.”
틀린 말이 아니었다. 사실 명운석도 미련이 남아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인 MANDU를 계속해서 찾았다.
MANDU의 존재만 확보한다면 리비오 소프트와의 계약은 투자 정도가 아닌 경영권까지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번 이후로 흔적은 잡히지 않았기에 지금 상황이 어떤 일보다 화를 일으켰다.
“잠시 보류되었던 것뿐입니다.”
“그거야 명운석 실장님 사정이겠죠. 일단 손님을 계속 세워둘 수 없으니 비켜주시겠습니까?”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폭의 통로가 아닌 사방으로 뚫린 로비 한복판이었다.
신우는 그렇게 명운석의 심기를 일부러 건드렸다.
“크음―!”
이목이 많은 로비였기에 명운석도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천천히 물러났다.
이에 신우는 데일 벡커와 릴리안 포스터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안내하며 걸어갔다.
안내 데스크 앞에 혼자 남아 있던 명운석은 이를 악문 채로 주먹에 힘을 잔뜩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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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연과 송태훈은 12층 회의실에 먼저 도착해 조용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러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신우와 리비오 소프트의 데일 벡커, 릴리안 포스터가 들어왔다.
이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바로 일어나 악수와 함께 인사하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MH그룹의 전략투자본부장 임희연이에요.”
“부장 송태훈입니다.”
서로 소개를 마친 후 앉았다. 이후 신우만 자리에 서 있다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데일 벡커의 앞으로 놓았다.
“비상장 주식 매도 계약서입니다. 확인해보시고 서명하시면 됩니다.”
데일 벡커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계약서를 한 장씩 훑어보았다.
자신이 힘들게 일군, 앞으로 수십 배의 가치로 불어날 회사의 지분을 헐값에 넘기는 것이니 쓴 속을 달래기가 어려웠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임희연이 미리 받아 확인한 계약서의 사본을 덮고서 영어로 말했다.
“리비오 소프트 지분 7%를 300억에… 굉장히 쉽지 않은 결정을 하셨군요.”
이에 데일 벡커는 크게 심호흡부터 했다.
“후우―! 그렇게 됐습니다.”
이번 계약은 MH그룹에 너무나 유리한 조건이었다.
향후 리비오 소프트가 문제 없이 상장한다면 이번 300억의 가치는 최소 3∼4배, 더 크게 잡는다면 10배 이상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제가 알기로는… 리비오 소프트의 기술 특허로 잡음이 생겼다 들었습니다. 완전히 해결된 걸까요?”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그 순간 임희연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며 놀랐다.
해당 문제의 해결로 명운석이 계약을 진행하려 했었지만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 MANDU라는 프로그래머를 찾으셨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동시에… 기술 특허 사용권 협의로 저희 리비오 소프트에서 저를 제외한 최대 주주가 되었죠.”
동시에 임희연과 송태훈은 깜짝 놀랐다.
“대주주라면… MANDU라는 사람이… 지분을 몇 %나 가져간 거죠?”
“죄송하지만,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MANDU의 신원도 말인가요?”
“비밀로 해달라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사실 데일 벡커도 MANDU가 누군지 몰랐다. 갑자기 회사로 돌아온 릴리안이 MANDU의 대리인을 자처하고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다들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침음을 흘리는 사이, 신우가 나섰다.
“계약을 마저 진행하시죠.”
순간 뜨끔한 데일 벡커는 다시 계약서에 집중하며 읽어 내려갔다.
그때 임희연은 계속 궁금하던 것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쭈어도 될까요?”
“…말씀하시죠.”
“원래 저희 전략투자본부의 명운석 실장과 계약을 논의하셨던 걸로 압니다. 그런데 갑자기 백신우 실장으로 바꾸셨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데일 벡커는 잠시 생각하며 릴리안을 힐끗 쳐다보고서 대답했다.
“대주주인 MANDU의 요청 사항입니다. 백신우 전략투자운영실장을 통해서 MH그룹과 계약하라고 말이죠.”
그런 대답과 함께 데일 벡커의 갈색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찌푸려졌다.
동시에 임희연은 더 납득하지 못한 채로 데일 벡커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