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38)
전직용병 재벌서자-38화(38/305)
38화. 김칫국 For You
청담동 밤거리.
회사를 나온 명운석은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아르테미스’란 클럽으로 들어섰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내들이 익숙하게 인사하며 길을 열어주었다.
안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명운석은 곧장 3층으로 올라가서 맨 안쪽에 위치한 VIP룸의 문을 열었다.
“오―! 명운석이!”
안에서는 안승주를 비롯한 여러 명의 재벌 2·3세 사내들이 앉아 있었다.
“다들 먼저 와 있었네.”
“우리야 언제나 이런 약속은 칼 같지. 그보다 잘 지낸 거야? MH에서 일이 많았다면서.”
순간 주변에 둘러앉아 있던 다른 친구들이 키득키득 웃어댔다.
언젠가는 나올 이야기였다. 명운석은 이를 얕은 한숨으로 넘기며 쳐다봤다.
“많긴 했지. 족보가 제대로 지저분해졌거든.”
“고모랑 사촌 동생이 생긴 건지?”
“시끄럽고. 술부터 따라봐.”
명운석은 비싼 양주가 채워지자 갈증을 해소하듯 단번에 비워냈다.
“크으―!”
“속이 제대로 쓰린가 보네.”
“너 같으면 좋겠냐?”
“그래봤자 혼외자잖아. 너희 할아버지가 신경이나 쓰겠어? 솔직히 갑자기 뚝 떨어진 자식이랑 손자인 건데.”
자세한 사정이 밖으로 흘러 나가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게다가 임희연은 그룹 내에서도 비밀리에 활동했다. 다른 가족들도 제 살을 깎아 먹고 싶지는 않으니 굳이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다.
“나도 알아. 근데 거슬리는 건 어쩔 수가 없네.”
“하긴… 파리가 앵앵거리면서 날아다니면 짜증 나지. 그래도 일 터지고 지금까지 안 보는 건 너무하지 않냐?”
안승주가 명운석의 잔을 다시 채워주고서 같이 마셨다.
“집안이 좀 시끄러웠잖아. 세상살이 편한 너랑 다르게 말이야.”
“뭐야? 나 비꼬는 거냐?”
“사실이잖아.”
“하하하! 그렇지! 사실이지!”
에스원파이낸스의 후계자 안승주는 현 대표인 유지영의 외동아들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작년에 사고로 죽기 전까지도 그 길은 달라질 것이 없었다.
지금은 이전보다 에스원파이낸스의 주인이 되기까지 더 빨라진 것일 수도 있었다.
“부러운 새끼.”
“야, 도움 필요하면 뭐든 말해. 혹시나 그 사촌동생이란 놈이 깝치면 내가 제대로 손봐줄 테니까.”
“너희 그 덩치들이라도 동원하려고?”
에스원파이낸스는 강남에서 유명했던 기업 사채꾼인 안근석이 세운 회사였다.
뒷세계에서 돈으로 주름잡았던 만큼 서울 전역의 폭력조직하고도 끈이 닿아 있었다.
“조금 지저분하긴 해도 실력은 나쁘지 않아. 원래 주먹 밥이라는 게 생계형이잖아. 그걸로 벌어먹고 사는 인간들이 악착같아서 꽤나 잔인하거든.”
“너 옛날에도 그 아저씨들 잘못 굴렸다가 너희 아버지한테 된통 혼나지 않았어?”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왜 꺼내냐?”
당시 안승주는 여자 때문에 옆 학교 일진들과 시비가 붙었다가 밟혔다.
그러다 에스원파이낸스가 굴리던 폭력조직원을 동원하기까지 이르고, 그때 일진들을 반병신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일이 커졌다.
“조심하라는 말이다. 너 얼마 전에도 뉴스에 실렸잖아.”
“내가 뭐? 아∼ 음주운전? 그거야 진짜 쪼끔 마시고서 한 건데 미친 경찰 새끼가 면허 취소라잖아.”
“그래서 도망치다가 인도에 있던 사람을 차로 들이받았냐?”
“병신은 안 됐잖아. 합의도 잘 마무리됐고. 기사도 잠깐 올라왔다가 내려갔어.”
안승주의 어머니 유지영이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언론사를 매수한 덕분이었다.
물론 전부 막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금액으로 사고당한 경찰과 합의를 봐서 무마시킬 수 있었다.
“정말 가지가지다.”
명운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안승주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히죽거리며 웃었다.
“원래 인생이 그런 거다. 그니까 말만 해. 마음에 안 들면 이 형님이 제대로 밟아줄게.”
“됐어. 그보다 너희들. 투자 프로젝트에 낄 마음은 있냐?”
“응? 투자?”
“무슨 투자는 말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명운석의 제안에 안승주와 다른 친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내가 있는 전략투자본부가 꽤 인기인 건 알지?”
“거기 이윤이 꽤 쏠쏠하다는 들었지. 이번에는 거기 운영2부인가? 리비오 소프트 지분까지 상장 전에 먹었다며.”
한 친구의 설명에 명운석은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거긴 외부 트레이딩을 안 받는다고 하던데.”
근래 전략투자본부는 높은 수익률로 인해 여러 기업에서 문의를 많이 받았다. 물론 운영1부만 기업과 개인 사업가들과 계약할 뿐… 운영2부는 MH그룹 내부 자금으로만 움직였다.
“얼마 후면 트레이딩 쪽도 개방될 거야. 다만, 내부에서 투자자 심사를 진행한 후에 말이지.”
다들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부터 찌푸렸다.
“뭐어?! 심사? 아무리 MH그룹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심사는 너무한 거 아니야?”
“그러게. 네가 있는 운영1부도 안 하는 걸 거기서 한다고?”
명운석은 그들의 말에 술을 마신 후 살짝 미소 지었다.
“사촌동생이라는 녀석이 투자 실력은 꽤나 좋더라고. 근데 겁은 많은지 위에서 지시한 외부 트레이딩에 반감이 많아.”
그런 말에 맞은편 자리에 있던 김병운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대가리만 큰 새끼인가 보네? 그런 녀석은 언론의 쓴맛을 좀 봐야 하는데… 어떻게, 내가 좀 발라줘?”
김병운은 조선데일리라는 중견 언론기업의 2세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 자리에 있는 다른 이들의 회사에서 언론 플레이가 필요할 때마다 청탁했었다.
“됐어. 게다가 시끄러워지면 그 녀석이 아니라 MH그룹이 피해를 보잖아.”
이에 안승주가 다시 나섰다.
“야, 야. 그런 건방진 놈은 깔끔하게 조금만 다듬어주면 된다니까?”
“그 녀석, KITE 대표도 맡고 있다. 저번에 안 좋았던 일도 있어서 경호원들 깔고 지낼 텐데.”
안승주를 포함한 몇몇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저번에 의문의 습격을 받았다던 KITE의 대표, 백 모 씨가 그 녀석이었어?”
“그 새끼가 진짜 KITE 대표라고?!”
혼외자 임희연의 아들인 백신우는 공식 석상에 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론을 통해서도 그 이름이 전부 드러난 적이 없었다.
명운석은 그런 상황이 할아버지인 명중환의 통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뭐야… 모르고 있었어?”
반면, 김병운만 언론사 대표의 아들답게 그 사실을 이미 알고서 살짝 비웃듯이 되물었다.
“너는 알고 있으면서 왜 말을 안 해?”
“나는 당연히 아는 줄 알았지. 뭐, 듣기로는 MH그룹에서 엠바고 건 탓도 있지만.”
그 대답에 명운석은 자신의 예상이 맞다고 판단했다.
“언제까지 숨길 수도 없는 일인데 말이야.”
“이런 게 언론 탄압이 아니면 뭐겠어. 하여간 재벌이란 사람들이…….”
내로남불인 것인지… 지금 자리에 있는 이들 전부 재벌 2·3세였다.
그러다 안승주가 다시 화제를 앞으로 돌렸다.
“아까 투자 프로젝트 이야기는 뭐야? 큰 건이야?”
“정보를 하나 받았거든. 출처는 말해줄 수 없지만, 잘만 하면 최소 수익 5배까지는 보장할 수 있어.”
다들 깜짝 놀라면서 술잔을 든 채로 명운석을 쳐다봤다.
그들을 대표하듯 안승주가 질문을 이어갔다.
“5배? 어디에 투자하는 거길래?”
명운석은 그들의 관심 끌기에 성공하자 잠시 뜸을 들였다.
“미국에 있는 텔리콤이라는 IT기업이야. 현재 주당 22달러쯤 되고.”
“그럼 한화로 3만 원 조금 안 되는 정도네. 그 텔리콤이라는 회사가 터진다는 거야?”
평소라면 여자들을 불러 흥청망청 놀 때였다. 그런데 진지한 돈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두 사람의 대화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사실 거기는 운영2부에서 작업 들어갈 곳이야.”
“백신우라는 놈이 부장으로 있다는?”
“맞아. 어렵게 정보를 빼냈는데, 수익 정도에서 콩고물 좀 꽤나 떨어질 거 같더라고.”
지금 주가의 5배면 주당 가격이 3만 원으로 시작해서 15만 원까지 올라간다는 의미였다.
만약 거기에 억 단위의 투자금이 들어간다면 그 수익은 어떤 투자율보다 높았다.
“사실이야? 왜 그렇게까지 오르는데?”
다들 호구는 아니었다.
유명한 기업의 자제들인 만큼 큰돈을 움직이는 데 있어서 확실한 자료가 필요했다.
“같이할 사람한테만 자료 보내줄게. 물론 리스크가 적지는 않아. 최소 참가 금액은 10억. 치고 빠지는 시점도 내 말대로 확실히 따라줘야 하고.”
백신우의 운영2부 프로젝트에 편승해서 피해를 입히려는 계획이었다. 동시에 친구들의 돈을 불려주면서 관계도 돈독하게 다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수였다.
물론 계획을 세우고 자료까지 빼돌리는 데 상당한 노고가 들어갔다. 게다가 리스크도 큰일이기에 어떤 부분에서든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로 인해 주변에서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난 못 먹어도 고! 운석이 일로 손해본 적은 없잖아!”
안승주의 외침과 함께 고민하던 이들도 줄을 잇듯이 끼어들었다.
“나도 콜!”
“좋아. 나도 할게!”
김병운과 성진어패럴 2세 조민규를 비롯한 나머지 2명도 대답했다.
이에 명운석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5명에게 자료가 첨부된 메시지를 보냈다.
다들 희번득거리는 눈으로 자료를 훑어보았다.
텔리콤은 네트워크 기술로 기반이 잡힌 회사였다. 그곳에서 보유하고 있던 기술 특허를 이용한 신기술이 완성될 예정이었다.
“절대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여줘서도 안 돼. 그리고 자금 준비되는 건 얼마나 걸릴 거 같아? 늦어도 3일 안에는 준비해야 해.”
“나는 언제든 상관없어.”
“충분해.”
다들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제들이기에 10억 정도는 어렵지 않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럼 제대로 해보자고!”
“좋지!”
“야! 이제 여자 데려와도 되지?”
“아직도 안 불렀어?”
술잔이 가득 채워지고, VIP룸은 시끌벅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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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청계천 만수전구의 비밀 공간에서 장만수는 판타지 소설이 잔뜩 꽃인 책장으로 걸어갔다.
“내일은 뭘 입고 출근할까나∼”
책장 맨 아래 칸, 우측에서 여덟 번째 꽂힌 소설책 위의 공간을 더듬거리다가 뭔가를 눌렀다.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책장 우측 뒤의 공간이 열렸다. 책장을 완전히 열자 10평 남짓한 공간이 나왔다.
공간 좌측으로는 휘황찬란한 옷들이 2단 행거 위에 위아래로 칼각을 맞춰 걸려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벽에는 수많은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린은 어제 입었고, 옐로우는 조금 식상한데… 아, 맞다! 저번에 사놓고서 드라이 끝내놓은 신상이 있었지!”
잔뜩 신이 난 장만수는 옷장 맨 좌측 위에서 비닐이 씌워진 세트 정장을 꺼냈다.
“이 광채 봐라! 역시 정장은 깔 맞춤이지… 요즘 트랜드이기도 하고.”
정장의 색상은 유광으로 도배된 핫핑크였다.
그런 정장을 비닐에서 꺼내보던 장만수는 컴퓨터 쪽에서 소리를 들었다.
삐이― 삐이―
“아, 뭐야.”
장만수는 비밀의 방에서 나와 책장부터 닫은 후 정장을 간이침대에 고이 모셔놓고서 컴퓨터 앞으로 갔다.
【WARNING】
【WARNING】
【W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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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가운데를 가득 채운 알람에 장만수의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어떤 놈이 우리 걸 건드리나~!”
하지만 재미있는 사냥감을 발견한 듯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