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35)
전직용병 재벌서자-35화(35/305)
35화. 치료 끝났어요, 환자분들
박상규는 강북의 고급스러운 호텔 스위트룸을 방문했다.
문 앞을 지키던 이들이 박상규를 알아보고서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박상규가 거실 소파 앞으로 가서 고개를 숙였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지사장님.”
지금 박상규의 태도는 명인철을 대할 때보다 정중하고 조심스러웠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에 금빛 가운을 걸친 중년의 사내.
그의 정체는 TSF Investment의 한국 지사장 곽치영이었다.
지금 곽치영은 정면의 TV로 뉴스를 보는 중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KITE의 대표 백 모 씨는 신원불명의 사내들에게 죽을 뻔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으며… 담당 경찰서 관계자 측에서는 백 모 씨의 차량에서 시스템이 조작된 흔적을 발견했다고 1차 발표를 마쳐…….】
뉴스는 후속 보도로 이어지며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살인미수가 된 사건은 점점 부풀어 올라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중이었다.
띠릭―
곽치영은 TV를 끄고서 얕은 한숨을 흘렸다.
“자네가 잘못한 것이 뭐가 있나. 못난 놈들의 일 처리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
“…….”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중에 곽치영이 앞에 놓인 와인을 마셨다.
“그래서, 놈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찾았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추적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가 동해안 해상 위에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후 사라졌습니다.”
“…놈들에게 처리되었다는 의미인가?”
666부대원들은 신체 안에 추적 장치를 심어두었기에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런 듯합니다. 그리고 체내 추적기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흐음…….”
머리가 아파진 곽치영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일단 추적기가 꺼진 신호에 맞춰서 운항 중인 선박을 확인해보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어가는 선박일 확률이 높을 듯합니다.”
“거기서 뭐라도 건지겠나?”
“…….”
상황만 본다면 남인황과 문태범은 함정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추적기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신호가 끊겼다가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지점에서 잡혔다.
그만큼 상대가 움직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당연히 흔적을 찾으려다 되려 덜미가 잡힐 수 있었다.
“내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을 확률은?”
“작전이 세워진 시점을 중심으로 확인 중에 있습니다.”
“남인황과 문태범 중에 배신자가 있을 가능성은 없나? 아니면 둘 다.”
그 순간 박상규는 곧장 무릎을 꿇었다.
MH그룹에 들어오기 전, 박상규가 두 사람을 훈련생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둘 중 배신자가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왜 그렇지?”
“만약 그랬다면 우리 작전이 개시되기 전에 막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놈들의 목적이 우리였다면 둘 중 하나라도 포섭된 시점에서 아지트를 공격했어야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곽치영은 그 말을 듣고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틀린 말은 아니군. 그래서 예상되는 바가 있나?”
박상규는 침을 한번 삼킨 후에 신중히 대답을 이어갔다.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기보다는 백신우를 노린 조직이 따로 있다는 가정입니다.”
“…조직?”
“현재 백신우는 MH그룹에서 짧은 기간에 상당한 투자 능력을 드러내는 중입니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곳이라면 백신우는 포섭 대상이 될 수 있죠.”
이에 곽치영은 호기심이 생기는 듯 턱을 어루만지며 계속해보라는 듯이 쳐다봤다.
“그들이 백신우를 미행하며 간을 보던 것일지 모릅니다. 그러다 우리가 백신우를 공격하던 것을 목격하였고, 빚을 남기기 위해 도움을 준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면, 놈들이 남인황과 문태범은 처리했다는 의미로군. 짐작되는 곳이라도 있나?”
박상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뗐다.
“당장 국내에서 가능성이 높은 곳을 꼽자면… 국정원이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이라… 지금 상황에서는 그나마 납득하기 쉬운 추측이군. 게다가 굳이 거기가 아니라고 해도 조심할 필요성이 있겠지.”
“혹시 몰라 남인황과 문태범이 사용하던 아지트는 이동을 마쳤습니다.”
조금의 가능성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 설명을 듣던 곽치영은 박상규에게 손짓하여 일어나게 만들었다.
“자네가 보기에, 백신우는 어떤 거 같나?”
“…무슨 의미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쓸모가 있겠냐는 말이다.”
곽치영은 박상규가 돕는 중인 명인철과 백신우, 그 친모인 임희연의 관계를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 쓸모에 관한 질문을 받으니 뭔가 무게를 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단 백신우는 행동의 목적이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목적이라면?”
“명인철은 문제 없이 명중환 회장의 뒤를 이어 MH그룹을 받아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백신우는 명중환 회장의 눈에 들어 본사로 들어온 후, 명인철에게 시비를 거는 듯한 행보만 보이고 있습니다.”
“MH그룹에서 명인철을 끌어내리고 친모인 임희연을 올리려는 모양새인가?”
박상규의 입에서 의문이 가득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전략투자운영실을 움직이면서 임희연과 따로 접촉한 일을 못 봤습니다.”
“도움이 없었다?”
“아마도 그런 듯합니다.”
“오호? 능력은 그 어미에 그 자식이라는 건가?”
TSF 한국 지사장인 곽치영은 박상규와 여러 곳을 통해서 백신우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당연히 최근 성사된 리비오 소프트 상장 건도 포함되었다. 그걸로 MH그룹은 단기간에 수천억의 이익을 보았으니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 결과만 놓고 본다면 임희연보다 더 낫다는 평입니다.”
“최근 전략투자본부가 개편되면서 변화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특이한 점이 많던데.”
“운영실 직원 대부분이 명운석 산하의 운영1부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리고 백신우의 운영2부는 고졸 출신의 장만수라는 남자와 리비오 소프트 대표, 데일 벡커의 비서였던 릴리안 포스터가 차장으로 장기 파견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내용은 곽치영도 이미 알았지만 희한한 조합이었기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들의 접점은?”
“일단 백신우와 장만수는 군대에서 친분이 생겨서 알게 되었다고 하고, 릴리안 포스터는 이번 리비오 소프트 거래 중 업무적인 차원에서 접촉한 후에 MH그룹으로 왔습니다.”
“그 외에 문제 될 만한 사항은 없고?”
“없었습니다. 그건 몇 번이고 확인한 사항이라 확실합니다.”
사업은 인맥과 돈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백신우는 부사관 출신으로, 그중 어떤 것도 갖추지 못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더니 아무것도 없던 황량한 땅에 거목들을 심어대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상황들이 줄지어 튀어나온 것이다.
“포섭 가능성은 적다는 말이겠지?”
“경중을 떠나 관계적으로만 봐도 명인철과 백신우. 양자택일의 선택지일 겁니다.”
“당장 상황만 본다면?”
“그렇다면 무조건 명인철입니다.”
명인철은 현재 MH그룹에서 제일 가능성이 높은 후계자였다. 그만큼 그룹 내에서 쌓아둔 기반도 컸기에 유력할 수밖에 없었다.
곽치영은 와인 잔을 든 채로 손가락을 까딱이다가 다음 질문을 던졌다.
“지금의 성장 속도로 3년 후라면?”
“그건…….”
반년도 되지 않아 백신우는 수천억의 수익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중 일부분은 TSF Investment에서 작업하던 작전주였다.
그걸 떠나서도 리비오 소프트의 데일 벡커를 어떻게 포섭했는지도 관건이었다.
“물론 명중환 회장이 혼외자의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줄 가능성은 작겠지.”
“일단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이야. 원래 가져야 할 놈이 가지는 것과 가질 수 없는 놈이 가지는 것. 두 가지 중 뭐가 우리에게 더 유용할까?”
원래 곽치영은 MH그룹과 접촉하면서 명성철과 명수연도 염두에 두었지만, 두 사람의 능력은 기대치에 비해 너무 낮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회장인 명중환이 혼외자인 임희연을 회사로 들여 명인철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명인철은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계승권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 TSF Investment가 내민 손을 잡았다.
“쓸모만 따진다면 후자가 더 나긴 할 겁니다.”
“어떤 물건이든 가질 수 없던 놈이 가져야, 그 값어치를 확실히 알 수 있을 테니 말이지.”
“그렇다면 패를 바꾸실 겁니까?”
박상규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곽치영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일단 돌다리도 두드려봐야 하니… 상부에 백신우의 정보를 다시 요청하고 확인하고서 결정하지. 박 실장은 명인철의 앞에서 최대한 티 내지 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 * *
밤이 깊어가는 시각.
경기도 남부, 으슥한 산길 끝에 폐농장 단지가 있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신우는 차를 타고서 그곳에 들어섰다.
저번에 노렸던 이들도 조심하는 것인지 미행을 붙거나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후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낡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으읍― 으으으읍―!”
“읍! 으읍!”
두꺼운 천이 걷히면서 재갈 물린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신우에게 잡힌 남인황과 문태범이었다.
그들은 비닐하우스의 중앙을 가로지르듯 두꺼운 기둥에 묶인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왔어?”
의자에 앉아 두 사내를 구경하던 릴리안이 신우를 발견했다.
“놈들의 상태는 어때?”
“방금 문제없이 깨어났어. 바로 시작할 거?”
“그래야지.”
신우는 사내에게 터벅터벅 걸어가 살기를 내뿜었다.
“이제 시끄럽게 굴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바로 죽인다. 이해했나?”
그들은 이번 일을 착수하기 전, 백신우에 대해서 전문적인 싸움 기술 좀 익힌 부사관 출신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선 사내의 분위기는 한두 번 사람을 죽여본 분위기가 아니었다.
폐허에서 싸웠던 신우의 분위기와도 완전히 달랐다.
동시에 남인황과 문태범은 재갈 밖으로 바쁘게 외쳐대던 신음을 그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재갈이 내려가고서도 두 사람은 조용히 신우를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보던 신우는 눈을 번갈아 마주치며 말했다.
“너희들, 닭장 출신이지?”
동시에 남인황과 문태범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동자도 한순간에 급격한 흔들림을 보였다.
닭장. 정식 명칭은 신상을 숭배하는 곳이란 의미의 CELLA라는 곳으로, 666부대원들이 어릴 때부터 교육받게 되는 시설이었다.
CELLA를 졸업한 666부대원도 바깥에서 그곳의 존재를 언급하는 건 절대적으로 금기시되었다. 당연히 외부인이 그곳을 아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시치미 떼는 남인황의 대답에 신우는 살기를 거두고서 실소를 흘렸다.
“나한테 하려던 짓을 보면 SHASS에서 사고사로 위장을 전담하는 암살조겠고.”
이번에도 두 사람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SHASS는 666(Six Hundred And Sixty Six)을 영어로 풀어서 앞 글자만 딴 부대의 정식 명칭이었다.
외부에서는 자신들을 666부대라고 칭했다. CELLA와 같이 소속 부대원이 아닌 이상 절대 알 수 없었다.
“왜 말이 없어? 아까처럼 부정 안 하냐?”
“…….”
두 사람은 자신들의 존재가 말로만 부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처음부터 상대는 출신과 조직의 정체를 완전히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부정보다는 침묵이 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남인황과 문태범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서 뭔가 결정한 듯 입을 오물거렸다.
“아, 강냉이에 숨겨둔 청산가리를 찾는 거면 소용없을 거야.”
신우의 설명과 함께 뒤쪽에 있던 릴리안이 조그만 병에 든 이빨 두 개를 별사탕처럼 흔들며 상큼하게 웃어 보였다.
달그락― 달그락―
“발치는 깔끔하게 끝났어요. 환자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