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34)
전직용병 재벌서자-34화(34/305)
34화. 미끼 더럽게 힘드네
주사를 놓기 위해 다가가던 남인황은 신우에게 목과 손목이 잡힌 채로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우드득―
게다가 손목은 잡힘과 동시에 신우의 엄청난 완력으로 인해서 탈구되면서 움직일 수 없었다.
반대쪽 손이 남아서 목을 지키기 위해 신우의 손을 뿌리치려 해보았지만 꼼짝하지 않았다.
호리호리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 정도의 힘이 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크읍…….”
반면, 신우는 그런 남인황을 보면서 웃어 보였다.
“진심으로 고맙다. 먼저 찾아와줘서.”
그때 열린 보닛과 바닥 틈 사이로 가까이 걸어오던 문태범의 다리가 보였다.
이에 신우는 주사기를 잡고 있던 손목의 방향을 비틀어 가슴 쪽에 꽂아 넣었다.
남인황은 동공이 급격하게 풀리며 정신을 잃었다.
“야! 너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니까!!”
성질이 잔뜩 난 문태범은 아무것도 모른 채 운전석 안을 가리고 있던 남인황의 몸을 당겼다.
그러자 뒤로 무처럼 뽑히듯 나왔다.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동시에 운전석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던 신우는 뽑아 두었던 노란 8면 주사위의 와이어를 휘둘렀다.
순식간이었다.
와이어가 목에 완전히 감기기 직전, 문태범은 아슬아슬하게 오른손을 집어넣고서 틈을 만든 채 발버둥 쳤다.
왼쪽 겨드랑이 아래에 나이프가 있었지만 왼손으로 뽑기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이에 문태범은 몸을 뒤로 뺄 수밖에 없었다.
신우는 안전벨트를 풀고서 그의 힘을 이용해 차 안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크아악! 크읍―!”
“프로답게 반응 속도는 나쁘지 않네.”
평가하는 듯한 말과 함께 둘 사이의 와이어가 더욱 팽팽하게 당겨졌다.
문태범은 조여지는 와이어를 겨우 끼워 넣었던 손으로 버티면서 얼굴을 구겼다.
“너… 이 새끼… 대체 뭐야!”
“뭐긴 뭐야. 너희들이 죽이려던 사람이잖아. 정당방위로 너희들을 죽일 사람이기도 하고.”
그 대답과 함께 문태범은 계속 조여오는 와이어로 인해 숨이 차올랐다.
“처,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거냐?”
“그렇다면?”
“하지만 차는 분명히…….”
아까 신우의 차는 차량 제어 시스템의 해킹으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다가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내 운전 실력이 나쁘지는 않지?”
“차를 해킹한 것도 알고 있었다고?”
“프로 치고는 말이 기네. 이제 끝장을 봐야지?”
“누구 마음대로!”
문태범은 왼손으로 열린 겨드랑이 밑에서 나이프를 꺼내 와이어를 베어냈다.
동시에 신우는 나이프를 오른손으로 바꿔 쥔 문태범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퍽― 퍽― 퍼퍼퍽―
가까워진 두 사람 사이로 칼과 주먹이 빠르게 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태범은 아까보다 더 구겨진 얼굴이 되었다.
“이 자식… 무슨 속도가…….”
신우는 그의 나이프를 깔끔하게 피해내며 반격했다. 동시에 일격 하나하나에 묵직함이 전해졌다.
나름 666부대 안에서 근접 격투와 나이프로 실력을 인정받던 문태범으로서는 신우의 실력을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왜? 후달려?”
퍼퍽― 퍽―
장난스럽게 말한 신우는 문태범의 양쪽 옆구리를 친 후 위의 턱을 때렸다.
“크읍―!”
“조심해. 혀 씹을 수 있으니까.”
아찔함에 뒤로 무너지던 문태범은 나이프를 쥐고 있던 오른팔이 뭔가에 잡힌 걸 느꼈다.
신우는 아까처럼 다른 노란 주사위에서 와이어를 꺼내 쥐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팔을 잡아당기고서 무릎으로 명치를 가격함과 동시에 와이어를 당겨 잡은 후 발목을 밟아버렸다.
우드득―
“아아악―!”
비명과 함께 신우는 와이어에 잡힌 오른팔을 안쪽까지 끌어당겨 팔꿈치를 반대로 꺾었다.
우드득―
문태범은 반격한 틈도 없이 연신 소름 끼치는 소리를 질러대며 비틀거렸다.
너무 빠른 연계 때문에 잡힌 신체를 빼거나 방어할 수조차 없었다.
신우는 와이어를 놓치지 않은 채 옆으로 빠지면서 타격과 함께 그의 팔과 다리를 나이프 쪽을 잡고 있던 와이어로 같이 감아 묶어버렸다.
이내 문태범은 격한 통증을 느끼며 중심까지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털썩―
“아악! 이거 풀어!”
“후우― 너 같으면 풀겠냐? 그보다 애꿎게 차 하나만 날려 먹었네. 쯧! 이제 막 할부도 다 갚은 차인데.”
신우가 군대에 있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던 과소비였다. 가끔 휴가나 외출할 일이 있을 때마다 부대 밖을 나가기 위해서 샀던 것이다.
그랬던 첫 차가 방금의 사고(?)로 완전히 걸레짝이 되었다.
“풀라고―!”
문태범은 나이프를 쥔 상태에서 칭칭 묶인 바람에 꼼짝을 못 했다.
“거참, 시끄럽네.”
중얼거림과 함께 신우는 잠들어 있는 남인황의 근처에서 주사기를 집어다가 그에게 찔러 넣었다.
푸욱―
“이, 이…! 개, 개자…….”
“후우―! 이제 좀 조용해졌네.”
그들이 신우에게 사용하려던 약물은 프리넬린이라는 근육이완제였다. 남인황과 문태범은 그걸로 신우를 완전히 제압한 후에 차량을 폭파시켜서 사고사로 꾸미려 한 것이다.
이에 신우는 그들의 품속과 차량을 뒤져보았다.
그러나 신분을 확인할 만한 것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머지는 각종 공구와 흉기로, 그 목적은 뻔했다.
그나마 건진 것이라고는 각자 품속에 넣고 있던 폴더형 핸드폰 두 개뿐…….
“Emergency Clear.”
이어폰에 대고서 말하자 장만수와 릴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제없이 처리된 거야?] [난 거의 도착했어. 바로 갈게!]사무실에 있던 릴리안은 작전 개시와 함께 출발해서 신우의 신호를 추적해 따라오던 중이었다.
“두 놈이었어. 지금 다 제압했고. 일단 장소를 옮겨야 할 거 같은데?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안가가 있어?”
이어폰 너머로 키보드 소리와 함께 장만수의 대답이 들려왔다.
[고문하게?]“뭐라도 알아내야지.”
[놈들이 더 위험하게 나올 수도 있지 않아?]죽을지도 모른 상황에서 제대로 반격한 것이다.
당연히 놈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이번보다 더 위험하게 나올지도 몰랐다.
“그러니 나서지 못하게 연막을 칠 거야.”
일단 제압을 완료한 두 사람의 핸드폰 전원부터 꺼버렸다.
* * *
박상규는 표정을 굳힌 채로 복도를 뛰다시피 하여 명인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장님! 큰일났습니다!”
“무슨 큰일?”
이내 박상규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속보 내용을 찾은 후 내밀었다.
【MH테크 자회사 KITE의 대표 백 모 씨는 금일 오전 경기도 남부에서 타의에 의한 차량 사고로 응급실로 실려왔으며… 사고 현장에서는 용의자의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과 목적 불명의 장비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현재 백 모 씨의 상태는 확인된 바가 없으며…….】
그 순간 명인철의 표정은 어떤 때보다 심하게 구겨졌다.
“…이게 뭐지?”
“놈들이… 실패한 듯합니다.”
“실패? 지금 실패라고 했나?! 내가 분명히 확실히 작업할 수 없다면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박상규는 TSF에서 사고사가 전문인 남인황과 문태범을 배정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실패한 임무가 없었기에 믿고서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들려온 소식은 실패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후우! 그래서? 기사를 보니 잡힌 녀석들은 없는 듯한데. 문제없이 몸을 뺀 건가?”
박상규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명인철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파였다.
“뭔가. 설마… 그것도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TSF에서 찾는 중이라고 합니다.”
“찾아? 대체 밑에 놈들을 어떻게 관리했길래 이런 일이 생겨!!”
현장에는 남인황과 문태범이 사용한 차량까지 같이 발견됐으니… 게다가 목표물인 백신우는 살아 있기까지 했다.
차량과 주변에서 무엇이 나오든 두 사람의 혐의를 지우기는 불가능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잘못 움직였다가는 괜한 의심만 받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하아―! 일만 더 키운 꼴이 되어버렸군. 거기다 백신우 그 자식이 언론으로 드러나게 생겼으니.”
명인철은 지금까지 백신우가 무엇을 하든 언론에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만들었다.
물론 전부 막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노출을 막아서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어려워졌다.
물꼬가 트인 이상 여러 언론사에서도 백신우의 존재를 캐내기 시작할 것이다.
“일단 TSF에서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전했습니다.”
“거기서 무얼 더 할 수 있겠나.”
“…….”
“백신우가 어떤 상태인지는 확인되었나?”
차라리 부상 정도가 심해서 사경이라도 헤맨다면 더 나을지도 몰랐다.
“팔과 복부에 경미한 자상 정도라고 합니다.”
“…진짜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군.”
머리가 아파진 명인철은 애꿎은 자신의 관자놀이만 손으로 눌러댔다.
.
.
.
같은 시각.
임희연은 송태훈과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신우가 입원한 강남 대형병원의 VIP 병실 층으로 들어섰다. 뉴스로 소식을 접하자마자 어디 병원인지 찾아내서 온 것이었다.
다만, 병원 앞에 모인 기자들로 인해 들어오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송태훈과 같은 KITE의 배지를 착용한 경호원들이 앞을 지키는 병실을 발견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치료를 막 마친 신우가 있었다.
신우는 웃통이 벗겨진 채로 왼쪽 복부와 팔뚝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채였다.
“…너, 그게…….”
“심하지 않아서 굳이 오실 필요는 없었는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너 몸이……!”
임희연은 치료 부위가 아닌 가슴과 옆구리 어깨 등을 가득 메운, 헤아리기도 어려운 흉터에 눈이 갔다. 옆에 서 있던 송태훈도 그녀처럼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것들요? 군대에 있을 때 다친 겁니다. 삽질을 좀 험하게 했어요.”
대충 봐도 절대 일반적인 흉터들이 아니었다. 자상으로 시작해서 무언가로 인해 찢어지거나 구멍난 흔적이 가득했다.
순간 임희연은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믿지 못하면 어쩌시게요?”
극성맘이 되어 신우가 복무했던 부대나 국방부를 찾아가 따지기라도 해야 할까?
하지만 임희연은 지금까지 신우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다. 몸 상태는 괜찮고?”
“문제없어요. 근데 일이 좀 커졌네요.”
“언론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최대한 조용히…….”
그 순간 신우는 표정을 굳히면서 임희연을 쳐다봤다.
“아니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응?”
“하지 마시라고요. 그냥 두세요.”
“그냥 두라니?”
“언론에서 떠들도록 놔둬야 제가 안전하니까요.”
그 말을 듣고 임희연도 얼굴이 굳어졌다.
“정말로 누군가가 너를 고의적으로 노렸다는 거야?”
“저를 죽인 후 사고사로 위장하려던 것 같더라고요.”
“그게… 정말이니?”
“뭐, 다행히 도움을 받은 덕분에 목숨은 건졌죠.”
“누굴 말하는 거야?”
그 물음에 신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사람이었어요. 다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서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겠고, 그들이 저를 죽이려던 놈들을 쓰러뜨리고서 끌고 갔어요. 저도 이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 신고할 수 있었고요.”
“…그랬구나. 얼굴은?”
“아까 말했잖아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다고요. 온통 검은 옷에 마스크, 모자, 이상한 고글까지 쓰고 있어서 알아보기도 어려웠어요.”
물론 전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신우가 전부 쓰렸다고 하면 잡아둔 이들을 경찰에 넘겨줬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숨기고 있던 목적이 드러날 수 있으니 꾸며댈 수밖에 없었다.
“네 몸만 괜찮으면 다행이지. 일단 회사 걱정은 하지 말고 쉬어.”
“크게 다친 것도 아닌걸요. 그리고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오래 쉴 수도 없고요.”
“아, 그리고 앞으로는 혼자 다니지 마. 송태훈 부장이 휘하의 5팀 경호원을 붙여줄 거야.”
신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싫은데요.”
“누군가 네 목숨까지 노리고 있잖니. 그런데도 계속 혼자 다니겠다고?”
임희연은 지난번 카페 앞에서 자신을 노렸던 이들을 떠올렸다. 당시 그중에 한 사람을 잡긴 했지만, 안가의 위치가 노출되면서 놓치고 말았다.
실력도 만만치 않은 이들이었기에 지금까지 신경 쓰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아닌 신우를 노린 것이다.
“그게 편하니까요.”
솔직히 경호라기보다 감시나 다름이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임희연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더 이상은 위험해서 안 돼!”
“거절할게요.”
냉담한 신우의 대답에 임희연은 더 밀어붙이지 못했다.
“…….”
“여긴 언제까지 계실 생각이세요? 바쁘지 않으세요?”
임희연은 전략투자본부장으로서 본부 내 사업과 더불어 각 계열사의 전략투자 사업에 관한 업무도 담당했다. 당연히 그 범위는 굉장히 광활했기에 하루하루 바쁘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야지. 그리고 경호원 문제는 생각해보렴. 오너 일가인 만큼 다른 아이들도 이미 각자 경호원을 붙여서 생활하고 있으니까.”
“딱히요.”
이에 임희연은 한숨을 흘리면서 송태훈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