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33)
전직용병 재벌서자-33화(33/305)
33화. 지랄맞은 자강두천
신우는 장만수와 함께 입구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입구를 통해 들어온 사람은 릴리안 포스터였다.
“리, 릴리안?”
“왔어?”
“Oh― 대장!”
책상 앞까지 걸어온 릴리안은 신우의 왼쪽 책상에 상자를 올려놓았다.
“여기가 내 자리 맞지?”
그런 모습에 장만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신우를 쳐다봤다.
“뭐, 뭐야? 릴리안도 여기에 같이 다녀?”
“당연하지. 그럼 다른 곳을 다니겠어?”
“미국에서 리비오 소프트 관리는?”
“그거야 데일 벡커가 있잖아. 목줄도 단단히 채워놨으니 딴생각은 안 하겠지.”
현재 데일 벡커가 가진 지분은 장만수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당연히 회사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도 장만수를 배신하기란 어려웠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릴리안이 장만수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보냈다.
“장만두! 내가 여기 다니는 게 불만이야?”
“응? 아…니. 불만은 아니고…….”
“릴리안, 앞으로 그 만두란 말은 조심해. 우리끼리 있을 때야 상관없지만, 누가 듣게 되면 혹시 모르니까.”
“뭐? 평생 만두라고 불러왔는데! 어떻게 다른 말로 불러!”
그래봤자 7년이다.
처음에 한국어를 잘 몰랐던 릴리안이 장만수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며 배우면서 계속 그렇게 불렀다.
“이 회사에 MANDU란 이름을 아는 사람도 있잖아.”
“그럼 뭐라 부르냐고!”
“이름으로 불러. 이름.”
릴리안은 절대 부르고 싶지 않다는 듯이 표정을 잔뜩 구겼다.
“그렇게 싫어?”
“어색해애―!”
그러자 장만수도 투덜거렸다.
“누군 좋아서 듣는 줄 아나…….”
“뭐어?! 죽을래?”
전장에서는 적들을 쓸어버리던 두 사람이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했다.
신우는 그런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둘 다 그만해.”
“칫―!”
“…….”
둘이 조용해지자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릴리안은 리비오 소프트 측에서 온 장기 파견 같은 거야. 직급은 차장이고.”
“뭐?! 차장? 난 과장이잖아! 쟤는 왜 차장인데!”
이번에도 장만수가 들고 일어났다.
그 순간 릴리안이 장만수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쟤? 쟤애?!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쟤? 이게 누나한테!”
장만수는 스물셋, 릴리안은 스물일곱으로 네 살 차이였다. 그리고 릴리안 포스터는 토종 미국인이었다.
물론 나이상으로 엄연히 누나가 맞긴 했지만, 외국에서 계속 지내다 보니 그런 것을 딱히 챙기지는 않았다.
“둘이 진짜 적당히 좀 해라.”
“이게 자꾸 건드리잖아! 근데 연락망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빨리 릭이랑 헥터, 웨이도 찾아야지. 녀석들도 대장을 찾고 있을 텐데.”
그러면서 재촉하는 듯한 눈빛으로 장만수를 쳐다봤다.
“뭐어! 왜! 내가 만들기 싫어서 이럴까? 부품이 없잖아!”
“정확히 뭐가 필요한 건데? 암거래상 쪽으로 알아보고 있으면 구해볼게.”
“군사위성용 IBDN8334 조리개 안테나랑 CELIS049 양방향 초고주파 어레이 교란기.”
동시에 릴리안의 미간이 깊게 파이면서 표정까지 일그러졌다.
“…그, 그게 뭐야?”
“뭐긴 뭐야. 방금 네가 물어본 부품들이지. 그리고 지금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물건이야.”
“뭘 그렇게 어려운 걸로 만들었어? 펜타곤이야? 정보조직이야?”
“네가 그런 곳에서 절대 추적하지 못하게 만들라며!”
“아, 맞네.”
장만수도 처음에는 그렇게나 복잡한 방식으로 연락망을 구축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릴리안이 CIA 출신이다 보니 트라이드 아이가 추적당할 걸 걱정해서 어렵게 주문했다.
“그러게, 내가 적당히 만든다니깐…….”
“네가 알아서 그렇게 했어야지!”
“말 다 했냐?”
두 사람은 또다시 다투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머리가 아파진 신우는 진정을 위해 8면 주사위를 꺼내어 손안에서 굴렸다.
잘그락― 잘그락―
“응? 그건 대장이 쓰던 장비야?”
그 소리에 릴리안은 싸우던 것을 멈추고서 신우의 손에 쥐어진 주사위를 쳐다봤다.
“맞아. 만수가 만들어줬어.”
“그럼 내 건?”
장만수는 다시 한번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맡겨놨냐?!”
“우리 장비는 네 담당이잖아!”
트라이드 아이에서 릴리안의 전문 분야는 폭탄 제조와 해체였다.
이에 당시 이용한 장비는 C4 Tool이라는 전술용 조끼로, 폭탄 제조에 필요한 기폭제와 연장선, 작업용 공구 등등이 장착되어 있었다.
“여기 대한민국이야! 네 걸 만들어서 어디에 써! 테러범으로 잡혀가려고?!”
“기초 장비만 들어 있어도 되잖아!”
“에휴… 알았다고!”
장만수도 싸우기가 질린 것 같았다.
“진짜 적당히 좀 해라. 그리고 난 KITE에 방문해야 하니까 둘이 일 잘하고 있어. 도움이 필요한 사항은 만수가 릴리안한테 협조 구하고.”
“…릴리안이 뭘 안다고?”
“나 무시하냐? 학벌도 없는 놈이 누구한테 뭐라고 해?”
“고졸 무시하냐!”
릴리안은 스물일곱에 스탠포드 화학공학 박사와 재료공학 석사까지 마친 천재.
반면, 장만수는 이제 스물셋에 고졸이면서도 독학으로 컴퓨터와 기계공학을 익힌 천재.
물론 말싸움하는 모습만 보면 초딩이 따로 없었다.
“너희 마음대로 해라… 난 KITE에 간다.”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사무실을 나섰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 올라타던 중 바닥에 떨어진 투명한 비닐 조각을 발견했다. 불법 침입을 확인하기 위해 평소에도 끼워두는 셀로판테이프 조각이었다.
‘누가 차에 침입한 건가?’
차량 내부를 담는 블랙박스도 파일이 삭제되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와 차량 밑, 트렁크, 보닛 안을 마저 살피고서 장만수에게 전화했다.
“누가 내 차에 다녀간 거 같아서.”
[진짜? 문제는 없고?]“일단 외관상으로는 없어.”
[그럼 내가 준 빨간 주사위를 분리시켜서 차량 USB 커넥터에 꽂고, 가시동 모드로 걸어봐.]반으로 갈라진 8면 주사위의 한쪽이 뚜껑처럼 빠지더니 USB 연결부가 드러났다.
신우는 장만수가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그러자 내비게이션 화면이 켜지면서 무언가 떠올랐다.
【LEUCO Operating System Access】
원격 상태로 전환되어 장만수가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후로 화면은 바쁘게 바뀌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이 들려왔다.
[해킹으로 VDC(Vehicle Dynamic Control) SAFETY LOCK이 해제되어 있어. 브레이크 시스템도 마찬가지인 상태고. 이 정도면 널 죽이겠다는 건데?]“드디어 놈들이 움직인 거네. 게다가 판까지 제대로 깔아주셨고.”
그 순간 신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가 지어졌다.
수화기 너머로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격 장치는 수신 거리가 멀지 못하니까 근처에 있을 거야. 어떻게 할래?]“해킹된 건 되돌려놓을 수 있지? 그쪽에서는 모르게.”
[이미 했어. 만약 뭔가 작동을 시킨다면 표시가 뜰 거야.]“그럼 이제 미끼가 되어줘야지. 아시가바트 작전 때처럼 가자. 기억하지?”
[Ok―!]“바로 릴리안이랑 통신망 공유해주고, 내가 세이프 사인 보낼 때까지 움직이지 말아줘.”
신우는 이어폰을 꽂고서 시동을 걸었다.
곧장 본사 건물을 빠져나와 도로에 들어서면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놈들도 생각이 있다면 인적이 많은 곳은 피하겠지.’
차량 시스템까지 해킹한 놈들이다.
방법만 봐도 사고로 위장해서 뭔가 일을 벌이려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게 차는 계속 달려 경기도 남쪽 외곽 국도에 들어섰다.
띠링―
기다렸다는 듯이 내비게이션 화면에 알람창이 떴다.
【Vehicle Control System Trespassing】
장만수가 말했던 알람이었다.
“이제 시작인가?”
물론 미리 조치한 덕분에 차량은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신우의 차는 알람과 동시에 좌우로 과격한 움직임을 보였다.
끼이이익― 끼이이이익―
브레이크가 들지 않는 듯 움직이면서 차의 속도까지 급격히 빨라졌다.
.
.
.
한편, 신우의 차로부터 2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달리고 있던 검은색 승용차에서는 두 남자가 음흉하게 웃는 중이었다.
“제대로 먹혔네.”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해야 하니 놓치지 말고 따라가.”
두 사람은 윗선의 명령으로 백신우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인 666부대 소속 남인황, 문태범이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남인황은 문태범의 말을 듣고서 처음보다 더욱 빨라진 신우의 차에 따라붙었다.
이에 옆에서 문태범이 무릎에 올리고 있던 장치로 신우의 차 속도를 최고치까지 높였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박겠지!”
“부대장님한테 운전 실력이 뛰어나다고 들었잖아. 웬만큼 버틸지도 몰라.”
미리 백신우에 대해서 몇 가지 사항을 전달받기도 했다.
“어―? 어!”
끼이익― 끼이익―
그들의 대화에 신우는 대답이라도 하듯이 정면에서 달리고 있던 다른 차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계속 달렸다.
“어떻게든 사람을 치지 않고서 멈춰보려는 건가?”
카카카칵― 카카카칵―
신우의 차는 중간중간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를 긁으면서 감속을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샛길로 빠지더니 공사가 중단된 폐허 쪽으로 들어섰다.
이내 차는 바닥 중간중간 쌓인 모래 더미를 우측 바퀴가 타고 올라가 뒤집히면서 굴러버렸다.
쾅― 콰광―
남인황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뒤집힌 채로 적막함이 흘렀다.
“아쉽게 터지지는 않네. 역시 영화처럼은 안 되는 건가?”
옆에서 문태범이 중얼거리자 남인황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마무리해야지. 난 먼저 확인하고 있을 테니 작업 도구 좀 챙겨와.”
두 사람은 곧장 차에서 내렸다.
신우의 차 쪽으로 다가간 남인황은 운전석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안을 확인했다.
벨트에 몸이 고정된 신우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눈을 감은 채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잘∼ 기절해 계시네.”
그사이 트렁크에서 작업용 도구를 챙기던 문태범이 외쳤다.
“저번이랑 같게 A플랜으로 바로 작업하면 돼?”
“그러면 될 거 같아!”
문태범은 공구 상자를 들고 차 쪽으로 걸어와서 렌치와 줄, 절단기 등을 꺼냈다.
“오일 파이프랑 브레이크 패드만 손보면 되나?”
“실린더 쪽도 손써야지. 헷갈리지 않게 마모된 걸로 교체해. 최대한 급발진 사고에 차량 노후화로 인한 폭발로 보여야 하니까. 아, 약도 좀 주고.”
남인황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이에 문태범은 공구 상자에서 주사기와 약병을 하나씩 찾아서 가져왔다.
“여기. 근데 진짜로 같이 작업 안 해줄 거냐?”
“아까 가위바위보 해서 정했잖아. 너는 공사치고, 나는 조용히 재우고.”
주사기를 프리닐렌이라고 적힌 약병에 꽂고서 하얀 액체를 빨아들였다.
“그거 너무 많이 주사하지 마라. 분해되지 않아서 몸에 흔적 남으면 뒤탈 생기니까. 이번에는 더 조심하라고도 했잖아.”
“우리가 한두 번 작업하냐.”
이에 남인황은 히죽 웃어 보이며 주사기 위를 툭툭 두드리고서 신우에게 꽂아 넣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한 신우의 얼굴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거참, 운도 더럽게 없으시지. 괜히 위험한 곳을 건드려서는.”
그사이 문태범은 공구를 가지고 충격으로 열린 보닛 쪽에서 작업에 들어갔다.
실린더부터 바꾸고, 오일 파이프 부분에도 손을 댔다.
이것저것 손을 대던 중에 운전석 쪽에서 남인황이 조용해진 것을 느꼈다.
“야! 너 뭐 해? 약 하나 꽂아 넣는 게 뭐 어렵다고 아직까지 하고 있어?!”
짜증이 섞인 물음에도 조용했다.
이상함을 느낀 문태범은 보닛 앞을 지나 운전석 쪽으로 걸어갔다.
남인황은 깨진 운전석 창문 쪽으로 머리를 처박고서 가만히 있었다.
“너 뭐 하고 있는 거야? 약 놓다가 잠들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